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세 열정 디자이너 츠보우치 맹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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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2.25조회수 7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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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누비는 장인 디자이너...틈새시장 노리는 40년 구두 베테랑




    <사진출처 : www.somes.co.jp>

    히로시 츠보우치(Hiroshi Tsubouchi) l 슈즈 디자이너
    • 2008년 자신의 브랜드 「히로시 츠보우치」 론칭
    • 1990년 임포트 회사 매그넘(MAGNUM)에서 바이어로 활약
    • 1975년 가죽 컨설팅 회사 잭픽(JACFIC)에서 구두 디자인
    • 아이치 공업고교 디자인과 그래픽 디자인 전공
    도쿄 THE ESPERANZA INSTITUTE OF FOOTWEAR & TECHNIQUE 졸업
    • 1953년생


    40여 년간 구두업계에 몸담아 온 그는 바이어와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약하며 자신의 브랜드 「히로시츠보우치」로 열정적으로 활동 중인 구두 베테랑이다.


    활동 수명이 짧다고 여겨지는 패션업계에서 67세 나이에 여전히 패션 현장 최전선을 누비는 인물이 있다. 히로시 츠보우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40여 년간 구두업계에 몸담아 온 그는 바이어와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약하다 2008년 자기 이름과 동명의 브랜드 「히로시츠보우치(Hiroshi Tsubouchi)」를 론칭하고 현재도 열정적으로 활동 중인 구두 베테랑이다.

    모두가 스니커즈에 열광하는 시대에 매일 변함없이 정장을 입고 출근해 구두를 디자인하는 그는 비브람 솔을 결합한 구두, 가죽구두에 스니커즈 아웃솔을 더한 모델을 내놓는 등 구두의 새로운 장르를 끊임없이 개척하는 인물이다.

    어릴 때부터 구두와 옷을 좋아했던 그는 일본 여성 잡지 <앙앙(anan)>에 실린 구두 디자이너 다카다 워크 부츠를 디자인하는 과정을 담은 기사 지면을 접하고, 구두 디자인이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구두 또한 디자인이기에 자신이 신고 싶은 신발을 직접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구두 디자인 학교에 들어갔다. 그렇게 구두업계에 뛰어든 이래 그는 지금껏 구두 외길 인생을 걸어왔다.

    잭팩 이어 매그넘 수입 브랜드 바이어로 재직





    <사진출처 : www.zodiac.nagoya><사진출처 : www.abc-mart.net>


    그는 1975년 피혁과 가죽을 기획하고 컨설팅하는 회사 잭팩(JACFIC)에 들어가 구두와 가방을 기획하며 디자이너로서 커리어를 쌓았다. 나이키 재팬, 준(JUN), 아사히(ASAHI), 패트릭(Patrick) 등 스포츠 디자이너 슈즈 브랜드의 기획 일을 맡아 다양한 슈즈 디자인을 진행했다.

    그중 프랑스 브랜드 「패트릭」은 현지 공장이 문을 닫고 일본에서 생산을 맡게 되면서 히로시 츠보우치가 현재까지 디자인 또한 맡고 있다. 그가 디자인한 스니커즈 ‘설리(SULLY)’는 수만 켤레가 팔리는 히트를 기록했다. 길거리에서 종종 설리를 신은 이들을 목격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 계기로 삼는다고 히로시는 말한다.

    다양한 슈즈 메이커의 디자인을 하며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로 출장을 나가게 된 히로시는 해외 수입 슈즈에 흥미가 생겼다. 임포트 브랜드의 인기가 상승하던 1990년대, 그는 때맞춰 해외 수입 브랜드를 주로 다루는 임포트 회사 매그넘(MAGNUM)에 들어가 바이어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佛 「패트릭」 伊 「엔조보나페」 브랜드 디자인도

    그는 「프리미아타우모(PREMIATA UOMO)」 「엔조보나페(Enzo Bonafe)」와 같은 브랜드를 일본에 처음 소개해 선풍적인 인기를 불러일으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핸드메이드 구두 브랜드 「엔조보나페」는 1990년 일본에 소개한 이래 지금까지 29년째 인연이 이어져 오며 현재는 그가 디자인을 맡고 있다.

    바이어 겸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20년 가까이 활동한 그는 임포트 구두에 대한 흥미가 점차 사라지게 되면서 2008년 56세의 나이에 자신의 브랜드 「히로시츠보우치」를 론칭했다. 클래식을 베이스로 하지만 유머를 더한 디자인이 특징인 「히로시츠보우치」는 소재와 디테일의 변주를 통해 딱딱해지기 쉬운 남성화의 포멀함을 살짝 비틀고 위트를 더했다.

