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유니클로」 이어 「GU」 상륙~ 초저가 패션브랜드 치명타!

    김숙경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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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07.02조회수 1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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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초저가 SPA인 「지유(GU)」가 온다. 일본 패스트리테일링(대표 야나이 다다시)은 한국 상륙 14년째에 접어든 「유니클로」에 이어 올해 세컨드 브랜드인 「GU」 진출을 앞두고 있다. ‘태풍의 눈’이 된 「유니클로」 보다 더 저렴한 가격과 최신 스타일링을 무기로 한 「GU」도 들어옴으로써 한국 패션시장은 그야말로 폭풍전야에 휩싸였다.

    「유니클로」가 국내 제도권 패션기업들의 축을 흔들어 놓았다면, 「GU」는 동대문 등 비제도권 브랜드와 대형마트 위주로 초저가를 전개해 왔던 브랜드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 나가 토종 SPA와 온라인 브랜드들에도 마이너스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진단이다.

    8월 말 오픈을 앞두고 있는 「GU」 1호점은 서울 잠실에 위치한 롯데월드몰로 확정됐고, 현재 공사에 들어갔다. 1400㎡ 규모로 들어서는 「GU」는 지하 1층 롯데마트 바로 인근에 위치해 있어 인접 브랜드들과 치열한 가격 및 서비스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GU」 상륙, 동대문 등 초저가 브랜드들 ‘비상’


    이 과정에서 또 얼마나 많은 국내 패션기업과 브랜드들이 경쟁력을 잃고 도태될까? 아무리 적자생존의 게임이 펼쳐지는 비즈니스 현장이라고 하지만 ‘다윗과 골리앗 싸움’으로 비유될 정도로 체력 차이가 큰 만큼 한국 패션시장이 초토화될 수 있다는 우려감마저 나돈다.

    왜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자국 브랜드와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무역주의를 찾아보기 어려울까? 오히려 빗장을 완전 풀어헤치고 안방을 내어준 결과 국내 패션산업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결코 과장이 아니다. 「유니클로」의 가공할만한 파괴력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사는 한국 최대 유통기업인 롯데쇼핑과 51:49 지분율로 에프알엘코리아(대표 홍성호, 고사카 다케시)를 2014년 12월 설립하고 이듬해 2005년 9월부터 국내 영업을 시작했다.

    「유니클로」 작년 영업이익률 14% ‘압도적’


    첫 실적을 신고한 2006년 결산자료(8월 말 결산법인)에서 이 회사는 매출액 205억원, 영업손실 12억원을 기록했다. 그렇지만 이듬해부터 곧바로 턴어라운드를 이뤄, 341억원의 매출액에 17억원의 영업이익을 만들어 냈다. 이후부터 고공비행을 거듭했고, 한국 상륙 10년 만인 지난 2015년 마침내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가장 최신인 제13기(2016년 9월1일~2017년 8월31일) 결산자료에 따르면 매출액 1조2377억원에 영업이익 1765억원, 당기순이익 134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한국 상륙 이래 최대 매출 실적뿐만 아니라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 모두 두 자릿수의 압도적인 기록을 만들어 낸 것이다.

    2년 연속 매출이 한 자릿수 성장에 그치고 있다는 위기감이 「GU」 론칭을 결정하는 계기가 됐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유니클로」의 성장은 찬란했고 눈부셨다. 6월 중순 현재 운영 중인 중대형 점포만도 해도 총 183개에 달한다. 전국 상권을 빼곡하게 장악해 들어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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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공정 게임 속 국내 브랜드 100여개 초토화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한국 패션기업과 브랜드들은 어떻게 됐을까? 성숙기를 지나 최근 쇠퇴기 징조를 보이고 있는 한국 패션시장은 철저하게 제로섬 게임이 펼쳐지고 있다. 결국 「유니클로」의 화려한 성적표 이면에는 중소 규모의 국내 패션기업과 브랜드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현실을 초래했다. 단순 계산을 해봐도 연매출 100억~200억원 규모의 60~100개 브랜드들이 사라진 셈이다.

