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침체 속 일본 백화점들 대안은?
    의류 · 잡화 MD 축소, 럭셔리 · 아트 강화

    조태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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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02.21조회수 5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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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백화점들이 매장 구성 개편에 속력을 내고 있다. 기존 메인 콘텐츠였던 의류 및 잡화를 대폭 줄이고 그 자리를 럭셔리 의류 및 시계 & 주얼리로 채우고 있는 것. 1층에 식품관을 올리는 사례도 보인다.
    일본 백화점 브랜드들의 오프라인 생존 전략을 들여다 봤다.




    코로나19로 인해 고전하던 백화점들이 매장 개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대도심을 기반으로 하는 백화점은 플로어 구성 대부분을 의류 아이템이 차지하는데 이를 편성·축소하는 한편 럭셔리 브랜드나 시계, 주얼리, 아트 등 고급 브랜드는 면적을 늘리거나 테넌트 입점도 증가하고 있다.

    또한 정기적인 월세 관리로 계약하는 테넌트 방식도 많아졌다. 지방 백화점의 경우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호텔이나 수족관 같은 체험 시설을 유치해 고객을 유도하려는 사례도 있다.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위기에 처한 백화점들이 어떤 방식으로 개혁하고 노력하고 있는지 사례를 살펴봤다.

    미쓰코시이세탄 홀딩스는 11월에 발표한 2021년 4~9월 실적 결산 설명회에서 면밀한 데이터 분석으로 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하고 고객 관리 관점 MD를 실행한다고 발표했다.



    매장 면적 대비 매출 점검, 럭셔리 아이템 확대

    구체적인 계획은 매장 면적 대비 매출이 미치지 못하는 곳은 차이를 줄이기 위해 재정비한다. 미쓰코시이세탄 홀딩스의 기반 매장인 이세탄 신주쿠 본점과 미쓰코시 니혼바시 본점을 상품별로 분석한 결과 여성복과 잡화 조닝의 경우 차지한 면적만큼 매출 셰어를 확보하지 못했다.

    럭셔리, 보석, 주얼리 카테고리는 면적 이상으로 매출 셰어를 확보했기 때문에 실적이 있는 브랜드를 강화할 것으로 본다. 상품 단가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에 면적과 매출 규모를 단순히 비교는 할 수 없지만 고객의 니즈에 맞지 않는 부분은 개선할 방침이다.

    이세탄 신주쿠 본점과 미쓰코시 니혼바시 본점 이 두 매장의 럭셔리 아이템, 보석, 주얼리 등 매출 비중은 코로나19 전에는 23%였으나 점점 증가해 2024년에는 27%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주식 고등 현상 등으로 소득의 양극화가 심해진 가운데 순수한 금융 자산을 1억엔 이상 보유한 부유층이 증가했기 때문에 이들의 왕성한 소비 욕구에 대응하려는 방침이다. 미쓰코시이세탄 홀딩스의 연간 구입액이 100만엔 이상인 MI카드 회원의 매출을 2024년도는 2300억엔(2019년 대비 27% 증가)으로 늘린다고 한다.

    고급화 전략 강화, 의류 잡화 비중 축소 가속화

    고감도 · 고품질 전략은 원래 미쓰코시이세탄 홀딩스가 잘하던 영역이며 고급 상품이나 고품질의 라이프스타일을 더욱 강화한다. 작년 4월 취임한 호소야 사장은 ‘일본 백화점의 총매출은 5조엔인데 이 중에 일본인 개인 소비 비율은 2%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한 틈새시장을 철저하게 겨냥할 것이다’라고 했다.

    부유층과 럭셔리 성향을 가진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어퍼 미들(upper-middle)존 고객과의 관계를 더 깊게 보고 디지털 툴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여성복과 잡화MD 비중은 대대적으로 축소한다. 조직 자체가 오랫동안 상품 카테고리별로 분류돼 움직이던 백화점이기 때문에 MD 밸런스를 변경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거래처 조율이나 리뉴얼 비용도 크게 부담된다. 하지만 이세탄 신주쿠 본점이라는 기반을 장점으로 MD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매출 손실을 막는 것이 중요하고 이는 결국 그룹 전체 수익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이마루 마쓰자카야 백화점도 미쓰코시이세탄 홀딩스와 같은 방침이다. 2023년도 (2024년 2월기) 계획에서 MD 밸런스 재검토에 주력한다고 발표했다. 이곳의 9개 대표 점포의 상품별 매출 셰어를 2023년도까지 럭셔리 23.5%(2019년에는 17.3%), 아트 · 주얼리 · 기모노 등 고급 아이템 13%(2019년에는 9.2%)로 키울 예정이다. 이에 비해 여성복과 볼륨 여성 잡화는 14.9%(2019년에는 18.6%), 남성복과 아동복은 8.2%(2019년에는 9.2%)로 축소한다.



