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LF~ JC패밀리, 사내벤처팀 성과는?

    안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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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05.10조회수 14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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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기업들의 사내벤처 출범이 유행처럼 번지더니 이제 그 결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지난 3~4년전부터 패션 대기업을 중심으로 사내벤처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으며, 젊은 인재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키워왔다.

    대부분 MZ세대를 잡기 위해, 혹은 온라인 기반의 뉴 비즈니스를 펼치겠다는 공통적인 목적을 갖고 출발했다는 특징을 보인다. 오프라인 중심으로 사고하는 기성세대들과 다르게 디지털과 연계된 비즈니스를 구상하는 젊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해서는 필요한 작업이라 본 것이다.

    그러나 단기간 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곳이 사실상 많은 편이며, 사내벤처라는 포장 뿐이지 기존 사업부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해 흡수돼 버리는 등 대다수 기업들이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LF, 별도법인 시티닷츠 성공여부에 관심 증폭

    이같은 상황 속에서 LF(각자대표 오규식, 김상균)는 최근 사내벤처 프로젝트로 탄생한 스트리트 캐주얼 ‘던스트’를 별도법인 씨티닷츠(대표 유재혁)로 분리하기에 이르렀다. 2019년 사내벤처로 인큐베이팅한 브랜드를 독립법인으로 분리해 스타트업처럼 운영하겠다는 취지다.

    씨티닷츠는 과장급 이하 직원들이 주축이 돼 기획, 생산, 영업, 마케팅 등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면서 빠른 의사결정, 규정에 얽매이지 않는 혁신적인 방식으로 돌아가는 회사를 지향한다. 던스트 외에도 차별화된 포지션의 남성복, 여성복 브랜드들을 추가로 론칭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유통망을 공격적으로 확장해 K-패션을 대표하는 브랜드 하우스로 발돋움한다는 것이 목표다.

    오규식 부회장은 “능력과 열정이 있는 직원이라면 누구나 CEO가 될 수 기반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LF는 도전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구성원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육성해 제2의, 제3의 던스트를 탄생시키겠다”고 말했다. 씨티닷츠가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앞으로 패션기업들의 사내벤처 투자와 육성은 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LF의 첫 사내벤처 프로젝트 브랜드 던스트.




    코오롱FnC, 아카이브앱크 이을 젊은 DNA 찾는다

    비교적 빠르게 사내벤처를 운영했던 코오롱FnC부문(대표 유석진)은 ‘아카이브앱크’의 성공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슈콤마보니 사업부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이 브랜드는 양가죽을 중심으로 한 백 & 슈즈 브랜드로서 차별화된 감성을 제안한다. 품질대비 합리적인 가격대도 성장의 한 몫을 톡톡히 했다.

    아카이브앱크는 온라인 브랜드로 론칭했지만 서울 성수동에 쇼룸 겸 오프라인 직영매장을 열어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등 과감하게 투자, 브랜딩하는 중이다. 사내벤처 개념의 또다른 브랜드인 이사칠과 하이드아웃도 코오롱몰 내 상위 랭킹 브랜드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코오롱FnC는 앞으로도 기존 사업부에서는 소화하지 못하지만, 사업성을 가진 아이디어가 있다면 사내벤처 프로젝트를 활용해 키워볼 요량이다. 이 회사는 앞서 인플루언서 브랜드에 투자하거나 SNS 브랜드에도 관심을 갖는 등 인큐베이팅할 만한 브랜드를 발굴하는 데도 관심이 높아 보였지만 현재는 자체적인 인프라를 활용해 투자가치가 있는 브랜드에 좀 더 집중하는 모양새다.

    *코오롱FnC의 성공적인 사내벤처 브랜드 아카이브앱크.




    이랜드, 대리급 소수정예 TF팀 곳곳에서 활약

    젊은 인재 발굴과 육성에 적극적인 이랜드의 경우도 사내벤처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대리급 이사, 소수정예 사업부를 꾸려 운영하다 보니 '해쳐모여' 또한 스피드한 편이다. 이랜드월드는 스파오의 자체 캐릭터 개발을 뉴콘텐츠팀을 통해 수혈 받았다. 치키니 등 MZ세대의 공감을 살만한 콘텐츠로 치고 빠지는 마케팅 활동이 눈에 띈다.

