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F&F 대표 성공 스토리

    곽선미 기자
    |
    18.04.01조회수 3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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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얼리티’로 패션 판도 바꾸다

    다양한 가치를 접하는 시대에는 특유의 브랜드 가치로 시장을 리드하는 브랜드가 더 중요해진다. 그것이 곧 개성이고 그 가치는 소비자가 검증한다.



    전년대비 30% 신장, 매출 3000억원 달성, 겨울 성수기 11월 한 달 매출 940억원 기록…. 「디스커버리익스페디션(이하 디스커버리)」가 작년에 세운 기록들이다. 다들 힘들다고 하소연한 작년에 아웃도어 성수기 시절의 그 어떤 브랜드보다도 열렬한 반응을 얻었다. ‘아우터 강자’ 또는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 등 이 브랜드를 가리키는 명칭은 다양하지만, 폭발적인 반응에 대한 이유로는 부족하다. 디지털과 글로벌을 기반으로 전체적인 시장의 판이 바뀌는 시점에 누구보다 빠르게 앞서나간 것이 변화한 소비자의 니즈와 딱 맞았다는 것이 더 알맞을 듯하다.

    김창수 F&F 사장은 “패션뿐 아니라 세상이 크게 바뀌고 있다. IT업계를 제외한 전 세계 100대 브랜드들이 최근 5년 동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금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자 기로에 서게 한 원인은 바로 디지털과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이다. 이 두 가지 가치를 근간에 둔 기술 발전이 사람들의 가치관을 바꾸고 있다”며 “관념적인 가치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현실적인 가치에 눈을 뜨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화된 매체가 사람들의 가치관을 바꿨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일부 업계 관계자들이 내놓은 관념적인 정보가 일방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형식이었다면, 현재는 SNS 등 디지털 매체로 경계 없는 쌍방소통이 가능해 언제든 검증이 가능한 현실적인 정보의 교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패션 권력이 ‘보그’에서 ‘인스타그램’으로 넘어왔다.” 유명한 디자이너나 영향력 있는 편집장이 만든 이해하기 어려운 관념적 가치보다 수많은 인스타그래머가 내놓는 현실적인 패션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것.



    패션 권력, ‘보그’에서 ‘인스타그램’으로 전환

    김 사장은 이를 가리켜 ‘엘리트의 시대’에서 ‘대중의 시대’가 열린 것이라며, 패션의 민주화가 이뤄졌다고 표현했다. “브랜드의 개념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일방적인 매체를 통해 일부 패션 엘리트가 만든 관념적인 이미지를 추종하듯이 따랐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디지털 매체를 통해 누구나 패션 콘텐츠를 만들 수 있고, 브랜드에 대한 검증도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브랜드들은 허황된 이미지보다는 리얼리티를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리얼리티는 이해하기 쉬운 것, 체험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사하라 사막에서 부는 바람에서 영감을 얻은 컬러’나 ‘에베레스트 산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기능성’과 같은 관념적인 이미지가 가치를 가졌지만, 지금의 절대가치는 ‘지금 대중이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있다고 설명한다. 일부의 허황되고 관념적인, 괜히 멋져 보이는 이미지가 아니라 보편타당한, 손에 잡히는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진입장벽이 높다고 여겨졌던 스포츠와 핸드백 시장에 소규모 가성비 브랜드가 등장해 성공하는 사례가 많아진 이유도 이와 유사하다. ‘뛰어라!’ 같은 캐치프레이즈를 달고 스포츠에는 러닝 · 농구 · 축구만 있는 것처럼 선전하는 스포츠 브랜드, 귀족에게 납품하던 상품으로 사용자의 밸류를 높여 준다는 이미지를 팔던 잡화 브랜드에는 현실성이 없다. 소비자는 생각한다. ‘나는 가볍게 입을 운동복이 필요한데’ 혹은 ‘저것을 쓴다고 내가 귀족이 되나?’ ‘굳이 저걸 써야 하나?’ 하고.



    ‘롱패딩’ 성공, 일상의 리얼리티를 담았기 때문

    김 사장은 “그동안 패션계에서 정한 엘리트가 아니더라도 성공할 수 있는 시대다. 다양한 가치를 접하는 소비자들에게 딱 맞는,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가치를 제공하는 브랜드면 된다. 디지털 시대의 가장 큰 강점이다. 물론 디지털 시대에 맞는 방식을 접목하지 못하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 패션시장을 보면 옛날에 잘하던 기업이 오히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옛날 방식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옛날 것은 이제 살아남을 확률이 적다. 과거의 방식을 버리거나 디지털화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 물론 쉽지 않다. 변화하려면 그동안 해오던 성공의 공식이나 자신들이 옳다고 해왔던 방식을 부정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디지털 싱킹(Digital Thinking)’이다. “이제 패션계는 아날로그 시대의 패션 엘리트 주의를 과감히 버리고 디지털 시대의 반엘리트 주의, 디지털 민주주의를 받아 들여야 한다”며 “과거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패션 스타일로 사랑받는 「구찌」의 성공 사례를 반추해보자”고 말한다.



