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 ‘지속가능패션’ 꿈꾼다

    곽선미 기자
    |
    17.02.16조회수 26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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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날로그 ~ 디지털 오가며 새 길 개척



    연 패션에 ‘지속 가능하다’라는 말을 적용할 수 있을까? 적용할 수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까. ‘패션=소비’라는 인식이 훨씬 익숙한 지금 블랙야크(대표 강태선)의 미국발 라이프스타일웨어 「나우(nau)」는 그와 같은 궁금증에 대한 진지하고 실용적인 접근을 보여 준다. 아직 국내 시장에서 익숙지 않은 문화를 갖고 있는 브랜드라 매출로 성과를 말하긴 어렵지만, 천천히 걷는 이 브랜드의 행보는 느긋하게 지켜볼 만한 가치가 있다.

    우리는 이미 지속 가능한 전개를 펼치는 몇몇 브랜드를 알고 있다. 「파타고니아」처럼 ‘친환경’을 통해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자연과 사람이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브랜드, 「탐스」의 1+1 기부같이 소비를 통해 나눔을 실천할 기회를 제공하는 브랜드, 「피플트리」처럼 패션을 통해 제3세계를 지원하며 윤리적인 공정과 수익의 공정한 분배를 실천하는 브랜드 등이다.

    모두 각자의 방식과 생각으로 ‘지속 가능함’을 위한 실천을 하고 있지만, ‘패션’과는 조금 거리가 멀다. 옷 자체, 스타일링보다는 자연, 나눔, 공정무역이라는 가치를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나우」는 다른 브랜드에 비해 아직 인지도는 낮지만 적어도 패션과 자연 혹은 패션과 윤리적 공정 등을 동일한 비중으로 다룬다는 부분이 차별화된다. 또 성장 지향적이던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 색다른 가치를 제안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상품은 친환경 · 아날로그, 서비스는 첨단으로
    성장에 익숙하던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깊은 정체기에 머무르고 있다. 빗발치던 신규 론칭도 멈췄고, 10년 넘게 시장을 지키던 중견 브랜드들이 휙휙 쓰러지고 있다. 20~30% 고성장을 지속하다 마이너스로 하락세에 빠진 이 시장에 ‘대안은 없는 걸까’라는 고민이 들 즈음 「나우」가 등장했다.

    제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IT와의 적극적인 협업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 중인 블랙야크가 「나우」로 ‘지속 가능한’ 패션 시장의 문을 두드린 것. 얼마 전 론칭한 「나우」는 지금까지도 그렇게 관심받는 브랜드가 아니다.

    2015년 초 블랙야크가 글로벌 상표권을 인수한 이후 브랜드 자체 부채 해결로 시간을 보냈고, 「블랙야크」의 해외 진출을 위한 하나의 방편일 것이라는 예상이 파다했다. 그러다 블랙야크 양재사옥 1층에 1호점을 오픈하고 상품을 공개한 이후 색다른 상품으로 관심을 끌었고, 백화점도 실험적인 MD로 현재 그 가능성을 점쳐 보고 있는 상태다.

    문화와 함께 ‘슬로 템포’, 최대 목표 500억
    관심을 끈 비결은 세련된 디자인과 기능성 소재, 캐주얼하면서도 모던하고 고급스러운 착장이다. 그동안 ‘어번 캐주얼’ 혹은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찾던 이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했다. 무엇보다 주목을 끈 점은 유기농 면, 재생 소재 등 친환경 직물을 쓰는 ‘착한’ 브랜드임에도 수더분하게 보이기보다 멋스럽고 힙하게 보이는 똑똑한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나우」는 성장하기에 여념이 없던 아웃도어 시장에 환경 친화적 삶의 가치를 말하고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제안하는 ‘슬로 템포(slow tempo)’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유통 역시 온라인과 편집숍 등 효율적인 유통 정책을 펼쳐 ‘단독점포’ ‘볼륨화’ 정책 등 규모 위주 영업을 펼치던 기존 브랜드와 철저히 차별화한다.

    또 지속 가능함을 추구하는 철학을 가진 스웨덴의 팬츠 브랜드 「누디진」과 영국의 가방 브랜드 「밀리컨」을 매장에 함께 입점시켜 편집숍 형태로 선보인다. 이를 통해 친환경 라이프웨어 브랜드로서 정체성을 확고히 하면서 같은 생각을 가진 소비자를 공략할 예정이다. 이후에 액세서리와 리빙 아이템 등을 추가로 구성해 컬처 & 라이프스타일 스토어로 확장한다.



