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폴」 등 남성 트래디셔널 ‘상한가’

    안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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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2.03조회수 15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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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복 PC를 통틀어 가장 핫한 조닝은 트래디셔널(TD) 부문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로 기록을 경신하면서 나 홀로 성장세를 보였던 TD 조닝은 올해도 전망이 밝다. 신장 요인으로는 ▲비즈니스 캐주얼 착장의 확산 ▲‘클래식’이 트렌드 주도 ▲주요 브랜드의 메가숍 오픈 등을 들 수 있다. 이 같은 요인들은 20~50대의 다양한 소비층을 흡수하는 배경이 돼 지난해 주요 백화점에서 전년 대비 20% 이상의 신장을 기록했다.

    백화점별 매출을 종합하면 지난해 남성 TD 시장은 5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롯데 2000억원, 현대 800억원, 신세계 750억원 등이다. 올해는 백화점 신규 출점을 비롯해 메가숍 확대 등으로 인해 최소 10% 신장세는 무난할 전망이다. 나승 신세계백화점 남성팀 팀장은 “우리의 경우 2009년 TD존 매출이 기존 점포 기준으로 전년 대비 15%, 신규점을 포함하면 30%의 놀라운 성장률을 보였다”면서 “「폴로」와 「빈폴」이 전체 매출의 65%를 차지해 여전히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는 이 뒤를 따라가며 3, 4위 쟁탈전에만 열을 올려 브랜드별 정통성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아쉽다”라고 전했다.

    바이어들은 올해 주목해야 할 브랜드로 변화가 많을 「폴로」와 「라코스테」를 꼽는다. 「폴로」는 두산의류(대표 정세혁)가 계속 수입할 지, 직진출로 바뀔 지에 따라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올해부터 직진출로 넘어갈 가능성도 제시됐지만 시기는 내년으로 미뤄졌다. 그 대신 두산은 백화점 측에 TD보다 수입 명품 PC로 이동할 것을 요구했다. 마지막 비장의 카드를 내민 셈이다.

    「폴로」, 명품이동? 직진출? 오리무중
    그동안 「폴로」는 TD 파트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굳히며 성장해 왔지만 전 컬렉션 라인을 보여 주지 못해 이미지가 한쪽으로 굳어지는 결과를 낳았다고 「폴로」 측은 말한다. ‘랄프로렌’의 전체 라인으로 대형숍을 구성해 명품 브랜드와 경쟁하겠다는 입장이며, 차선으로 컨템포러리 브랜드와 나란히 할 것을 밝혔다. 이에 대해 백화점 바이어들은 명품존으로까지는 무리가 있지만 수입군으로의 이동은 검토하고 있다.

    백화점의 차별화 MD 차원에서 새로운 시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남성 TD 조닝 가운데 25~30%의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폴로」가 빠졌을 때 대체할 만한 브랜드가 마땅치 않고 소비자들이 「폴로」 하면 피케셔츠와 치노팬츠를 떠올리는 등 TD 이미지가 강해 위험부담을 느끼고 있다.

    「폴로」가 직진출하면 현재보다 분명 파워는 강해질 것이다. 먼저 원활하고 풍부한 물량 공급만으로도 매출 상승 효과를 가져오며, 좀 더 공격적인 홍보 마케팅도 병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백화점 측에서는 현재보다 낮은 수수료를 요구할 것이 뻔하고 콧대 높은 수입 브랜드 하나를 더 추가하는 격이어서 직진출에 대해 그리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두산의류, 대규모 재고정리 돌입 비난도
    생명을 연장할 수 있을지, 올해까지 시한부로 종결을 맺을지 불투명한 상태에서 두산의류는 연초부터 「폴로」의 대규모 재고 정리에 들어갔다. 지난해에도 유례없는 비정기 할인행사로 시장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주변 브랜드들의 지적을 들어온 가운데 올해 초 또다시 빅세일을 하고 있어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폴로」의 직진출과 관련해 틈새를 노리는 브랜드는 동일드방레(대표 이선효)가 전개하는 「라코스테」다. 「빈폴」은 자기 자리 굳히기에 임할 것으로 보이지만 「라코스테」는 한 걸음 성장하는 기회를 노리고 있다. 지난해 런칭 이래 사상 최대 연매출인 950억원을 올리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으며, 여세를 몰아 올해는 안정된 3위, 2위와의 매출 격차 좁히기에 나섰다. 「라코스테」는 오리지널리티를 영 TD에 맞추면서 자기 색깔을 찾아가고 있다.