    ‘디지털 싱킹’, 기존의 성공방식을 부정하라!

    F&F의 경우는 상품과 유통 운영, 내부 의사소통 방식은 물론 소비자 마케팅까지 전면에 변화를 줬다. 「디스커버리」는 과장된 아웃도어 활동보다는 실제 소비자들의 일상 활동 기반에 맞춰 상품을 개발했다. 기능 관련 신기술을 수용하면서도 아이템은 블루종, 롱패딩, 경량다운 등 실제 입기 편한 것으로 선택했다. 마케팅도 ‘디스커버러’를 찾아 실제 소비자의 여행이나 모험을 지원하는 실질적인 방식을 택했다.

    리테일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한 환경에 따라 변화를 주지 않을 수 없어 꾸준히 파트너사와 협의하며 준비 중이다. 내부 의사소통도 과거에 비해 수평적으로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디지털 플랫폼을 사용하면서 개선하고 있다. 대중이 좋아할 만한 가치 있는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 꾸준히 빅데이터를 분석해 상품 적중률을 높이고 그것을 매체에 맞는 소통 방식으로 알려 나간다.

    김 사장은 디지털 싱킹과 함께 글로벌라이제이션의 기회를 강조했다. 디지털로 인해 브랜드의 시장성이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훨씬 확대됐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은 보통 ‘서양화’를 뜻했다. 패션의 중심이 유럽이나 미국에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동서양의 믹스가 진정한 의미의 세계화라고 생각한다. 동양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라며 “동서양의 믹스가 ‘세계화’라면, 서울이 위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그 중심에 설 수 있고 그렇게 되고 있다”고 짚었다.

    “서울은 아시아의 전통과 역사를 가진 가장 서양화된 도시다. 서양에서 동양으로 넘어오는 관문이 되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어 세계의 문화가 서울에서 교류하고 재창조된다”며 “사실 한국에서 패션만 세계화하지 못했지, 드라마나 음악 · 화장품 · IT 등 타 사업군은 대부분 세계적인 성공 가능성이 확실해지고 있다. 한류는 동양적 가치관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것이다. K-패션도 세계적으로 성공하리라 확신한다. 「디스커버리」 「MLB」도 서양의 가치를 한국 감성으로 표현한 브랜드이며 같은 맥락으로 K-패션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한국 패션 살맛난다!’ 서울, 글로벌 패션 중심지로

    ‘아시아에 위치한 유럽’인 러시아와 주변 국가 출신 디자이너들이 지금 글로벌 패션 시장을 이끌고 있는 것도 앞으로 서울과 한국의 패션이 세계 시장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현재 국내 패션 시장이 어렵고 암울하다는 의견이 많지만, 김 사장은 더 쉽게 더 효과적으로 세계화에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며 “한국 패션도 살맛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F&F 역시 움츠러들기보다는 가능성을 높게 보고 또 다른 기회에 도전하고, 더 많은 일자리도 만들기 위해 활동적으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홍콩과 대만, 중국 등에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생산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미국에는 현지법인으로 지사를 설립했고, 곧 유럽에도 만들 예정이다. 패션기업으로서 K-Fashion이 글로벌 패션이 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앞으로 브랜드의 역할은 더 중요하다. 디지털 환경에서 누구나 만들 수 있고 쉽게 글로벌라이제이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가치를 접하는 시대 속에서 브랜드 특유의 보편타당한 가치를 기준으로 시장을 리드하는 브랜드는 꼭 필요하다. 그것이 곧 개성이다. 그 개성의 가치는 대중이 지속적으로 검증해 줄 것이다.” F&F는 새로운 시대에서 시장을 리드하는 브랜드, 패션기업을 목표로 한다.



    F&F, ‘시대를 앞선 여성’ → ‘현실 속 일상’ 눈 돌려

    아주 단순한 이야기지만, 기존 시장이 무너지면 반드시 뜨는 시장이 있다. 하나의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면 그것으로 대체된 기존 시장이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F&F는 디자인에 강점을 둔 여성복 전문 기업이었다. 시대를 앞선 여성의 이미지를 옷으로 보여주며 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그럼에도 시장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는 주춤했다.

