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LVMH 그룹 ‘카프리’ 탄생

    정해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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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11.14조회수 8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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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코어스」 이어 「지미추」 「베르사체」로






    지난 9월25일 미국의 마이클코어스사(Michael Kors Holdings Ltd)는 이탈리아의 패션 하우스인 「베르사체」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영국의 럭셔리 구두 브랜드인 「지미추」를 인수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이탈리아의 럭셔리 패션하우스를 손에 넣은 마이클코어스사는 이번 인수딜과 함께 그룹명을 카프리(Capri Holdings Ltd)로 변경하고 본격적인 글로벌 럭셔리 패션 그룹으로서 도약한다.




    ■ 사진설명 : 「마이클코어스」는 「베르사체」를 인수함으로써 북미 시장에 대한 의존도(「마이클코어스」의 70% 시장)를 낮추고 대신 「베르사체」가 인기 있는 아시아 시장으로 다각화 할 계획이다. <사진 출처 : michaelkors.com>」가 인기 있는 아시아 시장으로 다각화 할 계획이다.
    <사진 출처 : michaelkors.com> <사진 출처 : versace.com 스크린숏>

    럭셔리의 가장 저렴한 시장(어포더블 / 액세서블 럭셔리)을 점유하는 「마이클코어스」는 「베르사체」 인수를 통해 그 후광으로 하이럭셔리(「루이비통」 「구찌」 「생로랑」 같은)로서의 위상을 얻게 됐다. 동시에 럭셔리 시장에서의 새로운 성장 채널을 확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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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마이클코어스」가 럭셔리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카프리는 현재 6조8400억원의 사업 규모를 수년 내 33% 성장한 9조1200억원 규모로 성장시키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과연 「베르사체」의 인수는 「마이클코어스」에 어떤 의미일까?

    케링도 눈독들인 「베르사체」 놓칠 수 없는 기회

    카프리(인수 당시에는 마이클코어스 홀딩스)는 베르사체 패밀리(80% 지분 소유)와 투자회사인 블랙스톤(Blackstone, 20% 지분 소유)으로부터 「베르사체」를 2조4900억원에 인수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지미추」를 인수하면서 CEO인 존 아이돌이 시사한 대로 ‘글로벌 럭셔리 패션 그룹’으로 만들겠다는 그룹 전략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사진 출처 : michaelkors.com>

    일부에서는 「베르사체」의 인수 가격이 너무 높다는 의견이 있기도 하지만 전문가들은 럭셔리 패션 하우스를 인수할 기회가 자주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렴할 수가 없다고 강조한다. 「마이클코어스」와 「지미추」에 비해 「베르사체」는 브랜드 가치가 높으므로 프리미엄을 지불했던 것이다.

    특히 「베르사체」가 매각 시장에 나왔을 때 케링그룹이 관심을 보였으며 이후 잠재 바이어들이 더욱 몰렸고, 마이클코어스사도 인수에 더욱 열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다. 루머에 의하면 디자이너 마이클 코어스는 유명한 이탈리아 하우스를 매우 좋아한다고 한다.

    「베르사체」 매출 더블 확장, 사업 성장 포커스

    카프리는 「베르사체」가 아직 미개발된 브랜드로 보고 있으며 최대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베르사체」 브랜드를 상품 면에서 다각화하고 지정학적으로 아시아와 유럽 시장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9200억원(2017년)의 「베르사체」 매출을 두 배가 넘는 2조2800억원으로 올리겠다는 야심을 보인다.

    성장에 대한 푸시는 인수 시 양사의 보도자료에도 명확히 나타나 있다. 마이클코어스사의 체어맨이자 CEO인 존 아이돌은 “「베르사체」가 럭셔리 브랜드 가족의 일부가 되는 것이 매우 흥분되며 성장을 위해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르사체」의 도나텔라 베르사체 역시 “다음 단계는 「베르사체」의 잠재성을 충분히 개발하는 것”이라고 확장 의지를 지지했다.

    「베르사체」 성장을 위한 키워드는 ‘매장 확장’ ‘온라인 판매 강화’ ‘잡화 강화’ 등과 ‘글로벌화’다. 우선 「베르사체」의 매장 100개를 추가 오픈해 총 300개로 늘릴 계획이다. 동시에 직영 공장에 투자해서 생산을 컨트롤하는 한편 잡화 시장으로 「베르사체」 브랜드를 적극 푸시하게 된다.

    글로벌 매장 300개로, 패션 잡화 집중 개발

    현재 브랜드 총매출의 35%인 레더 상품과 잡화 비중을 업계 리더인 「구찌」 「루이비통」과 동등한 수준인 60%까지 올리는 것이 목표다. 특히 현재 럭셔리 부문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세그먼트인 남성 잡화를 적극 개발할 방침이다. 「베르사체」는 현재 의류를 구매하는 고객(의류 매출은 전체의 65%)을 대상으로 잡화 수익의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한다.




