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 SPA ‘오렌지팩토리’뛴다!

    김숙경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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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2.01조회수 4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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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재역 사거리에서 성남방향으로 300m 내려가면 세련된 그레이톤 컬러로 전체 외관이 깔끔하게 단장된 건물 하나가 눈에 띈다. 이곳은 오렌지팩토리(대표 전상용)에서 57호점으로 오픈한‘ 오렌지팩토리(Orange Factory)’이다. 지난해 9월 말 문을 연 이곳은 1층부터 3층까지 건물 전체를 통째로 임차해 양재대로변을 오가는 행인들의 발길을 끌어당기며 지갑을 속속 열게 만들고 있다.

    “얘, 너 남방셔츠 필요하다고 했지? 엄마가 하나 사 갈게. 어떤 컬러가 좋니?”“ 언니,「 자라」에서 본 것과 비슷한 베이지 컬러의 버버리 코트가 1만9000원이야. 사갈까?”“ 라운드 베이직 티셔츠 3종 세트가 8800원이야.「 유니클로」「 지오다노」보다 더 싼데?”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나오며 장바구니에 옷들을 골라 담는 소비자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서울 강남구에는‘ 오렌지팩토리’ 간판을 단 대형 점포를 양재동뿐만 아니라 삼성역 근처를 비롯해 테헤란로, 역삼역, 남부터미
    널 근처에서도 볼 수 있다. 논현동 교보생명 사거리 코너에는‘ 오렌지팩토리’ 출점을 알리는 커다란 펜스가 둘러져 있다. 연말 신축되는 건물의 1층을 미리 임차 계약해서 오픈하기 전부터 바이럴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서울 강남구만 5개 대형 직영점 가동

    서울 강남구에만 5개의 대형‘ 오렌지팩토리’ 매장이 직영 운영되는 가운데 연말에는 논현점이 추가돼 총 6개가 가동될 예정이
    다. 이쯤 되면‘ 오렌지팩토리’가 뭐하는 곳인지 궁금증이 더해진다. 현대식으로 잘 단장된 매장 아웃테리어와 인테리어는 기본이며 매장 사이즈도 소형 점포가 아닌 최소 660㎡(200평) 이상 널찍한 규모를 자랑한다. 이 회사는 도심권은 660㎡, 외곽지역은 990~2700㎡ 규모를 표준 매장 평수로 매뉴얼을 정리했다.

    매장에는 20개에 달하는 PB(Private Brand)들이 깜짝 놀랄 정도의 착한(?) 가격대로 알뜰 소비자들을 반긴다.「유니클로」의 히트 아이템인‘ 히트텍’과 맞대응할 수 있는 발열 기능성 이너웨어 ‘히트톤(Heaton)’의 경우 상하 세트를 1만 9800원에 판매한다.「 지오다노」의 베스트셀러 아이템인 남성 베이직 티셔츠 3종 세트의 경우 오렌지팩토리는「 쿨하스」 브랜드로 1000원 더 싼 가격에 판매한다. 여성복「 아라모드」로 공급하는 리얼 폭스 베스트 가격은 14만7000원으로 기성 여성복 브랜드들이 판매하는 평균 가격 대비 30~40% 수준에 불과하다.

    가격이 싸다고 퀄리티를 의심하지 말 것. 이곳에서 판매하는 아이템 면면을 살펴보면 소재 사용과 봉제 퀄리티가 A급 브랜드 수준을 상회한다. 또 한번 놀라운 것은 다양한 상품구성. 20개에 달하는 PB로 시즌별 3000개가 넘는 아이템을 생산 공급하기 때문에 매장 안에는 여성복, 남성복, 캐주얼, 골프웨어, 아동복, 패션잡화, 이너웨어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패션에 관한 모든 아이템이 구비돼 있다.

    「유니클로」「 지오다노」의 강점인 퀄리티가 담보된 베이직 스타일과「 자라」「 포에버21」이 추구하는 트렌디한 패스트 패션 스타일을 한 장소에서 모두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오렌지팩토리이다.




