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y Now, Wear Now! 리얼타임 女心을 잡아라

    패션비즈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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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05.23조회수 4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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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누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두 얼굴을 가진 신. ‘지난 것’과 ‘새로운 시작’이라는 이중성을 말하는 뜻으로 쓰인다.
    본문에서는 최근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 변화로 인해 기존의 큰 시스템은 가져가되 출고시기에 변화를 주거나
    새로운 기획을 더하는 등 여성복의 변화 움직임을 의미한다.


    “가격 절감을 위해서는 선기획이 중요하죠.” “트렌드가 시시각각 변하는데 근접기획이 아니면 답이 없어요.” “이도 저도 할 수 없으니 S/S시즌은 그저 ‘잘’ 버티는 것만이 방법이에요.” “선기획 중요한 것 누가 모르나요? 말이 쉽지.” 브랜드 관계자들의 자신 없는 답변이다. 날로 똑똑해지는 소비자들을 이처럼 약한 모습으로는 결코 사로잡을 수 없다! 언제까지 글로벌 SPA와 수입 브랜드들에 치여 살 것인가. 변하는 계절? 지난 겨울 국내 브랜드들은 이미 해답을 찾았다.

    답은 바로 야누스*다. 4계절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와 소비자들을 겨냥한 ‘히트 & 런(HIT & RUN)’방식으로 나서야 할 때다. 브랜드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살리되 계절, 혹은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아이템에 차별화된 기획이 필요하다. 날로 길어지는 겨울, 타임리스가 돼 버린 아우터는 선기획을 내세워 가격과 퀄리티를 동시에 잡아 매출을 끌어올리고 나머지 계절에는 ‘런웨이’보다 빠르게 트렌드를 접목한 근접기획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는 것이 필수 과제로 떠올랐다.

    “신상품은 ‘눈’으로 느끼고 ‘지갑’은 당장 입을 옷에 연다”는 소비자들에게 더 이상 벌벌 떨지 말자. 국내 몇몇 브랜드들은 이미 상품 기획 변화를 통해 날개를 펼 준비를 마쳤다. 이번 S/S시즌 국내 발 빠른 여성복 브랜드들은 ▲강력한 무기인 아우터 생산을 위한 기획을 끝내놓고 ▲달라진 날씨에 맞춰 신상품 출고시기를 늦췄다. ▲소비자 니즈에 따른 상품 디스플레이도 유동적으로 변화시키고 ▲고객의 지루함을 덜어줄 ‘눈요기’ 신규 라인 등으로 ‘지금 사서 지금 입는다(Buy Now, Wear Now)’는 리얼타임 소비자 공략법도 준비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환경처럼 상품 기획 시스템도 이제 변화무쌍해질 때다.

    「오브제」「레니본」등은 길어진 우기에 맞춰 레인코트, 레인부츠 등을 내놓았고 「질바이질스튜어트」는 편안한 원마일 웨어 라운지 라인을 런칭하며 소비자를 매장 안으로 불러들일 준비를 마쳤다. 「시슬리」는 서울•도쿄•상하이 소비자들의 리얼리티와 리얼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해 글로벌 소비자를 향한 상품 기획에 주력한다. 변화와 혼돈의 시대에서 급부상한 야누스에 주목해 보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소비자. ‘리얼타임’ 고객들을 잡아라! 최근 여성복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을 살펴보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포착된다. 1•2월이면 봄 신상품 판매가 활기차게 이뤄져야 하지만 여전히 F/W시즌 느낌의 상품들이 강세를 보인다. 7~8월 한창 무더위가 계속되는 시기, 브랜드들은 브라운 컬러 일색의 가을 상품을 제안하지만 소비자들은 더 이상 신상품에만 열광하지 않는다. 지금 사서 지금 입는다(Buy Now, Wear Now)! ‘디자이너들은 한여름에 얇디얇은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 다니면서, 소비자들에게 가을 옷을 강요(?)하는 것’이제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이놈의 날씨도 문제다.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고, 봄가을 간절기가 짧아지며 ‘리얼타임’ 소비자들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 때문에 신상품 출고 등 수십 년간 쌓아온 여성복 브랜드들의 상품 공식(?)에 비상이 걸렸다. 이제는 출고 시점 등의 패러다임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 무언가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지만 여성복,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문제점은 알지만 “말이야 그렇지, 이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십수년간 고착화된 시스템을 어떻게 덜컥 바꾸느냐”고 볼멘소리다.

