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토피올 l 크리스찬라크르와 사장

    es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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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12.09조회수 4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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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 창조주의’로 롱텀 비즈를




    려한 컬러와 패턴으로 강렬한 임팩트를 주었던 「크리스찬라크르와」를 기억하는가. 이 브랜드가 최근 새로운 날갯짓을 하고 있다. 지난 2005년 미국 팔릭 그룹으로 매각된 이후 이 브랜드는 프랑스를 대표하던 오트쿠튀르 브랜드를 포기하고, 브랜드 고유의 DNA는 유지하되 좀 더 커머셜하고 대중적인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라이선스 비즈니스를 확대하면서 전 세계 시장에서 다시 전환점을 맞고 있다. 한국에서는 과거 코오롱패션에서 남성복 브랜드로 도입된 이후 중단됐다가 최근 슈페리어를 새로운 파트너로 삼아 패션 액세서리 부문을 시발점으로 다시 재론칭했다.

    지난 11년간 이 브랜드를 지키고 오너십이 바뀐 이후에도 역시 이 브랜드를 경영하는 니콜라 토피올 크리스찬라크르와 사장은 와튼스쿨을 졸업한 인재 중의 인재다. 그는 이 브랜드가 오트쿠튀르로 전성기를 보내던 시기부터 현재까지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이 브랜드의 히스토리와 흥망성쇠를 고스란히 경험한 그는 급격한 시대 변화 속에서 전문가로서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최근 아시아 투어 중에 방한한 그를 만났다.

    - 한국과의 비즈니스 인연은
    “한국을 몇 번 방문했는데, 12년 전인 처음에는 화장품 사업 때문에 왔었다. 그때 서울은 아주 다이내믹하고 역동적인 도시로 기억한다.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세계적 수준으로 더욱 강화된 것 같다. 유통 역시 당시에 백화점 유통이 매우 경쟁력 있었는데, 지금 더욱 발전했다.

    이후 코오롱패션과 「크리스찬라크르와」 남성복 사업 때문에 재차 방문했고, 올 때마다 전반적인 사회적 수준이 빠르게 발전된 것을 보고 상당히 인상 깊게 느꼈다. 코오롱과 사업을 진행할 때 「크리스찬라크르와」의 갤러리아 입점 관계로 상담한 적이 있는데, 당시에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크리스찬라크르와」를 보유한 미국 팔릭(FALIC) 그룹이 듀티프리 전문 회사인데, 이미 당시에 시내 면세점과 롯데백화점에 듀티프리 숍이 있는 것을 보고 아주 놀랐다. 팔릭 그룹은 듀티프리에서 가장 큰 기업이다. 한국과의 인연은 처음에는 화장품으로, 다음에는 남성복으로, 이번이 세 번째인데 이제 슈페리어와 진짜 제대로 된 사업을 시작하는 것 같다.”

    - 팔릭 그룹 인수 후 최근 르네상스를 맞은 듯 하다
    “2005년 팔릭 그룹이 이 회사를 샀다. 처음에 운영 방식은 변함 없이 유지했다. 그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팔릭 그룹이 「크리스찬라크르와」를 라이선스 위주로 100% 전환하고, 2009년 이후 이 브랜드를 만든 크리스티앙 라크루아도 손을 떼고 오트쿠튀르는 정리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하 CD)인 사샤 월코프(Sacha Walckhoff)는 1992년부터 크리스티앙 라크루아와 한 몸으로 일해 와서 이 브랜드의 수족 같은 존재이며, 최대의 공로자다. 오트쿠튀르를 중단한 2009년 이후 전체 비즈니스의 크리에이티브를 그가 책임져 왔다. 그때부터 전략적인 측면은 세 가지에 초점이 맞춰진다. 첫 번째는 남성복 레디투웨어다. 그전에는 여성복 위주로 운영해 왔으나 사샤 총괄 이후 남성복 위주로 전환했다. 그전에도 남성복이 있었지만 미미했는데, 남성복 쇼도 진행하고 강화하며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남성복이 남미를 비롯해 한국에까지 오게 된 것이다. 이 브랜드의 DNA를 충분히 녹이고 활용해서 그 연속선상에서 전개한다. 남성복은 특성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아서 라이닝이나 디테일·깃·소매 등 이런 곳들을 브랜드 특성과 연계하는데(자신이 입은 슈트 속 화려한 패턴의 안감을 보여주며), 겉으로 확 드러나지 않더라도 이런 포인트가 살짝살짝 드러날 때 사람들이 느끼게 되는 것이 「크리스찬라크르와」의 매력이다. 지금 남성복 부문은 아주 잘 성장하고 있다.”

    - 「크리스찬라크르와」가 주목하는 키 마켓은
    “남성복에 이어 두 번째 카테고리가 패션 액세서리다. 핸드백·슈즈·시계·아이웨어·스카프 등인데, 과거에 별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근에 남성복과 함께 강화하고 있고, 결과도 좋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에서도 기대가 크다.

