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쿨 패션 브랜드 속속 상륙
    슈프림 이어 팔라스 · 피어오브갓 · 키스…

    민은선
    |
    23.06.09조회수 12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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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력 구매층으로 부상한 MZ세대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 이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이 높아진 K컬처 시너지를 노리는 해외 브랜드들의 니즈가 결합돼 나오는 현상이다.


    코로나19 기간에 ‘오픈런’ 현상을 부추긴 명품 열기가 이후 ‘신명품’으로 명명된 컨템퍼러리로 옮겨가더니 이제 글로벌 스트리트 패션 쪽으로도 점화됐다. 스트리트 패션의 끝판왕 슈프림이 직진출을 결정해 오는 9월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인근에 플래그십스토어 오픈을 공식화했고, 최근 ‘제2의 슈프림’ 또는 ‘런던의 슈프림’으로 불리는 팔라스(Palace)가 한국 진출을 위한 시장조사를 오는 등 물밑 작업 중이라고 한다.

    세컨드 브랜드인 ‘에센셜’까지 MZ세대의 높은 지지를 얻고 있으며 지난해 가품 논란으로 화제가 된 피어오브갓은 한섬을 파트너로 이미 국내 도입됐고 요즘 스트리트 신(Scene)에서 핫한 브랜드 키스(KITH) 역시 내년 봄 한섬이 론칭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하 SI)과 삼성물산패션에 비해 한 발짝 늦게 수입 브랜드 도입을 확장 중인 한섬(대표 김민덕)은 요즘 아주 적극적인 모습이다.

    최근 몇 시즌 동안 자사의 럭셔리 패션 편집숍 무이에서 적극적으로 피어오브갓의 테스트 판매를 진행한 이후 자신감이 붙자 올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아시아 첫 단독 매장을 열었다. 지난 4월 중순 LA에서 개최된 피어오브갓 첫번째 컬렉션이자 10주년을 기념한 패션쇼장에는 박철규 해외패션부문 사장이 참석했다.

    피어오브갓 · 키스(KITH), 한섬 파트너로 진출

    키스 역시 한섬이 과감하게 점찍어 내년 S/S 시즌부터 전개한다는 후문이다. 이 브랜드는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인기를 얻고 있으며, 특히 레트로붐과 함께 루니툰 · 베르사체 · 코카콜라 · 타미힐피거 · 리바이스 등과 진행한 컬래버도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전 세계 플래그십 매장이 5개이며 런던에는 셀프리지백화점 내의 숍인숍밖에 없을 정도로 아직 매장 오픈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브랜드이다.

    이들 외에도 슈프림의 철학을 공유해 태어난 ‘슈프림 키즈’ 브랜드로 불리는 노아(NOAH)와 어웨이크NY(Awake NY) 등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런 브랜드들로 인해 슈프림은 ‘스트리트 패션계의 사관학교’라는 평을 듣는다. 특히 어웨이크는 슈프림 전성기 당시 디렉터로 일했던 안젤로 바크가 파운더로 있는 브랜드로, 뉴욕 영감의 캐주얼과 힙한 빈티지 스타일 감성이 공존한 브랜드다. 슈프림과 다르면서도 적극적인 컬래버레이션을 기획하는 능력은 슈프림과 닮았다.

    이런 스트리트 패션 도입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MZ세대들이 열광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이전 세대들과 문화, 소통방식, 패션테이스트는 물론 구매패턴 등 모든 라이프스타일 면에서 현격하게 다른 이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그동안 해온 브랜딩 방식만으로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슈프림 키즈’ 노아 · 어웨이크NY도 관심 고조

