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코스테」 ‘폭풍 질주’ 시작됐다

    안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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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01조회수 1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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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야흐로 「라코스테」 전성시대가 열렸다. 국내 전개사인 동일드방레(대표 이선효)는 올여름 비비드한 컬러의 피케셔츠를 불티나게 팔며 TD(트래디셔널) 마켓의 투톱인 「폴로」와 「빈폴」을 제쳤다. 남성용 기본 슬림핏과 울트라 슬림핏 두 종류의 파케셔츠만 지난 1~7월간 13만장을 팔았다. 슬림핏 9만장, 울트라 슬림핏 4만장의 판매량을 올린 것. 여성용 피케셔츠도 2만5000장을 팔아 치워 ‘피케셔츠=라코스테’임을 증명해 보였다.


    피케셔츠 판매가 최고조에 달한 지난 5월 「라코스테」는 63개 백화점 매장 중 43개점에서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롯데 본점과 잠실점 부산점, 신세계 강남점 인천점 등 백화점 메인 점포에서 정상판매로만 올린 기록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 이후에도 여세를 몰아 「폴로」와 「빈폴」이 5~15% 역신장세로 고전할 때 「라코스테」는 5%대 신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라코스테」의 위협적인 매출 성장이 단지 피케셔츠의 컬러와 품질이 우수하다는 점 때문일까. TD 마켓에서는 물론 「유니클로」와 같은 저가의 SPA 브랜드도 가장 쉽게 만들어 많이 파는 상품이 바로 피케셔츠다. 「유니클로」에서 출시한 12가지 컬러의 기본 피케셔츠는 1만9900원에 판매된다.


    S/S 남성 기본 피케셔츠만 13만장 팔아
    「라코스테」는 기본 피케셔츠를 11만3000원에 팔고 있다. 디자인이 가미된 제품은 12만~15만원대. 「유니클로」와 비교하면 무려 10배의 가격 차이가 난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그 가치를 인정한다. 「라코스테」를 입고 있으면 트렌드에 앞서가는, 멋있는, 잘 나가는, 있어 보여 우쭐한 느낌을 갖게 만든다고 소비자들은 생각한다.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선호도·인지도’, 이 세 가지를 현재의 「라코스테」는 갖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라도 약해져 불균형이 되면 브랜드는 삐거덕거릴 수밖에 없다. 「폴로」는 미국 직진출 이후 국내 소비자 테이스트에 제대로 부합하지 못해 충성도가 약해졌고, 「빈폴」은 인지도에서 국내 최강이지만 트렌드를 리드하지 못해 선호도가 감소한 상태다.


    따라서 더 좋은 상품을 갖다 놔도 「라코스테」만큼의 매출 폭발력을 일으키지 못한다. 지금의 「라코스테」라면 피케셔츠의 가격을 더 올린다 해도 크게 영향 받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인기가 최절정기에 올라 있다. 이 브랜드는 참 오랜 시간 ‘크록’ 심벌 하나로 브랜드를 이야기한다. 심벌 마케팅에 가장 성공한 의류 브랜드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것도 80년 전통(2013년 프랑스 「라코스테」 런칭 80주년)의 브랜드를 영하고 핫한 브랜드로 이끌어가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 아닐까.




    「유니클로」보다 10배 비싸도 가치 인정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의 「라코스테」는 점잖은 아저씨와 아줌마들이 입는 캐주얼 브랜드였다. 이때도 피케셔츠와 카디건 스웨터류가 인기 아이템이지만 지금과 같은 슬림핏은 아니었다. 중·장년층 체형에 맞게, 컬러도 그들이 선호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브랜드는 점점 노후되고 매출도 하락세를 걸었다. 그때 ‘도’ 아니면 ‘모’라는 식으로 던진 모험적인 MD가 「라코스테」의 구세주가 됐다. 브랜드를 젊게 변화시켜야 한다는 ‘리주브네이션(회춘이라는 뜻으로 브랜드를 젊게 리뉴얼) 전략’에 머리를 맞댔다.


    「라코스테」는 젊은 세대들하고만 놀았다. 그들의 핏에 맞춰 울트라 슬림핏을 개발했고, 그들이 좋아하는 컬러에 물량을 더 많이 구비했으며 마케팅도 그들의 눈에 띄는 곳에서만 진행했다. 나머지 소비자가 외면해도 신경쓰지 않았다.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없다면 우리의 리얼 소비자 니즈에만 맞추자는 미션을 성실히 실행했다. 매장에서 옛날 「라코스테」 버전을 찾는 중년층이 오면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그들을 돌려보냈다.


