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들어선 일본 셀렉트숍

    조태정 객원기자
    |
    17.03.07조회수 11670
    Copy Link
    「빔스」 「UA」 「베이크루즈」



    19
    70년대 후반부터 셀렉트숍이 탄생해 1980년대와 1990년대 성장기를 거쳐 2000년대 피크를 겪은 셀렉트숍들의 사업이 정체되면서 성장의 갈림길에 들어섰다. 셀렉트숍들은 성장과 함께 브랜드 파생 전략으로 라벨을 늘리면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늘려 왔고 점차 세분화됐다.

    회사 내 브랜드는 점점 늘어나고 자회사를 만들고 매출은 늘어났지만 문제는 과연 그 내용이 충실했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봉착해 있다. 급성장을 추구하려는 회사는 그 전략으로 PB 상품 전개를 통해 효율과 이익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이는 매스마켓을 겨냥한 대중 소비자에게는 알맞은 적당한 전략이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2012년 유나이티드애로즈가 셀렉트숍 비즈니스 모델을 전개하면서 매출 1000억엔을 넘은 것은 아주 상징적인 사실이다.

    일본에서 가장 대표적이고 매출이 큰 빔스나 유나이티드애로즈를 포함 럭셔리 라벨을 전개하는 곳은 브랜드를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주 힘든 상황, 최근 패션 사업은 열렬한 단골고객을 중심으로 매출 유지는 가능하지만 지속 성장을 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는 어려운 것이 패션 사업인데 그중에서도 유나이티드애로즈는 이를 실현했다는 것이 놀랍고, 앞으로도 이 두 축으로 나누어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계속 유지해 갈 듯하다.

    유나이티드애로즈, 패션 & 매출 두 마리 토끼를
    몇 년 전부터 이런 대형 셀렉트숍의 움직임은 아주 미비했다. 어딜 가도 똑같은 상품, 평범한 상품인데 이는 당연히 PB 비중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PB 상품으로 돈을 벌어 어떻게든 매출을 유지해야 하고 그래서 이익이 나면 새로운 도전에 투자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상품 자체의 매력이 떨어져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특히 유나이티드애로즈는 PB 상품을 늘려 성장한 케이스이며 빔스도 마찬가지 상황이지만 ‘빔스재팬’이라는 하나의 탈출구를 찾았고 이제 그 도전에 들어가 있다. 사자비 역시 일본을 콘셉트로 한 매장들과 라이프스타일 관련 숍들을 오픈하고, 해외 브랜드 도입에는 여전히 적극적이지만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 스타벅스를 운영할 때도 그랬지만 주로 F&B로 수익을 창출해 그 자본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전개하는 방식이다.

    베이크루즈 역시 10년 전 햄버거 사업을 시작했다. 옷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토털로 전개한다는 것은 특히 셀렉트숍의 큰 장점이자 살아남을 수 있던 길이다. 그들만의 편집 능력과 바이어의 보는 눈(판별력, 안목), 경영진의 패션을 좋아하는 열정이 합쳐져 기존의 포트폴리오를 전개해 올 수 있었다.

    빔스, 탈출구 ‘빔스재팬’ 찾아 도전 실험 중
    일본의 패션 전문가들은 오히려 쉽스에 주목하기도 한다. 이곳은 예전부터 브랜드를 접는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지금도 꾸준히 자신들만의 테이스트를 유지하면서 변함없는 고객층을 확보해 사랑받고 있다. 급성장은 아니지만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해 오고 있다는 평가를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셀렉트숍의 매력은 이렇게 각 소비자가 자신의 성향에 맞는 상품을 직접 고를 수 있다는 것으로 이 점에서 열렬히 지지를 받아 온 것인데, 독자적인 안목으로 인기를 얻어 온 일본의 셀렉트숍이 현재는 갈림길에 들어서 있다. 인터넷 판매가 급성장하면서 소비자가 직접 상품을 고를 수 있는 적극적인 쇼핑 패턴이 늘어나 셀렉트숍의 매력은 점점 하락하기 때문이다.