    ‘원 브랜드 원 숍’ 틀 깨고 스토리 담은 매장을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은 “「나우」는 아웃도어로 한정하기엔 영역이 훨씬 넓다. 한국 패션 시장에서 선보이지 않던 새로운 분야의 브랜드다. 소비자들이 「나우」의 철학을 이해하고, 다양한 상품을 통해 환경 친화적인 삶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만들어 이끌어 갈 예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상품 부문을 살펴보면 ‘친환경 의류는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세련된 디자인에 오가닉 코튼과 리사이클링 다운, 폴리에스터 등의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다. 디자인 혁신을 거쳐 클린하고 모던한 상품을 선보이며 공정무역으로 인권 보호를 실천한다. 생산 공장 직원들의 휴식시간은 물론 식사 퀄리티까지 일일이 점검할 정도.

    타깃은 장소와 시간에 구애되지 않고 자신의 일과 여가 활동을 즐기는 삶을 사는 ‘시티 노매드(city nomad)’를 대상으로 한다.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스타일은 물론 도심과 자연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다목적 기능성 상품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단순히 고기능성의 액티브웨어보다 그들의 니즈를 반영한 실용성 있는 아이템을 제안한다.

    ‘#livenau’ 해시태그 하나로 글로벌 소통
    이번 시즌 「나우」의 상품 비중은 의류 90%, 소품 10%로 전개한다. 복종별 비율은 남성복 70%, 여성복 30%이며 다음 시즌부터 여성복 비중을 점차 늘린다. 2017 S/S 컬렉션은 3가지 라인으로 구성했다. 모던한 디자인에 자전거 라이딩 시 유용한 기능을 갖춰 오피스 룩으로도 착용 가능한 ‘커뮤터 라인’과 캐주얼한 디자인으로 운동 전후 착용하기 좋은 스타일리시 ‘워크아웃 라인’, 도심과 자연을 넘나드는 폭넓은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하이커 라인’이다.

    「나우」의 마케팅은 온라인과 모바일 위주로 유사한 라이프스타일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주력한다. 남윤주 블랙야크 마케팅팀 팀장은 “「나우」가 갖고 있는 스토리와 철학을 일반적인 광고나 상품 홍보 같은 방식으로 전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지속 가능한 삶을 지향하는 ‘서스테이너(sustainer)’라는 개념을 도입해 우리 브랜드와 철학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소개하고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지지하는 브랜드로 천천히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나우」는 론칭 첫 시즌 ‘리브나우(#livenau)’ 해시태그와 ‘서스테이너(sustainer)’라는 네이밍을 사용해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블로그 등에서 다양한 마케팅을 펼쳤다. 또 크리에이티브 크루 ‘세일러44(sailor44)’, 스타일리스트이자 편집장인 박태일 등 창의적으로 일을 즐기면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사람들과 연계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전파했다.

    ‘패션’ 즐기면서 ‘친환경 - 공정무역’도 구현해
    ‘아날로그=친환경’을 고수하지는 않는다. 자전거를 타는 라이프를 제안하면서도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접하는 데는 불편함이 없게 하기 위해 모든 채널의 가격과 재고, 프로모션을 통합 관리한다. 온라인 몰에서 구입한 상품을 오프라인 숍에서 찾는 ‘스마트픽’ 서비스는 물론 오프라인 매장에 손님이 찾는 상품이 없을 경우 온라인 숍 재고를 활용해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전략은 「나우」가 론칭한 2007년부터 글로벌 전역에서 실행하고 있는 방식이다.

    지난해 9월 본사 1층의 직영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 롯데백화점 노원점과 부산광복점, 영등포점 등 총 5개 매장을 확보한 상태. 올 초 태진인터내셔날이 가로수길에 낸 ‘루이스클럽’에 입점하고,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바이크샵’에 콜래보레이션 형태로 입점했다. 올해 13~15개 매장을 추가해 20개점을 운영할 계획이다. 매출 목표는 최대 500억원 선으로 책정했다.

    강준석 나우 대표는 “‘원 브랜드 원 숍(one brand one shop)’ 전략으로 1000억~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던 시기는 다시 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제 소비자의 라이프에 녹아들어 롱런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다. 자연과 함께 가는 것은 물론 상품을 통해 소비자들과 공감할 만한 환경 이슈를 가져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설명했다.




    mini interview

    “서스테이너블 패션*이 곧 브랜드 원칙”

    코트니 메릿 l 소재 매니저

    “디자인부터 생산, 판매, 마케팅, 고객과의 모든 소통 과정에서 ‘지속 가능한 것’을 생각합니다. 의사결정의 가장 우선 순위는 ‘원칙’입니다.”

