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미 l EENK 대표 겸 디렉터

    wh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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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10조회수 20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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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테일의 강자, 글로벌 향한다







    남산의 정기를 받고 있는 그의 작업실에는 햇살이 잘 비치는 커다란 창문 앞으로 수백 벌의 옷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옷들은 말을 하고 있지 않지만, 그의 작업 지시에 단단히 긴장한 듯하다. 옷이 살아 숨쉬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하는 이혜미 ‘EENK(잉크)’ 대표는 디자인 장인정신과 트렌디한 감성을 모두 갖춘 이다. EENK는 컬렉션 런웨이와 커머셜한 판매력이 동시에 충족되는 브랜드로 업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코오롱 ‘쟈뎅드슈에뜨’, 제일모직, 한섬 등 국내 유수의 패션 기업을 거친 인재다.

    단추부터 원단과 패턴 개발까지 하나하나 직접 작업하는 디자이너 브랜드가 몇이나 될까? 이 대표는 이러한 작업을 매 시즌 빼놓지 않고 진행한다. 트위드 재킷 하나에도 직접 개발하고 만든 단추를 달아 ‘잘 만든 옷’의 진가를 보여주는 덕분에 패션기업의 컬래버레이션 요청도 끊이지 않는다. 최근 이들은 W컨셉 PB ‘프론트로우’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텐먼스’와 협업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

    특히 텐먼스와의 컬래버레이션은 출시 일주일 만에 두 달치 물량을 모두 소진할 만큼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기본적인 옷을 만드는 텐먼스의 철학과 클래식하면서도 위트 있는 옷을 만드는 EENK의 시너지가 좋은 결과물을 이끌어 낸 것. 이 대표는 “타 브랜드와도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힘은 브랜드 스토리와 탄탄한 전략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컬렉션 + 판매력 모두 갖춘 실력파 디자이너

    EENK는 지난 2015년 시작한 ‘레터프로젝트’가 모태다. 이 프로젝트는 A부터 Z까지 매 시즌 다른 아이템을 선보이며 C for Clutch, H for handbag, K for Knit 등을 만들어 왔다. 그중 대중적으로 브랜드를 가장 크게 각인시켰던 라인이 ‘I for iphone’이었다. 금속 재질의 손잡이가 휴대폰 케이스 뒤에 붙어 세련되면서도 고급스러운 감성을 주는 이 아이템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히트를 치며 대박이 났다.

    이 대표는 “요즘 패션업계는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가 중요한 시대다. 어떻게 만들었는지보다는 최종적으로 고객에게 어떻게 각인될 수 있는지가 더 강하게 다가온다. 이 속에서 저는 오히려 오래도록 가치가 있는 디자이너 감성 두 마리를 모두 잡는 하우스 브랜드를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 시즌 소비되고 마는 옷들은 이미 업계에 범람하고 있기에, 옷장 속에서 오랜 시간이 지난 옷을 내 자녀가 물려 입어도 어색하지 않을 명품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EENK는 본격적으로 패션 컬렉션을 시작한 2017년 F/W시즌부터 토털 패션 브랜드로도 확실하게 고객들에게 각인됐다. 원색의 니트 베스트 상품은 브랜드를 대표하는 히트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최근 오픈한 P for Performance 컬렉션도 안무가의 춤에서 영감을 받아 화제를 모았다.






    단추부터 라벨까지 모두 자체 개발 노력

    좋은 소재와 자체 개발한 부자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격대는 기본 40만 ~ 60만원대로 높은 편이지만, 브랜드의 색깔과 무드를 즐기는 이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핑크와 네이비 컬러가 강렬한 니트 베스트 상품은 매년 F/W 스테디셀러로 높은 판매고를 올린다. 트위드 재킷과 실크 블라우스, 디테일을 가미한 카디건 등 흔하게 볼 수 없는 디자인이 ‘EENK’의 자산이다.

    EENK는 현재 온라인 자사몰 외에도 W컨셉, 29CM, SSF숍, 이큐엘 등 여러 유통망에서 전개 중이다. 곧 있으면 정식 오픈할 서울 청담동 오프라인 쇼룸도 갖추고 있다. 독특한 콘셉트와 높은 퀄리티 덕에 해외에서 찾아오는 바이어도 끊이지 않는다. 중국의 경우에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상하이패션위크에서 2020 F/W 아이템을 대량 수주하기도 했다. 중국 시장에서 이들은 매년 200% 이상의 매출신장세를 보인다.

    “패션 브랜드를 꾸준히 끌고 갈 수 있는 일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결국에는 견고하게 잘 쌓아 올린 브랜딩이 답이 되지 않을까요? 컬렉션 위 무대에서도, 저희 옷에 매료된 온라인 고객에게도 모두가 만족할 수 있을 만한 퀄리티와 디자인을 꾸준하게 선보이는 게 저의 역할이에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와 담고 싶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EENK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으세요?”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0년 7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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