    점차 셀렉트숍의 규모가 확대되면서 획일화된 브랜드 전개와 상품의 동질화가 나타나 오프라인 매장의 매력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어패럴 업계가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항상 긴장하며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일본의 셀렉트숍은 각자 자신의 갈 길을 찾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규모와 PB 비중 확대로 동질화, 매력도 떨어져
    점점 패션 마켓의 위기감이 커지는 요즘 대기업 유나이티드애로즈는 매장에 큰 권한을 부여하는 ‘현장 중심’ 관점이라는 자신들의 강점을 살리는 쪽으로 전환했다. 원점 회복을 내세운 도전으로 지난해 가을(9월) 롯폰기 힐즈 내에 새로운 매장을 오픈했다.

    롯폰기 힐즈 점장으로 근무하는 나가이의 의견을 대폭 반영해 관광객 손님 혹은 매장 주변에 살고 있는 부유층 고객을 타깃으로 한 고가의 상품을 충실히 전개하기로 한 매장이다. 사실 UA는 회사가 작았을 때는 매장의 목소리(의견)가 컸고, 점장이 회사를 움직이는 것이 UA다운 방식이었다.

    롯폰기 힐즈점은 런던의 상점가 이미지로 어필하는 코너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해외 인기 브랜드 등 UA의 셀렉트를 포함해 맨즈 코너는 약 200개의 우산을 보여 주는 공간도 마련했다. 또 시계나 캐리어, 구두 등 작은 매장 몇 개가 모여 있는 것 같은 분위기로 연출하고 즐겁게 쇼핑할 수 있는 동선을 생각해 매장을 꾸몄다.



    현장 중심, 원점 회복, 강점 살리는 새로운 매장
    남성 화장품 전용 코너도 구성하고 있는데 남성의 캐주얼화가 보편화되면서 상품의 약 70%를 사입으로 전개하고 한 벌에 100만엔에 가까운 상품도 보여 준다. 남성, 여성 매장이 같이 있는 복합매장으로, 전체적으로 봐도 기존 UA 매장보다 사입 상품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렇게 타 매장과 비교해 하나밖에 없는 상품을 많이 준비했다. 다케다 사장은 지금까지 UA의 성장에는 하라주쿠 본점의 공이 컸지만 롯폰기 힐즈가 이후 2025년의 성장 목표를 위해 기대하는 매장이라고 말했다. 또한 다른 매장도 롯폰기 매장과 같은 수준으로 만들고 싶다며 기대감을 표한다.

    최근 UA는 PB 브랜드가 눈에 많이 띄고 각 매장의 개성이 없어진 것이 사실이다. 폭넓은 고객의 니즈에 맞추기 위해서는 PB 상품 같은 베이직한 상품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영층 고객은 오리지널(PB) 상품은 매력이 없기 때문에 일부러 셀렉트숍에서 사지 않는다. 심지어 「유니클로」에서 구입해도 셀렉트숍에서 산 상품과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품질 좋은 상품이 많고 색상도 「유니클로」가 훨씬 많아 고를 수 있는 폭도 넓다고 말할 정도다. 물론 가격은 더욱 저렴하다.

    ‘한 벌에 100만원’ 타 매장에 없는 상품 강조도
    원래 UA는 바이어가 독자적인 눈(판별력, 안목)으로 사입해 상품을 제안하는 것으로 패션에 관심 많은 소비자들에게 지지를 받아 온 브랜드다. 점장의 의견을 반영하면서 그 지역(입지)에 맞는 상품을 진열해 상품을 전개하는 것으로 계속 진화해 왔다.

    하지만 UA 사업뿐만 아니라 매장 규모가 점차 확대되면서 체인점 오퍼레이션을 중시하게 돼 결국 PB의 비율이 40%까지 늘었다. 이렇게 규모 확대로 효율을 중시하다 보니 매장이 동질화돼 어딜 가도 비슷한 상품들이 많아져 매력이 없어졌다.

    지난해 12월 초 도쿄 긴자의 미국 액세서리 브랜드 「크롬하츠」 매장은 젊은 커플이나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도쿄 도심에서 사는 한 남성은 10년 동안 이 브랜드의 팬이라면서 시대에 관계없이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이 좋아서 구입하는데 그가 처음 「크롬하츠」를 구입한 매장이 유나이티드애로즈라고 말했다.

    「크롬하츠」는 100억엔 규모로 성장, 여전히 인기
    유나이티드애로즈는 지금까지 일본에서 「크롬하츠」를 거의 독점적으로 판매해 왔다. 마니아성이 강한 이 브랜드는 1992년 시작해 2007년 3월 결산 30억엔이던 매출이 유나이티드애로즈에서 전개하면서 최근 공식적으로 발표한 매출 결과에 의하면 114억엔으로 성장했다.