    해마다 선구매 고객이 감소하고 날씨는 예측불허인 변화와 혼돈의 시대. 이러한 상황에서 ‘야누스’가 급부상한다. 기존의 시스템에 새로운 무언가를 더하거나 약간의 변화를 준 ‘야누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레 겁먹고 소심하게(?) 굴다보면 소비자도 놓치고, 가격도 트렌드도 모두 놓치게 된다. 이러한 틈에서 재빠르게 ‘야누스’를 적용한 브랜드들이 새롭게 주목받는다.
    자신 있는 아이템은 선기획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트렌드 아이템은 그때그때 근접 기획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한다. 리얼 라이프를 추구하는 고객들이 많아지면서 상품은 물론 마케팅까지 차별화한 방법으로 소비자에게 접근하기도 한다.


    CRM 분석, 소비자 15일 이내 입을 옷 구입

    「모그」 등 발빠른 브랜드들은 CRM 분석을 거쳐 이미 짧게는 1주일에서 길게는 1개월까지 신상품의 출고를 미뤘다. 선기획이 앞서 있는 브랜드들은 미리 상품을 준비해 놓고, 날씨에 맞춰 출고일을 변경하는 작업도 진행한다. 4계절 구분이 모호해지며 시즌 기획보다는 월별 기획에 중점을 두고 탄력적으로 움직이는 브랜드들도 늘어났다. 혹은 다음 시즌 상품 출고를 조금 늦추고 그 사이 크루즈 컬렉션, 레인 상품 등 신규 상품군을 조심스럽게 테스트한다.

    4계절에 대한 의미가 없어진 만큼 월별 대표 아이템, 혹은 주단위로 상품을 기획하는 카세트 MD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더불어 날씨를 예측할 수 없다 보니 소재 두께를 기온에 완벽하게 맞출 수 없는 만큼 탈•부착 가능한 라이너 등을 옵션으로 준비한 상품들을 준비한다. 이런 사양을 제시할 수 없는 경우에는 리오더에 대비해 소재를 미리 준비하기도 한다.
    5년 전만 해도 1월 중순이 넘으면 다운 리오더가 진행되는 일이 전혀 없었지만 지난 겨울에는 1월 말에 다운 상품 리오더가 들어가고 2월 중순까지 판매가 이뤄지는 등 실제로 날씨와 소비자 구매 패턴에 따른 상품 기획&생산 일정이 변화를 보이기도 했다.

    LG패션(대표 구본걸)이 전개하는 여성 캐릭터 브랜드 「모그」는 CRM 분석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고객의 구매 시점과 실제 착용 시점의 차이가 15일 이내로 줄어들고 있음을 확인했다. 브랜드 관계자는 “이는 소비자들의 리얼타임 구매가 거의 대부분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이 때문에 S/S의 경우 트렌치코트나 데일리스러운 아우터류의 기획을 크게 강화했다”고 말했다.




    「구호」 등 1주일~1개월, 신상품 출고 미뤄

    더불어 「모그」는 3월 20일께까지 아침기온이 영하로 계속 지속되는 현상을 포착해 간절기 출고 시점을 기존의 1월 초에서 1월 중순께로 약 15일 늦췄다. 단 과도한 겨울 느낌의 두꺼운 소재를 쓰는 것이 아니라 그 시점과 T.P.O에 따른 착장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제일모직(대표 황백)의 「구호」는 오는 가을상품 출고일을 1~2차순 정도 미룬다. 보통 6월 3주차에 시작되는 가을 아이템을 4차순에 본격적으로 선보이며 대신 그 사이 가벼운 점퍼류 등의 특색 있는 아이템을 출시할 예정이다.