    지금 시대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 F&F에 대한 자기부정이 필요했다. 김 사장은 “패션은 어느 부분에서는 과거에 대한 자기부정이 필수다. 오늘까지 좋던 것이 내일은 싫어지는 것이 패션이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부정하고 변화시킬 필요는 없다. 브랜드가 가지고 가는 변치않는 가치관은 꼭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패션은 변화다(칼 라거펠트)’라기 보다 ‘패션은 진화다’라고 하고 싶다. 특히 새로운 기술이 세상을 변화시켜가는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김 사장과 F&F의 패션 사업 과정을 살펴보면 그것은 한마디로 ‘한국 여성의 세계화’로 압축된다. 「베네통」으로 여성복 사업을 시작할 때 내세웠던 그의 캐치프레이즈이기도 하다. 「엘르스포츠」로는 여성복으로 스포츠웨어를 가장 먼저 선보였다. 언제나 독립적인 자아를 가진 여성의 일상을 이야기해 왔다. 그래서 실제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이 많아져 그의 큰 꿈이 이뤄진 후에는 은퇴를 고민하기도 했다.

    5월, 새로운 여성상에 맞는 잡화 브랜드 론칭

    그러다 아웃도어 「디스커버리」를 만나 리얼한 현재의 라이프스타일을 구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이제 잡화 영역을 통해 또다시 업그레이드된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일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오는 5월 공개될 액세서리 브랜드는 작은 신규 브랜드임에도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김 사장은 “다들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심해 어렵다고들 한다. 세계적인 브랜드도 변화하며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며 “지금은 바람이 거세고 풍랑이 험한 날씨다. 이런 날씨에는 돛을 높이 세우면 더 빠른 항해를 할 수 있다. F&F 역시 디지털이라는 돛을 높이 세우고 ‘세계’를 향해 항해를 준비 중이다”라고 했다.

    ‘변화만 한다면 성공 가능성 높은 때!’

    패션+테크, 판타지+리얼리티 등 그동안 김창수 사장이 내놓은 패션 키워드는 하나같이 패션 시장의 흐름을 관통했다. 키워드는 매번 다르지만 사실 시대에 따라 표현하는 언어만 달라졌을 뿐 그가 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같다. 변치 않는 정체성과 가치로 신뢰감을 주고 트렌드나 스타일로 변화하는 매력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즐기는 것이 패션의 즐거움이지 않나요?”’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지정학적으로 글로벌 패션과 문화의 중심이 될 서울에서, 디지털을 기반으로 글로벌라이제이션할 수 있는 기회가 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파리나 뉴욕의 역할을 서울이 할 수 있다. 「MLB」나 「디스커버리」같은 브랜드가 또 생기지 말란 법이 없다.


    Profile
    김창수 F&F 사장


    1961년 서울 출생
    1986년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1985년 삼성출판사 입사
    1986년 아트박스 이사
    1992년 아트박스 대표이사
    1992년~현재 F&F 대표이사


    BOX. 패션과 코스메틱, 비즈니스 성향 반대다

    「MLB」 「디스커버리」 등 성공적인 패션 사업을 전개 중인 F&F는 별도법인 F&co를 통해 코스메틱 브랜드 「바닐라코」를 전개 중이다. 지난 2005년 이 사업을 시작할 당시 김창수 사장은 “앞으로 패션과 코스메틱은 개인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같은 트렌드 흐름을 따르게 될 것”이라며 코스메틱의 패션화를 예견했다.

    코스메틱 사업 13년차, 그는 “(색조 등 트렌드는 같게 가지만) 패션과 코스메틱은 접근 방식이 완전 반대다. 심리적으로 패션은 자신감, 코스메틱은 콤플렉스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고 말했다. 패션 아이템은 늘 변화하는 게 매력이지만 기초 코스메틱 상품은 변치 않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가 같은 상품을 꾸준히 재구매해야 사업이 이어질 수 있다. 직관적인 패션에 비해 의외로 이성적인 사업이라는 것이다.

    김 사장은 “패션을 잘하면 코스메틱은 잘 못한다. 스스로 패션인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코스메틱은 아직 전문가가 아니다”라며 “온라인에서 의류 쇼핑몰로 시작해 코스메틱까지 전개하는 곳들도 결국 둘 가운데 한 가지 사업의 비중이 더 커진다”는 말로 두 가지 사업의 다른 성향을 설명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됩니다.>


    **패션비즈 2018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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