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Report
< Womenswear >
「오브제」 & 「오즈세컨」재탄생
Wednesday, Aug. 3, 2016 | 홍승해 기자, hae@fashionbiz.co.kr
- VIEW
- 25413
 |
“요즘 장사 되는 브랜드는 어디예요?” 패션업계에서 가장 화두가 되는 질문이다. 그만큼 패션업계가 어렵다는 것이다. 별다른 큰 일이 없었음에도 기존 브랜드들의 매출은 다시 올라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브랜드들은 이에 대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사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답을 내리지 못한 채 다들 허둥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SK네트웍스의 여성복 「오브제(OBZEE)」와 「오즈세컨(O’2nd)」은 짧게는 반년, 길게는 1년 이상의 준비기간을 거쳐 F/W부터 확 달라진 모습을 선보인다. 가벼운 상품의 변화가 아니다. 「오브제」의 경우에는 브랜드 로고부터 인테리어, 상품까지 남아 있는 거라곤 「오브제」라는 세 글자뿐일 정도로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로 다시 태어난다.
디자이너 브랜드, 컬렉션 브랜드의 느낌이 강한 「오브제」는 브랜드의 특성상 인수 당시부터 볼륨 매출을 기대하진 않았다. 그 후에도 꾸준히 「오즈세컨」의 모(母) 브랜드로서의 역할만을 충실히 해 온 결과 「오즈세컨」이 같은 기간 5배의 성장을 이룬 것에 비해 단 2배의 성장만을 이루어 냈다. 하지만 이번 변화를 통해서는 한층 더 폭넓은 소비자층을 공략해 점프해 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김수향 이사 컴백, 디자인 ~ 로고 토털 재정비
이런 변화를 이끄는 디렉터는 김수향 이사다. 그녀는 기존의 「오브제」에서 디자인 실장을 지낸 것은 물론 2008년 SK네트웍스에 맞게 브랜드 리뉴얼을 잘 이끌어 온 주인공이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는 그대로 유지하며 대기업의 시스템에 맞게 설계를 잘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그 후 다른 캐릭터 브랜드를 거쳐 작년 11월 다시 합류했다.
이후 「오브제」의 변화는 급속도로 진행됐다. 7~8개월의 시간 끝에 드러나는 모습은 많이 다르다. 기존의 로고와 인테리어를 전부 바꿔 BI를 새롭게 세웠다. 로고의 변화만 보더라도 브랜드의 방향성을 알 수 있다. 기존 로고가 한껏 멋을 준 느낌이라면 훨씬 간결하고 세련되게 바뀌었다.
인테리어도 동일한 느낌을 보여 준다. 블랙의 파사드를 없애고 회색을 메인 컬러로 금색 장식과 대리석 등 한층 고급스러우면서도 밝은 이미지를 전달한다. 기존 인테리어가 디자이너 부티크의 느낌을 강하게 준다면 지금은 캐릭터 브랜드로서 가져가야 할 고급스러우면서도 소비자들이 부담감 없이 드나들 수 있게 하는 친근한 이미지를 가져가는 것이다. 대구 롯데백화점부터 리뉴얼에 돌입했다. 8월 중순 이후에는 롯데백화점 본점 등 주요 점포에서도 달라진 모습을 만나 볼 수 있다.
) |
상품보다 소재 선기획으로 수입 소재 ↑ 차별화 전략
김 이사는 “로고에 남아 있던 브랜드 창시자(강진영 디자이너)의 이름을 떼어 냈다. 하지만 이는 디자이너 브랜드로서의 히스토리를 무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부담감을 덜어 주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너무 뾰족해 일부 소비자들만 수용할 수 있는 브랜드가 아니라 한층 폭넓은 디자인을 보여 주겠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해외 명품 브랜드조차 온타임(On time) 시즌의 컬렉션을 패션쇼에서 선보이겠다고 줄줄이 선언하는 이 시점에 점차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 선기획이다. 분명히 손이 많이 가고 물량이 많은 몇 가지 아이템은 빠른 기획으로 시즌의 콘셉트를 잡아 줄 필요가 있지만 그 외의 상품들은 6개월 이상의 빠른 기획보다는 현재 트렌드에 맞게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것이 매출 견인의 키다.
대신 소재의 중요성은 점차 올라간다. 특히 가격대가 높은 캐릭터 브랜드의 경우에는 더욱 중요하다. 때문에 상품 선기획보다는 소재 선기획에 포커스를 맞췄다. 빠르게 수입 소재 등 고급 소재를 확보해 비중을 늘렸다. 하지만 가격대를 더욱 올리진 않았다. 기존의 디테일이 많던 상품의 임가공비, 후가공비를 줄이고 그 비용을 소재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패턴과 봉제의 완성도는 높여 상품의 퀄리티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 |
메인 상품 외 ‘라인원’ ‘라인제로’로 이원화
접근하기 쉬운 페미니티(Accessible Femininity)를 모토로 어려운 요소를 많이 배제했다. 80~90% 이상 차지하는 메인 컬렉션 외에도 F/W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8월부터는 새로운 라인의 상품들도 함께 보여 준다. 소비자들이 접근하기 쉬운 정도에 따라 라인을 ‘라인원(Line One)’과 ‘라인제로(Line Zero)’로 나눴다. 이로써 총 3가지 라인을 선보여 그만큼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
‘라인원’은 디자이너의 감성이 가장 잘 나타난 라인이다. 기존 원오브서티(One of thirty)와 일맥상통한다. 메인 컬렉션보다 힘을 준 라인으로 특별한 날 입으며 누리는 작은 사치와 부합하는 상품들로 구성된다. 이번 시즌의 경우에는 드레스를 메인 아이템으로 잡아 손맛을 살린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쿠튀르적인 요소와 일상복을 결합한 것으로 기존 원오브서티가 소장가치가 있는 상품이라면 ‘라인원’은 특별한 날에도 입을 수 있고 베이직한 상품과 믹스해 일상복에서도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는 ‘투웨이’ 라인이다.
