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식 디아이알 대표
    3C 가동 ‘스마트 & 열정’ 다이내믹 CEO

    안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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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09.13조회수 14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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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아이알, 아직도 동일레나운이라는 사명이 더 익숙한 기업이다. 동일방직과 일본 레나운사의 합작 법인이었던 이 회사는 2015년 레나운의 지분을 전량 인수하면서 독자적인 경영에 나섰고 사명을 디아이알로 변경했다. 그리고 CEO에 젊고 스마트한 박준식 대표를 낙점했다.

    벌써 2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패션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디아이알과 박 대표의 만남이 다소 낯설었던 만큼 현재 상황을 궁금해한다. 지난 1973년 설립해 4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1세대 패션 기업 디아이알은 역대 가장 젊은 CEO 박 대표를 만나 ‘제2의 성장’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1965년생인 박 대표는 51세에 CEO가 됐다. 코오롱FnC 상무 자리에서 퇴사, 1년 휴식기를 거쳐 처음으로 CEO 타이틀을 달았기 때문에 패기와 도전 정신 그리고 현장에 강한 스피드함을 무기로 디아이알을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워크홀릭 지금, 5개년 플랜 맞춰 성장 중

    “지난 2년간 여름휴가는 고사하고 주말도 제대로 쉰 적이 없어요. 일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생각이 많아서 그런지 다른 게 들어올 틈이 없네요. 제가 디아이알을 오랜 고심 끝에 맡게 됐고, 어찌 됐든 결정을 한 이상 누구보다 잘 해내고 싶었죠. 제가 초반에 세웠던 5개년 계획이 있습니다. 이제 2년이 조금 넘었으니까 3분의 1이 지나간 셈인데요. 제 계획대로라면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지금까지는 기본기를 다지고 조직을 세팅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면 이제 실적으로 얘기해야 할 때다. 박 대표가 합류하고 새 출발한 디아이알은 실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아놀드파마주니어」를 중단하고 이탈리아 스포츠 「콜마」를 새롭게 전개한다.

    산적해 있던 재고를 털고 가겠다는 박 대표는 2년 전 450억원대에 달했던 재고를 현재 190억원대로 줄였다. 총매출의 10% 내외로 재고를 유지해야 수지타산이 맞는다고 판단한 그는 여기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다. 그리고 조직 리프레시에 들어갔다.

    역대 가장 젊은 리더답게 파워풀한 조직 세팅

    적어도 자신보다 에너지 있고 파이팅 넘치는 사업본부장들이 수혈돼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리더의 다이내믹한 경영 스타일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더 발전시켜 줄 적임자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현재 조직 정비가 마무리됐다.

    브랜드별 본부장 체제로 책임을 부여했으며 상품기획을 총괄하는 디렉터들의 수준도 한 단계 끌어올렸다. 「까르뜨블랑슈」 책임자에 「타임옴므」 「일꼬르소」를 거친 전제권 이사, 「아놀드파마」 책임자에는 「질스튜어트스포츠」 론칭 멤버인 이효정 이사를 각각 앉혔다.

    박 대표는 “지금 우리 회사 조건에서는 솔직히 모셔오기 어려울 분들이지만, 그들이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며 “이제 한 배를 탔으니 상부상조하면서 디아이알이 제2의 성장을 하는 데 모두 힘을 모아 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일에 몰두하면 끝장 보는 스타일, 리뉴얼도 진두지휘

    그는 말솜씨가 좋고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 주는 표정과 애티튜드를 가졌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알아서 척척 이끌어 가며 “원래 이런 거 좋아한다”고 한마디 거들었다. 리더로서 강점이라는 생각이 단번에 들었다. 또 부지런하고 한번 일에 몰두하면 끝장을 보고야 마는 성향인 듯하다.

    “디아이알에 박준식 대표가 어울릴까?” 혹은 “왜 박준식 대표가 디아이알을 택했지?”라고 의문을 던졌던 사람이라도 지금의 박 대표를 보면 그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는 리뉴얼, 리프레시에 뛰어난 감각이 있으며 「헤드」를 통해 여러 차례 실력을 검증받은 바 있다.

    모기업인 동일방직 회장도 인정하는 그다. 철두철미한 사업가 마인드를 지녔고 패션 마켓의 흐름을 읽는 이른바 ‘촉’이 빠르다. 부족한 점이라면 CEO 경험이 짧고 대기업에만 있었기 때문에 중소기업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들이 있다. 가령 대기업에서는 재무팀의 일까지 신경 쓸 필요가 없었는데 지금은 재무까지 챙겨야 하니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올드’ 걸림돌 뛰어넘으니 브랜드별 강점 보여

    실전에서 배우면서 경영하고 있다는 박 대표는 남들보다 많이 뛰어다니고, 고민하고, 그리고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추진력으로 디아이알의 발목을 잡던 ‘올드’하다는 이미지를 조금씩 떨쳐내고 있다. 박 대표가 디아이알 CEO 자리를 놓고 망설였던 것은 바로 그 ‘올드하다’는 이미지 때문이었다. 기업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고리타분한 브랜드를 리프레시하는 것은 브랜드 하나를 새로 론칭하는 편이 나을 정도로 힘든 일이다.