    세 번째가 뉴 에어리어인 라이프스타일이다. 최근 패션시장에서도 아주 중요한 테마다. 여기서는 패브릭, 즉 소재가 매우 중요하다. 홈 패브릭인데 일반 패브릭이 아니라 소파·쿠션·월페이퍼에 이르기까지 패턴이나 프린트를 적용했는데, 그것이 아주 큰 성공을 거두었다. 「크리스찬라크르와」는 유니크한 패턴이 매우 유명하다.

    영국에 ‘디자이너스 길트(디자이너연합회)’가 있는데, 전문업체끼리 모인 연합체다. 이들과 라이선스 파트너로 연계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홈퍼니싱 디자이너들이 전 세계 시장을 놓고 「크리스찬라크르와」 이름으로 홈 패브릭을 만들고 있다. 벽지 커튼 소파, 노트 메모지 등 스테이셔너리, 폰 케이스, 향초, 베스용품 등 패브릭을 이용해 아름다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한국에도 이미 일부 들어와 있다. 이렇게 사람들의 생활에 깊숙이 파고들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브랜드의 세계를 경험하게 만든다.

    특히 2010년 사샤 월코프가 CD로 투입되면서 이런 부분을 강화해서 하이엔드뿐만이 아니라 모든 레벨에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 ‘데일리 라이프를 유니크하게 공급한다’는 전략으로 선회했고, 비싸지는 않지만 작은 사치를 소품으로 손님들에게 특별히 제안했는데 이것이 잘 먹혔다.”



    - 글로벌 패션계와 소비자의 변화가 엄청나다
    “기업은 지금까지 소비자들에게 자기 브랜드를 강요해 왔다. 그러나 이제 영 제너레이션들은 브랜드에서 뭘 제공하든지 자기 용도에 맞게 필요에 따라 선택한다. 철저하게 자기 위주로 흡수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떠오르고 있다.

    큰 특징 중 하나는 과거엔 한 브랜드가 좋으면 모두 그것으로 선택했으나 지금은 브랜드나 스타일에 관계없이 각각 다르게 자기만의 개성에 맞게 연출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다들 위기라 하는데, 나는 거꾸로 큰 기회라고 본다. 더욱이 우리는 그 방향에 준비된 브랜드다. 즉 소비자에게 브랜드가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하게 도와 준다고 생각한다. 소품부터 모든 상품을 다 갖추고 있으므로 소비자들에게 쉽게 다가가고 믹스 & 매치하기에 용이하다.

    이를테면 프랑스의 오래된 가구회사 로슈 보부아가 있는데, 가구에서는 톱이다. 얼마 전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 큰 플래그십 스토어를 냈다. 여기서 이벤트를 하고 한국에 온 것이다. 앞으로 라이프스타일로 접목해 한국에서도 판매할 예정이다. 가구는 가격부터 비싸고 쉽게 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것을 통해서 소비자와 경험을 공유한다.

    두 번째 예는 「에비앙」이다. 「에비앙」과 콜래보레이션해서 아름다운 용기 디자인을 했고, 몇 주 전에 론칭했다. 11월에 상품이 팔렸는데 매우 감성적 터치이고 한정판이라 화제가 됐다. 아트워크를 데일리로 제공한다는 의미인데 가격이 동일하지만 소비자들에게 귀한 것이다 보니 한 번 마시고 버리는 게 아니라 소장하게 된다.

    이렇게 소비자들이 쉽게 우리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려고 한다. 이는 소비자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으로서 이를 위해 끊임없이 상품을 개발하고 제안한다. 결국은 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하는 곳에 브랜드를 입힘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것이며 이를 데일리 라이프로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전통적인 방식과는 다른 다양한 방법으로 감정을 넣어서 경험을 통해 소비자를 터치한다.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새로운 방법, ‘뉴 웨이’는 결국 브랜드 스토리와 철학이 없으면 도저히 할 수 없다. 「크리스찬라크르와」는 브랜드의 히스토리와 헤리티지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브랜드 비즈니스는 아주 롱텀으로 봐야 한다.”

    - 다이내믹 아시아, 한국이 최전방 패션마켓?
    “과거 「크리스찬라크르와」가 코오롱과 작업할 때 미국·일본·마카오 등 아시아에서 매우 강하게 포지셔닝됐다. 팔릭에서 인수한 후 잠시 주춤했으나 리컨스트럭션하고 나서는 지금 소품들이 세계적으로 잘 알려지고 있고, 한국도 패브릭이나 물·가구 등의 상품들과 함께 다시 시작하는 상태다.

    아시아 시장을 다시 구축하는 데 있어서 한국을 최전방으로 삼았다. 그 이유는 12년 전에도 다이내믹했지만 지금은 뭔가 일어나고 있는 시장이고, 특히 중국 시장을 가는 데 있어서 분명히 교두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 트렌드를 리드하는 역동적인 나라이고 모든 것이 잘 갖춰진 곳이므로 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의 과거 영화를 다시 되찾으려고 한다.