    윙팁 디자인의 변형, 과감한 레드 색상의 인솔, 펀칭 디테일, 하트 무늬 디테일을 가미하고, 통굽 아웃솔을 가죽 구두와 결합하는 등 알수록 또는 신을수록 차별화된 디자인이 빛을 발한다. 「히로시츠보우치」는 이세탄을 비롯한 이와타야 백화점, 에디피스(EDIFICE), 나노 유니버스(Nano universe) 등의 셀렉트숍과 아마존 등의 온라인 매장에 입점해 있다. 해외에서는 도버스트릿 마켓, 꼬르소꼬모 등의 매장에 입점되기도 했다.

    56세 자신의 브랜드 「히로시츠보우치」 론칭

    그는 “타깃은 나이가 아니다. 클래식을 추구하지만 유머 또한 빠질 수 없다. 이런 유머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이들이 바로 「히로시츠보우치」의 타깃”이라고 말한다. 소비자 연령대는 나이로 한정 지을 수 없을 만큼 20대 후반에서 60대 이상까지 다양하다.

    또한 「히로시츠보우치」는 클래식과 캐주얼의 중간적 위치로 자리 잡아 남성화 내 조닝에 구애받지 않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있다. 너무 클래식하지도 너무 모드적이지도 않은 개성이 두드러진다. “백화점에서 「히로시츠보우치」의 구두 배치에 대해 고민하기도 한다.

    드레스, 모드, 캐주얼 어떤 존에도 녹아들기 때문이다. 구두 장르가 더 다양해도 좋을 것 같다”라고 그는 말한다. 스니커즈 솔을 장착한 ‘윙팁 스니커’는 이세탄 백화점에서도 가장 잘 팔리는 모델이다. 가볍고 쿠션감이 좋은 스니커즈 솔에 가죽 제화를 합체한 이 모델은 2012년 처음 발표한 이래 매 시즌 인기 아이템이다. 가장 이상적인 스니커즈 솔을 발견해 구두 목형을 사용해 생산한 것이 이 스니커즈의 시작이다.

    클래식 + 유니크 디자인 “유머 아는 남성 타깃”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톤네르즈’ 방송에 출연해 「히로시츠보우치」의 ‘윙팁 스니커’를 신은 장면이 노출되며 인기의 기폭제가 됐다. 방송 중 한 패널이 신고 있던 「히로시츠보우치」의 구두가 마음에 든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상대 패널과 구두를 바꿔 신은 채 그대로 귀국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사진출처 : www.sanyoyamacho.com)>


    이 밖에 일본 남성 인기그룹 스맙(SMAP)이 일본 전국 투어 콘서트에서도 ‘윙팁 스니커’를 착용한 것도 비슷한 사례. 이처럼 댄스 그룹 멤버부터 스포츠 선수에 이르기까지 「히로시츠보우치」의 편안한 착용감이 인정받는다.

    ‘윙팁 스니커’는 수차례 리오더를 진행한 데 이어 현재 「히로시츠보우치」의 대표적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편안한 착화감과 품질, 2만 ~ 3만엔대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일반 샐러리맨들에게도 호평을 받는다.

    호날두가 인정한 대표 인기템 ‘윙팁 스니커’

    그는 자신의 브랜드 외에도 다른 업체와의 콜래보를 통한 남성화 디자인을 주로 맡지만 같은 테이스트의 여성화는 물론 가방 디자인까지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TV, 라디오, 잡지 등 다방면에서 패션 디렉터로도 활동 중인 호시바 요시마사와 히로시 츠보우치 두 사람에 의해 탄생한 슈즈 브랜드인 「WH」는 「히로시츠보우치」와 또 다른 디자인의 슈즈를 선보인다.

    브랜드명인 「WH」는 두 사람의 이니셜인 H에서 비롯된 것으로, 둘의 감성과 경험을 기초로 만들어졌다. 클래식한 디자인에 이탈리아 비브람사의 초경량 러버 솔, 스니커용 컵인솔을 사용해 가볍고 스니커즈 같은 쿠션성과 편안한 착화감은 물론 5㎝ 정도 키가 커 보이는 효과까지 노렸다.

    프랑스 피혁 메이커 아노네이(ANNONAY)의 Vocalou Calf 소재를 사용하고 17㎝ 정도의 팬츠 밑단 폭에 맞게끔 볼륨감을 고려했다. 스탠더드하지만 슈트와 재킷 스타일은 물론 솔을 캐주얼화했기 때문에 진즈나 쇼트 등 다방면의 스타일에 활용 가능하다. 「WH」는 일본에서 생산하고 이세탄, 바니스 뉴욕, 나노 유니버스 등의 매장에서 판매 중이다.

