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C, MZ세대 잡고 ‘회춘’
    불매운동 · 뉴트로 흐름… 이색 컬래버로 이슈

    곽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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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9조회수 15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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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난닝구’로 대표되는 74년 이너웨어 전문기업 BYC(대표 고윤성)가 적극적인 SNS 소통과 엉뚱한 컬래버레이션과 유통 전략 변화로 올드한 이미지를 벗고 MZ세대와의 교감에 성공했다. 약 4년에 걸친 브랜드 에이지 다운 작업을 통해 마케팅으로 화제를 모은 것은 물론 실질적인 젊은 소비층의 판매 상승으로도 이어져 주목받고 있다.

    BYC와 쌍방울로 대표되는 ‘백물 기업’은 국내 패션 시장의 태동과 함께 시작해 성장했지만, 최근 소비자들의 니즈와는 많이 멀어진 상태였다. 더 저렴한 가격대와 다양한 디자인의 상품을 내놓는 브랜드와 판매처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원단 퀄리티와 기본 디자인에 의지해 중장년층에 국한된 상품 기획을 선보인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아무리 기능성 원단과 인체공학 패턴을 적용한 편안한 상품을 내놓아도 새롭게 유입되는 소비층이 없는 만큼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려웠다. BYC는 우선 젊은 층이 BYC라는 브랜드를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했다. 한번쯤 재미로라도 브랜드와 상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를 짜기 시작한 것이다. 품질에는 자신이 있었다.

    74년 전통 · 전문성 위에 소비자 니즈 적극 반영

    그게 벌써 4년 전이다. 2016년 7월 흡한속건 냉감 기능성 라이프웨어 ‘보디드라이’의 출시와 함께 창립 70주년 기념 파티를 서울 청담동에서 가장 핫한 클럽인 옥타곤에서 진행한 것이 시작이었다. ‘클럽 파티’를 여는 속옷 회사라는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며 과감한 걸음을 내디딘 것.

    이때부터 브랜드 전속모델로 아이돌이나 핫 셀럽을 기용하는 전략도 병행했다. 미래 소비자가 될 중 · 고등학생을 미리 공략하기 위해 전속모델인 아이돌의 공연이나 사인회를 진행하고 수능생 응원 캠페인을 진행했다. 덥고 불편한 교복 안에 BYC ‘보디드라이’를 입어야 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일부지만 어린 나이에 BYC를 경험하는 소비층이 점차 늘어났다.

    보디드라이는 2010년 첫선을 보인 후 2016년 200만장 판매를 돌파했고, 이후로도 매년 여름 40~50% 이상 판매가 늘고 있다. BYC의 상품 판매가 대폭 증가한 직접적인 요인은 지난해 불거진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었다. 많은 국민이 일본 브랜드 불매를 지지하며, 적극적으로 대체 브랜드를 공유하는 가운데 ‘유니클로’의 대표 기능성 상품인 ‘히트텍’과 ‘에어리즘’을 대신할 아이템으로 BYC의 ‘보디히트’와 ‘보디드라이’가 지목됐다.

    미래 소비자 공략 위한 이색 마케팅 & 컬래버 주력

    작년 BYC의 총 매출은 1706억원으로 2018년 매출 1978억원 대비 -13.8% 실적이었지만, 영업이익은 23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9.6%, 당기순이익은 278억원으로 205% 신장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효율 경영 전략으로 내실은 챙겼지만, 불매운동으로 인한 반사이익이 매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유는 대체 브랜드 중 가장 올드한 이미지였다는 점이 컸다. 이에 올해 BYC는 브랜드 에이지 다운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다. 걸그룹 오마이걸의 아린을 전속모델로 기용하고, ‘이게 뭐야?’라며 놀랄 정도로 엉뚱한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MZ세대의 감성을 다방면으로 건드리기 시작했다.