    <사진 출처 : versace.com 스크린숏>

    이 외에 온라인 판매와 소셜미디어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지역 시장을 다각화할 것으로 보인다. 즉 「마이클코어스」는 잘 되지만 「베르사체」가 미미한 시장인 유럽•한국•일본 시장에서 「베르사체」를 개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미국시장 의존도(「마이클코어스」)를 낮추고 아시아 시장에서의 적극적인 성장을 도모고자 한다.

    「마이클코어스」는 럭셔리 시장의 가장 아래에 위치하는 어포더블 럭셔리(affordable luxury, 가장 저렴한 가격대의 럭셔리) 브랜드로 센세이셔널한 성장가도를 달렸지만 ‘잇백(it-bag)’ 붐이 시들해지면서 성장이 급격히 느려졌다. 결국 마이클코어스는 브랜드 리포지셔닝(업마켓화)의 필요성을 깨닫고 기존에 성행하던 디스카운트 판매를 최소화하는 한편 마진을 늘리기 위해 상품의 가격대를 상향 조정했다.

    럭셔리 시장에서 존재감 과시, 성장 채널 확보

    여기에 「지미추」와 「베르사체」 같은 유럽의 럭셔리 브랜드를 인수해서 그룹 내에 갖춤으로써 「마이클코어스」를 럭셔리의 위치로 끌어올리고자 한다. 새로운 브랜드의 인수를 통해 성장의 새로운 채널도 확보하게 되는 등 「마이클코어스」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준다.





    「베르사체」를 인수함으로써 카프리(마이클코어스)는 미국 최초의 글로벌 럭셔리 그룹으로 탄생했다. 물론 미국에는 「코치」를 소유하는 타피스트리(Tapestry Inc, 「코치」 「스튜어트와이츠만」 「케이트스페이드」의 모기업) 같은 대형 패션 그룹이 있기는 하지만 소유하는 브랜드들이 모두 미국 브랜드이므로 글로벌 패션그룹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대신 카프리는 다양한 국적(미국 「마이클코어스」, 영국 「지미추」, 이탈리아 「베르사체」)의 브랜드를 소유하는 동시에 그룹 내 브랜드가 럭셔리 포지셔닝이다.

    이제 카프리는 여러 국적의 럭셔리 하우스를 소유하는 LVMH와 케링 같은 국제적 패션재벌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모습을 갖춘 것이다. 물론 LVMH(2017년 매출 55조9900억원)나 케링(2017년 매출 20조3500억원)의 규모와는 엄청난 거리가 있지만 카프리는 「베르사체」를 인수함으로써 본격적인 럭셔리 그룹으로 변모하고 있다.

    「마이클코어스」 하이럭셔리 진입 새로운 도약

    1981년 마이클 코어스가 창립한 브랜드로 현재 카프리의 중심 브랜드다. 디자이너 마이클 코어스는 지난 10년 간 미국 TV프로그램인 ‘프로젝트 런웨이’의 심사위원으로 출연해 미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진 디자이너로 「마이클코어스」 브랜드의 대중적 어필에도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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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MH 소속인 「셀린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1997~2004)로 일하기도 한 마이클 코어스는 럭셔리 디자이너 출신이지만 자신의 브랜드인 「마이클코어스」 브랜드는 대표적 어포더블 럭셔리 포지셔닝으로 성공했다. 특히 2003년 존 아이돌이 CEO로 사업에 조인하면서 「마이클코어스」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고, 이를 기회로 2011년 상장했다.

    주가가 3년 만에 5배로 뛰는 등 패션산업에서 성공적인 상장의 예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그동안의 눈부신 성장이 느려지면서 브랜드를 리포지셔닝 중이고,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미추」와 「베르사체」를 인수해서 국제적 멀티 브랜드의 패션그룹으로 부상하고 있다.

    「베르사체」 패밀리 경영 럭셔리 패션 하우스

    지난 1978년 지아니 베르사체가 창립한 「베르사체」는 카프리에 인수되기 전 까지는 몇 남지 않은 독립 패션 하우스(대기업이나 투자회사에 매각되지 않은) 중 하나였다. 지난 2014년 미국의 투자회사인 블랙스톤(Blackstone)에 20%의 지분을 매각하기 전까지 베르사체 가족이 모든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사진 출처 : jimmychoo.com 스크린숏>

    「베르사체」는 전형적인 패밀리 경영의 럭셔리 하우스로, 1997년 창립자인 지아니 베르사체가 피살된 후 형인 산토 베르사체가 CEO를, 여동생인 도나텔라 베르사체가 디자인을 담당했다. 도나텔라 베르사체는 지아니 베르사체를 이어 브랜드의 상징적 인물이 됐고, 우울증과 알코올 • 약물 중독 같은 개인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베르사체」 브랜드를 이끌어 왔다.

