염태순 신성통상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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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2.01조회수 8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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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전 세계 패션시장은 명품과 SPA시장으로 크게 양극화가 이뤄졌다. 빗장 풀린 국내 패션시장에도 5년 전부터 이러한 현상이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특히 2006년「 유니클로」와 2008년「 자라」, 2009년「 H&M」 등 글로벌 SPA가 속 국내 패션시장에 상륙한 이후로는 로컬 브랜드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양상이다. 브랜드 히스토리가 짧은 국내 브랜드들의 경우 태생적 한계로 인해 해외 명품 브랜드와의 경쟁구도가 아닌 글로벌 SPA와 한판 싸움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SPA들의 시장 장악력이 점점 거세지면서 각 조닝 내 몇몇 대표 주자를 제외하고 대다수 로컬 브랜드들은 매출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유럽과 미국발 재정위기로 인한 대외경기까지 악화되면서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판매부진 현상도 패션기업들을 옥죌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이중 삼중고 속에서 국내 브랜드들은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가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갖고 있는 강점을 잘 벤치마킹하고, 상대적으로 이들 브랜드들의 취약점을 보완해 낼 수 있는 패션기업만이 거센 파도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신성통상은 최근 니트 아이템에 관한 디자인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R&D(Research & Development)팀을 신설했다.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수출을 위한 일환으로 이미 PD&D(Product & Development)팀을 가동하고 있는 데 이어 이번에는 내수 브랜드를 위한 상품개발 차원으로 별도 팀을 조직한 것이다. R&D팀에서 S/S시즌용을 위해 개발한 100가지가 넘는 스타일은 2개월 만에 단 4명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는 신성통상 수출파트에 소속된 PD&D팀과 원단팀에서 미국·일본 등 해외 바이어들과의 거래 상담을 통해 축적한 니트에 관한 패브릭 디자인 트렌드의 노하우를 상품 개발로 연결할 수 있어서 가능했다.

    신성은 40년 넘게 니트 주력의 섬유수출 기업으로서 명성을 쌓아 왔다「. 아베크롬비 앤 피치」「 A.E.O」「 갭」「 올드네이비」등 유명 브랜드뿐만 아니라「 타겟」「 월마트」 등 대형 체인 스토어들의 최우수 거래처로 인정받으며 연간 3억달러 규모의 니트 의류를 수출해 오고 있다. 여기서 확보된 니트에 관한 무궁무진한 노하우를 내수에 접목하면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패션 브랜드, 특히 캐주얼 브랜드에서 니트 아이템의 판매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니트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업체는 그리 많지 않다. 니트 의류 수출을 전문으로 해 왔던 신성이 보유한 노하우가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수출에서 쌓아온 방대한 데이터를 내수에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왔다. 본격적으로 2년여 전부터 내수용 니트 양산을 위한 생산시설을 미얀마와 인도네시아 등지에 구축하기 시작했다. 니트에 관한 모든 것, 원단제직뿐만 아니라 프린트 봉제 시설까지 일괄 생산라인을 세팅하는 등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제는 소프트웨어를 구축하기 위해 R&D팀을 신설했다. 이곳에서 개발된 니트는 자체 캐주얼 브랜드인「 유니온베이」와 계열사 브랜드인「 엠폴햄」을 위해 공급된다. 원단 퀄리티가 담보된 최상의 니트를 경쟁력 있는 디자인과 가격대로 판매할 수 있다면 글로벌 SPA와 맞짱을 뜰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니트에 관한 한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패션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글로벌 SPA가 전국적으로 유통망을 확산해 나가고 있는 지금 어느 때보다 소비자 중심의 상품기획이 이뤄져야 한다. 고객들이 좋아하는 디자인이 넘쳐나고 상품가치에 해당하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무장된 브랜드인 경우 글로벌 경쟁력은 자연스럽게 확보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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