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복 생존 미션 ‘속도 & 적중률’↑

    패션비즈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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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03.05조회수 21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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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컷」 「나이스크랍」 「시슬리」…





    영 캐주얼 대표 브랜드들이 ‘리얼 2030’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온라인 · SPA 브랜드 강풍 속에 메인 타깃층인 2030세대 잡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 현실. 이 가운데 가심비, 스피드, 트렌드 등으로 무장한 영 캐주얼 브랜드들의 성공 전략은 무엇일까.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상품 기획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는 것. 과거에 비해 기획 과정이 빨라지고 선기획은 줄어들며 Q.R(Quick Response)과 바잉 비중을 점차 늘리고 있다. 특히 겨울 시즌의 경우 원부자재를 저렴하게 확보해 물량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QR 기획 비중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주목된다.

    특히 지난겨울 시즌 일부 브랜드의 경우 미처 준비하지 못한 헤비 아우터를 스폿 상품으로 기획해 재미를 봤다. 스폿이 힘들다면 바잉 시스템을 도입해 외부 상황에 대응하는 등 발 빠른 대처로 온라인 · SPA 브랜드들과 맞대결을 벌이는 것이다.

    「듀엘」 실시간 트렌드 반영, 주단위 신상품 인기

    이러한 흐름을 캐치한 신세계톰보이(대표 고광후)의 「스튜디오톰보이」, 대현(대표 신현균 · 신윤건)의 「주크」 「듀엘」, 신세계인터내셔날(대표 차정호)의 「보브」 「지컷」은 굳건히 톱 자리를 지켰다. 베네통코리아(대표 조형래)의 「시슬리」와 엔씨에프(대표 설풍진)의 「나이스크랍」, 인동FN(대표 장기권)의 「리스트」, 제이엔지코리아(대표 김성민)의 「시에로」, 동광인터내셔널 계열사 디케이앤코(대표 김지아)의 「비지트인뉴욕」도 웃었다.

    「듀엘」 「주크」 등을 디렉팅하는 기하경 대현 전무는 “「자라」 등 글로벌 SPA가 국내에 들어온 10여 년 전부터 선기획 비중이 매년 줄고 있다. 대현의 경우 봄 상품 외에는 선기획이 거의 없다”면서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통해 트렌드가 실시간으로 공유되기 때문에 이에 맞춰 신상품을 매주 출시해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듀엘」스러운 옷이 결국 팔리기 때문에 스폿으로 하더라도 브랜드의 스타일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폿 비중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가 각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흐리는 역할을 한다는 시선도 있다. 한 여성복 브랜드 사업부장은 “저마다 스폿을 늘린다는 것은 장사가 안 되기 때문이다. 여성복의 경우 S/S 품평을 6번 이상 하는데 1~2차 품평 이후 뭔가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 급 기획, 즉 스폿기획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컷」 「보브」 헤비 아우터 대응력 통해

    또한 “시즌이 시작된 후 다른 브랜드에서 잘 되는 아이템이나 디자인이 나왔을 때 스폿기획을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결국 조닝 내 상품들이 비슷해지고, 각 브랜드의 DNA가 전체적으로 흐려진다는 우려는 당연히 갖고 있다”며 “브랜드별 아이덴티티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발 빠르게 기획하는 프로세스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하 SI)은 지난겨울 코트보다 다운 판매가 월등히 높아지자 롱패딩 등에 집중한 전략을 펼쳤다. 「지컷」은 매출 기준으로 코트와 다운 각 비중이 비슷한데, 작년 10월 중순부터 다운 판매가 매출을 주도하며 겨울 장사에 성공했다. 작년 550억원으로 마감한 「지컷」은 작년 말부터 연초로 이어진 다운 호조에 힘입어 올해 600억원 이상을 목표로 세웠다.

    같은 회사의 「보브」도 지난 겨울 헤비 아우터의 판매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트렌드에 발맞춘 기획력이 기본 매출을 잡아준 것. 아우터의 평균 판매율은 60%대인데, 100만원 이상 고가 아우터의 판매율은 오히려 78~93%까지 치솟았다.

