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 전통 잇는 2세들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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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04.05조회수 9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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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오륜 이준 변정임 박진현

    아버지와 딸, 어머니와 아들 등 부모세대의 제조력에 2세의 브랜딩이 더해져 가업을 키워 나가는 곳들이 있다. 30년간 니트 전문 OEM 제조를 해왔던 생산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니트 브랜드 「제이리움」, 천연염색옷을 30 · 40대에 맞게 만든 여성 커리어 브랜드 「얀제이」, 금속세공 장인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트렌디한 액세서리 브랜드를 만든 「이니」, 대구 공장에서 높은 퀄리티로 자체생산하는 「1507」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1대가 10~30년간 한 아이템에 대한 전문성 있는 제조력을 쌓았다면, 30대 안팎의 나이인 2대는 아이템을 젊게 전환하고 새로운 브랜딩을 입힌다. 이 둘의 시너지효과를 통해 최고 품질의 상품과 디자인으로 무장해 무한경쟁이 펼쳐지는 패션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 대를 잇는 사업이 패션계에서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는 지금, 오랜 제조력과 최신 브랜딩이 더해진 이들이 가업성공의 신화를 쓸 수 있을지 주목해 본다.


    조오륜 제이리움 대표 겸 디자이너
    고품질 니트 「제이리움」, 비결은 탄탄한 제조




    제이리움(대표 조오륜)의 「제이리움」은 지난 2014년 론칭 직후부터 지금까지 남성복 조닝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브랜드다. 남성 컨템포러리 니트 브랜드는 흔치 않은 데다 가격 대비 높은 퀄리티를 보여 입소문을 타고 있다. 그 결과 작년 하반기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는데 연달아 높은 매출을 내며 주목을 받았다.

    이에 힘입어 올해는 스타필드 고양점 맨즈관에 처음으로 단독 숍을 오픈했다. 10만~15만원대 가격대지만 ‘웨어러블 럭셔리 브랜드’를 모토로 삼을 정도로 고품질을 지향한다. 이 브랜드를 이끄는 조오륜 대표 겸 디자이너는 1988년생의 젊은 사업가로, 경희대 의상학과를 거쳐 파리 에스모드에서 남성복을 전공했다.

    신예 디자이너가 만든 신규 브랜드라기에는 품질이 상당히 돋보인다. 이탈리아 수입 원단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좋은 소재를 공급받아 제작하는데, 특히 서울 금호동에 자체공장이 있는 것이 핵심 비결이다. 이곳에서 조오륜 대표 겸 디자이너의 부친은 30여 간 니트 제조를 해오고 있다.



    국내 유수 브랜드 니트 생산을 맡고 있기 때문에 OEM만으로 생업의 역할은 충분하지만, 아들인 조 대표는 가업을 새로운 방식으로 이어가기로 결심했다. 30년간의 니트제조업 노하우가 브랜드 운영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

    조 대표는 “화려하고 트렌디한 것 보다는 클래식하고 절제된 디자인에 우아한 디테일을 가미한 옷을 지향한다. 3040 남성들이 편하게 코디할 수 있는 실용적인 옷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유학 기간 중 목표로 세웠던 해외 시장도 꾸준히 노크하고 있다. 앞서 「제이리움」은 이탈리아 ‘화이트밀라노’와 미국 ‘뉴욕 캡슐쇼’ 등의 박람회에 참가했다.

    올 하반기부터 여성 니트로 카테고리를 확장해 선보일 계획이다.


    이 준 송가어패럴 대표
    천연염색 「얀제이」3040 여심공략




    젊은 감각의 천연염색 옷? 직접 보기 전에는 잘 상상되지 않았다. 송가어패럴이 올해 새롭게 시작한 「얀제이」의 서울 ‘서촌’ 통의동 매장을 보고서야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여유 있는 실루엣이 돋보이는 화이트 슈트, 뒤편에 천연염색 마블링이 멋스럽게 들어간 데님 트렌치코트가 반겨줬다. “천연염색으로 이런 옷도 만들 수 있어요?”라는 질문을 매장 열고 난 뒤에 매일 받고 있다.

