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룸 오피스 리더 스즈키 히로아키

    조태정 객원기자
    |
    18.02.20조회수 1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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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감각 있는 한국 브랜드들이 정말 많은 것 같고 이제는 국적에 상관없이 감각 있는 신진 브랜드를 일본시장에 더 많이 소개해 보고 싶다”고 말하는 스즈키 히로아키. 2000년 초반 일본에서는 셀렉트숍 붐으로 주목받는 해외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일본에 소개하는 쇼룸 오피스가 많이 생겨났다.

    시장 수요와 더불어 B2B 비즈니스로 상품을 공급하고 일본 국내 세일즈와 디스트리뷰션 기능까지 갖춘 대표적인 쇼룸 오피스 중에서 딥트릭스(Diptrics)라는 쇼룸은 선구자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이 일본의 전설적인 쇼룸 오피스 딥트릭스에서 대학교 때부터 근무하면서 세일즈와 물류, 담당 브랜드의 세일즈 쇼룸 커리어를 쌓아가기 시작한 스즈키 히로아키.

    2001년 당시 취급했던 대표적인 브랜드는 「Alice Roi」(뉴욕 베이스 브랜드), 「Analog Lighting」(일본), 「Karen Walker」(뉴질랜드), 「Marimekko」(핀란드), 「Selima Optique」(뉴욕) 등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해외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중심으로 그는 당시 일본에 거의 없던 쇼룸 오피스라는 비즈니스 모델로 많은 디자이너 브랜드를 시장에 소개하면서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日 셀렉트숍 붐 속 해외 신진 디자이너 소개

    2002년경부터 유럽과 미국에서 스타트한 브랜드 「BLESS」(독일과 파리 거점 브랜드), 「Ann Sofie-Back」(스웨덴), 「Christian Wijnants」(벨기에)와 「JEREMY SCOTT」(미국) 등을 소개했고 당시 일본에 알려지지 않은 브라질의 신진 디자이너도 소개했다. 지역과 국가의 특색을 소개하기 위해 브랜드 단독이 아닌 여러 브랜드를 통합해 패키지화한 전시회 스타일로 셀렉트숍의 바이어들을 초대해 보여 주는 새로운 전시회 스타일을 선보였다. 2007년에는 스웨덴 브랜드를 스웨덴대사관의 협력하에 일본에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 일본 셀렉트숍들도 재능 있는 해외 디자이너 브랜드를 취급하는 곳이 늘어나면서 각각 자기들만의 개성이 돋보이는 매장으로 거듭났다. 시장에 SPA가 대두하면서 양극화되는 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특히 맨즈 패션은 점점 독특한 디자이너 브랜드를 선호하고 남들과 겹치지 않는 브랜드를 원하는 수요에 맞춰 딥트릭스는 한 발 앞선 시장을 개척했다.

    2006년부터는 「ADAM KIMMEL」 같은 맨즈 브랜드가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맨즈 셀렉트숍의 판로가 급속히 확장돼 세일즈 규모가 2배로 성장했다. 당시 한국에도 셀렉트숍이 많이 생기면서 10꼬르소꼬모서울, 스페이스무이, 에크루 같은 셀렉트숍에도 세일즈를 시작했다고 한다. 스즈키 히로아키는 2009년 딥트릭스에서 독립해 일부 일본 국내 브랜드를 중심으로 세일즈 쇼룸인 지금의 회사 아이퀘스트를 설립했다.

    딥트릭스서 독립, 2009년 아이퀘스트 설립

    대표적인 브랜드는 「John Lawrence Sullivan」 「Akira Naka」와 「Roundel London」 등이 있다. 이렇게 해외 브랜드 혹은 일본의 재능 있는 브랜드를 일본 혹은 해외시장에 소개하고 세일즈하던 그가 최근 한국 브랜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의 비즈니스에도 하나의 전환점이 됐다.

    “한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권 디자이너들의 움직임이 아주 활발하다. 한국 브랜드는 인스타그램은 물론 자기 발신도 잘하고 웹 하나를 봐도 어떻게 브랜드 이미지를 표현하고 소비자에게 다가갈지 브랜딩에 신경을 많이 쓰는 곳이 많은 것 같다”며 높은 관심을 표했다.

