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브랜드 뉴욕 진출 ‘러시’

    sky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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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8.10.13조회수 1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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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디자이너들이 미국 뉴욕을 엿보고 있다. 지난 2001년 뉴욕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강진영과 윤한희를 시작으로 오늘날까지 지속적인 행보를 보인 「와이앤케이」 혼자만의 걸음에 김석원 윤원정(「앤디앤뎁」)과 최범석(「제너널아이디어」) 정구호(「구호」) 등의 디자이너 브랜드가 동행을 시작한다.

    이들이 뉴욕으로 간 까닭은 무엇일까. 디자이너들에게 ‘성공적인 뉴욕 입성’은 과정에 불과하다. 이 과정을 밑거름으로 다져 세계 시장 진출이라는 각자의 마스터 플랜이 있기 때문이다. 뉴욕은 세계 패션의 메이저리그 중 하나로, 입성 자체만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현재 디자이너 브랜드뿐 아니라 많은 패션 브랜드가 해외 진출을 하고 있는 오늘날 단순히 ‘갔다’는 이유만으로는 도전의 명분이 될 수 없다.

    뉴욕을 엿보고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가 노리는 키워드는 ‘업그레이드’와 ‘글로벌라이즈’다. 여기에 뉴욕 현지에서 브랜드를 풀어내는 방법이 수반되면 비로소 이 두 가지를 이룰 수 있다. 국내 울타리를 벗어나 세계 패션 브랜드와 경쟁하고 명실상부한 디자이너 브랜드로서 입지가 굳어지는 것이다. 뉴욕에서 ‘과정’이라는 절차를 밟고 있는 디자이너를 만나보았다.




    강진영·윤한희 뉴욕컬렉션 참가로 활기
    2009 S/S 뉴욕컬렉션에 참가한 디자이너 브랜드는 「하니와이(HaniiY)」의 윤한희와 「앤디앤뎁(Andy&Debb)」의 김석원 윤원정이다. 이 3명의 디자이너는 첫 출전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졌다. 물론 「하니와이」는 그동안 강진영 윤한희가 「와이앤케이」를 전개한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구축한 상태이기 때문에 ‘처음’이란 단어가 어색하다.
    「하니와이」는 SK네트웍스와 강진영 윤한희가 손잡은 이후 ‘세계화 미래화’의 장기적인 계획의 일환이다. 이 글로벌 전략의 첫 단추가 2009 S/S 뉴욕컬렉션인 셈이다. 「하니와이」는 뉴욕 시장에 알맞은 감도를 위해 윤한희 감사의 지휘 아래 움직이는 뉴욕 스튜디오에서 모든 디자인을 만들어냈다.




    이번 시즌 윤한희 「하니와이」 홀로서기
    더불어 「하니와이」는 SK네트웍스가 지닌 파워를 활용해 다양한 변화를 맞았다. 이 가운데 가장 두각을 나타내며 내세운 파워는 「하니와이」보다 앞서 진행한 「리차드최」의 운영 경험이다. 이 경험은 ‘세계화 미래화’를 앞당기는 촉진제가 될 것이다. 그 당시 구축한 많은 인프라를 통해 다각적인 사업 제휴를 확보하고 세계적 컨설팅 기업들과의 브랜딩 협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뉴욕에 플래그십숍을 오픈하며, 뉴욕패션위크 기간에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한다. 플래그십숍뿐 아니라 「하니와이」를 만나볼 수 있는 곳은 바니스뉴욕, 니만마커스, 홍콩의 조이스와 레인크로퍼드, 일본의 이세탄 백화점 등이다.

    「하니와이」와 선의에 경쟁 구도에 놓인 「앤디앤뎁」은 이번 2009 S/S 뉴욕컬렉션이 처음이다. 그러나 김석원 윤원정은 서두르지도 않았고 조급해하지도 않은 준비 과정을 거쳤다. 8월 20일 총 60벌의 의상을 비행기에 먼저 태워 뉴욕으로 보냈다. 이 가운데 무대에 올라갈 의상은 35벌이다. 22일 현지의 스타일리스트 앤 크리스텐슨과 함께 모델 피팅 때 ‘컵 케이크’ 컨셉에 충실하고 2008 F/W시즌 때 쇼룸에서 검증을 거친 디자인 특징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결정했다.