    「시슬리」 무스탕 기획 적중, 판매율 90%

    백관근 SI 여성사업부 상무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양털 · 양가죽이나 특수 퍼를 사용해 보온성을 높인 코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보브」의 헤비 아우터들은 고가 소재인 만큼 가격대도 100만~300만원 이상으로 더 높은 상품군이지만, 옷의 디자인이나 완성도에서 만족감을 줬기 때문에 판매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신세계톰보이의 「스튜디오톰보이」는 브랜드가 가진 코트 디자인력과 ‘롱’ 기장 트렌드를 섞어, 롱코트 히트 아이템을 만들었다. 초두물량 1000장 이후 5차 리오더가 이뤄졌다.

    「시슬리」는 패션 검색 키워드 상위권을 늘 지키던 무스탕에 승부수를 띄웠다. 무채색 패딩 대신 여성스러운 디자인과 다채로운 컬러, 여기에 보온성까지 겸비한 ‘무스탕S 컬렉션’은 여심을 사로잡았다. 온 세상이 검은 패딩으로 물들었던 분위기 속에서 이 브랜드의 무스탕 컬렉션은 출시 일주일 만에 상품 스타일 수 절반이 90% 판매율을 기록했다. 전략적으로 선보인 이 헤비 아이템은 롱패딩만큼 최대 수혜 아이템으로 꼽혔다. 300만원대에 가까운 블랙 램퍼 무스탕도 지난 12월 기준 전체 물량 중 85%의 판매율을 기록했다. 재작년 무스탕으로 테스트마켓을 거칠 당시보다 약 300%의 성장세를 보이며 리딩 브랜드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시에로」 16년 대비 스폿 기획 40% 확대

    「시에로」는 지난해 F/W시즌 에코 퍼 야상과 코트류가 출시와 동시에 완판을 기록하면서 영 조닝 라이징 스타로 등극했다. 같은 야상, 다운 패딩이어도 「시에로」의 감성을 불어넣어 페이크 퍼로 세련미를 더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오버사이즈 룩을 조화롭게 섞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루즈핏의 핸드메이드 코트 또한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나근영 「시에로」 상품기획 이사는 “경제력이 있는 여성들이 부담없이 입을 수 있는 헤비 아우터를 추구했다. 수입 컨템포러리 상품에 뒤지지 않는 퀄리티에 비해 과하게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디자인도 한몫을 했다. 「시에로」의 성장은 단단한 아이덴티티를 지키는 오너의 마인드를 중심으로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하는 스폿 기획력 등 합이 맞아 일궈낸 성장”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시에로」는 재작년 대비 스폿 기획을 40%까지 늘리면서 외부 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자세를 취했다. 나 이사는 “앞으로 스폿 기획에 비중을 두고 「시에로」만의 경쟁력으로 여성 소비자들과 호흡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 브랜드는 올해 400억원을 자신하며, 지난 2016년 대비 100억원의 매출 외형을 키울 계획이다.

    「나이스크랍」 아이덴티티 살린 발빠른 기획력

    「나이스크랍」은 기존 베스트셀러인 코트 비중을 과감하게 낮추고 다운 패딩에 주력해 매출을 견인했다. 올겨울 아우터 상품 기준 패딩은 30%, 코트는 70% 선이었다.

    정상현 상무는 “당시 패딩 제작에 진입하기에 상당히 늦은 시기였다. 하지만 롱패딩이 작년 겨울을 강타할 것이라는 예감이 강하게 왔고 재빨리 스폿으로 롱패딩을 과거에 비해 과감하게 물량을 늘려 출시했다”며 “재작년 겨울에 롱패딩 테스트마켓을 거친 데이터 분석도 철저히 적용했다. 출시와 동시에 완판한 뒤 수차례 재생산에 들어가고 1만장 정도 판매했다”고 말했다.

    「비지트인뉴욕」 「숲」 QR 50%, 상승세

    지난해 1000억원대 매출로 마감한 「숲」은 선기획 60%, 스폿은 40%까지 확장한다. 「비지트인뉴욕」 은 절반이 Q.R 상품인 만큼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숲」도 지난겨울 헤비 아우터 판매가 호조를 띠면서 수량기준 80% 이상 판매가 일어났다. 무채색에서 벗어나 아이보리와 핑크 등 다채로운 컬러로 다운 패딩을 속속 출시한 점이 주효했다.