    그는 2014년 말 코오롱을 퇴사하고 5개월가량 쉬면서 템플스테이를 다녀왔다. 쉼 없이 달린 20년을 되돌아보고 마음가짐을 정리하자는 의지였다. 돌아와보니 뜻밖에 동일 쪽에서 CEO 제안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디아이알이 아니라 신규 사업 계열사였다. 그런데 면접을 마치고 난 다음 디아이알 CEO로 와 줬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기분은 좋았지만 솔직히 고민이 됐다. 몇 날 며칠 고민한 끝에 도전하기로 결심했고 디아이알을 패션 라이프스타일 컴퍼니로 키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또 출근을 시작해 지금까지 디아이알을 애정 있게 바라보니 새롭게 할 수 있는 일이 많아 즐겁다. 하나씩 문제점을 해결해 나갈 때 뿌듯함을 느끼듯이 브랜드 하나하나에 열정을 쏟아부으며 성취감을 맛보고 있다.

    대기업도 탐내던 「콜마」 손 안에! 뉴 엔진으로

    그리고 지난해 이탈리아 스포츠 브랜드 「콜마」의 전개권을 따왔을 때는 또 하나의 새로운 시작점이 열린 것 같았다. 「콜마」는 대기업에서도 탐내던 브랜드다. 본사에서는 스포츠 브랜드 노하우가 있는 박 대표를 우선 마음에 들어 했고, 그곳 본사가 이탈리아 「라코스테」 전개 회사이기도 해 「라코스테」의 한국 파트너인 동일방직에 대한 믿음도 작용했다.

    그렇게 일이 잘 풀려 디아이알은 신규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콜마」는 롯데 부산본점 등 3개점을 운영 중이며 내년에는 10~15개점 정도로 확장할 계획이다. 그리고 라이선스권도 획득한 상태라 국내 소비 성향에 맞춰 앞으로 제품을 기획할 수 있다. 지금은 오리지널 이미지를 안착시키기 위해 100% 수입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코오롱에서 「헤드」 「액티브」 등 주로 스포츠 브랜드를 담당했어요. 스포츠 시장은 부침이 적고 브랜드력이 탄탄하면 논에이지 타깃으로 매출 파워를 일으킬 수 있는 힘이 있죠. 그 매력에 푹 빠졌던 것 같아요. 제가 「콜마」를 신규 비즈니스로 하자고 했을 때 동일방직 이사회에서 반대도 많았습니다. 우선 기존 브랜드부터 다지는 것을 원했기 때문인데요. 시장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변화 없이 안정만 추구하다 보면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 같았어요. 신규 사업은 기존 브랜드들에도 새로운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라이선스권 획득, ‘프리미엄 스포츠’로 키운다

    「콜마」는 스키웨어를 비롯해 다운, 가죽 등 스포츠웨어를 우아하게 풀어낸다. 지난해 롱 패딩 등 15가지 아이템이 완판돼 깜짝 놀랐다. 윈터스포츠에 강한 「콜마」를 더 발전시켜 나가면서 상대적으로 약한 스프링 시즌에 대한 보강도 요청했다. 이탈리아 본사는 ‘온리 코리아’ 제품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그들은 한국을 허브로 중국, 일본 등 아시아 마켓을 공략할 계획을 갖고 있다.

    디아이알은 「콜마」가 국내에서 프리미엄 스포츠 브랜드로 자리 잡길 바라고 있어 이탈리아 본사와 상호 윈윈하는 체제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그가 이탈리아와 한국을 오가며 설득에 설득을 거쳐 얻어낸 결과였다, 역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박 대표는 강조했다.

    「아놀드파마」는 내년 S/S시즌을 기해 투 트랙 전략을 가동한다. 기존의 가두점과 백화점 중심으로 유통하는 골프웨어를 유지하면서 온라인과 쇼핑몰을 메인으로 하는 라이프스타일캐주얼을 새롭게 선보인다. 골프웨어는 「아놀드파마」 고유의 히스토리, 클래식한 스타일을 더 강조한다.

    「아놀드파마」 세컨드 라이프스타일캐주얼 론칭

    ‘우산’ 심벌을 다각도로 활용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도 분명히 하는 것이 특징.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는 보다 젊은 소비층을 타깃으로 하며 디자이너 콜래보레이션 등 다른 방향으로 풀어낼 계획이다. 또 하나는 「아놀드파마」를 패밀리 브랜드로 확장하는 것이다. 「아놀드파마주니어」를 리론칭하는 데 패밀리 감성을 도입해 3040세대 엄마, 아빠가 아이 옷까지 원스톱으로 구매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 예정이다.

    「까르뜨블랑슈」는 TD캐주얼과 타운캐주얼 브리지 라인의 1인자를 노린다. 콘셉트가 어중간하다는 것을 오히려 장점으로 활용해 전통적인 TD 스타일과 중장년층의 비즈니스캐주얼웨어를 적절히 믹스해 선보일 예정이다. 또 「까르뜨블랑슈」가 추구하는 ‘아트 & 컬처’를 녹여 디자인 감도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디아이알이 「까르뜨블랑슈」 브랜드 판권을 인수했기 때문에 해외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중국은 물론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제3국에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까르뜨블랑슈」 TD · 타운 브리지 1인자 자신

    박 대표는 ‘3C’를 경영 철학으로 삼고 있다. ‘3C’는 체인지(Change) · 챌린지(Challenge) ·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다. ‘변화하고 도전하며 소통을 잘하는 리더’로 기억되고 싶은 그의 삶의 목표이기도 하다. 박 대표가 직원들에게 항상 얘기하는 것이 있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부터 더 잘하자”는 것이다.

    대기업처럼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으면서 중소기업처럼 기동성이 빠른 것도 아닌 디아이알의 강점과 약점을 다 인정하고 할 수 있는 범위에서 ‘3C’를 실현해 가자고 외친다. 지난해 연매출 780억원(「아놀드파마」 380억원, 「까르뜨블랑슈」 300억원, 기타 100억원)을 올린 디아이알이 도약의 날개를 펴고 패션 라이프스타일 컴퍼니로 우뚝 설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패션비즈 2017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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