    이세탄 이어 다이마루 마쓰자카야도 MD 재검토

    사실 다이마루 마쓰자카야 백화점은 5년 전부터 여성복 매장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왔다. 사와다 사장은 “마켓이 세분화되고 있다. 종래의 백화점은 미세스, 뉴미세스, 캐리어 존 같은 카테고리로 구분해 MD를 구성해 왔는데 이제 이런 방식은 시대에 맞지 않고 대담한 개혁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백화점 의류 조닝은 2000년대 이후로 서서히 축소해 왔다. 일본 백화점협회에 따르면 의류 매출 비중은 2000년 40% 정도에서 2010년 34.9%, 코로나19 전인 2019년 29.3%까지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은 27%로 감소했고, 식료품이 처음으로 31.3%로 백화점의 주역이 됐다.(도식화 참조)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던 의류 아이템과 식품 비율이 점점 역전되면서 식품관 비율이 점차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전환이 이뤄진 셈이다. 백화점의 의류 매출은 2000년 3조5476억엔이었던 것에 비해 2019년에는 절반 이하인 1조6833억엔으로 하락했다.



    의류 vs 식품 매출 역전… 1층도 식품관으로

    오사카 우메다백화점의 경우 작년 10월에 한신 우메다 본점을 리뉴얼 오픈했다. 원래 매출이 높은 식품관을 대대적으로 넓혀 대담한 리뉴얼을 통해 전체 10개층 중에 4개층(지하 1 · 2층, 지상 1 · 8층)을 식품이나 식료품 관련 매장으로 오픈했다.

    또한 백화점의 얼굴이기도 한 1층 중앙에 엔터테이먼트형 푸드 체험 공간과 푸드 테라스를 설치해 오코노미야키 등 지역에서 유명한 먹거리를 입점해 마케팅 효과를 부여한 이벤트로 고객을 유치한다. 지하 1층에서만 했던 기획을 이제는 전국에서 유명한 디저트, 베이커리, 과자류 매장도 입점해 1층에서 대대적으로 판매한다.

    매장 개편은 단순히 고급 브랜드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한다는 의미다. 실험적 사례로 주목하는 곳은 다이마루 우메다점이 여성복 층 일부를 리뉴얼해 2019년 11월 오픈한 콘셉트 존 ‘미치카케(MICHIKAKE)’다. 작년부터 크게 주목받았던 펨테크 소재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매장이다.

    여성 전문 펨테크 아이템 등 다양한 MD 확대

    층 전체의 3분의 1 정도 면적인 898㎡를 차지하며 흡수성이 뛰어난 팬츠나 데리게이트 존 케어 상품을 풍부하게 전개한다. 여성의 건강이나 성 관련 상품도 적극적으로 전개한다. 기존에 없었던 카테고리 존으로 다양한 MD 구성으로 신규 고객층 유치를 도모한다. 또한 미쓰코시 니혼바시 본점은 빅카메라(전자 상품 전문점)를 입점시켰다.

    매출의 기반이 되는 지역의 경우는 월세 수익 방식으로 전환했다. 도심부를 중심으로 이 제도를 규격화할 방침이다. 사입 정책과 테넌트 방식을 믹스하는 형태로 진행해 왔던 소고 세이부백화점은 오는 2025년(2026년 2월기)까지 사입 정책과 정기적으로 빌리는 월세 방식을 완전 바꿔 전체 매장 면적 중 60% 이상을 테넌트 입점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특히 세이부 이케부크로 본점과 세이부 시부야점, 소고 요코하마점 등 도심을 기반으로 한 매장은 월세 방식 형태를 더욱더 늘려 부동산 형태로 전환한다.

    사입과 월세 믹스하는 매장 운영 형태 증가

    사입 정책과 정기적인 월세를 믹스하는 형태는 쇼핑센터 운영의 오래된 노하우인데, 이런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이 다카시마야 백화점과 파르코를 운영하는 J프론트 리테일링(JFR)이다.

    JFR은 2019년 9월 오사카 다이마루 신사이바시점 개업 당시 65% 면적을 월세 방식으로 진행하는 테넌트로 입점시켰다. 2020년 11월에는 바로 옆 건물에 신사이바시 파르코도 오픈해 SC 고객과 백화점 고객이 유동성 있게 쇼핑할 수 있는 환경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대규모 리뉴얼 계획 중인 마쓰자카야 나고야점도 하이브리드형 비즈니스 모델을 내세워 40% 정도 면적을 테넌트로 입점시켰다.

    하지만 실적 좋은 테넌트들은 여러 군데에서 연락이 오고 입점 요청이 많다. 이런 경우 점 차별화의 요소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코로나19와 변이 바이러스로 염려되는 현시점에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존재감이 점점 희석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백화점들의 시행착오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CASE 1 l D2C 콘셉트 매장 오픈



    세이부 시부야점 : OMO 형태

    백화점 유통에서 새로운 축으로 부상해 화제가 된 사례가 바로 D2C 매장이다. 작년 9월 세이부 시부야점에 오픈한 ‘추즈베이스’가 대표적이다.