    패션 디렉터 호시바 요시마사와 「WH」 론칭

    또한 홋카이도에 본사를 두고 일본에서 유일하게 승마구를 만드는 회사인 「소매스새들(SOMÈS SADDLE)」은 2014년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히로시 츠보우치와 콜래보로 제작한 가방을 발표했다. 2017년 4월에는 긴자 식스 오픈 기념 한정 백을 발표해 발매 하루 만에 완판되는 기염을 토했다.





    「소매스새들(SOMES SADDLE)」 x 「히로시츠보우치(Hiroshi Tsubouchi)」red <사진출처 : www.somes.co.jp>


    이후에도 ‘일본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존재인 「소매스새들」과의 연을 이어오며 계속 가방과 잡화 디자인에 참여한다. 지난해 3월 미드타운 히비야 오픈에 맞춰 산요 야마초(SANYO YAMACHO)와의 콜래보로 블랙 컬러와 미드타운 히비야 한정 트리콜로르 색상 구두를 발표했고, 하라주쿠에 위치한 베르미리스트 빔스(vermeerist BEAMS) 매장에서 「히로시츠보우치」의 여성화 라인을 선보였다.

    스트리트 무브먼트가 정점에 달하면서 스니커즈 붐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가운데 히로시는 변함없이 매일 넥타이를 매고 정장을 입고 밖을 나선다. “넥타이처럼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을 포기할 수는 없다. 구두 또한 남성이 가질 수 있는 스타일의 기본 중 기본이다. 복장은 외관이기도 하지만 매너이기도 하다. 상대와 함께하기 위해 나도 복장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서 복장은 중요하고 제대로 배워야 한다. 복장은 사회적 의미도 가진다”라고 그는 강조한다.

    ‘日 에르메스’ 「소매스새들」 가방 디자인 참여

    그는 대중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마다하지 않는 디자이너다. 주로 30~40대 남성층이 다수 참여하지만 그와 같은 세대는 물론 20대 젊은층도 참여한다. 마주하는 이들은 모두 잠재적 고객이기도 하다. 브랜드 「WH」를 함께하는 호시바 요시마사는 평소 다양한 매체에 자주 등장하기에 함께 토크쇼에 서는 경우가 많다. 이세탄 8층에 위치한 살롱에서도 최근 토크쇼를 열었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이들이 있으면 그는 어디든 찾아간다.

    이 토크쇼에서 그는 “내 나이쯤 되면 좋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라지는 사실을 종종 목격하게 되는데,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하고 젊은 세대들에게 전하는 일 또한 우리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문화적인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지금에 이르러서야 뒤늦게 깨달았다. 작은 일이라도 문화적인 일과 연결되는 일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는 좋아졌지만 문화가 풍요롭지 못한 지금 더 글로벌해지기보다는 지금 가진 것을 소중히 하고, 구두를 통해 표현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젊은 세대가 사회나 세계로 나가기 전에 제대로 된 복장과 매너를 배울 수 있는 정규 교육 과정이 있었으면 한다”라고 교육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재차 강조했다.

    “복장은 매너! 젊은 세대에 전하는 것 내 임무”

    다케오 기쿠치(TAKEO KIKUCHI)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이렇듯 일본 패션 업계는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 중인 단카이 세대와 그 이후 세대들로 넘쳐난다. 이들을 담기 위한 사진집도 최근 화제가 되고 있으며 사진가 나오토 오카와가 일본 테일러 스타일의 인물들을 찍은 사진집 <재패니스 댄디(JAPANESE DANDY)>에 히로시 츠보우치도 의기투합해 참여했다.

    스니커즈 열풍이 그치지 않는 가운데 복장과 매너를 말하며 자신의 장르를 개척해 나가는 히로시 츠보우치. 이제는 자신의 브랜드 일을 하기 때문에 페이스에 맞게 일한다는 히로시는 한 시즌 50개에서 많게는 100개 가까운 디자인을 쏟아낸다. 그러면서 “자금에 여유가 된다면 얼마든지 더할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떤다.

    아직도 만들고 싶은 구두가 많고, 오히려 일이 재미있다고 말하는 그는 나이를 먹었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에게 불가능한 일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증명한다. 다양성을 외치는 시대에 오히려 스트리트에 편중된 패션계에서 클래식이 새로운 주류가 된다면? 그는 묵묵히 자기 위치에 서서 또 다른 다양성을 제시하고 있다.















    ■ 패션비즈 2019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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