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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아킬레스건, 재고 성적표는?
Monday, July 2, 2018 | 민은선 기자, esmin@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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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효율 = 이익, 미래 예상손실 부담 직결
그 결과 「자라」 「난다」 「지오다노」 「원더플레이스」 「임블리」 「난닝구」 「앤더슨벨」 등의 재고회전율이 우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 총 108개사 중 최고의 성적은 자라리테일코리아(대표 이봉진). 「자라」는 35일치 물량을 가지고 3450억원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이어 난다(대표 김소희, 75일)가, 제도권 기업중에서는 지오다노(대표 한준석, 97일)가 뒤를 잇고 있다.
주목할 사항은 이 108개 기업들 중 난다를 필두로 「임블리」의 부건에프엔씨(대표 박준성), 원더플레이스(대표 김영한), 「난닝구」의 엔라인(대표 이정민), 「앤더슨벨」의 스튜어트(대표 김현지) 등 동대문 사입 혹은 온라인 기반, 혹은 그 두가지 요소를 기반으로 성장한 신생 패션파워그룹의 재고회전율이 높다는 점이다.
두 번째 그룹은 잇츠유어스와 텐바이텐 등 온라인 유통기업들이다. 세 번째는 리앤한(대표 한창훈) 쌤소나이트코리아(대표 서부석) 신세계인터내셔날(대표 차정호) 등 수입 전문업체이거나 수입비중이 높은 기업들이다.
스타일난다 지오다노 두 기업은 100일 이하
국내 제도권 기업 중 100 이하의 상위그룹은 지오다노 단 1개사뿐이고 100~150 사이에 성주디앤디와 에이션패션이 속해 있다. 이랜드월드와 태진인터내셔날, 연승어패럴, 아이디룩, 바바패션, 엠티콜렉션 등의 기업들이 151 ~ 200사이로 그나마 평균치 전후를 나타내고 있다.
화장품과 패션이 섞여 있는 난다는 단순히 재고를 적게 갖고 있다는 의미 외에 모든 면에서 상당히 경영을 잘하는 지표를 나타난다. 이번 로레알로의 매각 이슈는, 온라인 경쟁력과 중국시장 잠재력이 작용했겠지만 적은 돈(재고)으로 매출을 효율적으로 만들어낸다는 면에서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다.
태생적으로 재고회전에 대한 의미가 제도권 기업들과는 다르다는 면도 있다. 결국 이는 동대문 사입의 DNA를 갖고 성장해 왔다는 점이다. 부건에프엔씨와 원더플레이스, 엔라인의 경우도 이 DNA가 작용한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라」 재고일수 35일
「지오다노」의 재고일수가 낮은 이유는 모든 관심을 재고에 맞추기 때문이다. 초기 때부터 지오다노는 모든 수치관리를 매출보다는 이익중심으로, 모든 프로세스 역시 순간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시간싸움으로 설계해 온 결과다.
아이템별로 리드타임이 긴 우븐과 짧은 니트의 비중을 이익관리 중심으로 계속 분석한다. 가성비가 높은 제품은 빨리 회전시키고 디자인이 팬시한 아이템은 내부에서 자체 개발을 많이 하지 않는 식이다.
“재고일의 기준은 150일 이상이면 평균성적 이하라 문제가 있다”라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어느 일정 물량을 넘어가는 재고는 대개 상당히 썩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자료상 ‘자산’으로 잡혀 있긴 하나 재고일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재고의 가치는 떨어진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150일 넘어가면 재고 가치 절감속도 가속화
성적이 좋은 100~150일 사이도 수입(리앤한과 쌤소나이트코리아, 아쿠쉬네트코리아, FRL코리아)을 제외하고는 성주디앤디, 에이션패션, 신세계인터내셔날 정도. 국내 기업은 거의 150일 이상이 대부분이 평균이다. 겉으로 SPA를 표방하고는 있으나 그럴만한 실력이 부족해 고전하고 있는 셈이다.