    특히 외부에서 매니저와 CEO를 고용해 브랜드를 상장이나 매각에 맞도록 체계를 갖춘 점이 높이 평가받는다. 도나텔라 베르사체는 「베르사체」 브랜드의 리더 이미지를 가지며 인수 후에도 이러한 위상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알려진다. 카프리는 도나텔라 베르사체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지속할 것으로 발표했지만 실무보다는 상징적인 롤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은 현재 CEO인 조나단 아케로이드가 맡게 된다.

    「코치」 vs 「마이클코어스」(타피스트리 vs 카프리)

    「마이클코어스」와 「코치」는 미국 핸드백 시장 점유율 1 • 2위를 다투는 대표적 라이벌 관계다. 포지셔닝(어포더블 럭셔리)은 물론 운영하는 전략 역시 닮은 데가 많다. 「코치」(현재는 타피스트리)는 지난 2015년 하이엔드 구두 브랜드인 「스튜어트와이츠만」을 6520억원에 인수했다. 이어 지난해 5월에는 밀레니얼에게 어필하는 에너지 넘치는 미국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핸드백 위주)인 「케이트스페이드」를 캐로스인베스터스(Caerus Investors)로부터 2조7,240억원에 인수했다.





    CEO인 루이스(Victor Luis)가 밝힌 것처럼 ‘고객 중심의 멀티 브랜드 조직으로 진화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특히 「코치」가 밀레니얼 사이에서 인기 있는 핸드백 브랜드인 「케이트스페이드」를 인수하자 업계에서는 「마이클코어스」와의 ‘핸드백 전쟁’이라고 부르며 과연 누가 앞서가는지를 분석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고객의 60%가 밀레니얼인 것은 물론 이커머스가 강해서 브랜드로부터 고객에게 ‘직접 판매하는’ 모델을 가진 「케이트스페이드」의 매력과 최근 디자인이 업그레이드된 「코치」가 더 혁신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 「마이클코어스」가 글로벌 럭셔리 그룹으로 부상하게 되면서 브랜드 이미지와 고객에 대한 영향력, 패션산업에서의 파워는 「마이클코어스」와 카프리에로 넘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 출처 : jimmychoo.com 스크린숏>

    이탈리아, 「베르사체」 미국화에 대한 우려도

    현재 「마이클코어스」는 기존의 몰(mall) 브랜드라는 이미지에 럭셔리를 주입하고 성장을 위해 회복전략을 진행 중이다. 이런 시기에 사업이 그리 좋지 않은 「베르사체」를 인수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수 규모도 크고 브랜드를 2배 이상으로 키우기 위한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 데다 실제로 성장에 따른 혜택을 얻기까지는 여러 해가 걸릴 것으로 보는 분석가도 있다. 「베르사체」의 인수는 코어 브랜드인 「마이클코어스」의 사업 회복을 산만하게 하고 심지어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도 한다.




    <사진 출처 : jKatespade.com>

    또한 「베르사체」의 유럽 럭셔리 하우스 이미지를 희석시키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카프리가 럭셔리를 운영한 경험이 없다는 것(「지미추」는 인수한 지 1년)과 대부분 중국 생산이라는 점을 들어 결국 「지미추」 「베르사체」가 미국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빠른 성장을 위해서 「베르사체」의 잡화를 전격 확대하는 전략은 기존 럭셔리의 이미지를 흐리게 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대해도 좋을 美 패션리더 카프리 미래?

    하지만 「베르사체」의 인수는 「마이클코어스」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수딜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는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반응을 보였지만 실제로 소비자들의 「마이클코어스」에 대한 관심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치회사인 SEMrush에 따르면 「베르사체」 인수 전에는 ‘서치가 가장 많은 (패션)브랜드’ 중 24위였던 「마이클코어스」가 인수 후 서치 빈도가 108%나 증가해서 랭킹 8위에 오른 것이다(No1 「H&M」, No2 「자라」, No3 「아디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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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티리서치(Citi Research) 역시 「베르사체」 인수딜 발표 후 투자 부문에서 호황을 보인다는 긍정적인 소식을 전한다. 카프리의 CEO인 존 아이돌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게 마지막이 아니라고 밝힘으로써 머잖은 미래에 추가 인수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 대상이 누가 될지에 관심이 몰리는 가운데 과연 카프리 그룹이 국제 럭셔리 시장에서 어떤 파워를 가지게 될지 그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이클코어스」로 시작해서 유럽 럭셔리 하우스를 인수함으로써 미국 최초의 글로벌 럭셔리 그룹으로 올라선 카프리 그룹은 과연 미국판 LVMH의 영향력과 규모의 패션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앞으로 타피스트리는 어떤 방향으로 진전할 것인지 글로벌 패션 산업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패션비즈 2018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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