    이 같은 「라코스테」의 선방은 스테디셀러인 비비드한 컬러의 피케셔츠와 스포티한 감각의 팬츠를 슬림한 핏으로 내놓은 것이 주효했다. 2007년 갤러리아 명품관 웨스트점에 네 가지 컬러의 피케셔츠 200장을 출시하는 것으로 시작된 슬림핏 제품은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었다. 초반 200장은 단숨에 완판됐으며 이후 4000장, 1만장으로 늘려 나가다가 지난해에는 3만5000장을 팔아치웠다. 라운드티 역시 슬림핏 상품이 여름 시즌 상품으로 1만3000장이 나갔으며, 리피트만 여섯 차례 진행됐다. 또 빅 크록 후드티도 1만2000장이 팔리는 등 반응이 좋았다.




    「라코스테」, 격차 좁힌 3위 굳히기
    하홍천 영업팀 상무는 “2005~2007년 우리는 시장 흐름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점점 올드해지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컨셉이 무너지는 악한 상황을 연출했다. 그때 과감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위험 부담을 안고서도 영 TD로 움직이자는 내부 의견을 모았다”면서 “결국 우리가 찾은 오리지널리티와 슬림핏 확대가 「라코스테」를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게 했다”고 설명했다.

    「라코스테」는 매출이 일기 시작하자 지난해에는 신세계 센텀시티와 영등포점, 현대 목동점에 132㎡ 규모의 대형숍을 열어 또 한 번 매출 상승의 기회를 잡았다. 올해는 주요 상권 8~10개점에 메가숍을 추가로 오픈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소비자들에게 분명히 전달하고 매출 신장까지 이뤄낼 계획이다.

    「라코스테」는 기존의 3040세대는 그대로 가져가면서 신규로 1020세대를 잡아 논에이지 브랜드로 거듭난다는 전략을 세웠다. 「라코스테」는 올해 1100억원을 목표로 하면서 1000억원대 브랜드 반열에 합류할 의지를 밝혔다.

    토종 TD의 자존심인 제일모직(대표 황백)의 「빈폴」은 런칭 20주년을 넘어서면서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과 내용에 충실하자는 생각이다. 「폴로」가 직진출한다 해도 끄떡없는 고유의 아이덴티티로 내셔널 브랜드이기에 가능한 상품력 보강에 힘쓰고 있다. 정창근 빈폴맨즈 팀장은 “「폴로」를 신경쓰지 않는 건 아니지만 우리만의 정통성을 끌고 나간다면 시장 상황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면서 “매출 목표 달성보다 제품을 통해 매출을 끌어내는 브랜드로서 파워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빈폴」, 「폴로」에 끄떡없어! 상품력↑
    이를 위해 「빈폴」은 ‘P+P 20014’ 라인과 치노 팬츠 다양화에 주력한다. ‘P+P 20014’는 지난해 메가숍 몇 군데에서 선보인 ‘트래블’ 라인을 리뉴얼한 것으로, ‘남극에서 북극까지 20,014km’라는 의미를 담아 아웃도어와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키워드로는 빈티지, 영, 바이크로 잡아 좀 더 젊은 고객층을 대상으로 기능성과 패션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라인은 미국 뉴욕 디자인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것으로 의미가 있으며, 레이디스와 골프 등으로도 확대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

    치노 팬츠 보강은 그동안 상의 중심에서 세트 판매를 유도하는 차원이다. 수입 브랜드의 약점이 하의류에 있음을 노리고 한국인 체형에 맞는 핏을 다양한 라인으로 내놔 매출 활성화를 도모한다. 또한 지속적으로 젊은 층을 잡기 위한 상품군을 강화하면서 지난해 타임스퀘어에 첫 매장을 연 유플렛 같은 20대를 위한 컨셉숍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정팀장은 “지난해 전년 대비 16% 매출 신장에 이어 올해는 5% 신장을 예상한다”면서 “현 유통망을 유지하면서 내실을 다지는 한 해를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올해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비즈니스도 활성화할 예정이다.



    런칭 10년 「헤지스」, 올해를 기대해~
    올해로 런칭 10주년을 맞은 LG패션(대표 구본걸)의 「헤지스」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강화에 무엇보다 신경쓸 계획이다. 레이디스, 액세서리에 이어 골프웨어로까지 라인 익스텐션된 만큼 브랜드 고유의 특징을 소비자들이 인식하도록 연계되는 상품을 개발하는데 주력한다. 마케팅에서도 스토리텔링을 지속적으로 어필해 ‘브랜드-상품-소비자’를 일치시킨다. 토종 브랜드로 출발해 해외 브랜드 틈새에서 한국인에게 잘 맞는 TD로 선호도를 높여 온 엘지패션은 10년째인 올해를 성장의 원년으로 잡았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대표 백덕현)이 전개하는 「헨리코튼」은 올해 수입 상품을 30%에서 40%로 확대하고 오리지널리티를 강화한다. 지난해부터 히스토리가 있는 상품 기획에 심혈을 기울인 「헨리코튼」은 글로벌화에 발맞춰 수입량을 늘리기로 했다. 라이선스 상품이라도 이탈리아 「헨리코튼」의 DNA를 그대로 가져와 수입품과 잘 어우러지도록 한다. 상품 면에서 정통성을 부여하면서 지난해 기존점 대비 16% 신장세를 보였던 터라 올해는 이 부분을 더욱 강조한다.

