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성 패션 솔루션 ‘리세일’ 부상

    정해순 객원기자
    |
    20.12.15조회수 7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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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데믹 속 급부상 산업, 리얼리얼 · 스레드업 · 잘란도 등 ‘속속’






    중고 의류와 잡화를 주로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리세일 커머스는 코비드19로 점철된 2020년 패션산업에서 예상치 못한 트렌드가 되고 있다. 물론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지난 몇 년 동안 리얼리얼(The RealReal), 스레드업(ThreadUp), 디폽(Depop) 같은 리세일 플랫폼들이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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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은 2차 록다운을 시행할 만큼 팬데믹으로 고전하고 있다. 이미 심각한 불경기가 예상되고 있을 뿐 아니라 실업이 광범위하게 늘어나는 등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팽배하다. 패션도 예외가 아니어서 크고 작은 리테일러들이 사업에 실패하거나 또는 매장 규모를 줄이면서 실직자가 늘고 있다.

    최근 존루이스(John Lewis) 백화점이 1만5000명, 막스&스펜서가 7000명, 심지어 하이엔드인 셀프리지스 백화점도 450명의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물론 패션산업 전체가 암울한 것은 아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패션산업이 올해 30%까지 수축될 것으로 예측하는(출처: McKinsey) 상황에서도 이커머스 부문은 호황을 보이고 있다.

    에이소스(ASOS), 잘란도(Zalando), 부후(Boohoo) 등은 18∼45%의 매출성장을 기록했으며 나이키 역시 디지털 부문 판매가 지난 3개월(6∼8월) 82%나 폭등했다. 이처럼 팬데믹으로 인한 록다운과 위생, 안전의 문제로 사람들이 오프라인 매장 방문을 꺼리면서 이커머스는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패션산업에서 또 다른 성장 부문은 다름 아닌 리세일(Re-sale, 되팔기)이다.

    중고 의류와 잡화를 주로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리세일 커머스는 코비드19로 점철된 2020년 패션산업에서 예상치 못한 트렌드가 되고 있다. 물론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지난 몇 년 동안 리얼리얼(The RealReal), 스레드업(ThreadUp), 디폽(Depop) 같은 리세일 플랫폼들이 주목받은 것은 사실이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리세일

    하지만 최근 몇 개월 동안 H&M과 리바이스는 물론 럭셔리 하우스인 구찌와 유럽 최대의 패션 이테일러(E-tailer)인 잘란도가 리세일 시장에 뛰어들면서 패션산업에서 ‘리세일’은 키워드로 떠올랐다. 그동안 신상품을 만들어 파는 데 집중했던 패션브랜드와 리테일러들이 직접 중고 상품 판매에 눈을 돌리고 있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리세일 커머스는 2009년 론칭한 베스티에르 콜렉티브(Vestiaire Collective)와 스레드업 등을 시작으로 위탁판매(Consignment) 형식을 보이다가 2012년 디폽처럼 커뮤니티에서 직접 사고파는 P2P(Peer-to-peer) 포맷으로 다양화됐다. 이제는 패션 브랜드와 대형 리테일러들이 리세일 커머스를 시작하고 있다.

    잘란도와 파페치(Farfetch) 같은 멀티브랜드 패션플랫폼들이 중고 상품 카테고리를 론칭했고 리바이스는 자사 브랜드의 중고 상품을 바이백(Buy back)해서 이를 공식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등 패션산업에서 리세일을 점점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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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속가능 패션을 위한 솔루션으로 각광

    무엇보다도 리세일의 장점은 순환성 패션(Circular fashion)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중고 옷을 재사용하게 되면 의류가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수명을 연장하게 된다. 옷장에 쌓여 있는 옷들이 다시 유통되고 사람들이 신상품이 아닌 중고 옷을 사면 탄소발생을 줄일 수 있다.