    「비지트인뉴욕」 은 작년 가을부터 집중하고 있는 코트류가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코트류가 꾸준히 팔리더니 겨울 막바지 시즌 큰 할인율 없이도 우수한 소진율을 기록했다.

    이 브랜드는 특히 김지아 디케이앤코 대표 겸 동광인터내셔널 상무를 중심으로 주단위 스폿 품평 진행과 출고 목표를 세운다. 또한 현장과 밀착해 마켓 중심의 상품 개발에 주력하는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지난해 영업이익률 12%의 성과를 냈다.

    「리스트」 품질 + 속도 잡아 적기 판매에 앞선다

    인동FN의 「리스트」는 올해 매출 1000억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체 물량의 80%가량을 베트남 전용 공장에서 생산하면서 품질과 속도(딜리버리)를 잡아 적기 판매에 앞서는 가운데 좀 더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응, 2030 소비층 공략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지난 겨울 롱벤치파카 6000장을 완판, 물량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는 등 히트 아이템이 매 시즌 속속 나오면서 「리스트」의 기획역량이 높아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올 S/S시즌에는 데일리 아이템을 실속있게 구매할 수 있는 ‘레드라벨’을 별도로 만들어 제안한다.

    코트, 재킷, 트렌치코트, 블라우스, 팬츠, 원피스 등 매 시즌 검증된 베스트셀러에 가격저항을 낮춰 저변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리스트」의 또다른 전략은 실력있는 디자인스튜디오와 손잡고 스타일 감도를 높여 판매적중률을 높인다. 외부 디자이너를 통해 유니크한 디자인을 공급해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를 만들 계획이다. 앞으로 디자이너스튜디오와 협업한 상품은 전체의 30% 수준으로 비중있게 가져가겠다고 전한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됩니다.>


    mini interview



    김지아 디케이앤코 대표 / 동광인터내셔널 상무

    “현장 중심 + 주별 기획 핵심”

    “브랜드에서 스폿 비중을 50%까지 올린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정확한 감과 소비자 의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 속도감 있는 상품 기획과 현장에 민첩하게 대처하는 것만이 생존 전략이 아닐까. 두 브랜드가 지난해 우수한 성적을 거둔것도 본질에 충실하면서 스피드하게 시장 변화에 대처했기 때문이다. 올해 「비지트인뉴욕」과 「숲」이 선도해 트렌드에 가장 민첩한 브랜드임을 증명하겠다.”




    정상현 엔씨에프 상무

    “빅 데이터 기반 기획 파워”

    “「나이스크랍」의 성장에는 오랜 기간 쌓아온 데이터 분석 능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무작정 시장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도 위험한 일이다. 왜냐하면 브랜드를 찾아오는 핵심 타깃과 브랜드별로 추구하는 코어 밸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옆집에서 패딩을 한다고 무리하게 패딩을 대량으로 생산한다고 그 브랜드로 헤비 아우터를 사러 올까? 「나이스크랍」의 소비자와 가장 어울리는 상품을 적정한 가격에 웨어러블한 디자인으로 풀어냈기에 롱패딩과 코트 판매율이 좋았다.”




    한광윤 베네통코리아 상무

    “올겨울 키 아이템은 무스탕”

    “「시슬리」가 선보인 무스탕은 다양한 컬러와 길이, 디자인에서 여성들의 취향과 체형을 헤아렸다. 가격대도 40만원대부터 시작해 경쟁력을 갖췄다. 다들 패딩에 집중할 때 니치 마켓을 빠르게 캐치한 점이 주효했다. 물론 「시슬리」도 패딩을 냈지만 올해 무스탕 S 컬렉션은 패딩만큼이나 웃음 지은 아이템이라고 자신한다. 올해는 패딩 열풍만큼 무스탕 헤비 아우터의 모습을 브랜드에서 작년보다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홍승해 기자, hae@ 박한나 기자, hn@fashionbiz.co.kr

    **패션비즈 2018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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