    「아라모드」 등 20개 PB로 풀 컬렉션을~

    이곳을 이끄는 전상용 사장은“ 대중의 소비자에게 브랜드 퀄리티 수준의 옷을 만들어 싸게 팔자는 생각만으로 이 일에 발을 디뎌 놓았다.「 유니클로」「 자라」「 포에버21」 등을 보면서 기본 아이디어를 얻었다. 오랫동안 쌓아온 유통 노하우를 토대로 생산의 개념을 접목해 가면서 오렌지팩토리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60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올해 전국 상권으로 매장을 확대해 72개까지 늘릴 계획이다”라며 담담하게 포부를 밝힌다.

    전사장은 패션과 유통을 체계적으로 공부하진 않았다. 그를 통해 그럴싸한 패션이론과 유통철학을 기대하기란 힘들다. 그렇지만 그에게는 20년 동안 패션 유통 현장에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온몸으로 부딪치며 쌓아온 탄탄한 내공이 축적돼 있다. 어떤 판매 부진 상품이라도 심지어 하자가 있는 상품일지라도 그의 손을 거치면 완판된다. 연간 8백만장의 옷을 뚝딱 팔아 치우는 그에게‘ 완판남’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무색하지 않을 것 같다.

    그는 유명 브랜드의 이월재고를 사서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판매하는 일을 시작으로 패션 유통업에 뛰어들었다. 돈을 벌자 경기 외곽 상권에 땅을 사서 이곳에 우진패션비즈(대표 전상용)의‘ 오렌지팩토리아울렛’을 오픈했다. 재고물량 상품이지만 제대로 된 쇼핑환경에서 고객에게 판매하고 싶은 마음에 돈이 모이면 또다시 땅을 사서 매장을 추가했다. 이렇게 해서 지금‘ 오렌지팩토리아울렛’은 본점인 신갈점을 비롯해 오산점, 양지점, 용인점 등 전국에 14개의 단독점과 롯데마트와 자루아울렛에 입점된 16개의 테넌트 매장 포함, 총 30개의 점포를 확보했다.


    100% 직영 체제로 전국 60개 매장 가동

    오렌지팩토리아울렛을 운영하면서 전사장은 패션기업에서 브랜드 사업을 정리할 경우 재고와 상표권까지 함께 매입해 현재 20개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이닌」「 아라모드」「 메르꼴레디」「 트래드클럽」「 모두스비벤디」「 콘도티」「 쿨하스」「 드레스투킬」「 에이든」「 조이골프」 등이 이 회사가 보유한 대표 브랜드들이다.

    처음에는 이들 브랜드로 오렌지팩토리아울렛에서 부족한 유명 브랜드의 이월재고 물량을 보충하는 것으로 생산을 시작했다. 그러다 생산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면서 PB 물량을 조금씩 늘려 나가는 가운데 글로벌 SPA들이 속속 한국시장에 상륙했다. 이들 SPA를 보면서 한국 실정에 맞는 패션유통 모델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전사장은‘ 오렌지팩토리’를 시작하게 된다.

    ‘오렌지팩토리아울렛’이 유명브랜드의 이월재고 물량을 구매해서 판매하는 오프프라이스(Off-Price) 업태라면 ‘오렌지팩토리’는 자체 PB 20개로 직접 상품을 만들어 직영 유통채널에서 판매하는 SPA(Speciali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개념이다. 전사장은 SPA의 개념이 정확하게 무엇인지도 모르고 시작했지만 그가 해온 패션유통사업의 자연스러운 연결 선상에서 SPA와 접점이 이뤄졌고 지금 전국에 60개의‘ 오렌지팩토리’ 매장을 가동하는 패션유통 큰손이 됐다.

    전사장은 “1985년부터 경기 외곽지역에서 ‘오렌지팩토리아울렛’을 직접 운영하면서 유통에 관한 노하우는 누구보다 자신한다. 유명 브랜드의 이월재고를 매입해 팔면서 패션유통업에 눈을 떴다.





    ‘오렌지팩토리아울렛’으로 패션유통 시작

    제조에 대한 경험은 전무했기 때문에 지난 5년 동안 수업료를 많이 냈다. 품질 좋은 상품을 직접 만들어 유통마진을 최소화해 옷의 거품을 빼고 대신 회전율로 승부해 이윤을 추구하자는 개념으로‘ 오렌지팩토리’를 시작하게 됐다. 박리다매에 관한 한 누구보다 풍부한 경험치를 갖고 있는 만큼 글로벌 SPA와 차별화된 SPA로 퍼플오션을 만들어 가겠다”며 그의 생각을 전했다.

