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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선 블랙야크 회장

Friday, Dec. 1, 2017 | 곽선미 기자, kwak@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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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1세대 개척가 「나우」로 패션 ‘혁명’ 일으키다



“관광과 여행의 차이를 아세요?” 「나우(nau)」의 전시회가 열린 서울 광진구 도곡동의 작은 공간 ‘도시서점’에서 만난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이 뜬금없이 물었다. “관광은 유명한 곳을 보고 지나가는 것이고, 여행은 머무름을 즐기면서 문화를 경험하는 것이 아닐까요?”라고 답하자 강 회장은 “앞으로의 패션과 사회의 방향은 ‘여행’ 같아져야 한다”며 “그런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브랜드가 바로 「나우」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배움을 계속하는 사람은 끊임없이 진화한다.” 올해 본 사람 중에 강 회장만큼 이 말을 와닿게 하는 사람이 없다. 내년이면 70세가 되는 ‘아웃도어 1세대 개척가’ 강 회장은 지금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새로운 것을 배우려 하고, 배움에서 깨달은 것을 자신의 삶에 녹여내고 있다. 아마 최근 3년 동안 그를 매년 본 사람이라면 재작년이 다르고, 작년이 다르고, 올해는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놀랐을 것이다.

아웃도어시장은 어느 때보다 침체해 있지만 강 회장은 어느 때보다 혁명가 같은 모습으로 미래의 먹거리를 찾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가 일으키고자 하는 ‘패션 혁명’의 선봉에 세운 브랜드가 바로 「나우」다. 「나우」는 국내에서 최대 300억원의 매출 규모를 예상하는 브랜드지만, 과정을 중시하는 철학과 지속가능한 삶을 추구하는 브랜드의 지향점이 미래시장에서 원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고 그는 판단한다.

“미래시장의 먹거리는 ‘지속가능성’ 추구에 있다”

“요즘 소비자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와 명분에 맞거나 삶의 질을 높여 주는 요소가 있다고 생각될 때 소비를 합니다. 「나우」는 그런 소비를 지향하는 브랜드예요. 당장은 돈이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이 브랜드는 의류 외에도 많은 카테고리로 확장이 가능하거든요. 현재는 「나우」라는 브랜드가 안착할 수 있는 터를 찾는 중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온천을 찾듯이 말이에요. 일단 뚫리면 다들 모이게 돼 있어요.”

「나우」를 인수해 들여왔을 때도, 본사 1층에 처음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했을 때도 많은 패션계 사람이 말했다. “저게 무슨 브랜드냐.” “캐주얼이냐 아웃도어냐.” “너무 생각이 많은 브랜드다. 그 많은 생각에 소비자는 관심이 없다.” 「나우」가 대형 브랜드처럼 빨리 성장하지 않자 브랜드 인수를 결정한 강 회장의 아들, 강준석 블랙야크 미래전략실 상무의 시각을 비판하기도 했다.

강 회장은 “이 브랜드는 서두르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소비자와 환경, 브랜드가 함께 가기 위해 천천히 움직이는 거예요. 패스트패션의 시대에 이 같은 혁명이 어딨어요”라며 「나우」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캐주얼이냐, 아웃도어냐’라는 질문은 주로 유통에서 많이 했을 겁니다. 어떤 층에 넣어야 하나 고민했을 테니까요. 우리도 처음에는 그 부분을 많이 고민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더라고요. 요즘 어떤 소비자가 복종을 따져 구매하겠어요?”라고 반문했다.



마케팅, 기존 매체에 답이 없다면 ‘직접 한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직접 하자’였다. 본사 1층에 브랜드의 생각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매장을 오픈하고, 이 브랜드의 철학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는 데 집중했다. 주로 인스타그램을 활용했다. 태그에 태그에 태그를 걸어 「나우」의 게시물을 눌렀을 때 어떤 사람들, 어떻게 사는 사람들이 「나우」와 소통하는지 알 수 있도록 했다. 효과가 아주 좋았다.

