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도 100% 화이트백 「크리잔」 주목

    조태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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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10.22조회수 6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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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니 40년 가방 제조 노하우 담다



    <사진 출처 : 코니 홈페이지>

    ‘All White’로 이뤄진 콘셉트, 대부분의 가방 브랜드들이 기피하는 화이트 컬러로만 모든 상품을 제작하는 것은 물론 꼼꼼한 퀄리티와 완성도 높은 디자인 「크리잔(CREEZAN)」이 그 대표 케이스다.


    최근 일본에서는 ‘지역 재생’과 ‘메이드 인 재팬’이라는 키워드를 빼놓을 수 없다. 이제는 많은 상업 시설에서도 접할 수 있는 ‘메이드 인 재팬’ 코너에서는 메이커(제조업)들이 브랜딩을 시도해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는 사례를 자주 볼 수 있다. 제작 기술과 숙련된 기술자들의 모노즈쿠리 정신이 갖춰진 후에 브랜딩이 된 케이스들이다. 최근 ‘메이드 인 재팬’이 재조명되면서 이런 팩토리 브랜드의 오리지널 브랜드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그중 눈에 띄는 브랜드가 「크리잔(CREEZAN)」이다. ‘All White’로 이뤄진 콘셉트, 대부분의 가방 브랜드들이 기피하는 화이트 컬러로만 모든 상품을 제작하는 것은 물론 꼼꼼한 퀄리티와 완성도 높은 디자인은 신규 브랜드임에도 유통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크리잔」의 배경을 듣고 보면 더욱 놀라게 된다. 40년간 유명 브랜드의 가방을 제조하는 OEM회사 코니가 탄탄한 실력을 쌓아오다가 오리지널 브랜드를 론칭해 마켓을 개척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기업은 세계적 일본 디자이너이자 지금도 인기 있는 ‘메이드 인 재팬’으로 잘 알려져 있는 브랜드의 숨은 성공 주역. 항상 매진 아이템이 많아 지금도 줄을 서서 구입해야 할 정도로 너무 잘 팔리고 있는 브랜드의 그림자다.

    日 유명 브랜드 그림자 ‘메이드 인 재팬’ 가방

    1975년 창업한 코니(cony)사는 일본의 가방 생산지로 유명한 효고현 도요오카시에서 스타트했다. OEM 생산으로 시작해 인기 있는 일본 브랜드의 가방과 대형 어패럴 기업 등의 상품을 만들면서 노하우를 쌓아왔다. 3대째 기업을 이어가면서 모노즈쿠리(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자세로, 일본 사회의 장인정신을 의미)를 해오던 회사가 축적된 노하우들을 살려 새로운 도전을 한 것이다.




    <사진 출처 : 코니 홈페이지>

    이런 클라이언트(브랜드)들의 요구에 대응하고 노력한 결과 지금도 오퍼가 끊이질 않는다. 실적도 순조롭고 가방 업계에서도 인정받은 이 코니사가 3년 전에 새로운 콘셉트의 오리지널 브랜드를 론칭해 적극적으로 마켓에 도전하고 있다. 입점하기 까다로운 긴자의 최고급 백화점 와코에도 작년 여름에 입점했다.

    실적이 순조로운 OEM 회사가 왜 자사 브랜드를 만들었을까? 코니의 3대째 대표를 맡고 있는 니시타 마사키 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OEM 브랜드(하청업체)는 상대방(유명 브랜드 혹은 리테일)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생산한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에 좌우되지 않고 우리의 가치관과 DNA를 갖고 이어 나갈 수 있는 오리지널 브랜드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3대째 OEM 기업이 만든 오리지널 브랜드

    지난 2015년 자사 공장의 모노즈쿠리 실력을 살려서 오리지널(PB) 브랜드 「크리잔」을 론칭했다. “절대 남들이 따라서 만들 수 없는 자신 있는 상품, 제작에 시간이 걸리지만 우리 공장에서만 만들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했다”고 니시타 사장은 전한다. 이 때문에 가방의 만듦새를 보면 절대 일반적인 공장이 시도할 수 없는 섬세한 제작과 디자인, 일본의 장인들이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었던 모노즈쿠리로 이뤄져 있다. 전문가들이 보기에도 놀라운 발견을 할 수 있는 브랜드다.

    ■ 가방 산지 도요오카는?
    「크리잔」의 본거지는 도요오카이며, 이 브랜드의 기반은 도요오카의 지역 산업이다. 효고현 중심부에서 도요오카시의 가방 산업 역사는 에도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버드나무로 짠 소쿠리와 비슷한 용기(일본어로 ‘야나기고리’)로 1600년대부터 시작된 산업이다.

    즉 이 지역 가방산업 역사는 용기(바구니) 제작에서 시작되는데, 점점산업이 발전하면서 바스켓 가방(라탄 소재 용기)으로 진화했다. 이어 소재와 제조 기술을 응용, 고도성장기에 점점 레저나 나일론 등 신소재를 채용하는 가방도 생산하면서 도요오카시는 일본 제일의 셰어와 기술을 자랑하는 가방의 산지로 불리기 시작했다.



    <사진 출처 : 코니 홈페이지>

    마사키 사장이 말하는 「크리잔」 발상의 출발은 이렇다. “가방을 만들 때 비즈니스 가방은 항상 블랙이나 브라운이 대부분이다. 또 여행을 목적으로 한 가방은 일반적으로 가벼움을 우선순위로 생각한다. 바로 이런 대목에서 의문을 가졌고 당연한 사실들을 오히려 반대로 생각했다. ‘가방을 들고 있는 사람의 개성을 좀 더 살려줄 수는 없을까’라고….”

