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브랜드 도입‘네버 엔딩 스토리’

    패션비즈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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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8.08.01조회수 5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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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시」 RTW가 한국에 상륙한다? 그것도 여성 라인이? 「릭오웬즈」는? 마니아성 강한 이 브랜드를 들여오기 위해 4개 대기업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세븐진」도 제일모직과 이미 계약이 성사됐다는 설이 나돈다. 수입 브랜드가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한 90년대 초에는 어떤 브랜드든 ‘수입’이라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해외 인사들도 놀랄 만큼 성장한 현재의 국내 패션시장에는 웬만한 브랜드는 이미 상륙해 있어 이제 더 이상 들어올 것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패션 피플들은 신시장 개척을 위해 북유럽으로 눈을 돌리고 컨템포러리 디자이너의 움직임을 매분 매초 주시하고 있다.

    편집자주-






    더 이상 들어 올 것도 없다. 핫(hot)하다 하는 브랜드들은 언제 들어왔는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발빠르게 전개하는 것이 국내 수입 마켓 실정이다. 올해만 해도 「베라왕」 「바바라부이」 「스말토」 등이 차례차례 상륙했다. FnC코오롱(대표 제환석)이 고가의 디자이너 수트 「존바바토스」, SK네트웍스(대표 정만원)가 「엘리타하리」를, LG패션이 「레오나드」를 차지하는 등 대기업들은 쉴새 없이 수입 브랜드를 들여오고 있다. 이제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까지 너나 할 것 없이 가세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수인터내셔날(대표 최택)도 최근 미국 BCBG사와의 전격 협의를 통해 현지에서 전개되는 「BCBG Max Azria」를 비롯한 19개 브랜드의 국내 전개권에 대해 합의했다. 최택 사장과 막스 아즈리아 사장의 전격만남을 통해 이번 합의를 이뤄냈으며, 구체적인 계약조건은 현재 논의 중이다. 또한 하이엔드보다 넓은 시장을 형성하며 좀 더 낮은 프라이스 포지셔닝을 갖는 컨템포러리 조닝은 컬렉션마다 새로운 가능성을 부여한다. 신시장 개척으로 그동안 발을 들여 놓지 않았던 생소한 국가와의 접촉도 잦아지고 있다. 특히 북유럽 쪽은 백화점 바이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새로운 마켓 중 하나이다.

    지난해부터 이슈가 됐던 신세계인터내셔널(대표 김해성·이하 SI)의 「꼼데가르송」은 올 2월에 런칭했다. 디자이너 레이 가와쿠보가 지난해 9월 파트너십 계약을 위해 비밀리에 내한해 시장조사를 한데이어, 올해 신세계 본점에 오픈했다. 또한 올 7월 클럽21 계열사인 AE21이 전개하던 「아르마니익스체인지(A/X Armani Exchange)」의 판권도 갖고 왔다.





    「지방시」 RTW 결국 한섬 품으로?

    SI는 오트쿠튀르 라인인 「조르지오아르마니프리베」를 제외한 「조르지오아르마니」 「아르마니꼴레지오니」 「엠포리오아르마니」 「아르마니진」 「아르마니주니어」를 전개하는 한편 올 F/W시즌에 런칭하는 「엠포리오아르마니언더웨어」까지 ‘아르마니 제국’을 건설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뜨거운 브랜드는 「지방시」이다. 아직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유럽 럭셔리 하우스 중 하나인 「지방시」 RTW가 한국에 상륙한다. 그것도 여성 라인에 의해서이다. 그 깃대를 한섬(대표 정재봉)이 꽂았다는 사실은 수입 관계자들의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동안 이 브랜드의 우먼섹션은 ‘분더숍’ 등 편집숍에서 컬렉션 라인을 맛보기로 보여 주는 정도였다. 맨스섹션은 제일모직(대표 제진훈)이 수트 셔츠 캐주얼 라인을 차례대로 런칭하며 지금까지 잘 이끌어 오고 있다. 항간에는 「띠어리」와 편집숍 ‘10코르소코모’를 잇따라 오픈하며 수입 브랜드 유치에 열을 올리는 제일모직에 「지방시」 여성 라인까지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있었다.