    이랜드리테일의 키즈 커뮤니티몰인 키디키디 또한 사내벤치팀 개념에서 시작된 사업이다. 현재는 수익성이 높아 정식 사업부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밀레니얼 세대 엄마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타깃으로 한 세일즈를 강화하는 아이디어를 낸 것은 이 회사의 젊은 직원들이었다.

    지난해 10월 사명을 변경하고 신세계 SSG닷컴 출신의 김예철 대표를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한 제이씨패밀리(구 아이올리)는 새로운 수장과 함께 현재 사내벤처팀을 활성화해 나가고 있다. 이커머스 경험이 풍부한 김 대표는 온라인 마켓의 틈새를 노릴 만하 사업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1인기업 형태의 사내 스타트업으로 키워나가고 있다.

    가장 먼저 미국 시장을 겨냥한 하이엔드 스트리트 캐주얼 ‘서울프로젝트’를 론칭했다. 현재 미국 내 힙합 뮤지션 등 셀럽들에게 협찬하면서 인지도를 확산시키고 있으며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프리미엄 라운지웨어, 골프웨어 등 블루오션을 공략해 틈새시장을 뚫고 나갈 예정이다.

    *JC패밀리의 미국 겨냥 스트리트 캐주얼 서울프로젝트.




    JC패밀리, '서울프로젝트' 론칭 등 틈새 공략도

    이외에도 까스텔바작(대표 최준호)은 골프웨어 중심의 브랜드를 확장하는 개념에서 사내벤츠팀을 가동, 해시태크C라는 브랜드를 론칭했다. 와디즈를 통해 펀딩 형태로 판매했으며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됐다. 이어서 이 회사는 캐주얼 상품 라인 '제이씨디씨(JCDC)'를 무신사와 손잡고 론칭해 운영 중이다.

    소재 회사인 효성티앤씨(대표 김용섭)은 사내벤처팀 개념의 패션디자인센터를 만들고 자체 개발 소재를 활용한 의류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리사이클 원단을 활용한 친환경 패션 'G3H10'을 와디즈에 선보였으며 젊은 소비층들에게 진정성 있는 지속가능패션을 제안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효성이 개발한 리사이클 소재를 보다 명확히 알리는 계기가 된 것이다.

    유통기업들 또한 사내벤처팀이 활기를 띄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대표 차정호)는 최근 사내벤처 'S벤처스'를 출범하고 공유주방과 낚시플랫폼 2개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대표 김형종)도 점포 내 MZ세대 직원들이 주축이 이뤄 MD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주고 있다. 바로 크리에이티브존에 또래의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채워 넣어 젊은 감각을 불어넣는 중이다.

    신세계, 'S벤처스' 통해 공유주방 등 신사업 진출

    '올리브영'을 전개하는 CJ올리브영(대표 구창근)도 사내벤처 '레볼루션랩'을 신설, 젊은 인재들의 아이디어를 현장에 적용하도록 밀어주고 있다. 현금없는 매장, 대표상품으로 구성된 트래블 키트 등의 아이디어가 채택돼 운영 중이다.

    패션 대기업의 사내벤처팀에서 근무하는 관계자는 “기업 내의 기업이라는 의미로 시작했지만 결국 이익을 내지 못하면 더 이상 끌고 갈 여력이 없어진다”면서 “초반에는 매출에 연연하지 말고 도전해 보라는 격려가 힘이 됐지만, 1년차 2년차가 되면 압박이 들어오고 팀원들이 버티기 힘들어 오히려 의욕을 잃고 퇴사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패션 대기업의 사내벤처팀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기업 내의 기업이라는 의미로 시작한다 하더라도 결국 이익을 내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밖에 없다”면서 “초반에는 매출에 연연하지 말고 도전해 보라는 격려가 힘이 됐지만, 1년차 2년차가 되면 압박이 들어올 수 밖에 없는 구조라 사실상 참신한 아이디어 만으로도 사내벤처팀을 유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패션•유통 시장의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바뀌면서 젊은 DNA를 수혈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가정했을 때, 좀 더 유연한 사고와 미래 먹거리를 키운다는 생각이 앞서야 한다. 젊은 조직의 역량을 높이는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을 때 성과도 나타날 것이라고 관련 업계에서는 입을 모으고 있다. [패션비즈=안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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