    저렴한 가격의 트렌디한 상품을 최대한 자주 선보여서 판매량을 극대화하고 이를 통한 매출 및 이익확대를 지향하는 패스트 패션의 폐해가 지적되면서 패션산업은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한 운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1초마다 트럭 한 대 분량의 옷이 매립되거나 소각되고 있으며 생산된 의류 중 73%가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는 상황에 기업 측면에서도 순환성 패션의 측면에서도 리세일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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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세대… 리세일의 파워 소비자로 등극

    리세일 트렌드의 중심에는 가장 젊은 소비자 그룹인 Z세대(1995∼2010년 출생)가 있다. 이들은 누구보다도 중고 의류 쇼핑을 자주 하는 것으로 알려지는데 ‘2020 스레드업 리포트(ThredUp Report 2020)’에 의하면 Z세대 소비자 중에서 중고패션 상품을 구매하는 인구 비중은 2019년 기준 40%로 이는 밀레니얼세대(30%)나 X세대(20%) 등의 다른 소비자 그룹에 비해서 50∼100% 높다.

    또한 미국 틴에이저(13∼19세) 중 46%는 리세일 플랫폼(Poshmark, ThredUp, The RealReal 등)에서 중고 상품을 구매한 적이 있으며 60%는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를 통해서 중고 상품을 판매한 적이 있다고 한다(출처 : Taking Stock with Teens, Piper Sandler). 이처럼 미래의 소비자인 Z세대는 중고 상품을 구매하고 판매하는 등 리세일 콘셉트를 적극 포용하고 있다.

    Z세대가 빈티지와 중고 의류 쇼핑을 좋아하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으로 남들과 다른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이다. 몇십 년 된 옷도 있고 아니면 잘 알려진 브랜드를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도 있는 온 · 오프라인의 중고 의류매장과 사이트는 어린 소비자들에게 보물을 찾을 수 있는 곳이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리세일 마켓

    또한 이들은 누구보다도 환경에 대한 의식이 높고 지속가능성에 민감한 세대로 중고 옷을 구매함으로써 옷들이 버려지는 것을 막고 동시에 패스트 패션의 신상품을 구매하지 않으려고 한다. 디폽에서는 많은 Z세대가 리세일 매장을 운영하면서 용돈을 벌기도 한다.

    젊은 세대에게는 중고 옷을 사고파는 리세일은 쇼핑의 방식이자 라이프스타일이 되고 있다. 패션기업들이 리세일에 관심을 갖는 이유 중 하나는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시장규모 때문이다. ‘글로벌 데이터 리테일’에 의하면 올해 31조2000억원 규모의 중고 어패럴 시장은 5년 내에 두 배 이상으로 성장한 71조 300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만 해도 리테일 마켓 전체에 비해서 리세일 시장이 25배나 높은 성장을 보였다. 이러한 리세일 시장의 급격한 성장은 그만큼 사람들이 중고 옷을 보유하는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을 반영한다. 스레드업의 리포트에 따르면 2009년 개인 보유 의류 중에서 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3%였으나 2019년에는 7%로 늘었으며 2029년에는 17%로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스레드업 등 리세일 플랫폼 팬데믹에 호황

    중고 의류 및 패션잡화를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는 리세일 디스럽터들이 등장한 것은 10여 년 전이다. 중고 럭셔리 상품을 위탁판매하는 베스티에르(2009)와 리얼리얼(2011), 광범위한 가격대의 상품을 망라하는 스레드업(2009), 소셜미디어의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하는 P2P의 쇼핑앱인 디폽(2012)에 이르기까지 리세일 플랫폼들은 빠르게 안착해 성장했다.

    이러한 인기를 업고 리얼리얼은 지난해 5월 나스닥에 상장했으며 스레드업은 지난해 1114억원을 추가로 펀딩하는 등 성공적인 사업을 운영 중이다. 특히 팬데믹으로 유럽과 미국이 록다운에 들어가면서 리세일 커머스 사이트들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지난 5∼6월에 베스티에르의 오더는 172%나 증가했으며 디폽의 경우 4월 이후 주요 국가 시장에서 3배 이상의 매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스레드업에서는 지난 5월 기준 쇼퍼들이 220만 시간을 브라우징했는데 이는 코비드19로 인해 31%가 증가한 것이라고 한다.





    중고 상품만 소개하는 패션잡지 등장

    ‘새로운 패션 아이템을 단 하나도 포함하지 않는 새로운 패션 플랫폼’을 표방하는 잡지 ‘디스플레이 카피(Display Copy, displaycopy.com)’가 지난 10월에 론칭해서 화제를 모았다. 연간 2회 온·오프라인으로 미국에서 발행되는 이 잡지의 화보에는 빈지티와 중고 패션상품으로 스타일링 된 화보와 쇼퍼블 온라인 콘텐츠만 실린다.