    오리지널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마니아와 고정고객층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이에 따라 VVIP를 대상으로 1대1 마케팅을 진행해 브랜드 충성도를 높여 나간다. 김용찬 부장은 “「헨리코튼」은 다른 브랜드에 비해 헤리티지가 강한 브랜드”라면서 “점차 세분화되는 남성 TD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유의 헤리티지를 추구하는 브랜드로서 가치를 부여하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헨리코튼」은 지난해 기존점 대비 16%의 매출 신장을 보이며 중하위권 브랜드 가운데 좋은 반응을 보였으며, 이 여세를 몰아 올해 중상위권으로 점프한다는 계획이다.

    「헨리코튼」, 수입상품 40%로 확대
    동일레나운(대표 송문영)의 「까르뜨블랑슈」는 올해 초심으로 돌아가 브랜드 살리기에 매달린다. 「빈폴」과 함께 1989년에 탄생해 런칭 21년차를 맞은 「까르뜨블랑슈」는 연차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 및 아이덴티티가 분명하지 않다. 한동안 타운캐주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큼 컨셉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이 같은 문제 해결책으로 「까르뜨블랑슈」는 올해 사활을 걸고 브랜드 재정립에 나선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올젠」의 런칭을 주도하고 미국 「폴로」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한 손성희 CD를 영입했다.

    손CD는 스타일 수를 전년보다 15% 줄이고 물량은 30% 늘려 매출 주도 아이템의 집중도를 높인다. 또 스폿, 리피트 시스템을 안착시켜 인기 상품이 즉시 매장에 공급되는 스피디한 물량 운용에 힘을 쏟고 있다. 타깃 연령은 33세로 잡아 재킷 팬츠류 등 비즈니스 캐주얼 착장 스타일을 강화한다. 마케팅 역시 메인 소비층에 맞춰 푸드 여행 와인 등 33세 남성이 선호하는 문화와 연계할 예정이다.

    임해성 총괄 상무는 “손CD 영입과 더불어 기획 및 디자인이 새롭게 세팅돼 올해 상품 면에서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올해가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벼랑 끝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백화점 39개점에서 220억원을 마감한 「까르뜨블랑슈」는 올 상반기에 33개 안팎으로 매장 수가 줄어든다. 이에 맞게 효율적인 숍을 늘려 나가 연내에 41개점을 확보한 가운데 270억원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20년차 「까르뜨블랑슈」, 올해 일낸다
    신성통상(대표 허무영,염태순)의 「올젠」은 30대~40대 중반의 지지를 받으며 지난해 볼륨화에 성공했다. 그야말로 비즈니스 캐주얼 확산 흐름을 잘 탔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심플하고 정돈된 디자인이나 절제된 컬러 등은 무난하지만 세련미를 풍김으로써 중년층이 선호하고 있다. 올해는 이 같은 상품을 계속 개발해 나가면서 올드한 이미지를 영하게 전달하는 마케팅을 시행할 예정이다. 따라서 스폿 상품 비중을 늘려 트렌드 반응에 따른 기획에 중점을 둔다.

    M2인터내셔날 홀딩스INC(대표 김성영)는 이번 시즌 「노티카」의 새로운 주인이 돼 명성 되찾기에 나선다. 첫 시즌 수입 상품을 70%, 라이선스를 30%로 전개한다. 내년에는 이를 50대50으로 해 점차 국내 생산품을 확대해 나간다. 이번 상반기에는 백화점 주요 점포 10개점 오픈을 목표로 하며, 하반기에는 가두점 영업도 병행해 총 33개점을 확보할 계획이다. 백화점에는 남성 TD존에서 남성 상품만 전개하는 반면에 가두점은 남성, 여성, 진 상품을 함께 구성해 매출을 볼륨화한다. 백화점의 99㎡ 규모 이상 대형숍에서는 토털숍을 선보이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권덕용 이사는 “올해는 「노티카」의 부활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내년부터는 볼륨 확장에 주력하겠다”면서 “대기업 중심으로 형성된 TD 시장에서 우리가 미약한 부분이 많겠지만 「노티카」 본사인 VF의 노하우와 차별화한 상품 컨셉으로 틈새를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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