    먼저 컬래버레이션은 일부 감성에는 맞지 않지만, 맞기만 하면 대박 호응을 불러일으킬 만한 ‘B급 감성’으로 진행했다. 바로 지난 6월 중견 식품기업 샘표(대표 박진선)의 육포 브랜드 ‘질러’와 협업해 ‘DIY 팬티’를 제안한 것이다. 이미 4월 만우절 특집으로 깜짝 공개했던 ‘육포팬티’를 실제 상품으로 만들어 내놓았다. B급 감성에 열광하는 남성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연령 · 성별 등 타깃 세분화해 마케팅 구체화

    여성 소비자를 겨냥해서는 전속모델 아린을 활용했다. 덥고 습한 여름 기능성 상품으로 보디드라이 ‘아린 쿨 시리즈’를 출시했다. 특히 시리즈 중 ‘아린 쿨 웨어’ 라인은 박스티, 루즈핏 라운드티, 슬랙스 등 라이프스타일웨어에 냉감 기능을 더해 화제를 모았다.

    아린의 상큼 발랄한 착장 이미지가 더해지면서 이 상품은 출시 한 달 만에 36% 판매율로 높은 소진율을 기록했다. 출시 당월인 5월 매출은 4월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신인호 BYC 홍보팀 차장은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연초 세워둔 계획을 실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강점인 기능성 상품을 젊은 소비층에 알리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준비했지만, 언택트 마케팅 선에서 가능한 수준이다.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자사몰을 통해 판매 이슈를 만들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BYC는 지난 2016년 매출 2111억원을 기록한 이후 조금씩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때문에 2017년부터는 효율 경영 체제에 들어간 상황이다. 지난 2018년부터는 중국 생산법인인 백양유한공사를 정리하고 인도네이사 법인을 통해 상품을 생산한다.

    매출 하락 불가피, 상품력 & 효율 강화로 내실 추구

    2017년 전주 공장에 이어 생산 설비를 축소하면서 경영 효율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당분간은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판단하에 매출은 떨어지더라도 생산 비용 등 원가와 판관비를 줄여 내실을 탄탄하게 만드는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시장이 저가 이너웨어 중심으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강점이 있는 보디히트 · 보디드라이 · 쿨피아 등 기능성 이너웨어 중심 생산과 마케팅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너웨어 사업을 74년 동안 이어온 만큼 시스템과 비즈니스 모델은 탄탄하게 구축돼 있어, 가장 강점이 될 수 있는 상품력 강화에 노력을 기울이는 방향을 선택했다.

    BYC의 내실 강화 전략 중에는 유통도 포함돼 있다. 2016년부터 자사몰을 오픈해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2030세대 소비자를 공략했고, 동시에 오프라인으로는 ‘BYC마트’라는 직영 매장을 확대해 어디서나 소비자들이 BYC를 접할 수 있도록 유통 계획을 짰다.

    직영 ‘BYC마트’와 ‘BYC E숍’, 온 · 오프 동시 공략

    BYC마트는 BYC의 직영점으로 대표 브랜드 ‘BYC’ ‘스콜피오’ ‘르송’ ‘셀핑크’ ‘라미’ 등을 판매하는 공간이다. 1993년 처음 오픈한 직영점인 천안 1호점부터 지난 2019년 말까지 총 57개점을 확보했다. 600~1000㎡(약 200~300평) 규모의 대형 점포로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전국 주요 상권에 입점해 있는 자체 유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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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화점이나 마트 등 고비용 유통에 입점하는 것보다 운영 비용을 절감하고 저렴한 가격에 자체 브랜드를 더욱 효과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SPA형 유통을 지향한다. 직영점이기 때문에 매장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더욱 정확하고 빠르게 캐치할 수 있고, 피드백을 통해 의류 기획과 디자인, 생산, 제조, 판매까지 전 과정을 BYC가 직접 총괄할 수 있어 품질 관리와 효율 모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신 차장은 “중견 이너웨어 전문 기업들이 운영하는 매장은 홀세일 기반으로 시즌 관계없이 판매되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컸다”며 “색 바랜 상품 박스가 즐비해 브랜드의 올드한 이미지를 더욱 강조하고, 혁신적인 이미지를 퇴색시키는 경우가 많아 직영점 운영에 공을 들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BYC마트는 전국에 총 200개 점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지속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는 이너웨어 시장에서 74년 세월을 활약한 BYC는 이제 전통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우수한 품질의 상품을 내놓는 것과 동시에 소비자 수요를 파악하고 반영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역사 속 백물 기업이 아닌, 전 세대를 아우르는 대표 속옷 기업으로 진화하기 위해 연구와 개발에 더 주력하겠다는 목표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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