    예전처럼 일본 셀렉트숍의 어패럴 부문은 상황이 많이 좋지 않기 때문에 바이어들이 사입한 상품으로 매출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 셀렉트숍의 역할은 항상 새로운 매장을 보여 주고 좋은 디자이너와 브랜드를 소개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전반적으로 셀렉트숍의 오리지널 기획 비율이 많이 높아지고 바이어보다 상품기획자의 역할과 비중이 더 커졌다.



    한국 중심 아시아권 디자이너 움직임 활발

    “바이어들이 바잉을 하더라도 과거처럼 잘 팔릴 수 있으면서 자신들이 운영하는 셀렉트숍의 이미지에 잘 맞는 브랜드, 결코 오리지널 상품으로는 보여 줄 수 없는 세계관을 보여 주는 보석 같은 브랜드를 발굴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스즈키 히로아키는 말했다.

    꾸준히 컬렉션을 보여 주어야 바이어에게 인식되고, 지속적인 브랜드라는 점도 함께 잘 이해시켜야 한다. 이런 역할 부분에서 스즈키 히로아키의 경력은 더욱 빛난다. 최근 경향을 보면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어디를 가도 비슷비슷한 브랜드들이 많은데 스즈키 히로아키가 보는 눈은 조금 다르다. 일본에서 세일즈를 하기 위해서는 그 브랜드가 좀 더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지, 동시에 현재 시장에서 소비가 될 것인지를 본다. 그 후에 같이 성장해 나갈 방법을 브랜드와 함께 고민한다.

    일본 국내 브랜드의 경우는 2주일에 한두 번 정기적으로 미팅을 하고 디자이너와 소통하는 데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 바이어의 시선으로 판단하고 생각하지만 디자이너들이 스스로 자신의 세계관을 잘 지키면서도 지금 시장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이 잘 팔리는지, 바이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까지 알도록 전달한다.

    독특한 세계관 보여 주는 보석 같은 브랜드

    소통을 통해 새로운 상품기획, 개발은 물론 새로운 어프로치 방법을 찾아내 시장을 개척하기도 한다. 스즈키 히로아키가 브랜드를 발굴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신진 브랜드이기 때문에 미완성 부분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안에 오리지널리티와 시대성이 있다는 점이 포인트”라고 그는 말했다.

    한 예로 「Mary AL Terna」라는 브랜드는 2013년 F/W에 시작해 대성공을 거두었다. 지금은 고감도 셀렉트숍에 가면 항상 취급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빔스, 에스티네이션, 신주쿠 이세탄, 유나이티드애로즈, 아쿠아걸, 저널스탠더드, 리스티어, 아담엣로페, ILDK 같은 곳에 소개했고 매 시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일본 선글라스 브랜드 「BLANC..」의 경우는 2014년 S/S에 시작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브랜드다. 2018년 S/S의 경우 투머로랜드에서는 작년 대비 비약적으로 주문량이 늘어났다. 점차 잡화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스즈키 히로아키는 부자재와 소재 면에서도 한국은 훌륭하고 아직 가격도 저렴하다는 면에서 메리트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진 브랜드 발굴, 오리지널리티 & 시대성 키

    “이런 소재, 부자재 업체들이 감각 있는 디자이너와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면 한국 패션업계가 발전하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의 많은 브랜드를 봐 온 그의 눈에 필터링된 한국 디자이너들의 독특함과 적극성, 한국 패션 감각이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의미가 있다.

    스즈키 히로아키는 일본의 백화점과 셀렉트숍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브랜드를 제안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한국과 일본이라는 두 나라의 갭을 건너뛰어 양국의 브랜드를 조화시키고 판로가 부족한 한국시장의 브랜드들이 좀 더 세계로 나아갈 수 있게 돕고 싶다는 것이다.

    日 패션시장 뉴 아이디어 발굴하는 프로듀서

    이는 한국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새로운 판로 개척 기회가 된다. 지금까지는 일본 브랜드가 한국의 셀렉트숍에 들어가는 경우가 당연했다. 이제는 일본 셀렉트숍에 조금씩 한국 브랜드들도 보이지만 얼마만큼 더 많은 한국 브랜드가 일본에 진출해 성공할 수 있을까?

    이런 면에서 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일본에서 성공할 수 있는 브랜드로 자리 잡고 세계관을 잘 지키면서도 비즈니스를 유지하는 전략적인 면을 중시하는, 어쩌면 한국에는 없는 특이한 직업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일 간의 패션 비즈니스에서 스즈키 히로아키의 활약이 기대된다.





    **패션비즈 2018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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