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소미 l 디엘컴퍼니 대표
현대 & 미래 패션에서 모피의 역할Ⅱ

패션비즈 취재팀 (fashionbiz_report@fashionbiz.co.kr)|22.09.13 ∙ 조회수 3,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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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소미 l 디엘컴퍼니 대표<br> 현대 & 미래 패션에서 모피의 역할Ⅱ 3-Image



보온으로 생명을 지키거나 부를 상징하기 위한 모피 시대는 이미 오래전 지나갔다. 패션에 있어서도 4차 산업혁명, 도덕적, 지속가능성 등 각종 윤리적 잣대와 법적 지적에 의해 점점 사라져가는 모피가 역사와 과학적 역할 이외에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인류의 현대 & 미래를 위해 모피의 마지막 역할은 ‘패션 디자인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고대(이집트, 메소포타미아, 헤브라이, 에트루리아, 로마, 크레타, 그리스), 중세(비잔틴,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근세(바로크, 로코코, 프랑스혁명시대, 낭만주의), 19~20세기를 지나 현대 패션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문명은 복식사와 함께했다.

특히 인류문명의 황금기인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에는 현재까지 살아 숨 쉬는 듯한 아름다운 사람들과 그들이 입은 모피 착용이 주를 이룬다. 또한 문명의 발전은 중세 시대 고딕 문화와 함께 직물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으며, 이때에 모피 손질법과 의류 생산방법이 현재의 겨울옷 모양을 갖추었다.

그보다 더 이전에 고대 이집트 문명에서 농사만 짓던 서민 계층이 에트루리아와 로마 문명으로 오면서 봉제기술의 발달로 디자인을 해 입은 것이 패션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고대 문명에서 최상위 층을 위한 소재에는 모피가 주를 이뤘다.

모피를 위한 두꺼운 소재의 옷 봉제와 디자인 구현이 현대 패션의 모태이며 현재까지도 그 디자인을 응용한 컬렉션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헨리 8세의 아내 캐서린 파르를 비롯한 당시의 많은 왕족 여성의 초상화엔 두꺼운 모피 소매를 단 드레스와 모피가 믹스 & 매치돼 봉제된 케이프와 코트를 입고 있다.

시대를 훌쩍 넘어 1920~1930년대에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생 사이에는 너구리(RACCOON) 코트가 널리 유행했다. 이때 유행한 너구리 코트는 거의 발목까지 내려오는 전신 코트로 1925년 유럽의 펜디 모피를 시작으로 100년 후 오늘날까지 남녀가 입는 코트의 패턴과 동일하다. 당시 가격이 비싸고 매우 무거운 옷이었으나 체격이 큰 미국인의 전신을 감싸며 아이비리그의 백인 신흥 지식인의 가장 확실한 주류 신분 상징의 보증수표로 부상했다.

모피를 입던 추운 계절의 흔적은 서양 예술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모피를 입은 소빙하기의 패션과 문화는 셰익스피어의 1605년 작품 ‘리어왕’에 영감을 줬고 1843년 출간된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 역시 추워서 움츠리며 두꺼운 옷을 덮고 다니던 당시의 암울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모피가 패션 디자인에 기여한 증거는 서양 복식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은 물론 고조선을 기점으로 우리 역사 곳곳에도 남아 있다. 이는 고조선이 중국과 교류하는 근거가 됐는데, 모피는 교역을 이어주는 세계사의 커다란 축이었다. 고조선은 모피의 공급을 통제하고 조정하며 중원의 여러 나라와 겨루었다. 모피는 고조선의 역사를 세계 문명사적 보편성에서 해석할 수 있는 고리다.

화려한 모피로 세상을 호령하던 전통은 고조선 이후 우리 역사에서 계속 이어져 왔고 2010년에는 6·25전쟁 와중에 분실됐던 명성황후의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 표범 모피 카펫이 미국으로 반출됐다는 설이 제기됐다. 물론 후에는 이것이 대한제국 이후 황실의 것이라 정정했으나 시기가 다를 뿐 우리의 왕실에서 꾸준히 모피 패션을 사용했다는 것 자체로 중요한 물건이다.

인류는 동물과 달리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고, 섞이고, 성장을 응원하고, 소멸을 안타까워하는 지적능력을 지니고 있다. 모피와 인류의 긴 여정을 보니 현대 패션디자인에서 모피가 저평가되고 하향산업의 구분되는 것은 사실이다. 모피의 성장을 즐긴 인류가 모피의 소멸을 맞이하는 지금 패션 지식인들이 모피 본연의 역할, 의미, 역사 등을 공부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미래의 패션에 활용할 수 있게 모피의 가치를 학문적으로 분석해 남겨야 한다.



■ PROFILE
학력
- (현) 동덕여자대학교 패션전문대학원 박사과정재학
-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석사
- 동덕여자대학교 패션디자인학사

경력
- (현) 디애소미 모피 수석 디자이너
- (현) (사)아시아 시니어모델협회 이사
- (현) 청운대학교패션디자인학과 겸임교수
- (현) 항주백부리복식유한공사 수석디자이너
- 2016년 ‘디애소미’ 론칭 •2015년 디엘 컴퍼니 설립
- 2009~2015년 한 · 중 모피디자이너로 활동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2년 9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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