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진원 · 하성철 · 조아라
1823 홀린, 실력파 디자이너들!
Z세대들의 마음을 취향저격한 ‘큐리티’ ‘척’ ‘노피셜노피스’의 디렉터들을 만나봤다. 그들은 Y2K를 사회적 현상이나 문화, 그래픽, 심볼 등 다양하게 영감을 받아 재해석했다.
체인이 달린 체크 스커트, 통굽, 크롭티, 벨벳 트레이닝복 등 'Y2K 하이틴 룩'이 Z세대에서 정점을 찍고 있다. 지난해 제니 · 조이 · 전소미 등 연예인부터 인스타그램 셀럽까지 Y2K 패션, 특히 과거 미국 하이틴 룩을 활발히 착용하면서 지금은 일상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착장이 됐다.
연예인과 셀럽이 트렌드에 불을 지폈지만 넷플릭스와 왓챠 등 OTT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과거 영화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된 것도 한몫했다. 그중 가장 화제를 모았던 영화는 1996년에 개봉한 ‘클루리스’였다. 이 영화에 등장한 여주인공 ‘세어’의 착장이 27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가 된 것. 현재 Z세대가 갓 태어났거나 태어나기 전에 개봉했던 영화의 의상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촌스럽지 않고 이쁘다’라며 입소문을 탔다.
이러한 룩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그 시대의 아카이브를 의상으로 재구성한 브랜드가 높은 인기와 매출을 올리고 있다. 과거 아카이브를 재해석해 브랜드에 잘 녹여내면서 Z세대 소비자에게 인기를 얻는 디자이너들을 만나봤다. ‘큐리티’ ‘척’ ‘노피셜노피스’, 이들 세 브랜드는 SNS에 Y2K 하이틴 룩을 검색하면 가장 많이 노출되며 1990년대 감성을 그들의 무드에 맞게 패션에 녹아들게 해 탄탄한 팬덤을 구성했다.
큐리티 감성의 하이틴 룩으로 매출 60% 신장
스페이스스테이션(대표 우진원)의 큐리티는 2017년 론칭한 브랜드로 전형적인 미의 기준을 거부하고 다양성을 표현하는 브랜드다. 확실한 브랜드 색깔을 보여주는 Y2K 패션 아이템으로 SNS에서 화제를 모았다. 트렌드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아우르는 의상으로 소비자 니즈를 정확히 맞춘 것. 2020년 대비 매출은 60% 신장했고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큐리티를 이끌고 있는 우진원 스페이스스테이션의 대표는 특유의 디자인 감각으로 국내외 두터운 팬덤을 보유한 디자이너다.
‘로켓런치’와 여성스러운 무드의 ‘어몽’ 그리고 큐리티는 좀 더 브랜드만의 색깔이 강력한 브랜드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했다. 큐리티는 처음 론칭 제안으로 시작된 브랜드였다. 우 대표는 “현재도 우호적인 사업 파트너사가 먼저 제안한 브랜드였다. 좀 더 영하고 캐릭터성이 강한 브랜드를 원했고, 그때 큐리티라는 브랜드가 탄생하게 됐다. 한두 시즌 같이 진행을 하다가 내부적인 사정으로 바잉이 중단됐지만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 높았다.
이후 정체성을 살려서 브랜딩을 다시 시작했고 내가 하고 싶은 것, 또 큐리티팀이 원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색깔의 브랜드로 재탄생했다”라고 말했다. 2000년대 감성의 아이템이 쏟아져 나오는 현재에도 독보적인 콘셉트로 인기를 얻고 있는데 현재의 이미지가 갖춰진 시점은 2019년이었다. 그는 “어떻게 보면 디자인이나 콘셉트가 과하다 느낄 수 있고 당시에는 대중이 원하는 니즈의 트렌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런 무드의 브랜드가 거의 없었고 점차 시즌이 지나면서 큐리티에 대한 팬덤이 형성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오렌지족, X세대 등 문화를 큐리티 룩으로
특히 큐리티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아이템이나 디테일에서 영감을 얻는 것을 넘어서 그 시대 사회적 현상이나 문화를 그들의 무드로 완벽하게 녹여내고 있다. 화제를 모았던 2020 S/S가 대표적이다.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좋거든요’라는 1994년 MBC 뉴스데스크 인터뷰 영상에서 영감을 받아 컬렉션을 풀었다. 그 시대 X세대와 오렌지족의 당당하고 개성 넘치는 패션문화를 큐리티 룩으로 표현한 것.