최근에는 ‘나우 매거진’이라는 책을 만들었다. 미디어도 설명하기 어려워하는 이 브랜드를 직접 이야기해 주자는 생각에서였다. 강 회장은 “블랙야크가 가고자 하는 길을 이 책을 내는 행동으로 보여 주고 싶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철학이 없으면 새로운 시대에 적응할 수 없어요.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방식, 삶, 가치를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 브랜드, 물건으로 보여 줄 생각입니다.”

기본적으로 「나우」는 환경오염을 줄이는 소비를 지향하는 브랜드다. 인수 전 미국에서 운영하던 매장도 고객이 고른 상품을 바로 주지 않고 집으로 배송했다. 물류창고에서 바로 집으로 보내 매장을 거치는 중간에 발생하는 포장재나 환경오염을 막기 위함이다. 사용하는 모든 원자재는 재활용 소재다. 면과 충전재 솜은 유기농 인증을 받은 것만 사용하고, 수익의 일부는 환경단체에 기부한다. ‘과정’을 굉장히 중시하는 브랜드다.

‘벽을 허무는 나눔’, 창의성의 원천과도 통해

‘나우 매거진’은 창간 기념으로 「나우」가 탄생한 ‘기묘한(weird) 사람들의 도시’ 포틀랜드의 로컬 브랜드와 사람을 소개하는 것으로 행보를 시작했다. 나무로 만든 안경, 한 달에 1개만 제작 가능한 수제 기타, 수공예품 편집숍, 폐공장을 개조해 만든 공방, 수제 맥주를 만드는 브루어리 등이다. 자신만의 삶을 하루하루 멋지게 만들어 가고 있는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았다. 앞으로 반년에 한 번씩 한 도시를 주제로 삼아 그곳의 삶과 이야기, 브랜드를 전달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유통은 독립 서점을 통해 하고 수익금은 전부 환경단체에 기부한다.

강 회장은 “요즘 사람들이 나눔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잖아요. 그렇지만 진정한 나눔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기부와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이면서도 자신의 아이에게는 다문화가정 아이와 가까이 지내지 말라는 말을 하기도 하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나눔은 ‘벽을 허무는 나눔’입니다. 그리고 마음과 생각의 벽을 허무는 나눔은 크리에이티브의 힘과도 통해요”라고 말했다.

그는 「나우」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열매 맺을 나무를 키우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골프웨어나 스포츠처럼 지금 잘되는 시장은 ‘지금 보기 좋은 과실’이에요. 지금 가장 맛있고 좋죠. 당장 돈이 되는 시장이니까요. 그렇지만 이게 미래의 먹거리는 될 수 없습니다”라며 “미래의 먹거리는 지금 존재하지 않아요. 내가 나무를 심어 열매 맺을 수 있도록 천천히 공을 들여야 하는 거예요. 「나우」는 열매 맺을 나무예요. 당장은 먹을 수 없지만 제가 키우기에 따라 미래에 맛있게 익어 잘 팔리는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블랙야크」, 새 소비자 찾아 글로벌로 시각 전환

그렇다면 블랙야크의 메인 비즈니스인 아웃도어시장이 침체한 지금은 어떤 먹거리 구상을 하고 있을까. “브랜드마다 달라요. 타깃도, 시장도, 방식도 다르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선 「블랙야크」는 글로벌로 눈을 돌렸어요. 국내에서는 중 · 장년층의 취미를 위한 브랜드로 안착했고 규모도 상당히 커져 더 이상의 신규 고객을 찾기가 어렵거든요.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고객을 찾아 글로벌시장으로 포커스를 옮겼습니다”라고 말했다.

