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하 l 전 신세계사이먼 대표
    인생 별거 없다, 그냥 재미있게나 살자

    dhlrh
    |
    22.07.15조회수 3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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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지에서 우연히 경북 군위 소재의 ‘사유원’ 기사를 읽고 한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푸르른 나무와 들꽃 그리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둘러보고 산책하며, 그 이름처럼 사유하고 명상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평생 바라본 세상은 그가 읽은 책의 합이라지만 나는 여행하며 바라본 합이 오롯이 내 세상인 것 같다.

    다른 것은 몰라도 나는 여행 다닐 때만은 돈을 아끼지 않으려고 한다. 여행은 삶의 수단이 아니라 목적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치열하게 생활하고 열심히 일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을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할 수 없고 갈 수 없다면 일이라는 삶의 수단은 그저 힘든 노동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사유원을 둘러보고 산책하면서 만나는 건축물, 숲속 정원, 연못은 오월을 더욱 빛나게 했다.

    여행은 반드시 삶에 여유가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여유가 필요한 사람이 하는 것이다. 우리 인생의 소중한 순간을 담기 위해서는 일시 정지 버튼을 눌러야 할 때가 있다. 인생 뭐, 별것 없다. 매사 머리 아프게 고민하지 말고 선물 같은 삶을 즐기는 태도가 중요하다.

    또한 자신을 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우리 인생에 큰 선물은 없다. 오래전부터 매년 연말이 되면 일 년 동안 수고한 나 자신에게 스스로 좋은 선물을 하나씩 사주곤 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일 년 동안 또 잘 살아냈으니 그냥 나를 귀하게 여기고 싶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때는 삶의 의미 있는 순간을 음미하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왜 그렇게 삶을 쉼 없이 조급하게만 살아왔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먼 미래의 일을 고민했다. 지나고 보면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어차피 걱정은 실행으로 덮을 수밖에 없다.

    그냥 매일매일 오늘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고 끝내면 된다. 어떻게든 된다. 오히려 머리를 비워야 한다. 그래야 다시 채울 수 있다. 우리 인생에서 삶의 수단과 목적이 뒤바뀐다면, 훌륭한 사람이 될 필요도 없고 성공할 필요도 없다. 모두 부질없는 일이 되고 말 테니까. 열심히 사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생각하면서 살아야 한다.

    지금까지는 삶의 수단과 목적이 불명확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지만, 또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에는 시간이 없다. 우리 인생에서 실수는 언제든 할 수 있지만, 문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다. 누군가 나이가 오십이 넘어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그것은 실수가 아니라 그 사람의 삶의 태도일 뿐이다.

    어느 뇌과학자에 의하면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고 느끼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가 언제나 청춘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길을 걷는 것이라고 한다.

    여행하고 걷는 것, 산책은 뇌가 휴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사유원을 찾은 관람객 대부분이 일상에 지친 20~30대 젊은 층이라고 하니 그 뜻이 널리 전파된 모양이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고민하는 청춘에게 누구네 엄마표 응원 멘트처럼 “어차피 넌 잃을 것도 없는데, 그냥 재미있게 살아”라고 말해 주고 싶다.

    ■ profile
    • 1987년 삼성그룹 공채 입사
    • 1996년 신세계인터내셔날 입사
    • 2005년 해외사업부 상무
    • 2010년 국내 패션본부 본부장
    • 2012년 신세계톰보이 대표이사 겸직
    • 2016년 신세계사이먼 대표이사
    • 2020년 브런치 작가 활동 중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2년 7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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