    「앤디앤뎁」의 뉴욕 컬렉션 입성 과정은 순차적으로 이어졌다. 먼저 2008 F/W 서울컬렉션 때 선보인 상품을 뉴욕 쇼룸에 비치해 세일즈를 진행했다.

    뉴욕 현지 PR 에이전시의 물밑 작업(?)도 한몫 했다. 「앤디앤뎁」은 2008 F/W 세일즈를 진행하기 전에 뉴욕 현지의 PR 에이전시를 통해 컬렉션과 브랜드 프리젠테이션을 가졌다. WWD를 비롯한 스타일닷컴의 웹에디터, 패션 매거진 기자 등 전 세계로 유포되는 영향력을 지닌 언론과 바이어를 초청해 브랜드에 관심을 갖도록 했다.

    2009년 S/S 뉴욕컬렉션에서 관심을 호응으로 이끌고 세일즈로 완성하는 순환고리를 만들어간다는 전략이었다. 컬렉션은 쇼가 아니라 비즈니스다. 김석원 윤원정은 “쇼를 통해 비즈니스를 펼칠 것이기 때문에 초기 비용을 감수하고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웠다”라며 “독특한 디자인 세계를 보여 주겠다는 꿈꾸는 스토리가 아닌 판매율을 높여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하는 것으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석원·윤원정 「앤디앤뎁」 도전하다



    2009 S/S 컬렉션에 이어 F/W시즌 때 모습을 드러낼 브랜드는 「제너럴아이디어」와 「구호」다. 열정과 끼로 뭉친 최범석은 8월 말 뉴욕에 지사를 설립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지사는 비즈니스 판로 개척을 위한 업무를 전담하고, 컬렉션 전후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칠 게획이다. 또 수주 상담 및 문의 상담, 해외 전시 및 컬렉션 참가 여부를 논의하는 업무를 맡는다.

    「제너널아이디어」는 현지 PR 에이전시를 두 군데와 계약했다. 뉴욕에 사업부를 두고 있는 에이전시는 스타일리스트와 패션에디터들의 네트워크가 풍부한 곳이다. 로스앤젤레스(LA)에 사업부를 두고 있는 에이전시는 셀러브리티를 활용한 적극적인 PR을 펼치는 곳이다. 최범석은 앞으로 뉴욕 컬렉션 진출 결과를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멀티플레이어 최범석 「제너널아이디어」도
    「제너널아이디어」는 파리에 쇼룸을 열고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파리와 뉴욕이 거리가 멀어 바이어 반응이 뉴욕에까지 영향을 미칠지는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파리~밀라노~뉴욕’이라는 바이어 및 언론의 동선을 고려하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파리의 쇼룸을 거쳐 현재 진행 중인 뉴욕 바이어들과의 미팅 결과 캐주얼하고 자유분방한 의상 스타일을 즐기는 뉴욕 시장은 의외로 「제너널아이디어」의 2007 F/W 컬렉션 상품을 선호했다.

    「제너널아이디어」는 점차 뉴욕에 베이스를 두고 브랜드를 전개할 계획이다. 설립된 지사는 유통망 확장, 시장 개척 등을 맡고 국내에서는 디자인 개발 및 생산에 주력하겠다는 생각이다. 최범석은 장기적으로 일본 시장도 타진하고 있다. 그는 “일본의 남성 패션 시장은 가능성이 큰 무대”라면서 “뉴욕에 이어 지속성을 갖고 해외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밝혔다.


    정구호 「구호」도 내년 글로벌 첫발을
    겉으로 드러나는 뉴욕의 모습은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고 언제나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말할 수 없이 보수적이고 자국 디자이너 보호정책이 강한 곳이라고 디자이너들은 입을 모은다. 이들은 뉴욕 시장에 대한 경험 및 판로 개척을 위한 오피스 등의 공간이 마련되지 않으면 도태되기 쉽다고 경고한다.

    또 전 세계의 좋은 퀄리티 옷은 모두 모여 있고, 뛰어난 사람도 많다. 지금도 실력 있는 사람들이 뉴욕을 선망해 꿈과 야망을 품고 뉴욕으로 모여들고 있다. 이 대열에 합류한 국내 디자이너들에게 주사위는 던져졌다. 주사위가 어디로 튈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다만 하루 아침에 이루어질 꿈이라는 환상 대신 현실적인 안목으로 세일즈에 대처한다면 절반의 성공을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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