    베인앤컴퍼니의 럭셔리 리포트에 따르면 2030년까지 럭셔리 시장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성장 엔진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젊은 소비자들(Y세대, Z세대, 알파세대)이며, 이들이 명품 구매의 80%를 차지하는 최대 구매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진출하는 브랜드 입장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이 높아진 K-컬처로 인해 한국 시장에 대한 매력도가 높아진 것도 한 요인이다. 한국의 콘텐츠 영향력이 세계 시장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면서 글로벌 패션기업들이 아시아 공략을 위한 핵심 국가로 한국을 더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장 오픈에 소극적이던 이들의 리스트에서 한국이 자연스럽게 상위로 올라가게 됐다. 수요자와 공급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이들 스트리트 브랜드들의 공통된 특징은 기존 전통 강자들의 브랜딩 방식과는 A부터 Z까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분명한 브랜드 철학과 함께 △그것에 열광하는 강력한 팬덤 △패션이라는 단어로 가두기 어려운 문화 전반의 마케팅과 함께 △풀 컬렉션 보다는 ’드롭(Drop)’과 같은 압축된 생산방식 △럭셔리 브랜드 뺨치는(?) 희소가치의 소량생산과 안달마케팅 △상품구성의 경계를 두지 않는 아이템 전개 방식이나 △역시 경계를 넘나드는 컬레버레이션 확장 방식도 그렇다.

    위상 높아진 K-팝, K-컬처와 시너지 기대

    특히 브랜드 설립자들은 전통적인 패션 브랜드와는 달리 거의 패션 혹은 디자인 비전공자들이다. 슈프림 설립자인 제임스 제비아는 영국계 미국인으로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19세까지 영국에서 보냈다. 1989년에 뉴욕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한 데 이어 3년 뒤 스투시(Stussy) 뉴욕점 오픈을 도와주다가 스투시 고유의 스케이트 보드와 힙합 문화에 영향을 받아 1994년 뉴욕 맨해튼에서 스케이트보드와 티셔츠를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 시초다. 지금은 스트리트계의 스테디셀러가 된 스투시의 초기 역사에 제임스 제비아의 손끝도 스쳤던 셈.

    슈프림은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하던 스케이드보더들 특유의 자유분방함과 개성을 패션에 담으며 스케이트보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만들었다. 당시 스케이트보드 패션의 ‘꿈의 브랜드’인 스투시보다 더 주류 문화에 대해 냉소적이고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힙스터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유명해진 이후에도 슈프림은 희소성 전략으로 유명하며, 그만큼 골수 팬들이 많다. 오프화이트의 창립자이자 전직 DJ이며 루이비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한 故 버질 아블로도 “슈프림은 나의 루이비통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슈프림을 제외하고 나머지 브랜드들은 모두 2010년 이후 출발한 젊은 브랜드들이다. 팔라스 스케이트보드는 2010년 레프 탄주가 영국 런던에서 론칭한 스케이트 패션 브랜드로 보통 팔라스로 불린다. 영국에서 보드와 축구를 즐기던 20대 청년이 보드를 탈 때 입을 옷이 없다고 불평하면서 슈프림이나 스투시 같은 브랜드를 만들자며 만든 브랜드가 팔라스다. 지금은 제2의 슈프림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강렬한 로고와 독특한 디자인으로 많은 인기를 끄는 스트리트 브랜드로 전 세계에 탄탄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런던 슈프림’ 팔라스 스케이트보드 팬 탄탄

    슈프림이 미국 동부의 감성이라면 팔라스는 영국 런던의 축구 감성이 녹아있는 유니폼 스타일이 많다. 론칭 초기에는 스케이트보드 신(Scene) 등 일부 마니아들 사이에서만 알려졌지만 2014년 아디다스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며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이후 구찌, 리모와, C.P.컴퍼니, 뉴발란스, 반스 등 세계적인 브랜드들과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이며 글로벌 스트리트 패션의 대표주자로 올라섰다.

    피어오브갓의 제리 로렌조는 경영학 전공자로 프로야구 선수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 본인도 LA 다저스에서 일하는 등 야구와 관련이 많은 삶을 살았다. LA 다저스에서 일하며 의상에도 신경을 쓰던 제리는 의외로 본인이 원하는 아이템을 구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2011년 직접 패션 아이템을 제작하기로 한다.