    송가어패럴은 천연염색 원단과 의류를 30년 이상 해온 송석자 회장과 그녀의 아들인 이준 대표가 함께 이끌고 있는 회사다. 원단과 염색은 송석자 회장이 맡는다. 그녀를 중심으로 각 지역(강화·문경·밀양·나주·영천·청도·진주·제주 등)의 염색작가들이 공동작업을 통해 다양한 염색원단을 만들어 낸다. 전통의 멋을 그대로 살려 「송가혼」 「어워」라는 브랜드를 전개했다.

    그러다 지난 2014년부터 아들 이준 대표가 합류해 올해 현대적으로 방향을 튼 「얀제이」를 론칭하게 됐다. 이준 대표는 호주에서 10년간 그리고 중국에서 8년을 지내면서 수출입, 유통사업을 병행했던 경험이 있다. 해외 근무 중 천연염색 원단과 의류가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송가그룹에 합류했다.



    이 대표는 “국내에도 천연염색 붐이 한 차례 불었지만, 수요가 지속적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반면 미국이나 일본 · 중국 등 동남아 시장에서는 더 큰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기존 브랜드에서도 일부 수출과 홀세일이 일어나고 있지만, 「얀제이」는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며 옷들을 하나씩 보여줬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선보인 「얀제이」의 옷들은 천연염색 특유의 빈티지함이나 색감을 갖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젊고 세련된 디자인이다. 통의동 사무실 1층에 1호점을 열었고 향후 강남이나 분당 · 판교에 직영 매장을 계획하고 있다.


    변정임 디자인이니 대표 겸 디자이너
    액세서리 명문가서 탄생한 「이니」




    변정임 디자인이니 대표 겸 디자이너는 액세서리 브랜드 「이니(INEE)」와 「라브로디(La Brodee)」를 전개하고 있다. 액세서리계 대부로 각종 기술과 부품을 개발해 온 아버지의 영향으로 만든 브랜드다.

    변 대표의 아버지는 액세서리 부품을 프레스로 제작해 대량 생산의 기초를 다졌고 누금세공이라고 불리는 필리그리(filigree) 기법을 적용한 신기술을 개발해서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에 수출했다. 아버지가 하던 액세서리 제조 비즈니스는 현재 변 대표의 오빠가 가업으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으며 내수뿐 아니라 일본 · 유럽 등에 고급 제품을 수출하며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변 대표는 “아버지는 가족 사업의 발전을 위해 막내딸인 저에게 어린 시절부터 미술공부를 하게 했다. 자연스레 홍익대학교 금속공예학과에 진학해 금속과 디자인에 대한 공부를 하고 귀금속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했다”라고 밝혔다.



    금속공예를 전공한 사람들 대부분이 귀금속 분야에 종사하는 것에 그치는 것과 달리 그는 의류와 가방의 부자재까지 개발해 납품하기도 했다. 7년간 프리랜서로 디자인과 OEM 생산 노하우를 익힌 변 대표는 2006년 「이니」의 상표등록과 함께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미국 · 일본 · 중국 · 인도네시아 등 해외시장 개척에도 앞장서며 지난 2010년에는 홍콩에 첫 매장을 오픈하기도 했다.

    이렇듯 발 빠른 성장의 동력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액세서리 생산을 하는 오빠와 함께했기 때문이다. 디자인과 생산을 서로 분업해 효율적인 가족 사업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것. 브랜드 론칭과 자체 법인 설립에 대해 변 대표는 “20년 전만 하더라도 액세서리 분야에서는 제대로 된 주얼리 브랜드가 없었다”며 “고품격 액세서리 상품을 소비자와 패션업계에 제시하고 비싸게 형성돼 있는 커스텀 주얼리를 합리적으로 제안할 것”이라는 포부를 전한다.