그는 “1990년대나 2000년대 아카이브를 리서치하고 해석하는 능력도 필요하지만 그 안의 우리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가지를 쳐 나가 독보적인 무드를 완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디자인 자체는 큐리티만의 스타일이고 아이덴티티가 담겨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러프하고 독창적인 영상도 이 브랜드의 무드를 물씬 느낄 수 있다.
우 대표는 “시즌 영상들도 러프하게 작업하고 있고 오히려 이런 무드가 브랜드와 더 잘 맞는다고 느꼈다. 실제로 제가 신혼여행 때 사 온 디지털 캠코더로 자연스럽고 재밌게 촬영하고 있다. 이렇게 매 시즌 새로운 이미지와 시도를 많이 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각각의 아이템이 개성적이지만 룩으로 만들어냈을 때 존재감이 커지는 만큼 헤어, 액세서리, 신발까지 아이덴티티를 담아내 디렉팅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유니크한 핸드폰 케이스부터 그래픽 니트까지
척코리아(대표 하성철)의 ‘척(CHUCK)’은 2014년도에 론칭한 캐주얼 스트리트 브랜드다. 이 브랜드를 론칭한 하성철 대표는 “친구가 돼 줄 수 있는 브랜드’라는 모토로 시작했고 의류와 제품을 사용하면서 즐거움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 론칭했다”라며 “내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만들었다. 이후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척 제품을 찾아 주고 구매해 주셨다. 나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디자인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척이라는 브랜드 네이밍도 학창 시절 사용했던 영어 이름으로 정해 내가 그 ‘친구’가 돼 주자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척은 처음에는 미니멀하지만 감각적인 그래픽 핸드폰 케이스로 그 시작을 알렸다. “2014년에 커스터마이징 케이스가 인기를 끌었고 귀여운 캐릭터나 패턴 케이스가 매우 많았다. 하지만 현재 척 케이스처럼 심플하고 그래픽 요소가 들어간 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내가 갖고 싶은 케이스를 디자인한 것이 브랜드의 시작이었다.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렸는데 판매 요청이 많이 들어왔다. 판매 의도를 갖고 올렸던 건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브랜드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하 대표는 이후 케이스에 사용했던 패턴이나 로고를 사용해 가방이나 모자를 출시하게 됐고 2016년에 본격적으로 의류를 시작했다. 척은 동물과 자연 등 유니크한 그래픽 니트가 셀럽과 소비자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히트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했다. 심플한 디자인 안에서도 큐트한 무드가 Z세대의 취향을 저격한 것.
농심, 폴더 등 Z세대 사로잡는 컬래버
그는 “디자인을 할 때 장르와 상관없이 다양한 것을 보고 경험해 의상에 녹여내고 있다. 새로운 감각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고 사람·사물·풍경·공간, 심지어 드라마나 영화에서 배우의 감정선까지 흡수하려고 하고 있다. 특히 여행에서 문화를 경험하고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마운틴 그래픽 니트와 점퍼는 실제 여러 차례 리오더가 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실제 하 대표가 스위스에서 배경 사진을 찍은 후 그래픽으로 만든 의류라고.
또한 1823세대를 사로잡는 시그니처 베어 캐릭터를 활용해 다양한 컬래버레이션도 눈길을 끌었다. 식품 전문기업인 ‘농심’과의 컬래버레이션은 맨투맨, 그립톡, 이어폰 케이스, 머그컵 등 다양한 상품을 출시했다. Z세대의 마음을 움직인 하 대표는 2021 F/W 시즌 기점으로 스커트, 크롭 카디건 등 여성 상품군을 확대한 후 매출이 2배 가까이 상승했다. 특히 Y2K 트렌드를 과감하게 표현하기보다 척의 기존 무드를 바탕으로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제작한 것.
