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패션시장, 명품 식민지인가?
    코로나 팬데믹 속 8.6조 규모 급팽창

    hyohyo
    |
    22.06.01조회수 6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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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에서 8번째로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한국 명품 패션마켓은 지난해 8조6000억 규모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 4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라 속속 발표된 주요 럭셔리 브랜드의 매출을 더한 수치다. 직진출 법인으로 외국계 기업인 유한회사들의 감사보고서 공시가 지난해부터 의무화되며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명품 브랜드의 실적을 통해 마켓 사이즈를 추정할 수 있게 된 것.

    매출 500억 이상의 유한회사가 모두 실적을 공개하면서 제도권에서 유통되는 시장 규모를 비교적 정확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다만 ‘명품 3대장’으로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에 이은 4대 명품 구찌는 외부 감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하며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구찌코리아는 루이비통과 샤넬에 이어 지난해에만 1조원대 이상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진출한 주요 럭셔리 컴퍼니들은 지난해 매출이 36.9% 늘어 국내 패션마켓의 신장세 10.1%(본지 추산)를 크게 웃돌았다. 더욱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살펴보면 각각 180%와 341.4% 성장해 실적은 트리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루샤의 국내 총매출만 3조2194억원을 기록했을 정도다. 이들의 폭발적인 실적 잔치에 본사로 거액의 배당을 송금한 것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한국 소비자들은 해외 명품 본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1조4681억 매출 올린 루이비통, 사회 환원 0원

    이 중 루이비통코리아는 전년에 비해 40.2% 신장한 1조4681억원을 달성하며 규모 면에서 원톱을 차지했다. 루이비통은 백화점, 호텔, 플래그십 등에 남성, 여성, 슈즈 등 세분화된 부티크로 가장 많은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영업이익 3019억원에 순이익 2249억을 달성해 각각 더블과 트리플에 육박하는 98.7%와 219.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면서도 국내 기부금으로 사용한 금액은 전무해 한국 사회에 대한 기업의 공헌도는 낙제점을 받았다. 한국 소비자들의 명품 선호 의식이 강한 것도 문제다. 지난달 4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플래그십 루이비통 메종 서울에 레스토랑 ‘피에르 상 앳 루이비통’ 팝업은 예약창이 열린 지 단 4분 만에 전 일정 예약이 마감되면서 한국 소비자들은 기업의 사회 활동에 큰 관심이 없다는 인상을 더욱 강화하게 했다.

    해외 명품의 호실적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은 잦은 가격 인상이다. 지난해 4차례 가격 인상으로 명품 오픈런 현상을 주도한 샤넬코리아는 지난해 처음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2020년 면세점 매출 급락으로 1조 매출 달성이 좌절됐지만 작년 4차례 가격 인상으로 매출은 31.6% 증가한 1조2238억,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모두 60% 이상 성장했다.




    잦은 가격 인상으로 호실적, 오픈런 현상 유도

    샤넬은 올해도 1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가격을 인상했으며 최근에도 가격 조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가격 인상은 소비자들의 명품 수요를 자극하며 ‘오픈런’이라는 현상을 만들어 냈다. 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 물건을 구매하거나 매장 오픈 전부터 길게 줄을 서며 장사진을 치고 있다. 가격 조정이 기정사실화되면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 전에 구매를 하기 위해 수요가 몰리고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샤넬코리아는 국내 진출한 명품 기업들의 인색한 기부에 비해 지난해 7억원을 냈다. 이는 한국롤렉스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금액이지만 이 회사가 국내에서 올린 실적이나 본사로 보낸 배당금에 비하면 언급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디올은 지난 4월3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이화여자대학교 캠퍼스에서 2022 가을 여성 컬렉션의 패션쇼를 열었다.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디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쇼의 피날레에 이화여대 점퍼를 입고 등장하며 현시점 MZ세대에게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임을 과시하면서 한국이 중요한 시장임을 암시했다.

    한국 시장서 올린 수익 60% 이상 배당금 잔치

    그럼에도 국내 기부금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0.01%인 1080만원을 기록했다.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는 지난해 6139억원의 외형으로 루이비통, 샤넬, 구찌, 리치몬트에 이어 톱5 기업 안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이 회사는 지난해 86.8%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해 주요 명품 기업 중 가장 성장세가 컸다. 영업익과 순이익 모두 2배 이상 커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소비자들이 ‘앞에서만 알랑방귀, 뒤에선 호구’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에르메스코리아는 전년대비 25% 신장한 5275억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27%대 신장한 1705억과 1253억을 기록했다. 에르메스는 올 10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신규 스토어를 오픈할 예정으로 내년도 신장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프라다와 미우미우를 국내 전개하는 프라다코리아는 매출 신장률 55.2%로 4213억을 기록했지만 영업익과 순이익은 이례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국 소비자에 대한 명품사들의 홀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올해는 유난히 명품 브랜드들이 국내에 ‘아시아 최초’ ‘세계 0번째’ 등의 타이틀로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면서도 전 세계적 트렌드인 ESG 경영에는 인색한 모습을 보여 더욱 씁쓸하다. 전 세계 명품 마켓 소비 8위를 차지하면서도 우선순위에 있어서는 이보다 한참 떨어지는 처우를 언제까지 받아야 할지 눈살이 찌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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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2년 6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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