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글로벌 사업 문제있다(?!)

    es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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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07.01조회수 12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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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 산업혁명 시대, 모든 것이 융합되고 모든 것이 연결되는 새로운 시대, 이제 한결 평평해진 세계를 놓고 글로벌 소비자를 향한 레이스가 시작됐다. 급격한 세상의 변화에 따라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순위도 숨 가쁘게 바뀌고 있다. 망하는 1세대 기업들도, 새롭게 부상하는 신예 기업도 적지 않다. 모두가 위기이지만 위기인 만큼 기회도 큰 신세계가 열린 지금, 한국패션의 글로벌 사업은 어떠할까.

    한동안 서로 경쟁하듯 몸집 불리기에 몰두하던 패션대기업들은 요즘 조용~하다. 삼성물산(패션부문 부문장 이서현), 신세계인터내셔날(대표 최홍성), LF(대표 오규식),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대표 박동문), SK네트웍스(대표 문종훈)는 수익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브랜드를 정리한 뒤 사업 구조를 다시 짜며 신규 사업에도 투자를 자제하는 모습이다.

    게다가 예상보다 지난해 패션 부문 수익 구조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그들은 늘 그렇듯 임원과 조직을 관리형 중심으로 바꿨다. 사업 기조도 신규 투자보다는 안정으로 돌아서고 그동안 추진돼 오던 모든 신규 사업도 대부분 ‘올 스톱’된 형국이다. 투자의 핵심도 패션보다는 다른 쪽으로 축이 이동했다.

    「준지」, 디자이너 위상 높으나 투자는 아쉬워
    특히 중국에서 이미 2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이랜드를 제외하고 총매출 규모와 내수 시장에서의 장악력에 비해 이들의 글로벌 사업은 민망할 정도다. 삼성물산은 「준지」의 파리 컬렉션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유럽에서 ‘디자이너 준지’의 위상은 매우 높다. 하지만 그에 비해 글로벌 브랜딩 측면에서 사업 규모나 투자, 이 브랜드의 위상은 아직 ‘삼성’이라는 이름값을 하기엔 초라하다.

    삼성 그룹 차원에서 계속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있는 「에잇세컨즈」는 투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글로벌과 발맞춰 물량을 키워야 가성비를 높일 수 있는 사업 구조를 감안한다면 현재 이들의 글로벌 사업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중국 진출에 대한 계획도 이들이 그간 해 놓은 중국 사업의 베이스를 생각한다면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엔터테인먼트와 믹스해 글로벌 사업을 하겠다고 칼을 뽑아 든 「노나곤」은 소리는 요란하나 실질적인 성과와 존재감이 아직 없다.

    LF(대표 오규식)의 경우 「헤지스」 브랜드의 중국 진출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지만 이후 후속 타자는 보이지 않는다. FnC코오롱의 경우 「시리즈」와 「커스텀멜로우」 「쿠론」을 가지고 꾸준히 트레이드 쇼에 참여, 활발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지만 아직 그 성과는 미미하다.

    SK네트웍스, 1차 성공 「오즈세컨」 ‘다음’ 아직?
    SK네트웍스의 경우 미국과 중국에서의 글로벌화에 1차 성공하고 이 여세를 몰아가는 듯하던 「오즈세컨」이 중국 사업에서 브레이크가 걸린 이후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하 SI) 경우 「보브」의 중국 사업이 어느정도 소기의 성과를 보이는 정도.

    이들은 최근 투자에도 소극적이다. 한때 수입 브랜드 하나를 놓고 서로 좋은 조건을 앞세우며 뺏고 빼앗기는 양상을 보여 온 삼성패션과 SI도 요즘은 서로 경쟁의식이 별로 없는 듯 하다. 경쟁 대기업들간의 행보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대책을 강구했으나 요즘은 무덤덤한 모습이다.