    금융위기 이후 주머니 사정이 급격하게 나빠진 소비자들에게 「유니클로」는 딱 안성맞춤이었다. ‘폴라플리스’를 시작으로 ‘히트텍’ ‘캐시미어’ ‘경량패딩’ ‘스트레치 진’ ‘에어리즘’ 등 고기능성 소재를 국내 제도권 패션 브랜드의 50~60% 수준에 내놓는 「유니클로」에 국내 소비자들은 환호했다. 뛰어난 고기능성 소재와 합리적인 가격에 ‘일본 브랜드’라는 부정적인 인식도 떨쳐 버리기에 충분했다.

    ‘가성비 갑’의 상품을 거침없이 쏟아낸 「유니클로」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베이직 아이템을 만들어 내는 셔츠를 비롯해 캐주얼웨어와 이너웨어 업체들이 속수무책으로 백기를 들었고, 최근에는 스포츠 아웃도어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유니클로」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유니클로」 고속성장 비결? ‘무임승차’도 한몫


    그런데 이 대목에서 묻고 싶다. 「유니클로」가 이토록 환상적인 성적표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고기능성 소재를 경쟁력 있는 가격대에 내놓을 수 있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사의 축적된 소싱 노하우와
    뛰어난 R&D력 최첨단 시스템 덕이기도 하지만, 파격적인 유통가의 혜택인 수수료도 크게 한몫 했다.

    실제 「유니클로」는 한국 전개를 롯데쇼핑과 합작사 형태로 진행한 만큼 롯데백화점 우선 유통망을 펼쳤다. 당시 국내 패션 브랜드들의 백화점 수수료는 35% 전후였음에도 「유니클로」는 10%대 중반 수수료로 입성했다. 무려 20%대의 수익률 차이를 갖고 불공정 게임을 시작한 셈이다. 매장 사이즈도 거의 10배 차이를 보였다.

    초저가 「GU」 유통 수수료? 10%대 이하 예상


    결과는 명약관화했다. 판관비 부담이 적은 「유니클로」는 론칭 2년 차부터 바로 수익을 내는 구조로 돌아섰고, 선순환 흐름 속에서 고공비행을 거듭했다. 반면 이 과정에서 경쟁력을 잃어버린 국내 패션기업들과 브랜드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말았다.

    2010년대 들어서 「유니클로」의 대항마로 이랜드월드(대표 정수정)의 「스파오」를 비롯해 삼성물산(패션총괄 박철규)의 「에잇세컨즈」, 신성통상(대표 염태순)의 「탑텐」 등 국내 토종 SPA 브랜드들의 반격이 시작됐지만 이들이 받은 특혜(?)는 20%대 유통 수수료였다.

    120억원 규모의 브랜드를 30명의 인원이 모여 운영한다고 가정할 경우 100개 브랜드가 사라진 만큼 3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원부자재나 봉제와 같은 연관산업까지 확대시킨다면 1만명 넘는 인력이 패션산업 현장을 떠났다. 지금 한국 패션산업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기저에는 이러한 불공정한 거래관행에 따른 「유니클로」의 무임승차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 많은 패션 유통 관계자들이 공감하고 있다.

    「유니클로」보다 20~30% 낮은 가격대로 들어오는 「GU」마저 초저가 유통수수료 혜택을 받는다면, 국내 패션산업의 미래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최소한 공정한 거래가 되기 위해서 유사 가격정책을 펼치는 국내 브랜드들에게도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율을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기본 허들을 없애고 난뒤에 국내 패션브랜드들에게 상품 경쟁력과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

    K패션 세계화? 국내에서 경쟁력 확보가 우선


    한국 패션의 세계화는 국내에서 먼저 경쟁력을 확보한 다음에 가능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패션브랜드들이 밀리는 이유는 상품력보다는 가격 경쟁력에서 떨어지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절대 비용 구조를 차지하고 있는 유통가의 수수료가 낮춰져야 한다. 가격대가 떨어져야 소비자들의 발길이 백화점으로 향하고 지갑을 열게 된다. 옷값이 떨어지면 자연 판매율과 회전율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시장의 지배력을 지닌 빅3 유통이 먼저 나서야만 한다. 그래야만 백화점과 아울렛, 쇼핑몰의 70~80% MD를 책임지고 있는 패션산업이 생존할 수 있고, 더 나가 사면초가에 놓인 국내 유통채널의 지속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선순환 구조를 짜내야 한다.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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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비즈 2018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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