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패션 ‘핀란드 브랜드’ 온다

    hyoh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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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12.12조회수 12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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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겜미」 「포멀프라이데이」 「로비아」…






    「겜미(Gemmi)」 「베이츠(Vejits)」 「마리타후리나이넨(Marita Huurinainen)」 「모조(Mozo)」 「포멀프라이데이(Formal Friday)」 「투로(Turo)」 「파푸(Papu)」 「로비아(Lovia)」 「루미(Lumi)」. 피니시(Finnish) 패션 브랜드가 한국을 향해 온다. 20여개의 핀란드 브랜드가 러브콜을 보내며 한국 진출을 타진하기 위해 12월 중 핀란드 라이프스타일 & 디자인 페어 이벤트에 참여해 함께 자신의 매력을 뽐낸다.

    최근 핀란드 디자인과 패션의 저력이 세계적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디자인 스쿨 알토 대학 출신을 필두로 핀란드 디자인 철학을 가진 젊은 디자이너들이 ‘국제 패션 쇼케이스’ ‘H&M 디자인 어워드 앤 디자이너스 네스트’ 등 각종 국제 대회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국내에서도 ‘피니시 패션’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를 자국의 신성장동력으로 판단하는 핀란드 정부 차원의 지원도 막강하다. 올 상반기에는 올리 렌(Olli Rehn) 핀란드 고용경제부 장관이 방한해 핀란드 패션 브랜드의 B2B 매치 메이킹을 지원 사격했다. 「이바나헬싱키(Ivana Helsink)」 「에이노(AINO)」 「오나르(ONAR)」 「포마르(Pomar)」 등 핀란드를 대표하는 10개 브랜드가 참여해 국내 바이어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베이츠」 「마리타후리나이넨」 「로사폭스」도 참
    롯데백화점은 본점에서 핀란드패션위크를 열어 소비자들과 만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수진 롯데백화점 바이어는 “참신한 디자인을 찾는 소비자들이 이탈리아, 프랑스 등 전통적인 패션 강국이 아닌 핀란드 브랜드의 등장을 반겼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0월에는 신계백화점 강남점에서 ‘노르딕 라이프스타일 페어’를 열고 패션뿐 아니라 F&B, 인테리어 등 28개 핀란드 브랜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 행사는 핀란드대사관이 기획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백화점 측에서도 전 층을 북유럽 감성으로 꾸밀 정도로 대대적으로 진행돼 한국 진출을 도모하는 핀란드 브랜드와 새로운 캐시카우를 찾는 국내 패션업계의 니즈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쏟아지는 유통가의 러브콜과 국내 바이어들의 관심에 주한 핀란드무역대표부(FINPRO, 대표 김윤미)는 오는 8일과 9일 양일간 ‘핀란드 라이프스타일 & 디자인 페어’를 연다. 김윤미 대표는 “핀란드 리빙 브랜드는 온·오프라인 편집숍을 통해 한국 소비자들에게 소개돼 왔으나 진정한 브랜드 스토리를 전달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핀란드 新성장동력 패션 · 리빙, 한국 마켓 노크
    이어 “9개 패션 브랜드와 7개의 리빙 브랜드가 소개되는 이번 행사에서 핀란드 브랜드의 철학, 역사적·기능적 가치를 어필해 한국 시장 진출을 모색한다”고 말했다. 사실 국내 패션 비즈니스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핀란드 브랜드는 시장성이 크지 않다.

    누구나 알 만한 글로벌 브랜드도 거의 없고 매출 볼륨도 가족 경영이나 지방 소도시를 베이스로 하는 소규모 비즈니스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니시 디자인만의 독특한 감성과 철학은 SPA로 대변되는 패스트패션에 염증을 느낀 소비자들에게 가치 소비를 전달한다.

    이들이 과거 국내 진출을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참신한 디자인과 가치 있는 상품을 원하는 뉴 커스터머의 탄생과 전 세계로 판로를 개척해 나가려는 핀란드 패션의 니즈가 접점을 이뤄 피니시 패션은 국내에서 골든 타임을 맞이했다.