    자넷 처니 l 테크니컬 디자이너
    “「나우」의 탄생지인 포틀랜드는 ‘킨포크’ 문화의 탄생지답게 환경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삶의 방식이 실현되는 곳입니다. 이곳의 사람들을 위한 친환경 의류를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 2007년 론칭한 「나우」입니다.”

    지난해 12월, 아시아 지역의 상품 생산 공장을 점검하기 위해 미국 「나우」의 테크니컬 디자이너와 소재 매니저가 움직였다. 매 시즌 진행하는 이번 일정은 상품을 생산하는 공정과 폐기물 관리 여부는 물론 공장 내 직원들의 휴식 시간, 급여 지급 현황, 점심시간 및 연차 사용 현황까지 꼼꼼하게 살피는 시간이다.

    자넷은 “매 시즌 이 과정을 되풀이합니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의류 제작이 전부가 아니에요.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행복을 위한 복지, 공정에서 나오는 폐기물 관리, 소비자가 오래오래 입을 수 있는 훌륭한 디자인까지 모두 ‘지속 가능한 패션’을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타 브랜드의 테크니컬 디자이너는 소재나 패턴 등 상품과 관련된 아주 적은 부분만을 살피지만 「나우」는 달라요. 이 모든 과정에 테크니컬 디자이너가 관여하죠”라고 말했다.

    코트니는 “제 경우는 자넷의 결정에 따라 기획이 나오면 거기에 맞는 소재를 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맞는 소재가 없다고 판단되면, 개발에 들어가죠. 우리가 사용하는 폴리 소재는 모두 재활용 원단이고, 오리털 역시 재활용 소재예요. 프랑스 파리에서 오리털 침구를 수거해 세척한 후 미국에서 재가공 과정을 거친 충전재를 씁니다. 신소재를 개발할 때도 기능을 갖추되 환경을 해치지 않는 방향, 노동력을 착취하지 않는 방식을 연구합니다”라며 자신의 업무를 소개했다.

    「나우」의 브랜딩 과정은 대량생산 원자재를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이 때문에 보통 한 시즌에 6개월을 소비하는 타 브랜드 대비 2개월 정도 더 먼저 움직인다. 소재와 원부자재 소싱부터 점검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또 ‘지속 가능한 패션’을 위해 디자인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트렌드에 따라 변화하는 디자인은 한철 입고 버리게 되고, 약한 소재를 사용할 경우 내구성이 떨어져 오래 입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고르고 고른 옷 한 벌을 두고두고 입을 수 있는 방식을 고수하는 것. 이 때문에 「나우」는 모던하고 내추럴한 컬러에 심플한 디자인, 세련된 핏의 상품을 제안하는 데 주력한다.

    자넷은 「나우」의 창립부터 함께한 초창기 멤버다. 「나이키」에서 테크 디자인과 개발을 담당하던 인물로 현재는 생산 단계 전면에서 의류의 기술적인 부분, 부자재까지 총괄한다. 디자인과 디테일을 분석해 정확한 스케치 작업이 이뤄지도록 돕고, 의복의 핏을 이해한 후 작업 지시서인 ‘테크니컬 패키지’의 모든 디테일을 확인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코트니는 지난해 9월 합류한 새내기 멤버다. 「파타고니아」에서 소재 개발을 맡던 인물로 「나우」에서도 그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울 니트, 오가닉 코튼, 텐셀, 헴프 등 천연 직물 & 혼방 직물 전문가다. 현재 아시아와 북미, 유럽, 인도의 세계적인 방직 업체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환경 파괴 없이 지속 가능한 소재의 성능 테스트를 진행한다. 소재 개발 적합성부터 판매 샘플과 생산 소재의 성능, 조합, 방직 수준이 품질 기준에 부합하는지 냉철한 평가를 수행한다.

    *?서스테이너블 패션(sustainable fashion) : ‘서스테이너블 패션’은 자연과 사람 모두 지속 가능한 패션을 의미한다. 「나우」는 기존의 패션 브랜드에 대한 관념을 바꿔 자연과 더불어 여유롭고 소박한 지속 가능한 삶을 실천하는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스타일리시 친환경 패션을 추구한다. 사회적, 윤리적, 물질적으로 지속 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데, 맹목적으로 오가닉 아이템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공정 또한 환경 보전에 기여하고 사회 공헌과 문화 가치를 만들어 간다는 원칙을 따르고 있다.

    **패션비즈 2017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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