    일관된 리주브네이션 전략의 효과는 이듬해부터 서서히 고객 DB(데이터베이스)를 통해 확인됐다. 실구매자 평균 나이가 20살이나 어려진 것. 그만큼 이탈된 고객도 많았지만 그보다 새로 유입되는 젊은 사람 수가 훨씬 많았기 때문에 「라코스테」의 매출은 흔들리기는커녕 쑥쑥 올라갔다. 상품의 MD전략과 20대와 소통하는 마케팅이 딱 맞아떨어진 결과다


    20대랑만 놀아~ 과감한 ‘리주브네이션’
    현재 실구매층의 평균 나이는 남녀 모두 26~35세다. 전체고객의 70% 이상이 20~30대다. TD 마켓서 단연 최연소며 패션마켓 전체를 통틀어도 이만큼 젊은 고객을 많이 보유한 브랜드는 손에 꼽을 정도다. 영층을 사로잡은 것 자체가 트렌드의 중심에 섰다는 의미이고, 「라코스테」의 다음 행보에 힘을 실어주는 핵심 요소다.


    2010년 「라코스테」는 동생 격인 영 스트리트 캐주얼 「라코스테라이브」를 런칭해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소비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라코스테」와 다르게 대형 쇼핑몰을 주 유통망으로 하면서 10대들의 컬처 공간을 열어 간다. 지난해 선보인 여성 컨템포러리 캐주얼 「라코스테우먼」은 취약했던 여성 상품군을 보강하는 계기가 됐다. 셀러브리티 PPL에 집중하고 블로그에서 코디 착장을 계속해서 노출, 세련된 감각을 전달했다. 「라코스테ACC」는 단독 매장과 「라코스테」 숍인숍을 적절히 오가며 매출에 탄력을 더해준다.


    이선효 동일드방레 대표는 “매출 1000억원대를 기점으로 브랜드의 MD전략은 확연히 달라진다. 브랜드 리주브네이션에 들어가기 직전 900억원대였기 때문에 과감한 MD에 대한 리스크가 적었다”면서 “젊은 이미지가 자리잡고 실소비층도 영해지면서 폭발적인 매출 파워로 3년 만에 2000억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고 설명했다.




    여성복에 ACC까지 라인 익스텐션도 굿!
    과욕을 부리지 않는 것도 「라코스테」 고공행진의 토대가 됐다. 이 브랜드는 더 많이 팔 수 있어도 자제한다. 더 많은 소비자를 흡수하지 않고 딱 타깃에 맞는 고객만 끌어안는다. 물량도 적정수준 이상은 절대 지르지 않았다. 매장에서 세일의 유혹이 들어와도 연 2회 시즌오프 외 모든 할인행사는 거부하고 있다.


    이런 전략은 ‘악어’의 가치를 점점 상승시켜준다. 판매 현장에서 “작년 겨울엔 세일을 하지 않으면 매출 내기 어렵다고 본사에 요구했는데, 지금은 그때 안 하길 잘했다”고 평한다. 덧붙여 “소비자들이 이제 세일 안 하는 브랜드로 생각하고 신상품이 나오면 먼저 구매하려는 패턴을 보인다”고 전한다.


    패션업계 경기 상황이 침체되자 세일에 인색하던 TD 브랜드들도 행사 매출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왔다. 그 가운데 유일하게 시즌오프를 제외하고는 할인을 일절 하지 않은 곳이 「라코스테」다. 지난해에도 안간힘으로 노세일을 버텨왔기에 올해도 일관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결과는 「라코스테」의 완승. 세일 안 하는 브랜드로 소비자들에게 각인되면서 정상판매율은 더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여타 브랜드들이 정상매출 부진에 허덕이며 행사물량 확보에 주력하는 데 반해 「라코스테」는 정상매출로만 점당 효율을 높이기 위한 회의에 집중했다.





