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 l 변호사 · 건국대 교수
    밈(meme), 맘(心) 그리고 패션

    dhlrh
    |
    20.07.30조회수 6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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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가수 비(정지훈)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비가 2017년 발매한 앨범 ‘MY LIFE愛’에 수록된 ‘깡’이라는 노래의 심폐소생이 바로 그것이다. 한때는 전 세계 팝차트를 휘어잡던 월드스타 ‘비’였지만 ‘깡’ 음원 발매 당시에는 국내 차트 100위권에도 진입하지 못했고, 그렇게 모두의 기억속에서 잊히고 있었다.

    그러나 유튜브 채널에서 어느 여고생이 ‘깡’의 뮤직 비디오를 패러디한 것을 계기로 깡의 ‘밈(MEME)’이 서서히 꿈틀대기 시작했다. ‘밈’이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는 콘텐츠가 불특정 다수가 의미 없이 소비하는 움직임을 뜻한다. 그 소비 속에서 사람들 사이에 믿음이나 생각이 모방돼 퍼지는 사회적 단위를 의미하며, 각종 신조어나 패러디 등을 포함한다.

    밈은 맘[心]처럼 쉽사리 움직이지도 않지만, 자기 맘대로 자기 멋대로 흘러가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고 신비롭다. 밈에 내재된 오묘한 힘이 사람들의 맘을 교묘하게 움직이면서, 패션에 묘한 지시를 내린다. 밈이 맘에게 패션의 주술을 던진다. 대중을 겨냥한 중저가 패션은 물론이고, 하이패션도 그 지시를 따라야 한다.

    여기에서 패션계의 고민이 시작된다. 밈을 가장 잘 활용하는 브랜드인 슈프림은 일상 물건에서 밈을 패션에 끌어들인다. 쌍절곤, 스케이트보드, 망치, 반려견 밥그릇, 소화기, 휴대용 젓가락까지 빨간 바탕에 하얀색으로 새긴 ‘슈프림’ 로고를 대중 속으로 전파한다. 베트멍은 나일론 ‘레인’ 코트와 DHL 로고 티셔츠를 내놓으면서 밈 현상에 동참했다. 발렌시아가는 커다란 단색 나일론 패딩에 더러운 스니커즈들과 함께 청바지 반을 잘라 들었다 놨다 하며 밈을 결합했다.

    오프화이트도 밈을 놓칠세라 ‘대형 할인점’ 스러운 언더웨어 티셔츠 3종 세트, 클립 버튼, 공사장 안전표시, 스트랩 악어가죽 가방 등으로 완판 기록을 이어갔다. 밀레니얼세대가 패션을 대하는 방식을 잘 읽었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의 생활화로 인터넷 밈(meme)은 21세기 패션의 가장 큰 힘이 됐다.

    다만 법과 윤리의 영역이 문제될 수 있다. 래퍼 댄이 할렘에서 불법 도용한 패션 콘텐츠를 명품 브랜드 구찌가 로고 프린트로 따라 하면서 양자를 비교하는 밈 현상이 과연 적법하고 윤리적이며 바람직할까? 밈 현상에 따라 유명 상표나 스타들의 굿즈가 결합된 패션은 상표권과 스타의 퍼블리시티권을 위협할 수 있다.

    법과 윤리가 밈 패션의 발목을 잡는 셈이다. 밈은 패션을 자유자재로 움직이지만 패션은 밈이 놓은 덫을 요리조리 피해 가면서 재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밈에 기반한 패션이 컬래버 형태로 이어진다면 법적·윤리적 문제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밈은 속도와 감각 싸움이다. 컬래버 형태를 기다릴 시간적 여유와 정서적인 공유가 사실상 어렵다.

    공식적 권한과 출처 없는 패션 아이템이 밈이라는 장막 뒤에 언제까지나 숨어 있을 수 없다. 밈을 적절히 이용하면서도 부적절하게 이용당하지 않을 지혜와 전략이 필요하다.

    ■ Profile
    •건국대 교수 / 변호사
    •패션디자이너연합회 운영위원
    •패션협회 법률자문
    •국립현대미술관 / 아트선재센터 법률자문 •국립극단 이사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이사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 부회장
    •런던 시티대학교 문화정책과정 석사
    •미국 Columbia Law School 석사
    •서울대 법대 학사 석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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