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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 경영 성적표 ‘이유 있다’

Tuesday, Aug. 1, 2017 | 김숙경 기자, mizkim@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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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웃고, 현대 무덤덤, 롯데 울다



“신세계 웃고, 현대 무덤덤, 롯데 울다.” 유통 빅3의 올해 경영 성적표를 압축 표현하면 이렇지 않을까? 공격적인 출점 전략으로 파죽지세로 달려 나갔던 롯데쇼핑이 지난해를 최고점으로 성장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신세계그룹(신세계+이마트)이 풍성한 콘텐츠를 무기로 무섭게 치고 나가는 모양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신세계만큼 강력하지 않지만 나름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다.

주목할 점은 최근 신세계그룹의 호투는 과거 롯데의 무소불위 성장세와는 뚜렷하게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과거 롯데는 백화점, 대형마트, 아울렛에 이르기까지 공격적인 출점으로 매출을 확장해 나갔다면, 신세계는 소프트웨어 강화를 통해 지금의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롯데는 부동산 개념으로 양적 팽창을 이뤘다면, 신세계는 지역 1번점 전략과 콘텐츠 강화를 통해 질적 성장을 이끌고 있는 점이 사뭇 다르다.

현대는 신세계의 행보에는 못 미치지만 라이프스타일 MD에 방점을 찍은 아울렛 출점과 한섬, 리바트, SK네트웍스 패션부문 등을 계속 M&A하면서 콘텐츠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양보다는 질로 승부를 건다는 측면에서 보면 롯데보다 신세계에 근접한 경영 전략 행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다만 신세계는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사장 등 오너 일가가 경영 전면에 나서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과 달리 현대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움직이고 있어 업무 추진력에 있어서는 속도차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 지역 1번점 전략 & 콘텐츠 강화 적중

총매출 규모로만 보면 롯데의 파워는 아직도 절대적이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롯데쇼핑의 지난해 실적은 29조5264억원으로 신세계그룹(신세계+이마트)의 17조7253억원과 현대백화점그룹의 7조1000억원 매출을 합친 합보다도 크다. 그렇지만 신장세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롯데는 2015년 대비 1.4% 신장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반면 신세계는 9.4%, 현대는 4.4%의 신장세를 각각 보이고 있다.

이 격차는 올해 상반기를 지나면서 더욱 벌어지는 모양새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롯데 내부의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여러 불협화음을 비롯, 대외적으로도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계속된 광화문 촛불시위와 사드 배치 부지 제공에 따른 중국발 악재까지 겹치면서 영업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던 백화점과 아울렛, 대형마트 판매까지 부진하면서 롯데는 지금 사면초가의 형편에 놓여 있다.

반면 신세계는 대대적으로 단행한 기존점의 지역 1번점 전략을 센텀시티점과 강남점을 통해 완성한 가운데 김해점과 동대구점 신규 출점 등으로 끊임없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쇼핑 · 체험 ·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선보인 초대형 쇼핑센터 스타필드 하남점 오픈은 커다란 이슈를 낳았다. 이곳은 연면적 46만㎡에 총 750여개 매장을 갖추고 서울 · 경기권 소비자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롯데, 경영권 분쟁과 중국발 악재 등 내우외환

뿐만 아니라 2호점인 스타필드 코엑스점은 60억원을 투자해 오픈한 무료 ‘별마당도서관’이 핫플레이스로 부상하면서 SNS와 포털을 뜨겁게 달궜다. ‘너무 비싼 임대료로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위의 우려도 한 방에 쏙 들어갈 정도로 홍보 마케팅 효과가 강력했다. 특히 스타필드를 한글로 표현한 ‘별마당’이란 이름 덕분에 쇼핑센터의 대명사로 스타필드를 인지하게 만드는 플러스 알파 효과까지 덤으로 얻었다. 코엑스몰의 노른자위에 2800㎡ 규모의 무료 도서관을 꾸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결단은 신의 한 수라는 평가까지 쏟아 졌다.

여세를 몰아 이달 8월24일에는 스타필드 고양점 출점을 앞두고 있다. 이곳은 하남점 보다는 10만㎡ 작지만 축구장 면적의 50배, 입점 브랜드 500개, 전국 맛집 95개 등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신세계그룹은 하남점에 이어 고양점을 연속 출점해 서울 동남부권에 이어 서북부 상권 장악에 나섰다. 빅3 중 쇼핑센터 진행 속도에서는 가장 빠른 행보이다. 체류형 쇼핑테마 파크를 신세계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밝힌 셈이다.

그렇다면 신세계가 이토록 빠른 속도로 대규모 투자와 대대적인 MD가 요구되는 복합 쇼핑센터를 출점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업태 · 업종을 불문하고 SB(Store Brand), PB(Private Brand), NB(National Brand) 등 자체 콘텐츠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은 백화점인 ‘신세계’를 비롯, 대형마트인 ‘이마트’, 창고형 할인매장인 ‘트레이더스’, 전자제품 전문관인 ‘일렉트로마트’를 키 앵커로 두고 있다. 아울렛도 도심형이나 창고형이 아닌 ‘프리미엄아울렛’으로 특화돼 있다. 슈퍼슈퍼마켓(SSM)인 ‘이마트에브리데이’를 비롯 편의점인 ‘이마트24’ H&B숍인 ‘분츠’ 등 업태별로 탄탄한 SB를 확보하고 있다.

현대, 한섬 리바트 SK패션 등 M&A로 콘텐츠 ↑

여기에 이마트 PB인 생필품 전문의 ‘노브랜드’를 비롯, 식료품 전문의 ‘피코크’도 고객들의 발길을 잡는 데 크게 한몫하고 있다. 패션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신세계톰보이에서 전개하는 NPB(National Private Brand) 성격의 「보브」 「지컷」 「디자인유나이티드」 「스튜디오톰보이」 「코모도」 「코모도스퀘어」 「톰키드」 등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도표 참조).

동원 가능한 콘텐츠가 풍성하다 보니 상권별 특성에 따라 이들을 조합하는 것도 자유롭다. 스타필드 고양점은 이곳 인구 특성에 맞춰 유아동복 매장을 하남점 보다 2배 강화하는 식이다. 이러한 콘텐츠들이 빛을 발하면서 지금 신세계는 승기를 잡았다. 하드웨어 경쟁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를 강화한 결과 유통 주도권이 신세계로 확 넘어가는 분위기다.

‘콩나물 시루’처럼 전국 상권에 빼곡하게 백화점, 아울렛, 대형마트가 들어선 만큼 이제 하드웨어 경쟁으로는 승산이 없다. 이제는 누가 소비자가 원하는 최적화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는 형국이다.

성장기에는 ‘푸시(Push)’ 전략이 먹혔지만 저성장기에는 ‘풀(Pull)’ 전략을 펼쳐야 한다. 게임의 룰이 바뀐 지금 시장의 지배력을 가진 빅3가 유통의 명가가 되려면 소비자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서야 한다. ‘고객 제일’이 유통업의 본질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패션비즈 2017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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