    원은경 「구호」 팀장은 “더불어 6월에는 여름휴가를 앞둔 고객들을 공략해 얇은 티셔츠, 팬츠 등의 핫서머 아이템을 선보인다”고 말했다. 「르베이지」도 봄과 가을이 짧아지면서 여름과 겨울의 물량을 늘리고 간절기 물량을 축소하는 등 시즌 물량 기획에 변화를 주고 있다. 상품 출고시기도 실제 출고시점의 날씨를 반영해 기획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을 신상품의 출고를 기존 6월 말에서 7월 말로 한 달 정도 늦추고 상품 구성을 리조트웨어와 핫서머 제품으로 기획해 상품의 적중률을 높일 계획이다.

    미샤(대표 신완철)의 캐릭터 브랜드 「미샤」는 같은 복종 안에서 출고시기를 달리한다. 예복 재킷의 경우 날씨와 상관없이 필요에 의해 구입하는 고객이 많은 만큼 선출고를 진행하지만, 데일리 재킷의 경우 적기 출고를 진행한다. 더불어 출고 후 인기상품에 대한 스폿 리오더를 강화한다.


    봄•가을 물량 축소, 여름•겨울에 주력

    SK네트웍스(대표 이창규)의 「오브제」는 지난 F/W시즌, 추위가 계속되며 봄 신상품이 나온 2월 초까지 겨울 상품의 디스플레이를 지속하기도 했다. 같은 맥락에서 봄 상품 출고 시기 역시 12월 중순에서 1월 초로 보름가량 늦췄다. 봄 신상품이라도 바로 구매하기 쉬운 이너나 보온성 있는 아우터류를 전개하는 등 날씨에 맞는 상품을 전개했다.

    「오즈세컨」의 경우 신상품 출고시기를 조정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사서 지금 입는’ 소비자들을 위해 옷의 소재감 등에 신경을 써서 상품을 출시한다. 1월에 출시한 봄 제품들은 컬러감에서는 봄이지만 두께감에서는 어느 정도 추위를 막아주는 아이템 식이다. 「쉬즈미스」 역시 짧은 판매시기를 고려해 간절기 상품의 출고시기를 늦추진 않았다. 다만 상품 기획단계부터 날씨 변화를 고려해 잇아이템을 만드는 데 신경 썼다. 예를 들어 간절기 아우터 상품에 라이너를 탈•부착하거나 이너 상품은 레이어드로 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 하나의 상품으로 이중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앤클라인」 관계자는 “이제는 한반도의 계절이 여름-겨울로만 구성되는 것 같다. 간절기 상품 판매가 어려운 만큼 시즌리스 아이템 등 대체 아이템 개발에 힘쓰고 있다”면서 “기상이변과 소비자 변화에 따라 리얼타임의 스피디한 공급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AK앤클라인」은 선출고보다는 그 시즌에 맞는 ‘팔 수 있는 상품’을 출고하는 데 집중한다. 브랜드 관계자는 “지난 겨울 패딩 리오더를 1월 말까지 진행, 2월까지 판매가 이어졌다. 2년 전까지는 생각지도 못하는 일이었다”면서 그만큼 출고 일정에 변화가 많음을 설명했다.


    선기획 물량 확보, 날씨 보고 출고 결정

    신세계인터내셔날(대표 김해성)이 선보이는 「보브」는 겨울 상품 판매율이 전년에 비해 15% 신장했지만 봄 상품은 7%나 판매율이 떨어졌다. 추위가 길어지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지컷」도 2010년에는 2월부터 봄 신상품들이 본격적으로 판매됐지만 올해는 3월로 넘어갔음에도 상황은 쉽게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브랜드들은 너나할 것 없이 봄 생산 금액을 축소하고 여름시즌에 주력하는 태세다. 아이올리(대표 최윤준)의 「에고이스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봄 상품을 예년보다 한 차순 늦게 출고하고 1월 아우터 물량을 계속 리오더하는 방향으로 봄 상품을 대체하고 있다. 대신 이너 위주의 신상품 출고를 늘려 매장에 새로운 느낌을 준다. 이 전략은 실제 매출로도 이어진다. 코디 상품으로 구성된 「에고이스트」로고 반팔 티셔츠, 화려한 패턴의 레깅스 등이 꾸준하게 판매되고 있는 것. 데코네티션의 「나인식스뉴욕」과 「ENC」관계자는 “변덕스러운 봄 날씨에 대응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3•4월에 꽃샘추위가 길어지고 있어 트렌치코트, 야상, 점퍼 등의 아우터가 판매율은 좋긴 하나 지루해할 고객들을 위한 상품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봄 상품 소재 선정이 가장 어려운 이유다.