“국내 브랜드 중에 글로벌로 가서 꾸준히 비즈니스를 유지하고 있는 브랜드들은 정말 많은 비용을 들여 사업을 하고 있을 겁니다. ‘지속적으로 한다’는 것 자체가 철학과 가치, 사명감의 문제거든요. 글로벌시장은 국내와 문화가 달라요. 문화가 다르니 소비자가 다릅니다. 소비자가 다르니 스펙이나 그들의 니즈, 취향 등 모든 것이 다를 수밖에 없어요. 이런 것을 경험하면서 사업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상당한 사명감을 가지고 하는 가치 추구 행동이라고 봅니다”라며 「블랙야크」의 행보를 평가했다.

새롭게 시작하는 골프웨어 비즈니스에 대해서는 “내년 론칭하는 「힐크릭」은 그야말로 ‘지금 가장 맛있는 과실’입니다. 많은 소비자가 원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니즈를 채우기 위한 일종의 서비스 브랜드입니다. 골프를 즐기는 소비자들에게 블랙야크식 해석을 더한 상품과 문화를 제안하는 것이죠. 물론 전개하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차츰 더 새로운 먹거리 찾기 작업을 이어 갈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힐크릭」 소비자 니즈에 최적화된 현재의 먹거리

또 한 가지, 침체된 아웃도어시장에서의 활로를 찾는 비법으로 강 회장은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과거 고가의 아웃도어 상품이 팔린 저변에는 ‘간접 체험’이라는 매력이 숨어 었었어요. 뒷동네 북한산에 올라가면서 히말라야에서나 입을 법한 옷을 입고 그 기분을 경험하는 거죠. 거기엔 과시도 어느 정도 있었고요. 그런데 이제 많이 가 봤잖아요. 실제 히말라야를 가 본 사람도 많죠. 이미 경험한 사람에게는 ‘간접 경험’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직접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예요. 과거에는 공식 외우기를 강조하던 수학 교육도 최근에는 생각하는 과정을 먼저 배우게 하는 것과 같아요. 패션도 사회 전반과 흐름을 같이하기 때문입니다”라며 “그래서 ‘공간’이 중요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우」가 서울 도심의 작은 공간에서, 그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들어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를 설득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의 한 가닥은 역시 공간으로 뻗어 있다. 그는 제주에서 태어나 평생 제주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으며 살고 있다. 그는 향후 펼칠 비즈니스로 「블랙야크」와 그 태생인 ‘네팔’, 「나우」와 그 태생인 ‘포틀랜드’식 라이프 그리고 이들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는 한국의 ‘제주’를 묶어 기획 중이다.

‘제주 - 네팔 - 포틀랜드’ 잇는 프로젝트 준비 중

“간단하게는 우리 상품을 보여 줄 수 있는 공간이라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이곳에는 문화와 취향, 분위기 등을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네팔의 커피를 사 와 제주 땅에서 로스팅하고 그 향을 우리 상품과 공간에 배어들게 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거죠. 제주만이 갖고 있는 풍경과 문화도 이 공간에 남다른 차별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곧 설립될 「나우」의 한국 지사도 제주 중문단지에 짓고 있는 ‘블랙야크 단지’에 자리 잡을 예정이다. 포틀랜드 본사와 비슷한 근무 환경을 조성해 이곳을 또 하나의 거점으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긴 인터뷰 시간은 물론 도중에 전시장인 ‘도시서점’에서 작은 카페로 자리를 옮기는 중에도 강 회장과의 대화는 끊임이 없었다.

스스럼없고 자연스러운 강 회장의 토크 매너는 그의 인생 반절도 살지 못한 기자도 세대 차이를 느낄 수 없을 만큼 유쾌했다. 이상한 사람들의 도시에서 탄생한 「나우」를 받아들이면서 블랙야크가 변화하고 있다.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마인드와 행동반경은 물론 수장인 강 회장의 생각과 행동도 그 가치와 닮아 간다. 거장과 그의 사람들이 일으키는 패션 혁명이 기대되는 이유다.

**패션비즈 2017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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