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아티스트·디자이너… 버질 아블로, 41세로 타계

    정해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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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11.30조회수 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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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이비통’ 남성복의 아티스틱 다이렉터이자 ‘오프화이트’의 창립자인 버질 아블로(Virgil Abloh)가 28일 희귀암인 심장혈관육종으로 사망했다. 지난 2019년 암진단을 받은 뒤 공개하지 않고 사적으로 치료를 받아왔던 것으로 전해지며 사망 소식은 가족들에 의해 그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려졌다.

    투병 중에서도 활동이 왕성했던 아블로는 지난 7월에는 자신의 브랜드인 ‘오프화이트’의 지분 60%를 LVMH에 매각하는 한편 LVMH의 75개 브랜드를 오가며 일하는 독특한 LVMH의 임원 포지션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가장 파워풀한 흑인 디자이너로서 앞날이 촉망되던 아블로의 사망에 패션 업계는 물론 그와 가까웠던 셀러브리티들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LVMH의 체어맨이자 CEO인 버나드 아르노(Bernard Arnaut)는 그의 타계를 알리는 LVMH 보도자료를 통해 아블로를 ‘천재적인 디자이너이며 선지자적인 인물’이라고 불렀다. 뉴욕타임스는 ‘그에게 옷은 가먼트가 아니라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대체 가능한 상징이었으며 그의 패션은 미술과 음악, 정치, 철학을 결합한 것이었다’라고 그의 패션에 대해 평가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나 이민 2세로 태어난 아블로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토목공학과 건축학을 공부했으며 DJ로 활동하다가 2000년대 초반부터 뮤지션인 칸예 웨스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다. 앨범 커버 디자인은 물론 웨스트의 다양한 컬래버레이션과 패션 라인 운영 등 웨스트와 관련된 창의적인 부문에는 아블로가 참여했다.

    그 후 2012년 ‘파이렉스비전(Pyrex Vision)’을 론칭했으며 이는 2013년 ‘오프화이트’로 진전돼 2015년부터는 파리패션위크에서 컬렉션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오프화이트’는 즉각적으로 인기를 얻었는데 가장 서치가 많은 브랜드 리스트에 오를 만큼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쿨한 스트리트 웨어로 떠올랐다.

    젊은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고심하던 LVMH는 2018년 아블로를 ‘루이비통’ 남성복의 아티스틱 디렉터로 임명했는데 이는 LVMH 최초의 흑인 헤드 디자이너의 탄생이었고 백인 위주의 유럽 럭셔리 산업에서 다양성을 들여오는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 특히 LVMH는 ‘오프화이트’의 주요 지분을 인수하고 아블로와 파트너십을 더욱 확장하는 등 그에 대한 애정과 기대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아블로는 럭셔리에 스트리트 웨어를 결합하는데 기여했다. 특히 가장 고가의 스트리트웨어 브랜드를 사고자 하는 고객들인 하입비스트(hypebeast)에게 어필했다. ‘오프화이트’ 특유의 짚타이(zip tie)가 달린 스니커즈, 따옴표를 사용한 인용 단어 및 구절 등은 그의 디자인을 아이코닉 하게 만들었고 광범위한 팬 베이스를 만들었다.

    또 아블로가 운영한 광범위한 컬래버레이션은 패션 디자이너에 대한 생각을 재정의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나이키’ ‘이케아(IKEA)’ ‘에비앙(Evian)’에서 벤츠 등 패션과 가구를 넘어 음료와 자동차 등에 이르는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아블로는 대중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스스로를 ‘디자이너’ 가 아닌 ‘메이커’로 포지셔닝 했다.

    패션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중 하나인 버질 아블로는 가장 인기 있는 스트리트 웨어와 럭셔리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오프화이트’와 ‘루이비통’을 통해 21세기 패션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으며 패션계는 그의 빈자리가 클 것으로 보인다. 아블로의 유족으로는 아내와 두 명의 자녀가 있다. [정리 패션비즈=홍영석 기자]

    <故 버질 아블로 프로필>
    _ 1980년 미국 일리노이주 생
    _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 토목공학 학사
    _ 일리노이 공대(Illinois Institute of Technology) 건축학 석사
    _ 2000년대 초 DJ 활동 및 칸예 웨스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_ 2012년 ‘파이렉스비전’ 론칭
    _ 2013년 ‘오프화이트’ 론칭
    _ 2018년 ‘루이비통’ 남성복의 아티스틱 디렉터로 임명
    _ 2019년 시카고 컨템퍼러리 박물관에서 작품 전시
    _ 2020년 흑인 학생의 패션 공부를 장려하기 위한 포스트모던 장학금 펀드 120억원($1m) 출자





    <사진_ 버질 아블로의 컬래버레이션 이미지컷들과 그의 사망을 알리는 인스타그램 / 출처_ @virgilabl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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