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 l 변호사 · 건국대 교수
    젠더리스 · 섹스리스 이젠 생존전략!

    dhlrh
    |
    21.06.06조회수 6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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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남? 이대녀? 지난 4월 보궐선거를 거치면서 자주 접했던 생소한 개념들이다. 이것뿐만 아니다. 페미, 메갈, 한남, 된장녀…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기성세대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단어들이 요즘 우리의 마음을 어지럽힌다.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용어가 최근 법원 판결문에 등장한 이래 성차별은 이 사회에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떠올랐다. 예전 같으면 웃으며 넘길 사소한 일에도 ‘성차별’ 프레임(?)은 무시무시한 후폭풍을 일으킨다.

    최근 에프앤에프의 캐주얼 브랜드 MLB의 성차별 광고 파문이 바로 그것이다. MLB는 젊은이를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인 만큼 인스타그램을 활용한 트렌디한 광고로 다가서려고 했다.

    한 여성의 일상을 시간대로 보여주면서 모자 제품을 부각하려는 그들의 광고 의도는 무난했고, 카피 문구도 무척 감각적이고 전달력이 강했다.

    그러나 ‘쌩얼주의’와 ‘쌩얼사수’는 2021년에 용납되지 않는 표현이었다. 즉 여성은 화장을 하지 않은 민낯, 즉 ‘쌩얼’로 돌아다니면 안 되니까 반드시 모자, 그것도 패셔너블한 MLB모자를 써야 한다는 콘셉트와 이를 설명하는 ‘쌩얼’의 반복적 표현이 성차별로 비춰진 것이다.

    “14:00 PM 런드리 숍 가기 좋은 오후, 쌩얼은 좀 그렇잖아? 모자는 더 깊게, 하루는 더 길게”라는 카피…. 과거 같았으면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가져올 광고 문구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누군가에게 사소하게 보이는 일이라도 MZ세대에게는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성차별, 불공정인 것이다.

    패션 브랜드의 주요 타깃인 MZ의 성 의식과 감성을 경시했던 대가를 MLB 측은 처절하게 치러야만 했다. 결국 MLB는 성차별 논란 광고를 삭제하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쌩얼로 런드리 숍을 가면 안 되나요?”와 “빨래방 가려고 화장하는 사람이 어딨음?”이라는 댓글은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였다.

    쌩얼이 쌩차별로 비치는 순간이었다. MZ세대 고객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콘텐츠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음을 명백하게 보여준 사례인 셈이다.

    영국 광고표준위원회는 여자 연예인의 외모와 몸매를 과다 보정한 화장품 광고나 지나치게 마른 모델의 패션 광고를 중단시키기도 했다.

    성차별은 공권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외국에서는 성차별적 광고를 감시하는 민간단체의 활동이 활발하다.

    NGO의 평가와 의견은 공청회를 거쳐 각종 입법이나 정책에 적극 반영되기 때문이다. 풀뿌리 성평등이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아직 먼 나라 얘기처럼 느껴진다. 한국여성민우회 등에서 꾸준히 성차별 광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나, 광고 관련 결정권자가 대부분 남성이다 보니 매번 공허한 메아리에 그친다.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노동적 역할을 고정화한 광고(55%), 여성의 외모와 몸매만 부각해 성적 대상화한 광고(23%), 여성혐오적 표현 광고(2%) 등은 성차별이 난무하는 우리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쌩얼 사태는 구조적인 결함이 누적된 산물이다.

    이제 젠더 감수성은 거창한 이념이 아니다. 사업체의 필사적인 생존 전략이다. 기득권 남성이 결정권을 독점하는 내부 구조부터 타파하자! MZ세대의 성감수성은 미래의 거울이니까.


    ■ profile
    •건국대 교수 / 변호사
    •패션디자이너연합회 운영위원
    •패션협회 법률자문
    •국립현대미술관 / 아트선재센터 법률자문
    •국립극단 이사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이사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 부회장
    •런던 시티대학교 문화정책과정 석사
    •미국 Columbia Law School 석사
    •서울대 법대 학사 석사 박사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1년 6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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