그는 “디자인할 때 노출이 심하거나 디테일이 과감하게 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척의 소비자층이 Z세대인 만큼 귀여움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 누구나 쉽게 입고 데일리하게 입을 수 있도록 디자인했고 여러 번 입었을 때 디테일 포인트를 찾아가는 즐거움이 있도록 노력했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척을 좋아하는 Z세대 친구들이 가장 혼란스럽고 선택의 기로에 마주한 세대라고 생각한다. 우리 브랜드가 한결같은, 친구 같은 브랜드로 오래 각인될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디자이너가 추구하는 재미와 비주얼을
노피셜노피스(대표 조아라)의 ‘노피셜노피스’는 2016년에 론칭한 디자이너 브랜드로 의류뿐만 아니라 케이스 · 머리끈 등 작은 액세서리까지 조아라 대표의 특별한 감성이 묻어나 있다. 특히 시즌별로 의상을 전개하기보다 챕터별로 구성해 디자이너가 추구하는 비주얼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큰 포인트다. 브랜드 총괄 디렉터인 조아라 대표는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만들자는 목표로 선보인 브랜드였다.
그녀는 “2016년에 론칭한 브랜드이긴 하지만 처음에는 상업적인 판매를 하지 않았다. 재미있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만들고 싶었다. 또 ‘디자인 아카이브를 쌓아 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브랜드 이름 또한 ‘노 오피셜 노 오피스(NO OFFICIAL NO OFFICE)’를 함축한 것처럼 비상업적 비공식 조직으로 문을 열었다. 조 대표는 “작업을 계속 진행하다 보니 내가 만든 디자인의 아이템으로 소비자와 소통하고 싶었고 2017년부터 적은 가짓수지만 조금씩 지금의 브랜드 모습을 갖춰 나갔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챕터를 발표할 때마다 하트와 튤립 등 매개체를 바탕으로 제작한다. 볼레로를 레이어드 한 티셔츠와 패턴 스커트 등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녀는 “디자인을 구상할 때도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제일 먼저 생각한다. 또 챕터마다 브랜드만의 큰 틀은 유지하되 개체나 디테일 하나를 중심으로 마인드맵처럼 떠오르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Y2K 무드에 귀여움 한 스푼, 여심 겨냥
조 대표는 하트 테러리스트와 포켓걸 등 F/W, S/S 등 주제를 갖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풀어내 인기를 끌었다. 특히 각각의 주제는 그녀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영감을 얻어 풀어냈기 때문에 유니크한 디자인 안에서도 과거 추억을 느끼거나 익숙한 느낌이 드는 것이 그 이유다.
조 대표는 “2021 F/W 하트 테러리스트는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에서 우연히 모티브를 얻은 챕터다. 라이브 방송에서 시청자들이 하트를 눌러 화면에 가득한 하트를 보고 착안했다. 그래서 챕터 이름도 ‘하트테러리스트’로 디자인을 풀어냈다”라며 “2022 S/S는 어렸을 때 갖고 놀았던 ‘폴리 포켓’ 장난감 이미지에서 뽑아서 3D그래픽 작업도 진행했다. 2000년대 무드가 느껴지는 것도 이렇게 과거 아이템에서 얻어 풀어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특히 과거 아카이브를 활용한 아이템이 Z세대의 인기를 얻는 이유에 대해서 ‘정제된 귀여움’을 뽑았다. 그녀는 “세거나 강한 느낌으로 디자인을 푸는 경우가 많지만 Y2K 무드에 귀여움 한 스푼을 꼭 넣으려고 한다. 누구나 귀여운 것을 보면 소유하고 싶고 또 그런 욕구가 있다. 어른도 입을 수 있는 정제된 귀여움을 필두로 제작하려고 노력하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 브랜드만의 특색을 많이 사랑해 주신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2년 4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패션비즈는 매월 패션비즈니스 현장의 다양한 리서치 정보를 제공해 드립니다.
■ 패션비즈 정기구독 Mobile버전 보기
■ 패션비즈 정기구독 PC버전 보기
- 기사 댓글 (0)
- 커뮤니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