    「보브」, 전년비 판매율 겨울 15%↑ 봄 7%↓

    예년만큼 소위 ‘대박’이라 불리는 상품도, 월별 특수도 줄었다. 간절기 아이템을 과감히 생략한 브랜드도 늘어났다. 5년 동안 셋업 착장에서 캐주얼한 스타일로 주요 상품군이 바뀌고 믹스앤드매치룩이 인기를 끈다. 정통 정장 판매는 떨어졌으나 예복특수인 2월을 간과할 수만도 없다. 예측하기 어려운 날씨, 변화된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만족시키기는 어렵기만 하다.

    대현(대표 신윤건)의 「주크」는 출고시기를 1~2주 늦추고 상황을 보며 전략적으로 매장 숍 매니저들이 상품 디스플레이를 유동적으로 교체한다. 기하경 「주크」상품기획•디자인 상무는 “니트 점퍼, 다이마루 점퍼, 분또 재킷은 인기가 시들어가고 있는 아이템이다. 지난해보다 수량, 금액 모두 10% 이상 줄었다. 외투 안에 입을 수 있는 카디건이나 생동감을 주는 티셔츠는 상대적으로 판매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맞춰 「주크」는 ‘티바이주크’ 라인을 기획해 상대적으로 매출 키우기가 어려운 S/S시즌 볼륨을 보강한다. 미샤의 신규 「커밍스텝」 관계자는 “기존 봄 간절기의 시즌 구성 개념이 사라져 월 기획을 통한 아이템 기획이 점점 중요해진다. 안감이나 퍼 등이 탈•부착된 상품들을 가장 선호한다”며 “단품성이 강한 캐주얼웨어, 레이어드 착용이 가능한 상품 개발이 중요해진다”고 전한다.


    「쿠아」 「르샵」 등 투웨이 아이템 주력

    상대적으로 단품류 비중이 높은 SPA형 영캐주얼 브랜드들도 디테처블, 투웨이 아이템에 한 표를 준다. 캠브리지코오롱(대표 백덕현)의 「쿠아」는 날씨 변화에 따라 전통적인 춘추상품 기획량을 축소했지만 2벌 효과를 줄 수 있는 상품, 겹쳐 입기가 가능한 옷, 기능성을 첨가한 스타일을 선보인다. 현우인터내셔날(대표 이종열)의 「르샵」은 베이직 웨어의 판매가 향상되고 있다. 날씨 영향도 있지만 ‘스타일링’을 원하는 변화된 소비자의 영향으로 멀티 코디가 가능한 기본적인 아이템 매출이 확대되고 있는 현상이 나타난다.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구매 패턴이 변함에 따라 새로운 기획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출고시기를 조금씩 늦추는 만큼 그 기간에 크루즈 컬렉션 등 새로운 상품 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특히 여성복에서는 ‘장사하기 힘들다’는 S/S시즌, 새로운 라인들로 큰 매출은 아니더라도 쏠쏠한 재미(?)를 맛본다는 평이다. 실제로 「마쥬」 「쟈딕&볼테르」 등 해외 컨템포러리 브랜드들은 5~6월께, 리조트 컬렉션을 하나의 상품군으로 선보이며 폭발적이진 않더라도 적정 수준 이상의 수요가 있음을 확인했다. LG패션(대표 구본걸)의 「질스튜어트」도 ‘햄튼라인’을 여름시즌 전략적으로 선보인다. 미국 뉴욕의 최고급 휴양지인 햄튼에서 따온 이름으로 남다른 스윔웨어를 원하는 고객층을 공략한다.





    신영실 기자 shin@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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