    4개 기업 「릭오웬즈」 각축전 벌여

    편집숍에서 인큐베이팅한 브랜드가 그 기업의 모노브랜드로 오픈되는 것은 하나의 절차가 됐다. 「지방시」는 ‘분더숍’에서 지속적으로 소개했던 만큼 SI와 깊은 커뮤니케이션이 없었어도 프랑스와 SI 두 기업은 잠정적으로 고려했던 브랜드이다.

    하지만 「지방시」 관련소문은 더욱 구체적이다. 한섬이 이미 프랑스와의 계약을 거의 성사시켰다는 말도 심심찮게 나오고있다. 편집숍 ‘무이’를 주축으로 「클로에」 「랑방」 「앤드뮐레미스터」 「발렌시아가」 「씨바이클로에」 등을 보유한 한섬에 「지방시」가 들어서면 더욱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뜨거운 브랜드는 「릭오웬즈」다. 이 브랜드는 현재 ‘분더숍’ ‘무이’ ‘엘리든’ 등 수많은 크고 작은 편집숍에서 사이좋게 전개하고 있다. 패셔니스타가 손꼽는 베스트 브랜드이기도 하지만 일반 소비자의 두터운 지지층을 형성하는 마니아성 강한 브랜드이다. 이런 브랜드는 아이덴티티가 막강해 들여오고 나서 어떻게 잘 소화하느냐가 관건이다. 현재 「릭오웬즈」는 한섬을 비롯해 제일모직 SI 한화갤러리아 등 4개 기업이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릭오웬즈」는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아직 런칭하진 않았지만 국내에 들어오기 위해 라인 업(LINE UP)한 브랜드는 끝이 없다. 뉴욕 컬렉션에서 기립박수를 받은 컨템포러리 디자이너 중 한 명인 필립림(Phillp Lim)의 레이블 「필립림3.1」은 한국에서 모노브랜드로 전개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해 ‘2008년 히트 예상 브랜드’ 설문조사 중 아직 국내에 런칭하지 않은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10위를 차지했을 만큼 「필립림3.1」의 국내 런칭은 모두의 관심사이다. 현재 한화 갤러리아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가운데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일본 도쿄의 프리스탠딩 스토어 오픈으로 한국 런칭은 약간 늦춰졌다.





    「필립림3.1」 「케이트스페이드」도 코앞

    또한 하이엔드 액세서리브랜드 「케이트스페이드」도 대기업 L사와 잡화전문기업 T사가 막판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시대를 초월하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실용적이면서도 개인의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이 브랜드는 부담없이 매치할 수 있어 누구나 쉽게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이런 스타일의 하이엔드 브랜드는 강한 아이덴티티가 있는 브랜드보다 풀어내기 쉬어서 패션 기업에는 매력적인 브랜드로 꼽힌다.

    하지만 이렇게 국내에서 여러 차례 시도된 브랜드는 재개될 때 목적을 분명히 해야 실패하지 않는다. SK네트웍스(대표 정만원)가 「DKNY」를 런칭 했을 때 그 시기의 트렌드를 정확히 분석하고 회전율이 빠른 미국 본사 시스템을 적절히 잘 이용한 결과 「DKNY」는 매우 트렌디하고 새롭다는 이미지로 정착하는 데 성공했다.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은 매장을 자주 찾았다. 이것은 곧 매출과 직결됐다. 이처럼 이미 국내에 전개됐던 브랜드는 전개 업체가 일시적으로 없더라도 그 브랜드와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상응하는지 냉철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좋은 브랜드라도 주인을 잘못 만나면 서로에게 악영향을 끼치며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어느 곳의 소유도 아닌 「세븐진」은 일경에서 손을 뗀 후 허공에 떠 있는 상태이다. 전개 업체가 확실해도 끊임없이 틈새를 노리는 시장이 바로 데님 시장이다. 「세븐진」 전개 업체의 부재에 대기업을 포함해 많은 수입 업체가 눈독을 들이는 건 당연하다. 몇 달 전만 해도 ‘SK가 계속 접촉 중이다’며 대세는 거의 SK쪽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SK측에서 가져가는 것인가’ 하는 예측만 난무할 뿐 발표나 결정은 아직 없다. 얼마 전 제일모직에서 계약이 성사되고 이미 「세븐진」사업부까지 구성한 상태라는 말도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역시 결과는 사인하기 전까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세븐진」 놓고 SK vs 제일모직 승부