    고급 핸드메이드 액세서리의 대중화를 콘셉트로 「이니」가 중국 상하이에서 의류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고 B2B로 확장해 가고 있다면 2011년 선보인 「라브로디」는 2545의 패션에 관심이 많은 여성 소비자들 대상으로 아트 주얼리 전문 브랜드로 전개하고 있다.

    한편 디자인이니는 주얼리를 뛰어넘어 의류 · 모자 · 가방 등에 액세서리를 더해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탈바꿈하는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까지 추진하고 있다.


    박진현 홀삭스 대표
    2대 이어온 대구 양말의 자존심 「1507」




    대구 토박이 박진현 대표는 지난 2012년 양말 전문 브랜드 「1507(일오공칠)」을 론칭한데 이어 2015년에는 홀삭스 법인을 세우고 B2B, B2G(Business to Government)까지 도전하며 점차 사세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양말이라는 단일 아이템만을 고집하는 박 대표의 자신감은 아버지에게 배운 양말 생산 · 유통의 노하우, 그리고 양말 산업 인프라로는 최고 수준인 대구에서 전량 제작한다는 데 있다.

    브랜드 네이밍인 「1507」은 박 대표가 아버지에게 처음 양말을 배우러 간 창고 번지수 ‘1507-42’에서 앞자리를 따왔다. 아버지 세대의 노력으로 이뤄진 양말 산업의 전통을 계승하고 이끌고 초심을 잃지 말자는 남다른 의미가 담겨있다. 그는 “「유니클로」 「폴스미스」 등 해외 유명 브랜드의 양말이 대구에서 생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를 기반으로 하는 제대로 된 브랜드가 없어 「1507」과 「홀삭스」를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사실 섬유산업의 부흥과 함께 한때 대구의 양말 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으나, 최근 방글라데시, 베트남, 중국 등 저임금 노동 국가에 넘겨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박 대표는 대구에 있는 공장에서 정당한 인건비와 노동환경을 보장하면서 상품을 생산하는 것을 제 1의 가치로 삼고 있다. 산업에 대한 사명감으로 비즈니스를 하다 보니 아버지뻘의 장인들에게 신뢰와 도움을 전적으로 받고 있다고.



    「1507」의 품질에 대한 자부심은 ‘양말 수명 보증제’를 통해 가장 잘 나타난다. 마찰면이 큰 앞과 뒤꿈치 부분을 이중 처리해 이 부분에 구멍이 날 경우 구입기간에 관계없이 새 상품을 교환해 준다는 정책이다. 하루 평균 600~700켤레 판매되는 가운데 양말 수명 보증제를 도입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실제 양말 교환 사례는 5건도 채 되지 않는다.

    최소한의 디자인을 지향하는 「1507」의 상품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홍보 · 마케팅을 하지 않아 양말업계의 신비주의라는 의미로 ‘서태지와 아이들’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올 초부터는 디자인팀을 새로 신설하고 소비자와의 소통 창구도 다양화한다는 계획이다.

    홀삭스는 「1507」이외에도 B2B와 B2G를 확대해 볼륨화에도 앞장선다. 스카이72 골프클럽에 10억원 규모의 양말을 납품하고 미국 등에 등산양말을 수출하면서 회사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이 밖에도 물류창고를 겸한 공간을 카페 ‘와일드오키드’로 꾸며 지역 대학생 등 젊은 예술가들에 무료로 대관하기도 한다. 또 대구혁신센터와 함께 ‘대구읍성’ 프로젝트도 진행하는 등 양말을 넘어 대구 대표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다.

    아직 큰 아이가 6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박 대표는 자녀들에게 사업을 물려주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3대에 걸친 대구 양말 명가의 탄생이 기대된다.

    **패션비즈 2018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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