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리(AMIRI), 모던 럭셔리 캐주얼로 부상
    음악 & 스트리트 · 수공예 디테일 · 메이드 인 LA

    정해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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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03.07조회수 4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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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TS, 저스틴비버가 사랑하는 LA 컬처기반 브랜드 ‘아미리’가 주목되고 있다.
    ‘드렁큰타이거’의 공동 제작자였던 아미리는 힙합과 로큰롤 문화에
    하이퀄리티 디테일을 활용한 패션으로 범지구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아미리(Amiri)는 캘리포니아의 로큰롤 헤리티지와 1990년대 LA 스트리트웨어의 노스탤지어를 바탕으로 수많은 셀러브리티 팬을 확보하면서 빠르게 부상하고 있는 남성복 브랜드다. 투어하는 뮤지션의 럭셔리하고 글로벌한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할 것 같은 캐주얼웨어를 제공하는데, 특히 150만원이 넘는 찢어진 스키니진과 400만원을 호가하는 레더 바이커 재킷 등은 아미리의 주요 아이템으로 리세일 시장에서 팔릴 만큼 수요가 높다.

    2014년 뮤지션 출신의 마이크 아미리(Mike Amiri)가 창립한 후 2019년에는 디젤의 모기업인 OTB 그룹의 투자를 받으면서 아미리는 소형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벗어나서 올해 매출 2760억원을 눈앞에 두고 있는 럭셔리 하우스로 부상했다. LA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브랜드의 독특한 아이덴티티와 수공예 디테일을 포함하는 하이퀄리티 상품은 고가 포지셔닝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저스틴비버, 제이지(Jay Z), 라키(A$AP Rocky) 등을 비롯해서 미국의 유명한 래퍼들(Future, Gunna, Lil Baby, NBA Young Boy 등)이 아미리를 입은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포스팅되고, BTS의 멤버들도 아미리를 입고 뮤직비디오에 등장한다. 슈가는 아미리 특유의 찢어진 진과 셔츠 · 카디건을 매치하고 정국은 프린트 데님 재킷을 입고 셔츠를 허리에 두르는가 하면 RM은 아미리의 스니커즈와 진을 생로랑 및 디올의 아이템과 함께 매치하기도 했다.



    뮤지션들의 폭발적인 지지, 리세일 시장서 상한가

    이처럼 광범위한 뮤지션들이 아미리를 입는 것은 한때 뮤지션이었던 아미리의 창립자가 제공하는 로큰롤 패션과 스트리트웨어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릴랙스하고 실용적이면서도 에지한 스타일’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또한 스트리트웨어 감성의 현대적인 럭셔리를 찾는 대중에게도 아미리의 ‘공들이지 않은 듯한 쿨함’이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아미리는 2014년 아미리 브랜드를 창립했으며, 현재 CEO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겸하고 있다. 큰 키에 슬림한 체격으로 스키니진과 레더 재킷을 입고 어두운 선글라스와 모자를 즐겨 쓰는 아미리는 로커나 모델을 방불케 하는 쿨한 스타일과 포스를 보여준다.

    LA의 할리우드에서 태어나서 자라난 이란계 미국인으로 아리미는 UCLA를 거쳐 로스쿨(Loyola Law School)을 졸업했지만 변호사가 되지 않고 뮤직인더스트리에서 일했다. 특히 한국 힙합 그룹인 드렁큰타이거의 공동 제작자로서 몇 년 동안 작곡 · 제작 · 공연 등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렁큰타이거 매니저 출신 카리스마 넘치는 창립자

    그가 패션계로 들어오게 된 것은 유명한 록아티스트인 액셀 로즈(Axl Rose)와 스티븐 타일러(Steven Tyler) 등의 무대의상을 만들어 준 것이 계기가 됐다. 1990년대의 그런지 · 펑크 같은 언더그라운드 인플루언스와 로큰롤 감성을 바탕으로 만들어 낸 스타일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아미리는 스타일리스트와 패션 브랜드에서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당시 오피스 겸 공장이던 LA 한인타운의 아파트 지하에서 생산한 의류를 아미리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개했고, 이는 아미리 브랜드 탄생의 시작이 됐다. 그 후 상업성을 가진 브랜드로 진화한 계기는 2014년 LA의 인기 편집매장인 맥스필드(Maxfield)에서 캡슐 컬렉션을 론칭하면서부터다. 스트리트웨어와 펑크록의 DNA를 결합한 컬렉션이 빠르게 품절되며 성공을 거뒀다. 이를 시작으로 맥스필드는 아미리의 가장 주요한 바이어로 자리 잡았고 아미리는 홀세일을 시작하게 됐다.

    아미리는 시작할 때부터 규모보다는 편집매장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하는 전략을 폈다. 오더를 하는 40∼50개의 판매처에 모두 상품을 공급하기 위해서 자금과 자원을 힘겹게 투자하기보다는 주요 거래처 10개 정도를 선별해서 생산·진행해 재정에 부담이 적도록 운영했다. 이처럼 생산 규모를 줄이자 생산 기간이 단축돼서 선적이 빨라지고 퀄리티 컨트롤도 용이해졌다. 궁극적으로 편집매장에서 아미리 상품 판매의 극대화를 가져왔고 이를 통해 편집매장과의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었다.

