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패션시장 팬데믹 비상(4)... 세계 4대 패션 컬렉션이 멈췄다

    정해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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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20조회수 9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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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이마크 등 s/s 오더 무더기 취소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 ‘붕괴 위기’











    현재 글로벌 인구의 20%가 재택근무나 온라인 수업을 하며 록다운(lockdown, 이동 제한) 생활을 하고 있다. 필수품(식료품과 의약품 등) 외에는 모든 매장이 휴점 중이며, 심지어 배송센터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온라인 매장까지 닫은 리테일러들도 있다. 이처럼 코로나19는 사회와 산업에 도미노 효과를 가져오고 있는 가운데 대형 패션 리테일러들이 이미 계약한 오더를 모두 취소하고 선적을 계속 미루면서 공급자들을 큰 위기로 내몰고 있다.

    BGMEA(Bangladesh Garment Manufacturers and Exporters Association)는 미국과 유럽의 대형 리테일러들이 코로나19 위기에 따라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에 의뢰한 오더를 잇달아 취소하거나 선적을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취소되거나 지연되고 있는 오더의 총 규모는 약 3조7500억원에 달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으로 방글라데시 의류 제조산업은 붕괴위기에 처하고 있다.

    지난 3월 30일 인권단체인 GWR(Global Workers’ Rights)은 주문을 취소한 주요 리테일러를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프라이마크를 비롯해 C&A와 베스트셀러그룹 등 유럽 기업은 물론 미국의 월마트와 타깃, VF 등 포함돼 있었다. 특히 영국 기업은 프라이마크 외에도 마탈란(Matalan)과 에딘버러울른밀(Edinburgh Woollen Mill) 등이 포함돼 있으며 이들 세 리테일러가 취소한 오더만도 총 1조9500억원 규모다. 이 중 93%는 이미 생산 중이었거나 완료된 오더다.

    방글라데시 3조7500억원 규모 오더 취소 사태

    천재지변으로 인해 오더를 받을 의무를 완수할 수 없다는 ‘불가항력(force majeure)’ 조항을 근거로 리테일러들은 오더를 취소하거나 선적을 거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생산 예정의 모든 오더를 취소하면서도 리테일러들은 제조업자가 이미 구매한 원자재 비용도 지불하지 않고 있다.

    결국 방글라데시 내 공장들은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불할 수 없는 상황이며, 그 결과 근로자와 그 가족들까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영국의 가디언(The Guardian)지는 방글라데시 의류산업에서 서베이에 참여한 97%의 공급자는 관련 브랜드나 리테일러로부터 공장근로자들에 대한 아무런 재정적 지원을 못 받고 있다고 전했다.






    오더 취소, 대금 할인, 지불 기한 연장 속출

    프라이마크는 방글라데시 외에도 캄보디아 · 인도 · 미얀마 · 파키스탄 · 스리랑카 · 베트남 등지의 공급자들에게 생산을 전면 중지할 것을 통보했으며, 이미 선적된 오더에 대해서만 대금을 지불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프라이마크의 이러한 오더 취소에 대한 비난이 나오기 시작하자 4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오더 취소와 관련된 공장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불할 수 있는 펀드를 만들 계획임을 발표했다. 그러나 아직 자세한 사항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프라이마크는 지난 3월 22일 영국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의 방침에 따라 영국 내 189개 매장을 모두 휴점했으며 이로 인해 매월 9750억원의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또 이미 매장과 디스트리뷰션 센터, 운송 중인 상품 재고 물량만 약 2조4000억원 규모에 이른다고 한다.

    영국 기반 서플라이 체인, 파산 위기 직면

    어반아웃피터스, 아캐디아 뉴룩(New Look) 등 영국의 하이스트리트 패션 리테일러들도 오더를 취소하고 지불 기한을 연장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관련 공급자들도 위기를 맞고 있다.

    어반아웃피터스의 유럽 지사는 3월 30일 자로 공급자들에게 문서를 송부해 현재 의뢰한 모든 오더를 취소하며 더 이상 딜리버리를 받지 않을 것이고, 이미 운송 중인 상품에 대해서만 30%를 할인한 대금을 지불하겠다고 밝혔다. 톱숍을 소유한 아캐디아 역시 모든 오더는 추후 통보가 있을 때까지 취소하며, 대금 지불 기한은 선적 후 30일에서 90일로 연장한다고 공급자들에게 통보했다.

    영국 내 400개 매장을 운영 중인 패스트패션 리테일러 뉴룩은 서플라이어들에게 가장 극단적인 조치를 단행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의뢰한 모든 오더(봄 · 여름의 전체 컬렉션)를 취소하고도 이와 관련한 보증금이나 원자재에 대한 보상금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이미 입고된 상품에 대해서도 대금 지불을 무기한 연기할 것을 통보하면서 서플라이어에게 상품을 다시 회수해 갈 것을 요청했다. 공급자들은 뉴룩이 모든 위험을 서플라이 체인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매장 휴점이 만든 서플라이 체인의 혼돈 가중

    넥스트는 4월 10일까지 선적 예정인 오더까지, H&M과 자라는 이미 생산에 들어간 오더에 대해서는 그 대금을 지불할 것임을 밝혔다. 또한 캘빈클라인과 타미힐피거 등을 소유하는 PVH는 그동안 보류 중이던 인보이스를 지불할 예정이라고 한다.

    서플라이어들은 그동안 구매 파워를 가진 대형 리테일러들에게 휘둘려 온 것이 사실이며 이번의 ‘오더 대량 취소’ 상황은 취약한 서플라이 체인을 더욱 압박하고 있으며, 심지어 파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0년 5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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