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 '래퍼'와 속속 손잡는 이유는?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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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0.22조회수 1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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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래퍼들을 향한 패션업계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디자인 컬래버레이션과 화보 촬영에 이어 최근에 열린 패션업계 행사의 메인 공연을 대부분 래퍼들이 꿰찼다. 최근 열린 닥터마틴의 오리지널 캠페인 행사에는 ‘기리보이’가, 지난주에 열린 스튜디오톰보이의 맨즈 라인 론칭 행사에는 ‘서사무엘’이, 메트로시티의 2020 S/S 패션쇼&파티에는 ‘빈지노’와 ‘더콰이엇’이 참석해 공연을 진행했다.

    지난해까지 아이돌 멤버와 손잡았던 브랜드들도 올해는 래퍼와의 퍼포먼스를 강조하는 분위기다. 힙합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여러 차례 진행해 온 김선미 에스제이그룹 마케팅 이사는 “지금 한국 사회의 래퍼는 아티스트의 개념을 넘어 1020세대의 목소리를 대신하는 대변자와 같은 존재”라며 “뛰어난 가창력이나 춤실력으로 승부하던 가수들과 달리 이야기를 담은 가사와 사회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는 이들의 모습에 1020세대가 열광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고민과 생각을 마음껏 가사와 퍼포먼스로 표출하는 또래의 래퍼들에게 동질감을 가지며 공감한다. 또한 래퍼들의 성공에 ‘나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다. 표현하고 싶어하는 현재 ZM세대의 성향과 래퍼들의 캐릭터가 맞아 떨어지면서 큰 문화적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다.

    힙합 레이블 VMC와 캉골이 협업해 출시한 티셔츠와 후드티





    ‘플렉스’ 등 래퍼 컬처, 패션 마케팅에 쏘옥

    이에 패션브랜드 입장에서는 래퍼와의 협업이 단순히 이슈몰이를 뛰어넘어 ‘1020 세대의 생각에 동의하며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되고 있다. 래퍼들과의 직접적인 디자인 협업, 캠페인 진행, 공연 섭외 등 외에도 래퍼들의 스타일과 문화를 접목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지금 가장 핫한 래퍼 용어 ’플렉스(FLEX)’라는 단어다. 플렉스는 원래 ‘근육을 힘줘 구부리다’라는 뜻을 지녔는데, 지금 1020세대 사이에서 ‘자랑하듯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의미로 통한다. 래퍼들이 명품이나 고가의 아이템으로 자신을 드러낼 때 “플렉스 했지 뭐야”라는 말을 사용했고, 지금은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은어처럼 번지고 있다.

    이 단어는 패션업계의 캠페인과 상품의 레터링 프린트에도 적용되는 등 다방면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캉골은 올해 ‘플렉스유어셀프(너만의 자신감)’라는 콘셉트로 캠페인을 표현했고, LF는 신규 액세서리 브랜드 HSD의 신상품을 소개하는 영상 제목을 ‘HSD 신상가방 FLEX’라고 달았다. 가방의 장점을 소개하며 “이 가방으로 플렉스해 봐”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래퍼 마니아층, 패션업계 핵심 소비층 부상



    최근 온라인에서 3일 만에 20억원의 매출고를 올리며 화제가 된 래퍼 염따의 아이템 중 하나도 ‘FLEX’라는 레터링이 새겨진 슬리퍼다. 동료 래퍼 더콰이엇의 외제차를 실수로 박은 염따는 수리비 마련을 위해 자신이 직접 제작한 티셔츠와 슬리퍼를 판매했고, 온라인에서 3일만에 20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

    FLEX 슬리퍼는 옐로 컬러의 심플한 디자인이었지만 ‘FLEX’라는 레터링으로 사람들의 지갑을 열었다. 문화 코드를 앞서 읽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심리와 래퍼들의 언어를 아는 사람들의 연대감이 구매욕구를 불러일으켰다.

    힙합 레이블 VMC의 임희정 매니지먼트 팀장은 “래퍼 염따의 경우가 특히 폭발적으로 주목을 받은 케이스고, 이전에도 VMC를 비롯해 많은 힙합 레이블에서 소속사나 아티스트를 표현하는 패션 아이템을 직접 출시하며 인기를 끌었다. 레이블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매 시즌 꾸준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고 설명한다.

    래퍼 마니아층이 충성도가 매우 높은 패션 소비층이자, 젊은 문화 코드를 이끌어가는 주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래퍼 염따의 성공 케이스와 더불어 래퍼들의 컬처 파워가 커지고 있는 만큼, 패션업계에서 래퍼들과 함께한 더 다양한 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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