    쿠튀르 디테일의 LA 스타일 ‘메이드인 LA’ 고수

    아미리는 LA 스타일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LA의 로큰롤 컬처와 스트리트웨어 분위기는 아미리 인스피레이션의 원천이다. 이를 반영하는 진과 레더 재킷은 아미리 브랜드의 클래식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으며 여기에 빈티지 분위기의 블레이저와 모터사이클 재킷 등을 믹스하며 바이커부츠, 그런지 체크도 빈번하게 사용한다.

    시그니처가 된 찢어진 스키니진과 구멍난 캐시미어 스웨터를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고 한다. 진은 피스별로 여러 과정을 거쳐서 찢거나 페인트를 뿌리거나 또는 패치워크 등의 디테일로 완성하며, 캐시미어 스웨터에는 실제로 엽총을 쏴서 구멍을 낸다고 한다. 이처럼 최고급 소재에 쿠튀르 수공예 작업으로 만들어 내는 아미리 스타일은 LA의 쿨함을 보여주는 한편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된다.

    LA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LA에서 태어난 아미리는 상품 역시 LA에서 생산한다. 대형 브랜드가 해외에서 소싱하는 것에 비해 로컬 진정성을 최대한 상품과 브랜드에 담기 위해 LA 생산을 고집한다. 어렵기는 하지만 이를 통해서 브랜드는 하이퀄리티와 LA에서 생산하는 하이엔드 스트리트웨어라는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디젤 보유한 OTB 그룹의 투자, 성장의 도약대

    현재 아미리는 세계 각지에서 최고급 소재를 소싱해서 재단부터 봉제, 마무리까지 LA 공장에서 운영한다. 레더 상품 카테고리만 이탈리아에서 생산할 뿐이다. 이처럼 브랜드의 정통성을 위한 LA 생산은 아미리의 슈퍼팬인 뮤지션(Meek Mill, Michael B. Jordan, Courtney Love, Allen Iverson, Odell Beckham Jr 등)의 관심을 끌고 이들의 지지를 받는 계기도 됐다.

    디젤, 메종마르지엘라, 마니(Marni) 등을 소유한 이탈리아의 럭셔리 그룹 OTB는 지난 2019년 6월 아미리 사업의 소수 지분을 인수했다. 렌조 로소(Renzo Rosso) OTB 그룹의 오너는 창의성 및 개발지원의 의미에서 아미리에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OTB와의 조인은 펀딩 이상의 의미가 있다. 전략적인 파트너로서 OTB 그룹이 가진 전문성과 광범위한 자원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OTB 투자 이후 아미리는 브랜드의 지속 확장과 장기 성공을 위한 글로벌 플랫폼을 조성했다. 2020년에는 첫 번째 플래그십 매장을 LA에 오픈했으며, 이후 뉴욕 · 라스베이거스 · 마이애미 등지에 매장을 추가하면서 리테일을 강화했다. OTB의 재정적 · 전략적 투자도 폭풍 성장에 기여했다. 2018년 480억원에 그쳤던 매출은 OTB 투자 이후 2021년 팬데믹에도 1800억원으로 껑충 뛰었으며 올해 매출은 2760억원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성복 중심에서 여성복 강화 및 리테일 확대

    성장을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현재 여성복에 초점을 두고 있다. 2016년 이후 운영하던 여성복 레인지를 개편해서 지난해 6월 여성복 컬렉션을 리론칭했다. 기존에 남성복의 주요 스타일을 여성복 버전으로 제공하던 것에서 벗어나서 이제는 남성복과 분리된 본격적인 여성 컬렉션을 운영한다. 이를 통해 25% 수준인 여성복 매출 비중을 올리고자 한다.

    또한 리테일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를 위해 2020 ∼ 2021년 사이에 미국 내 4개 매장을 오픈했으며 향후 유럽과 중국 및 일본 등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올해 목표 중 하나는 홀세일과 리테일 비중을 50:50으로 올리는 것이다. 이처럼 리테일에 포커스를 두는 것은 럭셔리 브랜드로서 비즈니스 모델을 다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높은 가격대의 상품 판매를 증진하고 동시에 브랜드 인지도 향상을 위해 상품 공급을 제한하는 대신 리테일을 통해 마진을 높이고 브랜드의 컨트롤을 늘리겠다는 의도다.



    론칭 8년 만에 럭셔리의 새로운 아방가르드 비전

    2014년 ‘아주 특별한 피스’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상품을 만들고자 했던 마이크 아미리의 시작은 8년이 지난 지금 세계적인 백화점과 온 · 오프라인 플래그십 매장에서 판매하는 수천억원 규모의 사업으로 성장했다.
    아미리 상품은 특별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동떨어지지 않고 매일 입을 수 있는 기성복으로 적절하다는 것이 바이어들의 평이다. 특히 럭셔리 부문에서 캐주얼을 적극 포용하는 추세인 요즘 스트리트웨어 중심의 아미리는 새로운 버전의 럭셔리 하우스로 주목받고 있다.

    몇백 년의 헤리지티와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유럽의 럭셔리하우스와는 달리 아미리는 짧은 기간 내에 LA의 뮤직과 스트리트 컬처를 바탕으로 진정성과 정통성을 제공하는 모던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이제 럭셔리 브랜드 개발과 구축에 대한 패러다임도 서서히 바뀌고 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2년3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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