    12월 핀란드 라이프스타일 & 디자인 페어 개최
    핀란드 패션은 기존 글로벌 패션 하우스와 마찬가지로 명품 마케팅을 펼쳐 이슈는 모았지만 수익 면에서는 그다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 수입 비즈니스 전문가는 “국내와 북유럽의 소득 수준 차이가 야기하는 생산 비용과 물류비 등을 고려하면 통상 홀세일 가격의 4배를 붙여서 판매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가격이 높아져 ‘프리미엄’ 전략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핀란드 디자인 정신을 이해하지 못한 마케팅 전략은 실패의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이어 “브랜드와 상품의 가치를 인정하는 작지만 긴밀한 관계가 이어져야 한다”며 기존의 리테일만을 생각하는 파트너는 맞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소비자가 스마트해지고 직구가 가능해지면서 단순 판매만을 위한 리테일러가 아니라 큐레이터의 역할까지 소화해야 핀란드 패션의 진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핀란드 디자인의 정신은 무엇일까? 핀란드 패션은 북유럽 감성으로 대표되는 △자연 친화적이고 △기능성과 실용성에 집중하며 △과감하고 유희적인 특징을 그대로 담고 있으면서도 △독자적이고 차별화된 디자인 철학이 존재한다. 북유럽 4개국 중 유일하게 ‘왕’이 없다거나 스웨덴, 러시아에 정복된 역사가 있다는 사회적·역사적 배경이 노르딕 국가 중에서도 유독 결이 다른 감성을 만들어 냈다.




    패스트패션 주춤, 가치 소비 뉴 커스터머 등장
    왕이 없으니 ‘왕실 가구’ ‘왕실 침구’ ‘왕실 장난감’ 등 이른바 ‘로열(Royal)’ 마케팅은 아예 찾아볼 수 없다.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누구에게나 허락되지 않는’ 이라는 배타적인 사고가 없다 보니 상품에서 차별화를 둘 수 있는 것은 기능성과 소재, 디자인이 전부다.

    추운 날씨와 국토의 80% 이상이 숲과 호수인 자연환경의 영향으로 모피 브랜드가 많지만 「겜미(Gemmi)」 「리나넨(Linnanen)」 「마리타후리나이넨(Marita Huurinainen)」 「로사폭스(Rosafox)」 등 핀란드의 퍼 브랜드는 결코 럭셔리를 추구하지 않는다.

    핀란드 내에서 모피는 과시를 위한 아이템이 아닌 실용성에 기반을 둔 착장이다. 이런 맥락에서 「겜미」는 블루 폭스 퍼와 패딩 소재를 양면으로 활용할 수 있는 리버서블 아우터를 선보인다. 퍼라는 아이템의 특성상 가격대가 높을 수밖에 없지만 가격 대비 가치를 충분히 부여하기 위한 노력이다. 특별한 날 차려입는 옷이 아니라 경량화를 위한 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사용자 편의성과 실용성 더한 데일리 룩을~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만큼 버려진 소재를 재가공해 패스트패션의 병폐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업사이클 브랜드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글로베호프(Globe Hope)」는 군부대에서 버려지는 침낭, 낙하산, 군복 등 군수품과 노동자들의 작업복, 쓰임을 다한 현수막 등을 이어 붙여 가방, 신발, 의류로 변모시킨다. 「세코(Secco)」는 컴퓨터의 부속품, 폐타이어를 활용해 만든 주얼리, 신발, 가방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패션 아이템을 선보인다.

    남성복 「포멀프라이데이(Formal Friday)」는 천연 소재와 기능성 소재를 믹스해 기능적인 패션을 추구한다. 울 소재의 코트 하나를 제작할 때도 방수 가공 처리를 해 기능성으로 제작한다거나 양털 스웨터에 극세사 메리노를 사용하는 식이다. 또 슈트 브랜드 「투로(Turo)」는 연간 네 번의 컬렉션을 선보여 정확한 측정으로 재단된 아이템을 제안한다.

    핀란드 디자인의 또 다른 특징은 생산 과정이 윤리적인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2014년 론칭한 업사이클 액세서리 브랜드 「로비아(Lovia)」는 상품을 구성하는 모든 원재료가 어디서 왔는지를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브랜드의 웹사이트에 가죽의 출처는 물론이고 지퍼와 버튼 등 부자재까지도 제조 업체를 명시한 DNA 프로필을 가지고 있다.



    자연 친화적 · 윤리적 공정 거쳐 ‘착한 패션’ 추구
    주 소재인 엘크나 사슴 가죽은 소파 등 가구를 만들고 남은 자투리를 가구 제작자로부터 공급받기도 하며 식용을 목적으로 이용되는 양 목장과 협력해 가죽을 정제한 상품도 개발해 오고 있다. 상품을 위해 동물을 살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윤리적 방법을 택하고 있는 것.

