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정신 잇는 ‘마스터 & 프로’ 3

    패션비즈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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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3조회수 14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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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상 레더시스 대표 & 이은진 일리일리 대표
    핸드백 장인, 소재개발부터 ODM까지





    제조 명인 아버지와 디자인 전공 딸의 협업은 어떻게 이뤄질까. 아버지는 제조 공장에서 다양한 주문을 처리 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고, 딸은 그 공장의 특장점을 강조할 색다른 가죽 소재 개발과 ODM 디자인을 ‘브랜드’로 테스트 한다. 27년 된 핸드백 OEM/ODM 기업 레더시스의 이정상 대표와 그의 딸인 이은진 일리일리 대표의 이야기다.

    아버지 이정상 대표는 1976년 금강제화에 입사해 신발 디자인과 생산을 두루 거치며 업계 경험을 쌓다가 1993년, 시장의 흐름을 파악해 구두가 아닌 가방 분야의 가죽 가공과 생산 전문 업체 레더시스를 설립했다. 꼼꼼하고 섬세한 손 기술로 월 6000개 이상 생산 규모를 유지하며 국내에서는 루이까또즈와 메트로시티 등 라이선스 브랜드 파트너로 활약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에는 OEM 수출을 병행하고 있으며 클레임 없는 높은 퀄리티로 유명하다.




    한 · 중 · 일 만족시키는 꼼꼼한 퀄리티와 생산 물량

    이정상 대표는 점점 침체되는 국내 가방 제조업에 대한 고민으로 레더시스 내에서 소사장제를 운영하며 분야별 전문가를 양성해 소재 개발과 가공 기법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고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는 “국내 가방 기능자 평균 연령이 약 55세로 고령화가 심각하다. 가방 제조업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젊은 사람들은 취업하기를 꺼려 기술 이전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말로 침체된 업계 상황을 전했다.

    그의 딸인 이은진 대표는 어릴 때부터 누구보다 이런 아버지의 고민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어릴 때부터 가죽 가공하는 방법이나 제조 경험을 쌓으면서 가방 디자인에 대한 꿈을 키웠다. 그러다 2017년 직접 ‘일리일리’라는 브랜드를 론칭했다.

    직접 디자인한 가방을 소량 생산해 쇼룸에서 판매를 하다가 가방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진행하게 되면서 가죽의 디자인과 쓰임을 넘어선 색다른 소재 개발 필요성을 실감했다. 레더시스를 통해 차별화된 디자인 가방을 소량 생산해 만족스러운 가격대로 판매를 하면서도 부족함을 느꼈던 그녀는 결국 자신의 사무실을 차려 독립했다.




    아버지의 고민에서 착안, 자체 ‘일리일리’ 론칭

    이은진 대표는 “같은 소재로는 차별화된 디자인을 제안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만의 특수한 소재나 가공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정말 다양한 아이템을 테스트하다 ‘특수 방수 우레탄 가공법’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많이 시도하지 않는 가공법으로 해외에서는 애슬레저뿐 아니라 패션 가방에도 많이 사용하는 가공법이다. ‘일리일리’를 통해 테스트로 한정 수량 진행한 1차 판매 때 예상보다 훨씬 좋은 피드백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 가공법을 완성한 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운영하던 쇼룸을 정리하고 신설동 인근에 디자인 사무실 겸 쇼룸을 차렸다. 대형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갖고 있는 레더시스와는 다르게 다양한 디자이너 브랜드 등의 주문을 받아 특수한 소재와 색다른 디자인으로 OEM/ODM도 병행한다.

    리사이클링 가죽, 슈즈, 의류 등에서 라이프스타일 레더와 굿즈 등으로 상품 범위도 넓히고 있다. 사람들이 직접 가죽을 만지고 제품을 만드는 데 친밀감을 느낄 수 있도록 쇼룸에서는 종종 가죽 상품을 만드는 체험 공방도 운영했다.




    대량 생산과 특수 가공법 개발의 컬래버레이션

    이정상 대표는 “‘브랜드’ 접근은 열악한 제조 환경에 우리 세대와는 다른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인력이 들어올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 패션은 가방으로 완성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요한 품목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가방 분야에 관심과 투자가 미미하다”라며 현 상황을 냉정하게 짚었다.

    제조 악화로 조만간 공장 규모를 줄일 생각을 하면서도 새로운 브랜드,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일에는 아직도 눈이 반짝이는 모습에 일에 대한 그들의 사랑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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