    그러나 원하는 옷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공장을 돌아다니며 큰 손해만 보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난관 속에서도 제리 로렌조는 기성 브랜드들이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부분을 해결하려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다. 2012년 래퍼에게 초기 제품을 선보인 것을 계기로 당시 패션계에 눈독을 들이던 카니예 웨스트와 연결돼 그의 스타일리스트가 된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피어오브갓, 미국 스트리트 패션 상징으로

    론칭 이후 카니예 웨스트와 저스틴 비버 등 유명래퍼, 뮤지션들이 착용하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2013년 피어오브갓이 공식 론칭됐다. 피어오브갓 성공 이후 로렌조는 오프화이트의 버질 아블로, 카니예 웨스트, 사무엘 로스 등과 함께 미국 스트리트 패션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떠올랐다.

    피어오브갓은 저스틴 비버가 사랑하는 브랜드로 유명하며 그런지룩과 비대칭적인 디자인 실루엣을 고집한다. 가격은 900달러 이상으로 스트리트 패션 중에서는 하이엔드에 속한다. 브랜드명인 ‘Fear of God’은 미국 현지에서도 기독교적인 색채가 강한 이름으로 제리 로렌조 역시 독실한 크리스찬이다. 인터뷰를 통해 그는 브랜드명이 신에 대한 경외심을 담고 있으나 기독교 브랜드가 아님을 밝혔다.

    키스의 로니 피그도 마찬가지다. 그는 키스 매장을 오픈하기 훨씬 이전부터 뉴욕의 스니커즈 문화를 이끌었다. 12세 때인 1990년대 초반부터 삼촌이 소유한 당시 인기 절정의 뉴욕 스니커즈 편집매장 ‘David Z’에서 일을 시작했다. 피그는 20대 후반에 헤드 바이어가 됐으며, 28세 때인 2011년 자신의 매장인 키스를 오픈했다.

    키스 로니 피그, 10년간 리테일 현장 경험

    10여 년간의 스니커즈 리테일 현장 경험은 피그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는 매우 소중한 것이었다. 제이지나 디디 같은 최고의 셀러브리티 고객과 친분을 맺었을 뿐 아니라 스니커즈와 스트리트웨어 비즈니스 부문에서 인맥을 개발하고 지식을 쌓는 기회가 됐다.

    키스는 2010년에 리테일숍을 시작으로 성장해 현재는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 컬렉션으로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키스 자체 컬렉션 의류는 물론 인기 스트리트 브랜드들의 상품도 함께 판매한다. 현재 뉴욕 본사 외에도 맨해튼 브루클린, 뉴욕 소호, 마이애미, 로스앤젤레스 등에 매장이 있다.

    이 스트리트 패션 강자들의 지향점이나 전개 방식, 철학은 전통 패션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정판 출시와 극소량 컬렉션 생산, 적은 매장 전개와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등 대체로 스투시와 슈프림스러운 방식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마케팅도 잘 하지 않으며, 심지어 매장 내의 심드렁한 접객 방식까지 슈프림스러운 방식에서 기인한다.

    드롭 방식, 극소량 생산 등 전통 강자들과 달라

    슈프림의 극소량 생산은 일명 드롭(Drop) 시스템 방식이다. 이로 인해 매주 목요일 맨해튼 슈프림은 매장을 둘러싼 긴 행렬이 이어져 진풍경을 연출한다. 슈프림 제품은 국가별 시즌별 동일한 아이템이 특정 요일과 특정 시각에 동시 발매된다. 이런 문화는 독특한 ‘글로벌 슈프림 커뮤니티와 컬처’를 만들어 냈고 소속 멤버들은 다음 드롭에 대한 정보를 수시로 공유한다.