    그렇다면‘ 오렌지팩토리’와 글로벌 SPA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직접 생산을 관장하며 100% 직영 유통체제라는 점은 동일하다. 그러나 글로벌 SPA는 옷을 만드는 제조의 개념을 토대로 직영 유통을 풀어 나간 제조형 SPA라면, 이 회사는 유통을 근간으로 제조의 개념이 가미된 유통형 SPA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픽앤믹스(pick&mix) MD구성이 우리의 강점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소비자는 패션 트렌드를 추종하는 대중의 소비자이다. 이
    때문에 트렌드에서 너무 앞서거나 뒤처지는 것을 경계한다. 글로벌 SPA에 맞서 가장 한국적인 SPA를 선보이도록 하겠다. 짧은 기간의 경험치이지만 결국 SPA란 유통과 소싱싸움인 것 같다. 우리가 강점으로 가진 전국 중요 유통망을 선점하면서 아직까지 약점인 소싱을 보완토록 하겠다. 좋은 상품을 싸게 공급하는 대원칙을 지켜 가기 위해 무엇보다 소싱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그가 갖고 있는 현시점의 최대 관심사를 전했다.


    픽앤믹스식 MD로 글로벌 SPA와 승부‘ 자신’

    오렌지팩토리는 소싱의 경쟁력을 키워 나가기 위해 원단 매입부터 심혈을 기울인다. 야드당 3000원짜리 퀄리티 높은 원단을 현금 직거래를 통해 1000원에 사는 것으로부터 판매단가를 낮추는 작업은 시작된다. 생산수량 역시 아이템당 최소 2만장 이상 발주를 기본으로 한다. 이를 통해 임가공비를 낮춰서 기본 원가구성비를 확 떨어트린다. 마크업 역시 최대 2.2배수를 넘지 않도록 조절해 대중의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패션을 즐길 수 있는 깜짝 놀랄 가격대를 제안한다.

    1주일 단위로 판매율 점검 후 판매부진 아이템은 추가로 할인율을 적용해 당해 시즌 상품에 대해서는 당시즌 소진을 원칙으로
    운영한다. 그래도 악성 재고가 생길 경우 이를‘ 오렌지팩토리아울렛’으로 넘겨 완전 소진할 때까지 판매한다. 이 같은 박리다매로 오렌지팩토리는 판가율 94%에 판매율 98%라는 놀라운 수치를 유지하면서 회사의 이익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 회사는 작년 60개 매장서 2000억원을 달성했고, 올해는 충청권, 강원권, 전라권 등에 12개 점포를 추가해 3000억원에 도전할 계획이다. 오는 2014년에는 100개 점포서 5000억원을 목표로 뛴다.




    오는 2014년 100개 직매장 5000억 도전

    서울시 구의구 광장동에 위치한 오렌지팩토리 매장에서 한 소비자를 만났다. 왜 글로벌 SPA가 아닌 이곳에서 쇼핑하는지를 묻자“ 퀄리티와 감도에 대해 민감하고 브랜드 충성도가 강한 한국인에게 가장 적합한 매장인 것 같다. 합리적인 가격과 다양한 상품구성으로 한 번 매장을 방문하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다 살 수 있어 좋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제 소비자들에게‘ 오렌지팩토리’는 단지 싼 것을 구매하는 장소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싸고 좋은 옷을 살 수 있는 곳’‘ 대중과 호흡하는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강남구에만 6개의 매장이 안테나숍 역할을 톡톡히 하고, 또 여기에‘ 뿌리깊은나무’를 비롯 중요 드라마의 자막광고가 크게 히트하면서‘ 오렌지팩토리’는 이제 대중의 소비자들 입에 거론되는 장소로 성장했다. 올해 국내 경기가 위축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오렌지팩토리’의 성장 가능성은 더욱 높다. 1997년 IMF사태, 2003년 카드대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등 경제 위기 때마다 이 회사는 알뜰 소비자들로부터 더욱 지지를 받아 왔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는 유럽발 재정위기 사태가 확산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극도로 위축된 시점이다. 경제가 좋지 않을수록
    오히려 상승세를 탔던 경험치를 놓고 봤을 때 이 회사의 성장 가능성은 담보돼 있다. 글로벌 SPA가 판을 치는 레드오션에서‘ 오렌지팩토리’라는 퍼플오션을 찾아낸 이 회사의 행보를 주목해 보자.



    **패션비즈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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