    추즈베이스는 세이부 시부야점 파킹관 1층에 700㎡ 크기로 오픈한 미디어형 OMO(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융합) 스토어다. 시즌별로 테마를 설정해 그때마다 매장의 모습을 변화시킨다. 타깃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는 MZ세대다. 환경을 배려한 패션이나 뷰티, 잡화, 식품 등을 전개한다. 기존 백화점처럼 판매 사원은 거의 없고 고객이 자유롭게 상품을 보고 고른다. 상품에 있는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자세한 상품 설명을 읽을 수 있다.

    오픈한 지 3개월 정도 지났는데 젊은 밀레니엄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당초 목표는 달성했으며 미디어 노출도 잦아 매장에 문의도 많다고 한다.

    다이마루 도쿄점 : 쇼루밍 형태

    작년 10월에는 다이마루 도쿄점에 아스미세(ASUMISE) 존이 오픈했다. 아스미세 매장은 여성복 플로어 중간에 위치하는데 상품을 팔지 않는다. 진열된 상품은 모두 샘플이고 쇼루밍스토어 형식이라 마음에 드는 상품이 있으면 온라인으로 구입할 수 있다. 샘플에는 상품명과 가격 등 상품 정보가 없고 매장에는 앰배서더라는 스태프가 접객한다. 앰배서더는 브랜드의 배경이나 스토리를 전달한다. 아스미세의 리싱*은 밀레니엄세대의 사원이 담당해서 만든 프로젝트다.

    다이마루 마쓰자카야 백화점 프로젝트 리더는 ‘방문 고객 약 40%가 20~30대 고객이며 약 70%는 신규 고객이다. 앰배서더 제도는 아주 좋다는 평판을 듣고 있으며 상품을 봤을 때 가격을 먼저 체크하기 전에 사람을 통해서 커뮤니케이션하고 정보를 전달한다는 것이 특징이다’라고 말한다.

    * 리싱 : 테넌트(입점 브랜드)를 실제 입점시키거나 구성하고 월세 조건 설계 조율 등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업무를 의미함.

    CASE 2 l 고급 호텔 시설 등 체험 공간 유치



    아이치현 마쓰야마 미쓰코시 : 호텔, 에이징 케어 등 고급 테넌트 입점

    아이치현 마쓰야마 미쓰코시는 30년 만에 대규모 리뉴얼을 실시했다. 작년 10월 6일에 1차, 12월 10일에 2차 오픈했다. 기존 백화점 사업으로 운영하던 면적을 대폭 축소했고 맨 위층에는 그 지역에서 유명한 고급 온천 숙박 시설을 운영하는 테넌트 ‘호텔 레포 차할(HOTEL LEPO CHAHAL)’이 입점했다.

    미쓰후쿠 홀딩스 에리징 케어 파크(보디 에이징 케어)라는 체험형 시설도 유치했다. 1층은 외부 기업이 운영하는 푸드홀로 푸드 및 요리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제안한다. 오픈 후 방문 객 수는 전년대비 2배 이상이며 MI 카드 회원 외 신규 고객도 2배로 늘어 매장 내 체류 시간이 증가했다.

    오랫동안 적자였던 이 백화점은 아래층은 식품관으로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위층은 체험형 고급 스타일로 변신해 성공한 경우다. 백화점 자체는 3개 플로어로 축소했지만 고품질 전략으로 상품을 엄선해 디지털 살롱이라고 불리는 스페이스도 설치했다. 미쓰코시이세탄 홀딩스 그룹이 운영하는 지방 백화점이므로 이세탄 신주쿠 본점이나 미쓰코시 니혼바시 본점 판매 사원이 온라인으로 접객하는 등 부가가치를 높여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스타일로 제공한다.

    마쓰자카야 시즈오카점 : 수족관 시설 유치 등 카테고리 변신

    마쓰자카야 시즈오카점도 올해 봄부터 리뉴얼에 착수한다. 상부층에는 수족관을 설치할 예정이다. SC에서 쇼핑하는 패밀리 고객을 백화점으로 유치하기 위해서 자주 편집 매장인 여성복 볼륨 존을 줄이는 대신 뷰티나 웰니스 관련 상품과 서비스나 체험형 콘텐츠를 도입한다.

    플로어 구성도 독특한 방식으로 구분해 리뉴얼 오픈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2층은 액티비티 라이프타일을 즐기는 조닝으로, 3층은 외면과 내면 자기 자신이 소중한 조닝으로 상품별 구분이 아니라 고객의 라이프스타일별로 가치관에 맞게 나눠 플로어를 재구성할 계획이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2년2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패션비즈는 매월 패션비즈니스 현장의 다양한 리서치 정보를 제공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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