    퍼 브랜드 「마리나후리나타」도 비슷하게 헌터와 직접 계약을 맺고 모피를 공급받는다. 개체 수 유지를 위해 지정된 구역 안에서 합법적으로 이뤄지는 사냥을 통해 발생하는 털만을 사용한다. 또 헬싱키에 본사를 둔 세계 4대 모피 옥션 하우스 사가퍼(Saga Furs)는 사육장의 면적, 위생 상태, 먹이 등 철저한 EU 규정을 준수한다. 사만다 베살라(Samantha Vesala) 사가퍼 아시아 총괄이사는 “동물 복지를 위해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는 농장에서 사육된 동물의 원피만 취급하고 있다”며 “인증받은 농장에서 사육된 폭스와 핀라쿤의 원피만을 공급하므로 고유의 바코드를 통해 생산이력 추적이 가능하고 종합적으로 철저한 품질 관리를 한다”고 말했다.

    패션 액세서리와 홈 데코 브랜드 「아리까」는 장애인, 사회적 약자가 제작해 상품 생산과 더불어 사회적 약자의 고용 창출이라는 목적을 지향한다. 또 액세서리 브랜드 「루미(Lumi)」는 전 컬렉션의 65% 이상에 베지터블 가공 가죽을 사용한다. 제작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은 더 들지라도 상품의 지속성을 추구하고 적게 소비할수록 더 나은 세상이 된다는 브랜드 철학에 기초한 것이다.
    정효신 기자 hyo@fashionbiz.co.kr




    INTERVIEW with 수잔느 스텐포스 l 「겜미」 CEO & 카타리나 스텐포스 l 「겜미」 CD
    “세대를 이어 사용하는 데일리 퍼 패션”


    “1917년 론칭해 100년 가까이 되는 역사를 가진 「겜미」는 헬싱키에서 10km 정도 떨어진 로비사 지역에서 생산됩니다. 지난 2014년 브랜드가 대대적인 리뉴얼을 거친 후에는 블루 폭스 퍼를 가지고 스타일리시한 퍼 패션을 선보이고 있죠. 이미 한국의 「빈폴」 「구호」 등에서 일부 아이템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핀란드에서는 한국에서와 같이 퍼가 사치품으로 인식되지 않기 때문에 「겜미」의 컬렉션은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아이템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데일리 퍼웨어를 위해 초경량 모피 상품에 대한 연구를 하고 다양한 패턴과 컬러를 조합한 아우터를 중심으로 선보입니다. 퍼는 사치품이기 이전에 실용적인 아이템입니다. 핀란드의 겨울 평균 기온은 -10℃로 한국의 겨울 날씨와 비슷하지만 해가 빨리 지고 겨울이 길기 때문에 1년 내내 서늘하죠. 때문에 퍼 패션은 1년 내내 데일리 패션으로 이용 가능합니다. 또 퍼는 지속 가능한 소재입니다. 천연 소재인 데다 관리만 잘한다면 세대를 이어 물려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자연 친화적이라고 할 수도 있죠.”





    INTERVIEW with 티모 투오미넨 l 「투로」 세일즈 · 마케팅 총괄 디렉터
    “독특한 슈트로 영 비즈니스맨 공략”


    “「투로」는 1938년 론칭해 8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핀란드의 대표 슈트 브랜드입니다. 핀란드 정치인들이 가장 즐겨 입을 정도로 클래식한 아이템을 선보이는 한편 최근에는 트렌디한 영맨을 공략하는 다양한 색채감의 컬렉션까지 출시하고 있습니다. 사실 핀란드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에 비해 패션에 무관심한 경우가 많아 트렌디 슈트는 한국의 영 비즈니맨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할 수 있죠. 1년에 4번의 컬렉션을 출시해 한국에 올 때마다 패셔너블한 비즈니스맨들을 보며 놀랄 때가 많습니다. 이들은 주로 이탈리아, 프랑스 등 국가의 클래식한 모노톤 슈트를 입는데 「투로」는 이탈리아 패브릭을 사용해 이들 국가에 못지않은 품질을 자랑하면서도 유니크한 컬러가 강점입니다. 딱 맞는 슈트를 입는 것은 남성의 자신감을 북돋는 것이라는 브랜드 철학에 따라 피팅감에 가장 중점을 둡니다. 이처럼 핀란드 패션 브랜드의 디자인과 퀄리티는 절대 세계 수준에 뒤처지지 않습니다. 핀란드 패션이 글로벌 인지도에서 밀리는 것은 아마도 정직하고 겸손한 핀란드 사람들의 성향처럼 마케팅에 약하기 때문일 것입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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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비즈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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