    한국은 커넥팅 면에서도 IT와 모바일 등이 앞서가는 곳이고, 그로 인해 새로운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사회다. 늘 파워풀하고 매력적인 곳이며 소셜미디어 면에서도 한국은 굉장히 앞서 간다. 이런 면을 보더라도 한국에서 「크리스찬라크르와」의 기초를 잘 다져야만 다음으로 확장할 수 있다.

    새로운 파트너인 슈페리어를 통해 패션 비즈니스를 잘하고 싶고, 좋은 파트너를 꼭 찾고 싶다. 지금까지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해온 남성복, 액세서리, 라이프스타일을 잘 접목한 후 파트너들과 함께 한국 소비자들에게 「크리스찬라크르와」를 멋지게 제안할 수 있기를 바란다.”




    - 패션이 끝났다? 혹은 지금이 기회다?
    “패션은 영원하다. 하지만 급변하고 있다. 사람들이 끝났다고 하는 소리도 많이 듣는데 패션은 끝날 수가 없는 것이다. 다만 그렇게 보이는 것은 전반적으로 모든 면에서 커다란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커넥팅하는 방식이나 여행이 중요해지는 등의 모든 분야에서 큰 변화가 일어난다. 패션이 끝날 수 없는 것은 ‘패션=모든 것이고 어디에나 존재하는(Fashion is everything, everywhere)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접근하면 영역이 훨씬 넓어진다.

    전통적인 패션쇼나 파리컬렉션 등을 하고 나면 2~3개월 후에 잡지에 나고 상품은 시즌 뒤에 나오곤 했는데, 이제는 SNS를 통해 바로 바로 소비자들이 쇼를 보게 된다. 지금까지는 보는 것과 사는 것 사이에 갭이 있었는데 이제 그 갭을 줄여야 하는 것이 숙제다. 이런 새로운 변화에 선제 대응하는 곳은 살아남고 그러지 못하면 죽을 것이다.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큰 브랜드들이 컬렉션을 더 늘리고 스피드를 높이고 있는데, 그렇게 하다 보니 빅 브랜드의 CD들은 크리에이션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시간이 필요한데 그럴 수 없고, 빨리빨리 만들기를 요구하다 보니 모든게 혼란이다. 앞으로 어떻게 조정될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것이 현재의 상황이고, 이런 큰 변화는 패션뿐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하이스트리트 브랜드들, 특히 「자라」 등은 점점 더 비즈니스가 잘 돼 가고 있다. 「크리스찬라크르와」의 경우 패스트패션을 따라 하기보다는 기다리며 좀 관망하려 한다. 우리는 크리에이션이 없으면 안된다고 보기 때문에 비록 작은 소품이라 할지라도 철저하게 창조적인 베이스로 가려고 한다. 크리에이션이 없으면 진정한 패션은 안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 하이스트리트, 패스트패션과 공존해야 할까
    “‘어게인스트 스트리트 & SPA 패션’은 없다. 즉 저항의 대책은 없다. 왜냐면 이들은 이미 생태계의 일부분이고 우리도 그 생태계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싫은 이유는 너무 카피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나도 그것이 싫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그냥 놔두고 크리에이티브한 나의 길을 갈 뿐이다. 대항 전략보다는 우리의 전략을 차별화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유니클로」를 좋아하는데, 역시 이 브랜드도 자기 스타일과 자기만의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좋은 상품을 제공한다. 카피 문제만 제외하고는 별 문제가 없다고 본다.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유니클로」는 초경량 다운을 엄청 싸게 만들어서 뿌렸다. 명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지만 그로 인해 시장을 키우기도 했다. 서로 카피한다는 것은 반대로 보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 모두 소비자가 진짜 원하는 게 뭔가를 캐치하는 일이다. 아무리 그 옷이 좋아도 소비자가 원하는 게 아니라면 팔리지 않는다. 소비자 위주로 크리에이티비티에 집중하는 것이 포인트다. 우리가 크리에이티브를 강하게 가는 것은 그보다 더 좋은 밸류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크리스찬라크르와」는 유니크하고 크리에이티브한 회사로서 어필되고 싶다.”


    니콜라 토피올 l 크리스찬라크르와 사장

    · 1989년 ~ 1991년 와튼스쿨 MBA
    · 1999년 1월 ~ 現 Bechert Corporation 사장
    · 2002년 8월 ~ 現 UETA INC 부사장
    · 2002년 12월 ~ 2009년 3월 URBAN DECAY Cosmetics, LLC. 제너럴매니저
    · 2005년 11월 ~ 現 크리스찬라크르와 SNC 프랑스 CEO
    크리스찬라크르와 미국 제너럴매니저
    · 2015년 7월 ~ 現 와튼 스쿨 동문회 이사

    “?이제 우리는 전통적인 방식과는 다른 방법으로 소비자를 터치하고 그들과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새로운 방법, ‘뉴 웨이’는 브랜드 스토리와 철학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크리스찬라크르와」는 브랜드의 히스토리와 헤리티지를 통해 롱텀 비즈니스를 하고자 한다.”

    **패션비즈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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