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ㅣ「유어네임히얼」 디자이너

    wh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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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07.12조회수 3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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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사랑하는 ‘유진이’

    “사이즈가 맞지 않아 상품을 환불할 때 예쁘게 못 입어서 미안하다고 조그마한 과자와 화장품 등을 동봉해 보내는 고객 보셨나요? 저희 브랜드는 그런 유네미(유어네임히얼 고객의 애칭)님들이 굉장히 많아요. 브랜드를 홍보해 주고 구매를 독려하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 주는 유네미들은 저희 브랜드 최고의 뮤즈이자 원동력이에요.”

    2016년 첫 론칭한 뒤 SNS 바람을 타고 온 • 오프라인 유통망 섭외 1순위 브랜드로 떠오른 여성복 「유어네임히얼(Yournamehere)」의 인기는 그야말로 대단하다. 수지, 아이비, 유리, 손나은 등 1020대의 워너비 스타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사고 싶어 하는 브랜드다. 스테디셀러는 48가지 종류의 ‘인생치마’, 13개의 데님라인 ‘유진이’다.


    이 브랜드 김민정 대표 겸 디자이너는 뭔가 다른 상품명만큼이나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패션시장을 가장 가까이서 보고 누구보다 빠른 소식을 전하는 패션 매거진 에디터로 9년가량을 일했다. 세계 패션 트렌드를 가장 먼저 알고 전달하지만 정작 소비자는 좀 더 쉽고, 이해하기 쉬운 패션을 원한다는 점에 딜레마가 왔었다는 그의 말에는 수많은 고민의 흔적이 묻어 있었다.




    수지 • 아이비가 찾아 입는 브랜드로 입소문


    그는 “15세 때부터 패션 에디터를 꿈꿨고 10년가량 혼을 불태운다는 느낌으로 일에 전념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어느 순간 ‘책 안에 내가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어요. 가장 빠르게 패션 트렌드를 접하지만 정작 우리 책의 독자들과 진정으로 소통하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들었어요. 현란한 패션용어와 갖은 외래어를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까요? 괴리감이 들기 시작했죠”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대든 40대든 쉽게 이해될 수 있는 패션을 지향했다. 패션디자인을 전공해 옷도 어렵지 않게 만들었다. 세련되고 고급화되기 위해 발버둥치는 브랜드보다는 소비자보다 한 단계 아래에 서서 친근하게, 거리낌 없이 접근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었다. 단돈 120만원, 스커트 샘플 3장으로 시작했지만 이러한 진심은 2년 안에 브랜드를 시장에 안착시킨 큰 원동력이 됐다.

    브랜드 중심은 단연 ‘인생치마’에 있다. 스커트를 중심으로 데님, 투피스 등을 선보인다. 다양한 종류의 패턴과 감성적인 컬러조합으로 구성한 42종의 스커트 라인은 여린이, 성숙미, 차분이, 초록이 등 솔직하면서 담백한 네임이 특징이다. 이름 그대로 차분해 보이거나 성숙해 보일 수 있는 스커트를 다양하게 준비했으며, 스판덱스 소재로 머메이드 디자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편안한 착용감이 인기비결이다.


    여린이 • 성숙이 등 기억하기 쉬운 네임 특징






    타 브랜드가 토털화를 외치며 어패럴부터 잡화까지 전개하고 있는 것과 달리 「유어네임히얼」은 스커트와 청바지에 집중하고 있다. ‘입어 보면 다르다’라고 완벽하게 자신하는 김 대표의 말처럼 이 브랜드의 옷은 직접 입어 봐야 더 진가를 알 수 있다. 서울 문정동에 위치한 쇼룸 겸 카페에 고객이 줄을 서서 찾아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저는 평범한 사람이에요. 거창한 패션 디자이너가 아니죠. 구조적이고 자신만의 철학을 확고하게 드러내는 디자이너도 필요하지만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대중적인 패션도 필요합니다. 현재 트렌드는 쉽고,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감성이 대세라고 생각해요. 파리의 작은 골목에서 마주칠법한 저만의 부티크가 교두보가 됐어요.”

    그래서일까? 「유어네임히얼」은 고객 충성도와 모객률이 굉장히 높다. 샘플세일을 하는 날은 전국에서 온 고객으로 장사진을 이루고, 작년 부산 롯데백화점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는 그해 매출 1등을 찍었을 정도로 굉장한 판매율을 이뤄냈다. SNS에는 키가 작아 치마를 망설이는 고객에게 다른 고객이 구매독려 댓글을 달아줄 정도다. 수지와 같은 연예인이 입었다 하면 판매율이 90% 넘게 상승할 정도로 파급력도 상당하다.


    모객률 100%, 커뮤니티 파워가 브랜드 원동력


    다른 브랜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커뮤니티’의 힘. 고객이 서로 모여 시너지를 내고 브랜드 밸류를 한층 더 높여 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상현상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쇼룸과 겸하고 있는 카페 사업도 메인 메뉴 아인슈페너, 초코우유, 브런치 디저트 등이 인기를 얻으며 상승궤도에 접어들었다.

    현재 이들은 자사 온라인몰과 온라인 편집숍 ‘W컨셉’에 입점해 있다. 론칭 3개월 만에 ‘대박’ 브랜드의 반열에 오른 만큼 급한 템포는 금물. 흘러가는 대로 천천히 자신들만의 색깔을 다지다 보면 새로운 루트는 자연스럽게 열린다는 것이 이들의 모토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일명 ‘어치류(어차피 치마는 유어네임히얼)’ 고객을 위해 치마와 함께 매치할 수 있는 아이템을 다양하게 선보인다.

    “소소하게 예쁜 옷을 사는 즐거움을 느끼는 분들에게 확실한 처방 가이드를 내려줄 수 있는 브랜드로 자리하고 싶어요. 제 별명이 옛날에는 ‘뼈디터’였어요. 뼛속부터 에디터 태생이라고 친구들이 지어준 거였거든요. 이제 저는 남은 시간을 저희 유네미 고객분들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싶어요. 저희 옷을 보는 모두가 유진이와 초록이를 좋아해 주는 그날까지요.”


    **패션비즈 2018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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