    늘 경쟁업체 매출을 점검하며 전전긍긍하던 이들 대기업의 임원들 역시 요즘은 “상대방 기업의 매출이나 현황에 별반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다. 한동안 선발 기업들을 제칠 기세로 파죽지세로 달려 나가 주목을 받던 SK네트웍스는 패션에 몰입해 온 부문장이 교체된 이후 아직 뚜렷한 방향성은 드러나지 않았다.

    해외 선진 패션 공장들 “거래 그만하자” 통보도
    모 대기업의 경우 몇 년 전까지 글로벌소싱을 강조하며 “3조원 회사가 아니라 30조원 규모의 글로벌 기업을 향해 전사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전 세계 성공 기업들을 벤치마킹하며 그 뒤에 숨어 있는 소싱공장들과 거래를 추진하던 분위기는 옛말.

    전 세계 최고 공장에서 생산하면 글로벌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믿은 정책결정자들의 푸시 때문일까. 한때 억지 춘향(?)으로 투입하던 해외 공장으로의 오더도 거의 중단된 상태다. 한두 브랜드의 소물량 정도를 제외하고는 상대방 해외 공장들로부터 ‘이제 거래를 그만하자’는 통보를 받을 정도다.

    시간이 지나도 물량이 늘지 않는 데다가 해외와의 거래 프로세스와 방식을 잘 숙지하지 못한 실무 담당자들과 오더를 진행하는 데서의 많은 어려움과 걸림돌이 개선되지 않기 때문. 게다가 기획 시점도 해외 공장들과 거래하기에는 맞지 않는다.

    성주그룹 「MCM」 중국 이어 미국도 한손에
    반면 중소기업들은 어떠한가? 성주그룹(대표 김성주) 「MCM」의 경우 중국 내수 시장 정체에 따라 주춤한 반면 최근 미국 시장에서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 많은 이들이 한국에서의 유통 축소, 중국 시장에 너무 올인해 왔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에서 이를 상쇄하고 있다. 베이직하우스(대표 우종완)도 지난해 중국 내 매출이 6200억을 기록해 국내 매출(1200억)을 넘어선지 오래다.

    DFD그룹(대표 박근식)과 중국 메이터스방웨이(Meters/Bonwe)는 50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DFD그룹은 중국 SPA 1위 업체인 메이터스방웨이와 손잡고 슈즈 라이프스타일 스토어 ‘소다플래닛(SODA PLANET(가칭))’을 가지고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

    이번 계약은 DFD가 상품 기획과 구성, 운영 전반에 대한 노하우 및 컨설팅을 제공하며 메이터스방웨이는 DFD 패션그룹이 제공하는 콘텐츠를 이용해 슈즈와 라이프스타일을 결합한 멀티 브랜드 스토어를 중국 전역에 전개한다. 이에 따른 로열티로 메이터스방웨이 측에서 약 50억원을 DFD그룹에 계약과 동시에 선지급했고, 이로써 DFD는 매년 100억원 이상의 로열티 창출이 예상된다.

    DFD, 中 메이터스방웨이와 5000억 규모 계약
    이는 DFD 패션그룹이 보유한 여러 브랜드의 안정적인 중국 진출뿐만 아니라, 나아가 한국 패션기업이 단순히 상품만 공급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컨설팅과 한국 업체가 보유한 무형의 노하우에 대한 로열티 평가를 제대로 받고 진출하는 중국 비즈니스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데서 더욱 의미가 있다.

    향후 두 회사는 이번 기회를 통해 단순히 패션 비즈니스에 한정하지 않고 중국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궁극적으로 뉴 콘텐츠의 플랫폼을 만들어 나가는 또 다른 비즈니스 협업을 약속했다.

    네덜란드를 베이스로 유럽에서 급성장하는 영 캐주얼 패션기업 불박서와 한국의 젊은 기업 에이유커머스(대표 김지훈)가 아시아 시장을 향한 협력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이번 디스트리뷰션 계약은 단순히 유럽 브랜드 상품을 일정 수량 바잉해 전개하는 기존 비즈니스 형태의 계약이 아니라 유럽 브랜드 「불박서」의 아시아 시장 확장을 위해 에이유커머스를 전략적인 파트너로 선택해 계약을 맺은 형식이다.

