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H, 패션양말 「스테이골드」 출격

    곽선미 기자
    |
    17.12.05조회수 1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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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웃도어 ~ 패션양말 3대(代) 저력



    “어릴 때 발을 다쳐서 항상 발을 감추느라 양말을 많이 신었어요. 집에 옷보다 양말이 더 많을 정도인데, 어느새 양말에 맞춰 옷을 코디하는 저를 발견했어요. 양말을 정말 좋아해서 해외여행을 가서 쇼핑을 해도 양말에 먼저 눈이 가고 좀 더 색다르고 개성 있는 상품이 없을까 찾게 됐죠. 할머니와 아버지가 하는 사업이 ‘양말’에서 시작했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됐어요. 너무 신기한 연(緣)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정민 MEH 「스테이골드」 사업부 실장의 말이다.

    아웃도어 「밀레」를 전개하는 MEH(대표 한철호)가 신규 사업으로 프리미엄 패션 양말 브랜드 「스테이골드(STAY GOLD)」를 론칭했을 때 머릿속에 떠올랐던 물음표들이 모두 사라졌다. 오히려 돌고 돌아 처음으로 가서 기업의 노하우를 담아 새로운 세대와 니즈를 겨냥하겠다는 포부가 느껴졌다.

    「스테이골드」는 아직 ‘패션 양말’에 대한 인지가 낮은 국내시장에 소량 생산으로 높은 퀄리티의 양말을 선보이겠다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한 번에 몇천 켤레씩 생산해 내는 기성품이 아니라 하나하나 수제 양말과 같은 디자인, 품질, 희소성을 가진 상품을 만들어 내는 데 목표를 둔다. 전체 상품 중 약 30%는 일본산 특수원사와 디자인 짜임을 넣어 아예 일본에서 제작해 들여와 판매할 예정이다.

    고순이 회장 - 한철호 사장 - 한정민 실장, 가업 잇다

    현재 첫 오프라인 매장이자 쇼룸으로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초입에 단독 스토어를 오픈했으며, 올해 안에 온라인 쇼핑몰 전개를 시작해 주력 유통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스테이골드」 삼청동점은 연건축면적 83㎡(약 25평) 규모로 브랜드 상품 전 라인을 볼 수 있도록 꾸몄다. 숍 2층에는 라인별로 다양한 콘셉트의 인테리어를 적용했고, 작은 공간을 할애해 남성용 상품만 따로 구성하기도 했다.

    첫 시즌의 매장은 영화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영감을 얻은 콘셉트로 꾸몄다. 핑크빛 외관과 포근한 카펫을 활용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2층에 위치한 매장에 가기 위해서는 신발을 벗고 실내화로 갈아 신어야 한다. 이는 양말 브랜드 매장인 만큼 소비자들이 좀 더 쉽게 상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특이하게 매장 1층은 점포 콘셉트와 어울리는 설치미술 작품과 그림이 걸려 있어 마치 갤러리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작품들은 모두 사업을 총괄하는 한 실장이 완성한 것이다. 1988년생으로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고 전공한 그녀는 일본에서 8년간 유학하며 설치미술로 작품 세계를 넓혀 지속적으로 전시회를 진행했다. 한 실장은 “중학생 때부터 28살 때까지 그림을 그렸는데, 나이가 들면서 아버지(한철호 사장)처럼 사업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것보다는 제가 좋아서 오래 할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주변을 둘러봤죠”라며 사업 시작의 계기를 전했다.



    1966년 ‘등산 양말’로 시작, 양말로 회귀하다

    시작은 콤플렉스였다. 유년기에 생긴 발등의 상처를 감춰 주던 양말에 눈이 갔다. 처음에는 가리는 용도로 구매했지만 점차 가장 좋아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쇼핑 취미가 붙은 양말이다. 일본 유학 시절 구매한 디자인 양말로 옷장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는 농담을 할 정도.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 보니 운동화 속, 구두 속에 신는 일반 양말이 대부분이고 소재나 디자인의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자신만의 사업 아이템으로 양말을 선택했다.

    그녀는 “요즘은 「유니클로」 같은 중저가 SPA 브랜드의 상품도 질이 상당히 좋아요. 이젠 가격이 싼 것이 소비를 불러일으키는 데 큰 의미가 없어요. 그래서 ‘유니크’한 상품,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아이템을 구상하기로 했습니다. 거기에 장인 정신을 담아 상품 퀄리티를 최대로 끌어올린 물건이라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규모를 키우는 데 집중하는 것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싶거든요”라고 말했다.

    브랜드명인 ‘스테이골드’에도 이 같은 마음이 담겨 있다. “브랜드명은 남편과 함께 만들었어요. 미국의 청소년 영화인 ‘더 아웃사이더’에서 철없는 시절을 함께 보내던 친구 중 한 명이 죽으면서 친구들에게 ‘너희는 변하지 말고 반짝거리는 그 시기에 머물러라’라는 의미로 ‘stay gold’라는 이야기를 하는데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돈을 벌고 싶은 유혹도 생길 텐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고 오래 계속해서 처음의 이 마음을 지속하자는 의미로 브랜드명을 지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장인 정신 담은 ‘패션 양말’로 마니아 공략한다

    일본에서의 상품 제작을 고집하는 것도 그들의 장인 정신을 닮기 위해서다. 한철호 사장은 “현재 국내에서 판매하는 양말은 중국에서 생산되는 것들인데, 보통 한 롯드에 기본 3000~4000장을 생산해요. 가격이 너무 싸서 국내에는 만들어 주는 공장도 많이 사라졌을 정도죠”라며 “「스테이골드」의 상품들은 한 롯드에 100~150장 내외로 만드는 공장에서 제작하고 있어요. 한 실장이 처음에 그런 상품을 만든다고 했을 때는 ‘어림도 없다’며 혀를 찼는데 요즘 소비자들에겐 그런 것이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라고 말했다.