    이것이야말로 셀렉트숍의 안목이 발휘된 상징적인 사실이다. 작년 9월 라이선스 계약 기간이 끝나면서 이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새 회사를 만들었고 전 주식을 2024년도까지 미국 회사에 양도한다. UA의 한 임원은 한편으로는 이렇게 감도 높은 고객만 타깃으로 전개해 왔다면 지금까지 이렇게나 성장할 수 없었다고도 강조했다. 또 매스 마켓을 향해 가려고 하는 것이 셀렉트숍의 끝은 아니라고 말했다.

    모순되는 점이긴 하지만 실제로 지난해 4~9월 「GLR(그린라벨릴랙싱)」 사업의 기존점 매출은 전년비 1.1% 증가해 순조로운 움직임을 보였다. PB의 비중도 70%로 아주 높은 브랜드다. 객단가도 UA에 비하면 절반인 1만엔 정도밖에 안 되지만 가격대나 테이스트가 어쩌면 지금 시대의 소비자에게 가장 매칭된다고 할 수 있다. 향후에도 UA는 GLR 업태를 적극적으로 오픈할 계획이다.



    지역 토산품, 애니메이션, 日 컬처 주도하는 빔스
    새로운 성장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셀렉트숍은 유나이티드애로즈뿐만이 아니다. 유나이티드애로즈를 만든 창업자 시게마쓰가 설립 멤버인 빔스는 작년 신주쿠에 유니크한 「빔스재팬」을 오픈했다. 이 매장은 빔스의 시타라 사장의 패션 인생 집대성이라고도 할 정도로 작년 4월 대대적인 오픈으로 화제를 끌었다.

    매장 1층은 콜래보레이션 등을 통한 일본 지역의 특산품이나 기획 상품을 전개하고 정기적으로 팝업을 전개하는 등 독자적인 시선으로 빔스만의 색깔을 보여 주는 유니크한 매장이다. 셀렉트숍으로 키워 온 이런 빔스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물건을 판별하는 능력인 편집 능력이 아주 중요한 시점이다.

    사는 사람을 생각하고 생활을 관점으로 해 패션 상품에 국한하지 않고 폭넓은 상품을 준비하는 것이 이들의 콘셉트다. 작년 11월에는 오이타 현에서 매일 몇천톤의 물을 가져와 매장 안에서 벳부 온천의 탕을 즐길 수 있게 하는 획기적인 기획도 실시했다. 시타라 사장은 매장에 오는 사람들이 아주 즐거워했고 이런 요소들이 매장에 오는 빈도를 늘릴 수 있는 힘이라고 전했다.

    베이크루즈, 베이커리 매장 등 외식 산업에 주력
    이 두 셀렉트숍과 방향성은 서로 다르지만 셀렉트숍이라는 힘을 패션 외의 업태에도 적용해 다른 사업을 만들 수 있다고 베이크루즈는 보고 있다. 대표 브랜드 「저널스탠더드」를 전개하면서 예전부터 식품 관련 셀렉트 사업을 확립하겠다는 취지로 카페, 카레 전문점, 햄버거 전문점 등을 보유했다. 작년 가을에는 해외 유명 베이커리의 일본 진출을 함께하거나 미국 로브스타 전문점 오픈에도 관여했다.

    베이크루즈의 임원 구보타는 의식주를 함께한 제안력으로 승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매장 분위기도 서비스로 인식하고 이런 서비스를 중요하게 여겨 패션 브랜드 중에서 F&B를 이끄는 전문점으로서 점차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이 회사가 관여하는 음식점은 젊은 세대가 와서 매장에서 같이 사진을 찍고 음식 사진을 SNS에 올리고 싶어 하는 패션성 있는 매력적인 매장을 제공한다.

    인테리어는 물론 매장 스태프들의 유니폼도 마치 해외에 온 듯한 분위기를 연출해 패션 F&B 기업 스타일을 보여 준다. 유통 업체들도 점점 패션 매장보다 집객을 할 수 있는 F&B 매장을 선호하는추세다. 이렇게 기존 사업을 지키면서도 이(異) 업종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몇몇 셀렉트숍을 보면서 과연 이들이 타 업종에서도 지금처럼 그들만의 세계관을 보여 줄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패션비즈 2017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Banner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