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경영’ 선택 아닌 필수!

    김숙경 발행인
    |
    13.01.07조회수 4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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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사년 새해가 밝았지만 올해 패션시장 전망이 녹록하지 않다. 작년 1년 동안 너무나 힘든 시간을 인내하며 보냈다.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에 따라 매번 새로운 디자인을 쏟아 내어야 하는 패션사업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대기업들은 자금력으로 버티고 있지만 연간 300억원 규모의 중소 패션기업들은 거의 인공호흡기로 연명하는 상황이다.” “작년 11월부터 강추위가 몰려와 겨울 아우터 판매로 겨우 한숨을 돌렸지만 극약처방에 불과할 뿐이다.

    올 한 해를 어떻게 버텨야 할지 정말 난감하다.” 올해 패션시장 경기를 어떻게 전망하느냐는 질문에 여성복을 전개하는 패션 경영인의 긴 한숨이 예사롭지 않다. 하이엔드부터 글로벌 SPA에 이르기까지 해외 브랜드들이 쏟아져 들어온 가운데 과연 한국 패션은 어떻게 경쟁력을 찾아야 할까? ‘완벽한 모방’이 가능할 정도의 손재주를 가진 중국 기업들이 이제는 막강한 자금력으로 한국 패션기업을 속속 사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 패션사업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꿰뚫고 최고 경영자들이 여기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지적한다.





    패션사업 핵심? ‘잘 만들고 잘 파면 된다’
    염태순 신선통상 회장은 지난해 6월 토종 SPA인 「탑텐」을 런칭하면서 크게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무엇보다 그가 제시한 패션산업의 뉴 패러다임은 패션경영인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줬다. 니트와 백팩에 관한 소싱의 경쟁력을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 키로 내세운 방식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고, 찬사가 이어졌다.

    지금까지 상품기획력이나 영업력, 또는 마케팅력을 최대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비즈니스 모델을 짠 패션경영인은 많았지만 소싱력을 최대 강점으로 전면에 내세운 패션 경영인은 염 회장이 처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싸고 좋게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 SPA 비즈니스는 ‘로프라이스(low price) 싸움’으로 귀착되기 때문에 생산단가에서 경쟁력이 없으면 연속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기 어렵다. 세계에서 가장 싸게 만드는 미얀마에 대규모 수직계열 라인을 구축해 놓은 것은 신성의 굉장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신성의 40년 니트 수출 노하우가 이를 가능케 했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Well Made = 수직계열화 or 수직체인화
    「탑텐」의 런칭을 계기로 패션경영의 핵심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화두에 올랐다. 결론은 잘 만들고 잘 파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 패션업체 CEO들은 패션 비즈니스의 핵심을 제대로 꿰뚫지 못하고 컨트롤하지 못해 지금의 위기상황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피할 길 없다. 실제 패션사업의 핵심 축인 생산원가 조율을 실무 담당자에게 맡겨 버렸다.

    원가를 줄이는 것은 이익률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생산원가 조율은 최고경영자나 최고 책임자가 직접 결정해야 할 부문이다. 「유니클로」의 야나기다 회장은 지금도 원부자재 계약을 직접 챙긴다. 생산 경우도 수직계열화가 아니면 전략적 제휴를 통해 수직체인화를 구축했다.

    이러한 잘 만드는 경쟁력이 「유니클로」를 연간 12조원 매출 규모의 세계적인 패션기업으로 발돋움하는 원동력이 됐다. 패션경영의 또 다른 핵심은 만들어진 상품을 잘 파는 것이다. 그런데 잘 파는 과정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못 미치는 경우를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매주 1회 넘게 부서별 팀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주간회의를 하느라 반나절 이상을 소비하는 패션기업들을 흔히 접할 수 있다.


    아이올리 제시뉴욕 MK트렌드 등 앞장서
    회의 자료를 뽑는 데 반나절이 걸리고 다시 회의를 하면서 반나절이 소요돼 일주일에 소중한 하루를 고스란히 날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매장에서 잘 팔리는 상품이 무엇인지를 바로 파악하고 이를 즉각 생산에 투입해 바로 리오더나 스폿오더가 이뤄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내야 함에도 이를 실천에 옮기는 패션기업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리테일 시대에 걸맞은 SPA형 셀렉트숍 「랩」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최윤준 아이올리 사장은 한 달의 절반 정도를 미국 LA에서 보낸다.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운 만큼 국내 비즈니스에 차질이 생길 만도 하지만 아이올리는 씽씽 돌아가고 있다. 비결은? 바로 디지털 환경을 적극 받아들인 결과이다. 최 사장은 ‘카카오톡’으로 직원들과 의견을 교환하며 실시간 자료 공유가 이뤄진다.

    이러한 스피드한 일처리 덕분에 이 회사는 대박 아이템을 계속 만들어 나가고 있다. 실제 300장을 출하한 오리털재킷의 경우 출하 일주일 뒤 반응이 올라오자 1차 4000장에 이어 곧바로 2차 2500장을 추가 오더하는 등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판매기회를 최대한 키웠다. 이러한 결정은 최 사장이 자리를 비운 시기에 이뤄졌다. 웬만한 패션기업에서는 최고 경영자가 자리를 비우면 정상 업무는 돌아가도 돌발 상황 대처능력이 떨어지지만 이러한 걸림돌을 아이올리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의사소통 업무효율 ‘디지털 경영’ 절실
    여성복 「제시뉴욕」을 전개하는 제시앤코(대표 전희준)는 영업부 전직원에게 ‘아이패드’를 지급하고 회의준비를 위한 페이퍼워크를 모두 없앴다. 중국 상하이에 주재하는 상품기획실과도 수시로 SNS를 통해 의견을 조율하면서 한•중 비즈니스를 이끌어가고 있다.

    얼리어답터로 알려진 김문환 MK트렌드 사장은 “이미 디지털 환경이 만들어져 있음에도 패션기업 오너와 경영인들이 이를 적극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SPA는 SCM(Supply Chain Management:공급자망 관리) 단계까지 디지털 경영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은 최첨단 IT산업 국가로 일컬어지고 있지만 패션산업 부문에서는 아직도 아날로그적 경영이 지배하고 있다.

    감성의 지배를 받는 상품 파트는 아날로그 방식을 유지한다 해도 사내 의사소통과 업무효율 측면에서는 리얼 타임으로 관리가 이뤄지는 디지털 경영 기법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며 패션기업들의 업무 혁신을 강조했다. 지금 IT산업의 패러다임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을 거쳐 포스트디지털로 진화하고 있음에도 패션산업은 아직도 아날로그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브랜드와 소비자가 리테일 접점에서 직접 만나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상품을 공급하는 최적의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패션에 접목할 것인가? 디지털환경에 와 있는데도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하다 보니 대다수 패션기업들이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이제는 정말로 일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어야 할 때이다. 잘 만들고 잘 파는 디지털 환경을 누가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한국 패션산업의 미래가 달려 있다.

    **패션비즈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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