    에이유커머스, 네덜란드 「불박서」와 전략적 제휴
    이 두 회사는 유럽의 디자인을 베이스로 하되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위한 상품 디자인은 함께 하고 에이유커머스가 이미 확보하고 있는 중국 생산 인프라를 활용하게 된다. 이로써 시대에 맞는 가성비 높은 상품을 함께 생산해 아시아 시장에서의 마켓 셰어를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렇듯 달리는 중소기업과 기는 대기업, 무엇이 문제일까. 한동안 전방위적 사업 확장 기조와 함께 ‘블랙홀’로 불릴 정도로 전 부문의 인력을 뽑아내 간 이들 대기업. 글로벌 사업에서 이렇게 성과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내수 시장의 성장기에 무조건 ‘돈 되는 아이템’에 집중해 오다 보니 몸 부풀리기에만 주력했지 글로벌 투자는 추진하지 못한 것이다.

    대기업은 중소 전문기업에 비해 한가지 이슈에 선택과 집중을 하기 어렵다는 점도 주 요인이다. 회사의 모든 리소스를 주요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전문기업의 조직에 비해 대기업은 이미 여러가지의 기존 사업이 있어 새로운 사업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대기업, 내수 시장 성장기에 ‘돈 되는 아이템’만
    또한 대기업은 의사결정 속도가 느리다. 특히 실무 진행자가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밀고 나가야 사업의 성장이 이뤄지는 데 반해 관료주의가 만연한 대기업은 사업부장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내용이 지극히 제한적이다. 여러 사업을 동시에 맡고 있는 임원의 허가를 얻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층층시야 결재판이 돌다가 시간만 간다. 때론 실제 글로벌 현장을

    잘 모르는 임원들과 CEO, 혹은 오너에게 사업부장은 진땀을 흘리며 설명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원하는 결정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업을 잘 이해하는 전문가가 해당 사업을 꾸준히 밀고나가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된다. 대기업의 중국 사업 총괄임원은 툭하면 바뀐다. 업무를 파악할만 하면 보직이 바뀌다보니 전문성과 자원이 축적될 수가 없다. 해당 임원도 마치 중국 발령은 오지로 가거나 밀리는 것으로 의식하다 보니 그 사업이 잘될 리 만
    무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 실적도 극도로 나쁘기는 하나 이제 세계 경제는 극심한 변화 국면으로 돌아섰다. 이제 국내 모든 패션기업은 글로벌 흐름과 함께 가야 하고, 자금과 조직, 글로벌 정보와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대기업은 이런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대기업, 근시안 말고 장기적 & 글로벌 투자하라
    그렇다면 이제 국내 대기업들은 그동안 해 왔듯이 너무 단기적 시류에 좌우되거나 대표가 바뀔 때마다 정책기조를 흔든다거나 하기보다는 좀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방향을 수립해 가야 하지 않을까. 새로운 세상 흐름에 맞는 글로벌 전략과 해외 브랜드 M&A를 통한 글로벌 사업, 혹은 지금 에너지가 충만한 신진 디자이너들의 육성에 투자한다거나 자금 투입이 많이 되는 SPA형 브랜드를 제대로 구축한다거나 하는일은 반드시 대기업에서 제대로 해 줘야 할 몫이다.

    내수 패션 마켓에서 대기업들의 시장 장악력이 높아지고 전 복종, 전 생활, 전 유통 부문으로 확대된 지금 내수 시장에서 몸집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 반면 이들의 글로벌 활동은 매우 미미한 상황이다. 매년 이들은 판에 박힌 듯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장 중요한 사업 계획으로 내세우고는 있지만 성과는 빈약하다.

    게다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방향성도 아직 분명하지 않다. 대기업들이 신사업을 진행하면서 중소기업의 사람만 빼 갈 것이 아니라 장기적 안목에서의 포트폴리오 수립과 함께 패션 코리아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사업에 투자해 주기를 기대한다.



    **패션비즈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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