    세일 유혹 뿌리치고 ‘정상판매’만 고집
    「라코스테」는 올 하반기 다시 숨고르기에 들어간다. 프랑스 본사에서 아시아 최고 매출, 전 세계적으로 성장률이 가장 높은 한국에 기대하는 바가 크지만 천천히 가자고 제안한다. 순간적인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오랫동안 롱런하는 브랜드가 되겠다는 기업의 슬로 경영철학을 한국에도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유통망 수 확장보다는 기존 점포 매출 확대에 포커싱한 영업 전략을 짰다. 이는 백화점이나 대리점 모두 마찬가지다. 백화점 매장의 경우 여성라인을 별도로 분리해서 볼륨화한다는 계획을 올해 초 세웠지만 아직은 성급하다고 수정했다. 대리점 역시 매장 문의가 계속 들어오지만 상권이 겹치거나 백화점 점포가 있는 곳은 가급적 피한다.


    오히려 기존 점포를 A급 위치로 이동해서 더 많은 매출이 나오도록 독려하고 지원하는 쪽을 택했다. 규모가 165㎡ 이상이면 여성복과 액세서리 라인까지 갖춘 멀티 매장을 내 그 이상의 수익이 뒤따르도록 한다. 그 결과 청주점(330㎡)이 월평균 3억2000만원, 대구점(340㎡)이 3억원, 익산점(200㎡)이 2억7000만원 등 억대 매출을 쉽게 올린다. 싼 것만 팔리는 가두상권서 고가의 의류 브랜드가 이 정도의 매출을 내는 것은 「라코스테」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佛 「라코스테」식 ‘슬로 경영’ 적중
    정석대로 움직이고 본사에서 정한 룰을 어기지 않고 따라가면서 「라코스테」는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한국과 프랑스의 합작사로 출발해 돈독한 파트너십을 맺고 여기까지 달려왔다. 프랑스 본사에서 한국은 이제 글로벌 토털 매출에 영향을 주는 주요 국가다. 그래서 본사의 간섭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이들의 경영방식은 매출 확장보다 브랜드 밸류 업에 있다. 국내 기업들이 배울 만한 점이 많다”고 말한다. 때로는 슬로 전략이 더 멀리갈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을 「라코스테」는 보여준다. 남은 과제는 F/W시즌을 어떻게 대비할지다. S/S는 피케셔츠라는 흥행 보증수표가 있지만 추동시즌은 아우터 구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라코스테」의 TD 마켓서 NO.1 도전은 F/W시즌 매출에 달려 있다. 백화점 TD 바이어들도 「라코스테」를 우수하게 평가하지만 상반기에만 강해 브랜드 파워에 한계가 있음을 지적한다. 「라코스테」는 컬러풀한 다운을 피케셔츠에 맞서는 하반기 키 아이템으로 밀고 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국내 런칭 이래 처음으로 연매출 2000억원을 달성한 「라코스테」는 올해 2400억원을 목표로 한다. TD 마켓에 컬러풀한 유로피안 캐주얼로 돌풍을 일으킨 「라코스테」가 과연 명실상부하게 NO.1에 도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빅3 백화점 바이어들이 말하는 「라코스테」는?
    롯데 현대 신세계백화점에서 남성 TD를 맡고 있는 바이어를 대상으로 「라코스테」에 대한 평가를 의뢰했다. 흥미로운 것은 피케셔츠가 이 브랜드의 강점이자 약점으로 꼽힌다. 단연 매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피케셔츠의 꾸준한 판매량은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절대적인 강점이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하면 피케셔츠 외 아이템은 상대적으로 부진해 매출의 한계성을 드러낸다는 평가다.


    피케셔츠가 불티나게 팔리는 S/S시즌에 한 해 장사를 다 한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와 선호도 모두 높으며 젊은층에 사랑받고 있어 고무적으로 본다. 상품 구성력과 마케팅력이 우수하며 가격 정책을 잘 지켜 정상판매율이 높은 점도 이 브랜드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이다. 하반기에 뚝 떨어지는 매출을 극복하고 피케셔츠를 잇는 「라코스테」의 대표 아이템을 확실히 개발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의견이 모아진다.


    「라코스테」의 인기에 힘입어 백화점에서는 영TD에 대한 새로운 조닝을 구상한다. 「까스텔바작」 「프레드페리」 「테드베이커」 등이 리스트에 올라 있다. 고루했던 TD 마켓에 청량제가 될 MD로서 기대감을 불러 모은다.






    **패션비즈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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