    국내 편집숍에서 프리미엄 진은 ‘블루핏’ ‘데님바’ ‘스티븐알란걸’ 등 인큐베이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편집숍에서 반응이 좋은 브랜드는 바로 국내 대기업의 목표물(?)이 된다. 한화갤러리아(대표 양욱)의 스티븐알란걸이 전개하는 「로빈진」은 날개 돋친 듯 팔리는 등 이 편집숍의 메인 데님 브랜드의 위상을 지키고 있다. 「허드슨진」은 국내외 패셔니스타에게 유행이 아닌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여겨진 지 오래다. 이뿐 아니라 스웨덴 브랜드인 스키니의 자존심 「칩먼데이」와 프랑스 브랜드 「에이프릴77」도 올 F/W부터 ‘스티븐알란걸’에서 본격적으로 전개한다.

    수입 아동복 브랜드 쪽도 성인복 못지않게 급부상하고 있다. 「버버리칠드런」 「베이비디올」 「트루릴리전키즈」 등은 이미 자리를 잡았다. 특히 「버버리칠드런」은 신세계 강남점에서 전년비 70% 신장률을 기록했다. 「트루릴리전키즈」 역시 올 상반기에 신세계백화점의 명품 아동 편집숍 ‘키즈스타일’에 입점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FnC코오롱의 「리틀마크제이콥스」는 이번 F/W시즌부터 갤러리아 웨스트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 상태로라면 존 갈리아노와 렌조로소의 합작품인 「디젤」의 아동라인도 곧 국내에서 만나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언더웨어가 빠지면 섭섭하다. 국내에서 성공한 「캘빈클라인언더웨어」를 시작으로 지난해 상륙한 디앤드비코레이션의 「푸마언더웨어」, 뒤이어 상륙한 프리미엄브랜드 「디젤」의 언더웨어 라인은 수입 이너웨어 시장에 불을 지폈다.


    브랜드 빼앗기 ‘쟁탈전’ 무리한 조건도 OK





    브랜드 쟁탈전도 끊임없이 진행된다. 이 가운데 상대(브랜드 본사)의 무리한 요구조건을 ‘덜컥’ 받아들이기도 한다. 수입 브랜드만 손에 넣는다면 마치 하늘에 별이라도 따겠다는 생각이 앞서기도 한다. 하지만 브랜드 도입이 문제가 아니라 잘 운영하는 것이 목적이다. 무리한 요구조건은 한 시즌도 안돼 ‘후회’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큰 손실을 보는 일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막대한 수수료나 너무 이른 플래그십숍 오픈에 대한 약속 등 무리한 요구조건이 바로 이런 경우다. 해외 기업도 수입 브랜드라면 눈에 불을 켜는 국내 기업에 익숙해진 것은 아닐까?

    국내에 내한하는 해외 인사들은 “한국에 이렇게 많은 중요 브랜드가 있는지 상상도 못했다. 어느 국가보다 더 다양하고 퀄리티 높은 브랜드가 있는 것 같다. 패션에 있어서 한국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다”라고 입을 모은다. 그들 중 대부분은 한국을 방문하기 전에 패션의 ‘패’도 모르는 나라라고 생각했다. 9만9000㎢(남한면적)의 결코 넓지 않은 대한민국의 수입 브랜드에 대한 욕심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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