    그는 “바지 길이가 많이 짧아졌고, 양말을 포인트로 한 패션이 종종 등장하잖아요? 「스테이골드」가 그런 시장에서 상품과 브랜드를 다양화하는 데 일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아직 상품 수량이 많지 않아 매장에서는 수입품도 함께 판매하는데 하루에 15장밖에 생산하지 않는 니트 스타킹, 스타킹과 조화롭게 신을 수 있는 양말 등 퀄리티와 디자인을 다양화한 상품을 풍성하게 선보이려고 한다.

    한 실장이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생각을 밝혔을 때 가장 반대한 것은 의외로 할머니이자 MEH 창립자인 고순이 회장(84세)이었다. 손녀의 손을 꼭 잡은 고 회장은 “힘든 일인데, 그걸 하고 싶어 해서 말렸어요. 더 나은 일을 했으면 해서…”라고 말했다. 하지만 손녀가 자신과 같은 일을 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에 누구보다 기뻐하며 서포트하고 있는 것도 고 회장이다. 평생 매체에 모습을 비치지 않던 그녀가 손녀의 부탁에 「스테이골드」 론칭 현장에 등장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MEH, ‘더릿지354’ 등 뉴 니치마켓 발굴 주력

    MEH는 1966년 고 회장이 털실을 이용해 가내수공업으로 짠 등산 양말로 출발한 기업이다. 고 회장과 남편인 고 한용기 전 회장의 성을 한 자씩 따 ‘한고상사’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내고 ‘에델바이스’라는 상표를 붙여 양말을 선보였다. 창업 6년 만인 1972년에는 업계에서 최초로 등산 잡지에 양말 광고를 내기도 했다.

    집에서 만들어 남대문에서 판매하던 등산 양말이 점차 입소문을 타면서 신세계백화점, 미도파백화점, 코스모스백화점 등 당시 주요 백화점 유통에까지 진출했다. 업계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던 쿨맥스, 고어텍스 등 신소재를 접목한 상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가내수공업에서 점차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새로운 것을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에 모험과 실험을 계속한 것.

    현 대표인 한철호 사장은 28세인 1987년에 한고상사에 합류했다. 1985년 부친이 작고한 후 어머니인 고 회장을 돕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당시 한고상사의 매출 규모는 3억원 정도였다고. 2세 기업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MEH는 모자(母子)가 동시에 사업 파트너로서 키운 회사라고 보는 것이 맞다. 양말과 스웨터, 모자 등 니트류 사업을 진행하던 한고상사를 아웃도어 브랜드로 키운 것이 한 사장이기 때문이다.

    가내수공업 양말에서 4000억대 기업으로 성장

    한 사장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시장에 눈을 뒀다. 야외 활동이 늘 것을 예상해 조끼와 바지 등 등산 의류로 영역을 차츰 넓혀갔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사업을 전개하면서 1990년에 「에델바이스」라는 이름의 토털 아웃도어 브랜드를 론칭하고 1997년 즈음에는 100억원대 규모로 회사를 키웠다.

    그러다 외환위기(IMF) 때 OEM 사업의 한계를 처절하게 깨닫고 직접 운영하는 ‘브랜드’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1999년 프랑스 「밀레」 본사와 계약을 맺어 라이선스 사업을 시작한 이유다. 한 사장은 “2004년 회사를 맡은 이후 2009년 4월에 「밀레」 상표권을 인수한 것이 평생의 가장 큰 모험이었다”며 “당시 매출이 650억원 수준이었는데 브랜드 인수금액이 100억원이 넘었어요. 직원들의 반대도 컸죠. 그렇지만 앞으로 아웃도어시장은 계속 클 테니까 지속적으로 로열티를 지불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상표권을 샀죠”라고 인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2014년 4000억원대까지 큰 「밀레」의 매출은 시장의 하락세에 따라 점차 줄고 있다(작년 소비자가 기준 3200억원). 그런 상황에서 MEH가 새롭게 전개한 것이 바로 아웃도어 편집숍 ‘더릿지354’와 올해 하반기 론칭한 「스테이골드」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테이스트에 맞는 아이템이나 사업 개발을 위해 규모보다는 새로운 틈새시장을 찾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한승우 본부장 등 MEH 3세 경영 테스트 속도 붙어

    「스테이골드」는 우선 양말 브랜드로 시작하지만 점차 남성 넥타이나 커프스 링 등 패션잡화 부문으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핑크빛 꿈과 설렘이 가득한 매장 인테리어처럼 반짝거리는 눈빛과 환한 미소로 연신 브랜드에 대해 설명하던 한 실장은 “패션을 좋아하는 마니아 성격의 소비자들이 보물 같은 잡화 아이템을 찾을 수 있는 브랜드로 자리 잡고 싶습니다. 소비자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브랜드로 철학과 아이덴티티 전달에 주력할 예정입니다”라며 브랜드의 방향성을 전했다.

    한편 MEH는 한 실장의 투입으로 한 사장의 장남인 한승우(31세) 「밀레」 브랜드전략본부장에 이어 3세들의 활동이 도드라지는 상황이다. 과거 「밀레」의 주요 상품 라인이던 ‘엠리미티드’를 기획하며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인 한 본부장은 이번 시즌 ‘밀레 클래식’이라는 신규 라인을 통해 한층 성숙해진 감각을 드러냈다. 그는 현재 「밀레」 온라인 사업과 신규 라인 확장 등 「밀레」의 미래 젊은 소비자를 공략할 수 있는 전략 부문을 맡고 있다.

    **패션비즈 2017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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