‘라인제로’는 이때까지 「오브제」에서 시도하지 않은 베이직한 아이템이다. 그 시즌에 가장 필요한 아이템을 고급 소재로 「오브제」스럽게 보여 주는 것이다. 이번 시즌은 캐시미어를 핵심 소재로 잡아 100% 캐시미어부터 캐시미어 블렌딩 상품까지 좀 더 합리적인 가격대로 선보인다. 차별화된 소재로 튜닉, 원피스, 아우터 코트 등 시즌 에센셜 아이템을 보여 준다.
「오즈세컨」 글로벌 테이스티 국내 소비자 집중「오즈세컨(O’2nd)」은 인수 당시 300억 규모에서 꾸준하게 성장해 국내에서만 1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명실공히 대한민국 대표 여성복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승승장구하던 브랜드다. 하지만 2013, 2014년 꾸준히 상승하던 매출이 작년 주춤, 하락세를 보였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 미국, 영국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주요 백화점의 컨템포러리 코너에서 당당히 모습을 드러냈지만 「오즈세컨뉴욕」의 정체와 함께 중국 매장 역시 맥이 빠지기 시작했다.
이런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SK네트웍스는 채진숙 실장을 필두로 1년 정도 브랜드의 문제점을 파악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해외 확장이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상품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여기저기 의견을 받아들이다보니 브랜드의 컬러를 잃어버린 것. 또한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한국 소비자들 역시 이 브랜드에 매력을 느끼지 않게 됐다.
따라서 다시 한 번 심기일전해 국내 소비자에게 집중한다. 글로벌 테이스티가 국내 소비자들과 다르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기 위해 이번 시즌부터 라인을 세 가지로 나눠 상품을 전개한다. ‘나타샤’ ‘베로니카’ ‘린다’라는 세 뮤즈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나타샤 등 세 여인 라이프 따라 카테고리 세분화
세 여성의 취향은 각자 다르다. 나타샤는 키가 아담하고 A와 O자 실루엣을 선호하는 로맨틱한 여성이다. 베로니카는 나타샤보다 키가 크고 트렌디한 여성으로 H, Y 실루엣을 좋아한다. 마지막으로 린다는 X라인을 좋아하는 갖춰 입는 여성이다. 이는 최근 스트리트 스타일로 핫하게 거론되는 스타일리스트들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이들의 스타일에서 영감을 얻고 모티프를 얻어 브랜드만의 느낌으로 풀어내겠다는 의도다.
나타샤는 기존의 「오즈세컨」의 핵심 아이템, 베로니카는 트렌디한 상품, 린다는 예복 상품과 직장 여성들을 위한 상품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들이 전체 상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20:10이다. 각자 라이프와 취향이 다르지만 서로 같은 부분을 공유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한 여성을 뮤즈로 고르기보다는 서로 믹스매치해 표현할 수 있다.
이렇게 세 여성의 뮤즈를 나눈 것은 소비자들에게 쉽게 어필하는 부분도 있지만 디자인팀 자체에도 만들고자 하는 옷을 명확히 하는 역할을 했다. 브랜드의 새 방향성을 잡은 채진숙 「오즈세컨」 실장은 “나타샤, 베로니카, 린다에 대한 많은 고민을 했다. 이들이 얼마나 친하고 서로의 라이프를 공유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컬러를 통해 통일감을 주면서도 각 라인의 콘셉트가 명확할 수 있도록 표현했다”고 말했다.
신사동 가로수길 직영 1호점, 소비자 접근 거리 좁혀 지난 7월 신사동 가로수길에 첫 로드 직영매장을 열어 새로운 시도를 새 매장에서 보여 줬다. 71㎡ 규모인 이 매장의 이름은 ‘팝 부티크(POP Boutique)’다. 이는 2008년 SK네트웍스가 브랜드를 인수할 당시 내세운 단어로 대중화와 디자이너 테이스티를 함께 가져가겠다는 것을 내포한다. 이런 초창기의 정신을 다시 세워 주춤하던 브랜드를 상승 무드로 끌고 가겠다는 각오를 보여 주는 것이다.
백화점을 주요 유통처로 하는 이 브랜드가 거리로 뛰쳐 나오기로 결정한 것은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가장 크게는 브랜드의 타깃이 실제로 가장 많이 모이는 공간을 공략해 소비자와의 거리를 줄이고자 함이다. 백화점 매장에서는 쉽게 할 수 없는 독특한 상품 배치는 물론 식물을 통해 도심 속 힐링의 느낌을 더했다. 이 밖에도 직영매장에는 브랜드와 어울리는 상품을 일부 바잉해 함께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직영 온라인 몰과 연계해 O2O 서비스도 강화할 예정이다.
 |
**패션비즈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Fashionbiz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