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모자 ‘루이엘’ 글로벌로
    플라워 모티브 강점… K패션 대표주자로

    강지수 기자
    |
    19.10.16조회수 1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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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어화’ ‘암살’ ‘모던보이’… 여성 배우의 화려한 패션이 화제가 됐던 영화마다 샤뽀(대표 조현종)의 모자 ‘루이엘’이 있었다. 모자 패션 디자이너 1세대이자, 국내 패션 모자 장르를 개척한 셜리 천 디자이너는 20년간 수없이 새로운 모자를 디자인해 명실공히 최고의 모자 전문가이자 디자이너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20년 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작게 운영하던 디자이너 숍이 백화점에 입점해, 섬유잡화 부분에서 꾸준히 1위를 기록하고 매장당 월 1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주위를 놀라게 했다. 지금도 롯데백화점 시니어 편집숍 ‘모디움’에서는 매출의 60~70%를 리딩한다. 명품이 아니고서는 볼 수 없었던 ‘패션모자’의 매력을 많은 사람에게 처음으로 어필했고, 지금까지 그 저력을 이어 오고 있다.



    그런 루이엘이 지금의 루이엘과는 다른 제2막을 시작한다. 올해 브랜드 설립 20주년 기념 전시회를 연 천 대표는 은 “올해 직감적으로 변화할 시기라는 생각이 강하게 스쳤다.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그동안 브랜드가 걸어온 길이 정리가 됐다. 이제 지금까지 선보였던 디자인과 다른 프레시한 디자인을 선보일 때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레전드 작품 100점 픽, 뮤지엄 설립도

    메인 디자인 모티브가 꽃인 루이엘은 로맨티즘과 페미닌함이 가득한 브랜드였다. 최근 삼청동 갤러리에서 개최한 전시회 ‘화양연화 Blooming of my life’에서는 이제껏 선보여 온 꽃 모티브의 모자 디자인 중 레전드라 할 수 있는 작품 100점을 추려 전시했다.



    부분 작업은 외주를 주더라도, 최종 제작과 검수는 루이엘 디자인실에서 이뤄지는 만큼 이번 전시회는 천 대표에게 큰 도전이었다. 그녀는 “브랜드 설립 10주년에는 모자 박물관을 열었고, 20주년에는 전시회를 열었다. 개인적으로는 다시는 못하겠다는 생각을 할 만큼 고된 작업이었다. 동시에 20년의 브랜드 역사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직관적으로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20살의 나이를 먹은 만큼 루이엘 고객들의 취향에도 변화가 있다고 느꼈다. 그동안 인생의 아름다움을 블루밍하게 표현했다면 이제는 절제된 페미닌을 표현할 때라는 확신이 든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는 간소해 보이지만 볼수록 진가가 드러난다. 루이엘도 시간이 필요하지만 깊이와 고급스러운 포인트가 있는 브랜드가 됐으면 한다”라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40개 확장 이어 해외 주문 빗발

    루이엘은 최상의 디자인만큼이나 이를 뒷받침하는 생산 라인과 수출 유통 노하우를 갖추는 데 힘쓸 계획이다. 그동안 수천 개 혹은 수만 개의 물량 주문이 들어오는 등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보였지만, 루이엘의 섬세한 아이템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생산 라인이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글로벌 브랜드로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디자인 못지않게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천 대표는 “브랜드의 외형을 크게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백화점  대리점  골프리조트숍 등 오프라인 유통을 40개점까지 확대하는 등 실제 시도도 많이 했다.

    하지만 패션모자는 아주 많은 수량을 생산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다. 봉제 작업이 까다롭고, 장식 부분에 디테일한 작업이 필요한 만큼 검토 작업이 필수기 때문이다. 인력을 양성하고 까다로운 패션모자 유통에 대한 해결책을 논의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국내에 모자 디자이너 브랜드라는 이름조차 생소할 때, 패션보자 시장을 개척한 셜리 천은 파리에서 모자 전문 학교 ‘C.M.T’를 졸업한 모자 전문가다.

    모자광 디자이너 양성 & 트렌드 접목 동시에

    유학시절 정신없이 모자에 빠져들었지만 귀국해서는 눈앞이 깜깜했다. 모자 디자이너라는 개념조차 생소할 때였다. 셜리 천은 학교 졸업 작품으로 제작한 패션쇼 영상을 당시 모자 산업을 이끌던 기업 ‘세기모자’에 보내 그곳에서 디자인실장을 역임했다. 이후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하겠다는 생각으로 루이엘을 시작했다.

    반응은 즉각 왔다. 거리를 지나가던 갤러리아백화점 한 바이어가 루이엘에 팝업 행사를 제안했고, 매출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한 번의 우연이겠지’ 생각했던 백화점 측도 진행할 때마다 소위 말하는 대박이 나자 정식 매장 입점을 제안했다. 이후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등에 차례로 입점했고, 유통망이 늘어나면서 외형이 성장했다.

    이제는 아틀리에와 국내 백화점을 넘어 세계 여러 숍으로 진출할 타이밍이라고 판단했다. 셜리 천은 “저희 디자인 팀에 젊은 직원들에게 올해의 트렌드를 제안하고 디자인을 권유해 보는 편이고, 저는 트렌드보다 제가 영감을 받는 테마에 맞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저와 같이 일하고 싶다고 찾아오는 디자이너들은 대부분 모자광이다. 이들을 양성하면서 루이엘도 같이 성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mini interview 셜리 천 l 루이엘 디자이너 실장
    “실력 있는 인재로 세대 이을 것”



    저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가 앞으로의 루이엘이다. 모자디자인이 생소할 무렵부터 루이엘을 20년간 이끌어 왔고, 국내 패션모자 시장에 이바지했다고 생각한다. 저의 바람은 루이엘이 패션모자 브랜드의 명성을 소신 있게 지켜 가고, 후에 세계적 명품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이다.

    지금 모자의 전성기라고 불릴 정도로 모자 시장은 커졌지만, 실상은 무분별한 카피로 디자인을 리딩하는 패션 모자 브랜드가 점점 사라져 가는 추세다. 루이엘은 지금의 명맥을 이어 진가를 발휘하는 명품 브랜드로 성장 했으면 한다. 실력 있고 감성이 풍부한 인재가 루이엘을 이끌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19년 10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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