    이것이 「크리잔」의 출발점이다. 발상을 전환해서 만든 상품은 전부 화이트 색상이다. 다른 공장에서는 제작을 꺼리고 절대 만들 수 없는 상품이다. 생산에 들어갈 때는 1시간 이상 철저히 공장을 청소하고 모두 흰색 장갑을 낀 다음에 생산한다. 일반적인 공장이 상식적으로는 결코 시도할 수 없는 오퍼레이션이다. 하나를 만들어도 시간이 훨씬 더 많이 걸리는 과정으로, 엄청 공이 들어간다.

    우리만이 만들 수 있는 ‘올 화이트 백’을

    작년에는 일본 긴자에 위치한 와코 백화점에도 입점했다. 와코는 해외 유명 브랜드보다 최고급에 본질적인 브랜드와 상품들만 취급하며 ‘메이드 인 재팬’을 모토로 하는 백화점이다. 「크리잔」은 지난 6월 초~중순까지 도쿄 다이마루 백화점에서 먼저 팝업 제의를 받아 오픈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존에 없던 발상의 화이트를 내세운 가방에 놀라워했다.

    도쿄역이라는 지역 특성상 비즈니스맨들이 많고 이미지와 가치관 모두 기존 브랜드와 차별화된다는 점에서 바이어와 고객의 눈길을 끌어 판매도 호조를 이뤘다. 2주 만에 기존 브랜드들보다 2배 많은 매출을 기록한 것이다. 이후 다카시마야 백화점에서도 제안이 들어와 팝업이 확정됐다.

    많은 팝업을 실시하지 않고 적절한 노출을 통해 흥미가 있는 기업 혹은 테넌트들과만 일한다는 것도 니시타 사장의 ‘고집’이다. 이런 부분을 고집하는 것은 일부러 만든 자사 브랜드가 다시 OEM처럼 상대방의 요구에 의해서 움직이지 않고 주체적으로 움직이고 싶기 때문이다.

    브랜딩 위해 일부러 시간 걸리는 아이템을

    남들이 따라할 수 없는 아이템, 그래서 처음에는 소수의 고객만이 소화할 수 있지만 마켓을 생각했을 때 충분히 가치 있음은 물론 그 소수의 고객을 중심으로 좁고 깊게 파는 타기팅 전략. 고객 한 명 한 명을 팬으로 만들어서 재구입하게 만들 수 있는 자신감이 「크리잔」의 콘셉트 안에 녹아 있다.

    최고의 물건을 가성비 좋은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이 자신의 공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니시타 사장의 설명을 들으면서 어떻게 브랜드를 론칭하고 어떻게 브랜딩이 돼 가는지 그 프로세스를 볼 수 있다.

    코니사의 특징 중 하나는 일본의 가장 유명한 패션 전문학교에서 15년간 강사의 커리어를 갖고 있는 장인이 특별 강사로 지금도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향후 모노즈쿠리를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을 채용해 좋은 인재들을 공장에 입사시킨다.

    모노즈쿠리 가장 중요한 점은 젊은 인재 육성

    도요오카라는 지역에 있는 기업이지만 지역의 인재들만을 고집하지 않고 일본 전국 혹은 모노즈쿠리에 관심이 있는 인재들을 모아서 프로페셔널한 인재로 육성한다. 최근 가방을 만드는 장인이 되고 싶어서 입사한 사원들은 아주 젊다는 것이 특징이다. 평균 연령대가 20대 후반~30대 초반이라고 한다.



    사진 출처 : 코니 홈페이지>


    앞으로 공장을 계속 운영해 가기 위해서는 이 모노즈쿠리 정신을 계승하고 이어갈 수 있는 인재육성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이들은 무엇보다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다는 자부심과 또 축적된 노하우를 통해 증명된 사실들(공장을 계속 이어 나가고 있다는), 이를 젊은 인재들과 함께 좀 더 지속가능한 작업으로 이어 간다는 것에 주력한다.

    보다 생생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수집하고 신규 사업도 테스트하기 위해 가방이 있는 카페도 오픈했다. 작년 오픈한 이곳은 자사 생산, 자사 판매를 위해 직접 고객을 대응할 수 있는 플래그십스토어를 겸한 매장이다. 공장이 있는 도요오카 지역에서 기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기누사키 온천역’이라는 온천이 유명한 지역에 위치한다.

    기누사키 온천 지역에 가방 편집숍 + 카페 오픈

    이곳은 강을 따라서 여러 패션 매장들이나 음식점들이 들어서 있는 곳으로, 일본 특유의 정겨운 거리다. 관광객들은 자기가 묵는 숙박 시설에 짐을 놔두고 유카타로 갈아입고 이 지역의 7개의 공동 온천을 돌아다닌다. 이렇게 온천욕을 즐긴 사람들이 「크리잔」의 매장에 들러서 햄버거나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다.

    경험이 없는 스태프로 매장을 운영하는데 이는 처음부터 자신들이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자부심과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키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니시타 사장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고, 이 지역의 고용을 위해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이들의 시스템들을 보면서 다시 한번 모노즈쿠리와 브랜딩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었다. 시간이 걸리고 복잡한 과정을 겪으면서 그동안 축적해 둔 기술을 살리는 것. 특히 지금과 같은 변화무쌍한 시대에는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선택이 중요하고 그 가능성에 도전해야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 패션비즈 2018년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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