    대부분의 아이템이 발매와 동시에 매진되거나 며칠 안에 매진되며, 특히 모자 · 후드 · 티셔츠 등은 남아나는 일이 없다. 이 때문에 발매가가 150달러(약 18만원)인 기본 박스 로고티나 후드 제품의 리세일 거래가가 150만원까지 뛰기도 한다. 이로인해 슈프림과 피어오브갓 등은 국내에서도 네이버의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 등 리세일 사이트의 단골 아이템으로 올라 있다. 이런 리세일의 격한(?) 인기와 가격상승은 순수한 슈프림 팬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한다.

    피어오브갓 역시 일반적으로 S/S와 F/W 등 정기적으로 컬렉션을 발표하는 타 브랜드들과 달리 비정기적으로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인다. 컬렉션 이름은 1st, 2nd, 3rd 등과 같은 방식으로 숫자를 붙인다. 5th까지는 미국 스트리트 문화의 영향을 깊이 받은 빈티지한 의류를 판매했으나 7th부터는 에르메네질도 제냐와 컬래버하며 기존의 스트리트 패션보다 고급스럽고 미니멀한 컬렉션으로 구성했다.



    브랜드 희소성으로 한정판 플랫폼 인기 상위

    코트와 슈트 같은 테일러드한 아이템이 중심이 되며 브랜드의 색채를 완전히 바꿨다. 한정판 전략으로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중고가는 판매가보다 높게 책정됐고, 이후 브랜드의 희소성을 더 높이며 성공했다.

    글로벌 사업을 적극적으로 키우지 않는 것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슈프림은 현재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모두 6개국에만 진출해 있고, 공식 매장 역시 14개만을 운영 중이다. 오는 9월에 오픈을 앞둔 한국이 슈프림의 글로벌 7번째 진출국이자 15번째 플래그십 매장이 될 전망이다. 모두가 눈독을 들이는 중국 시장 진출도 편집숍 도버스트리트 마켓을 통해서만 전개할 예정이라 한다.

    독특한 문화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의 브랜딩 방식은 패션이라기보다는 마니아 중심의 좁고 깊은 정책이 대부분이다. 지금은 많은 하이앤드 브랜드들로부터 컬래버하자는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샤넬 등 럭셔리 브랜드를 마치 조롱하는 듯한 로고 플레이와 고소 · 고발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반항의식은 팬들의 열광을 더 부추겼다.

    루이비통에서 벽돌까지 제한 없는 컬래버

    브랜드의 확장 방식은 제한 없는 컬래버레이션이다. 슈프림과 루이비통, 키스와 BMW, 구찌×팔라스에서부터 코카콜라, 루니툰, 심슨가족은 물론 슈프림의 경우 오레오쿠키, 바이크, 야전삽, 해머도 발매했다. 30달러에 발매된 슈프림 벽돌은 발매 후 순식간에 품절됐고 이후 2000달러에까지 리세일되기도.

    슈프림은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지향하는 브랜드인 만큼 각종 스케이트보드 관련 장비도 판매하며, 뉴욕 매장에는 문턱이 없어 보드를 탄 채로 들어올 수 있게 해 두는 등 여전히 보더들의 천국 브랜드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초기 스케이트보더들을 판매사원으로 채용하면서 놀이와 판매, 판매자와 고객과의 경계를 없애는 방식을 지향하다 보니 친절함이 없는 매장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런 슈프림식 접객 방식도 화제를 몰고 다녔지만 VF코퍼레이션에서 인수한 이후 이런 방식은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초기 정신을 꾸준히 지켜가는 이들의 브랜드 철학이나 음악, 스포츠, 아트와 결합되는 문화로 패션의 영역을 확장하는 방식, 자신의 컬러를 지키면서도 영역을 넘나드는 컬래버레이션, 아티스트들과의 교류, 팬과 하나되는 마케팅 방식 등은 MZ세대들의 마음을 사기에 충분하다. 세대를 뛰어넘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들을 보면서 ‘패션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한번 던지게 된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3년 6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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