    ‘새것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에디터인 브린 헤민웨이(Brynn Heminway)의 철학으로 이 잡지의 목표는 ‘사람들이 중고 옷을 갖고 싶도록 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무리 지속가능적으로 생산된 상품이라고 해도 새로운 패션아이템을 구매하는 것은 기후변화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디스플레이 카피는 리사이클과 업사이클 그리고 빈티지 아이템 등으로 옷의 재사용(Re-use)를 촉진하고자 하며 이를 위한 인스피레이션을 주는 것을 미션으로 한다. 새로운 것이 아닌 오래된 것도 쿨하다는 관점과 미학을 제공하는 새로운 움직임이다.

    럭셔리 하우스, 업사이클 및 시즌 상품 재(再) 소개

    예전의 것과 오래된 것을 포용하는 것은 하이패션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마이클코스는 2020 F/W 시즌 컬렉션에서는 1999년 발표했던 케이프를 다시 소개했다. 물론 약간 변형해서 새롭게 해석한 디자인이지만 소재나 컬러 콤비네이션은 동일하다. 이 외에도 스텔라 매카트니는 컬렉션용 샘플 중 주력생산이 안 된 것들을 업사이클할 계획이다.

    새로운 장식을 추가하거나 손으로 직접 쓴 쪽지를 태그로 부착해서 하나밖에 없는 독특한 피스를 만들 예정이다. 미우미우 역시 최근 업사이클 컬렉션을 제공해서 화제가 됐다. 1930∼1970년대의 빈지티 드레스를 수집해서 100% 업사이클한 80개의 드레스를 선보였다.

    미우미우 팀이 직접 세계 각지에서 소싱한 후 새롭게 재단하고 기장을 길거나 짧게 바꾸고 크리스털이나 리본 등의 장식을 활용해서 완전히 유니크한 피스를 만들었다. 이 컬렉션은 11월부터 일부 미우미우 매장에서 선보였다.





    럭셔리 패션 리세일에 몰리는 투자, 1500억 유치

    패션산업은 주춤하지만 이커머스는 오히려 성장하는 것처럼 리세일 부문, 특히 럭셔리 패션 리세일은 현재 투자가 몰리는 부문이다. 지난 4월 이후 일부 리세일 플랫폼들은 총 15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파리 베이스의 베스티에르 콜렉티브는 지난 4월 일련의 투자자들로부터 700억원을 펀딩했으며 이를 통해 해외시장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특히 국내시장과 중국 및 일본 등의 아시아 마켓을 겨냥하고 있다. 또한 중고 디자이너 상품을 위탁판매하는 패션파일(Fashionphile)도 지난 8월에 뉴스프링(NewSpring) 주도의 시리즈 B펀딩을 유치했으며 규모는 약 430억원으로, 이를 계기로 미국과 해외에 물류센터를 추가할 예정이다.

    리세일 부문에 투자가 몰리는 것은 다른 리테일에 비해서 럭셔리 리세일의 포지셔닝과 잠재성에 대한 기대가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팬데믹으로 인해 소비자의 지출이 줄어들면서 오프프라이스 럭셔리에 대한 욕구는 높아지고 있고 리세일 붐으로 중고 럭셔리의 공급이 늘면서 리세일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리세일… 지속가능성이 탄생시킨 뉴 마켓?

    코비드19 시대를 지나면서 패션산업에서 집중하는 이슈는 이커머스와 지속가능성으로 요약된다. 판매 방법 측면에서는 온라인과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시도되고 있으며 개념적으로는 지속가능성, 특히 순환성 패션이 주목된다. 탄소발생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이미 만들어진 옷을 버리지 않고 최대한 오래 사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리세일이 부상하고 있다. 젊은 소비자들이 애호하는 리세일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고 지속가능성의 이니셔티브를 홍보하기 위해서 대형 패션리테일러와 백화점, 온라인 자이언트들이 리세일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이제 패션산업은 더이상 ‘제조부터 판매까지’가 아닌 ‘고객들이 구매해서 사용한 후 상품의 제2의 수명까지’ 고려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0년 12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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