가장 재고일수가 높은 군은 아웃도어로 F&F(198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300일이 넘어간다. 이들은 대체로 배수율을 높이고 대량 생산 정책으로 성장해왔고 골프웨어도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로드숍(대리점)을 중심으로 유통하는 세정 형지 등 볼륨기업들도 재고일수가 상당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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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생산 볼륨기업, 박리다매 90% 판매해야
재고회전일수의 기준이 최소 150일이 돼야 하는 이유는, 시즌마다 100% 완판을 한다는 가정하의 회전일수가 약 91일(365/4). 한 시즌 판매가 진행 중일 때 다음 시즌 물건이 입고되고 겹치는 것을 감안하면, 두 개 시즌 재고 보유(이때 183일)의 합보다는 작은 150일 정도면 충분히 관리가능한 범주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국내 패션기업의 경우 평균 판매배수가 2.4배수 내외인데, 이 경우 150일 회전일수는 재고자산회전율 약 5.1에 해당하는 통제가능한 ‘양호’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한 해외 패션기업 재고자산회전율이 5.0은 다 넘는다는 점, 즉 글로벌 스탠더드도 감안해야 한다(표2 참조). 사실 재고 자산 평가의 잣대는 안에 들어가서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아무도 알 수 없다. 재고자산이라는 것이 재고의 나이에 따라 평가를 감해 주어야 하며 이는 곧 이익이 훼손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고회전일수 최소 150일, 재고회전율 5 기준
즉 재고의 나이를 알아야 정확한 자산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으나 아무도 그 숫자를 공개하는 기업은 없다. “패션 비즈니스의 악마는 재고”라는 말이 바로 여기서 나온다. 자칫하면 착시현상으로 인해 기업을 좀먹고 있는 데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브랜드의 배수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재고가 상했다 할지라도 팔면서 이익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배수율을 많이 붙이는 곳과 배수율을 낮게 붙여서 박리다매 해야 하는 볼륨기업들의 상황은 다르다.
하지만 아무리 이익을 많이 남긴다고 해도 5000억원 재고에 재고일수가 300일이면 거의 1년치에 해당한다. 고부가가치 정책으로 처음부터 배수를 높여 놓았다 해도 정밀한 스터디가 필요하다.
배수 높은 기업들효율 있게 재고 판매 가능
이런 면에서 「자라」의 경우 같은 SPA형 브랜드이지만 「유니클로」(150일)과 「H&M」(160일)보다 재고관리를 훨씬 더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체 프로세스와 시스템 면에서 높은 접수를 줄 수밖에 없는 것이 「자라」다. 하지만 실제로 이 이슈와는 별개로 국내에서 「자라」 「유니클로」 「H&M」이 돈을 버는 이유는 엄청나게 저렴한 수수료 덕이다.
우리가 이 지표를 중시해 봐야 하는 하나의 잣대가 있다. 전 세계적 극단의 양극화다. 현재 전 세계 패션마켓에서는 배수율을 높이 붙이는 곳과 반대로 배수율을 낮게 붙이는 곳만 돈을 번다. 이 양상은 더욱 극심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난 2015년과 비교해 보면 2016년 전 세계 1000대 기업 가운데 톱 20개 기업이 100%의 이익을 가져갔다면 지금은 140%의 이익을 가져갔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하단에 있는 기업들이 그만큼 엄청나게 돈을 잃었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다. 중간층은 거의 실종됐다. 이 결과는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더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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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양극화 심화, 톱20 이익이 전년비 40% ↑
그럼 누가 부익부에 속할까. 결국 SPA와 럭셔리 기업들이다. 이는 명성을 가지고 배수를 높여 팔든가 아니면 낮은 배수율로 많이 팔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살아남는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에 럭셔리가 존재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 우리가 속한 것은 중간 혹은 하위그룹이다.
재고일수가 높은 브랜드들은 극단적으로 말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가성비가 높아지는 현 시장상황상 배수율 5~6배 하는 브랜드에 해당되는 논리를 2~3배수 하는 기업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재고회전이라는 것이 오늘날 더더욱 중요해졌다는 것이 자명하다.
이쯤에서 우리는 자신의 본질을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지난 30년 간 해온 관성을 벗고 세상 흐름에 자신의 몸을 맞춰 가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패션 비즈니스의 영위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패션비즈 2018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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