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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링 럭셔리 ‘마린 세르’

Monday, Apr. 6, 2020 | 이영지 파리 리포터, youngji01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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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MH 프라이즈 수상







25세의 젊은 나이에 파리 패션계에 혜성처럼 나타나 3년이 지난 지금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신진 디자이너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프랑스 출신의 마린 세르(Marine Serre)다. 그녀는 퓨처리스틱 콘셉트에 리사이클 소재를 이용한 ‘업사이클링(Up-cycling)’, 즉 서스테이너블 럭셔리 컬렉션으로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특히 그녀는 2014년 처음 설립된 ‘LVMH 프라이즈’의 4번째 에디션인 2017년 시상식에서 1200명의 후보자들을 제치고, 베스트 영 패션 디자이너를 수상해 화제가 됐다. 특유의 스트리트웨어를 쿠튀르식으로 믹스해 표현한 컬렉션은 그해 심사의원으로 참가한 리한나를 포함해 많은 패션 관련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듬해인 2108년 2월에는 파리 패션위크 공식 캘린더에 ‘매닉 소울 머신’이라는 타이틀로 자신의 첫 패션쇼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패션계에 떠오르는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사춘기 시절 부모의 장롱 속 옷을 들추고 빈티지 마켓에 들락거리며 패션에 대한 열정을 키웠던 그녀의 어린시절 꿈은 의외로 테니스 선수였다. 프랑스 중남부의 소도시 ‘브리브-라 –갈리아드(Brive-la-Gaillarde)’출신으로 철도국(SNCF) 소속의 아버지와 공무원 어머니를 둔 평범한 중산층 소녀였던 마린 세르는 테니스전 ‘롤랑 가로(Roland-Garros)’ 후보 탈락 후 스포츠에 대한 꿈을 접는다.

佛 평범한 중산층 소녀, LVMH 수상으로 인생 전환

본격적인 패션 공부를 위해 프랑스 마르세유에 있는 아트 스쿨을 시작으로 이후 벨기에 브뤼셀의 ‘라 캄브르(La Combre) 패션 & 디자인 칼리지’에 진학했다. ‘라 캄브르’ 재학 마지막 해인 2015년에는 15세기 플레미시 원주민 시기를 21세기로 재해석한 테마 ‘15~21’이라는 생애 최초의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가 본격적인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2016년 졸업 작품으로 ‘래디컬 콜 포 러브 (Radical Call for Love)’라는 타이틀의 컬렉션을 선보인 것에서 시작됐다. 2015년 겨울 파리와 브뤼셀에서 연이어 발생했던 IS 테러 공격 이후의 삶을 영감으로 삼아 컬렉션을 작업한 것.

이 컬렉션으로 이듬해 ‘이에르인터내셔날 페스티벌’에서는 갤러리 라파예트 프라이즈 상을 받았고 ‘LVMH 프라이즈’에서는 최우수상을 받았다. ‘안담(ANDAM) 어워즈’에서는 후보자로 선정되는 등  중요한 패션 시상식에 연이어 선정돼 그녀의 재능을 인정받게 된다.

창조성과 어패럴 비즈니스 이해도까지 겸비

스트리트와 쿠튀르적 요소를 믹스한 그녀의 컬렉션은 그룹 회장인 아르노의 딸이자 LVMH프라이즈의 심사위원인 델팡 아르노가 ‘성숙한 컬렉션’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또 다른 심사위원인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마린 세르의 컬렉션은 다른 이들에 비해 완성도가 뛰어났고, 오늘날 패션의 비전을 보여주는 콘셉트가 매우 확실했다”고 말했다.

또한 당시 겐조의 아티스틱 디렉터였던 심사위원 움베르토 레온과 캐롤 림도 “올해 시상식 후보자들의 경쟁이 매우 치열했지만 마린은 창조성뿐만 아니라 어패럴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비전까지 갖췄다. 두 가지는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일부 디자이너들에게 부족한 부분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2016년 6월 브랜드 알렉산더 매퀸의 인턴십 요청으로 그녀는 런던으로 떠나 첫 인턴십을 진행했다. 이후 메종 마르지엘라와 라프 시몬이 이끌던 디올 등 럭셔리 브랜드에서 인턴십을 마친 그녀는 뎀나 그바살리아가 지휘하는 발렌시아가에서 여성복 디자이너로서 커리어를 시작한다.





발렌시아가 떠나 자신의 이름 딴 컬렉션 론칭

발렌시아가에서 일하는 한편 자신의 컬렉션을 병행하던 마린 세르는 파리의 유명 편집숍 ‘더 브로큰 암’이 그녀의 졸업 작품 컬렉션에 관심을 갖고 오더를 진행하면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남자친구와 여동생이 파이낸스를 도왔고 나는 창작과 패턴, 소잉, 마케팅에 집중했다. 이렇게 브랜드가 탄생하게 됐고, 어찌 보면 매우 즉흥적으로 이뤄졌다” 브랜드의 첫 출발 시점을 그녀는 이렇게 회상한다.

결국 그녀는 1년 만에 다니던 회사(발렌시아가)를 떠나 상금으로 받은 30만 유로와 LVMH그룹 멘토팀의 1년간 브랜드 개발 지원을 통해 2018년 S/S 캡슐 컬렉션 ‘코너스톤 컬렉션’을 제작했다. 이것이 자신의 이름을 딴 첫 번째 컬렉션이 됐다.

파리 패션위크 입성, 패션계 신동으로 떠올라

이후 레디투웨어와 쿠튀르를 스포츠웨어 터치로 믹스한 그녀만의 독특한 미학은 퓨처리스틱 비전과 역사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만들어 졌다. 그리고 정치와 환경에 대한 메시지도 담고 있다. 대표적인 초승달 모티브 로고로 가장 주목받는 신진 디자이너 탄생의 본격적인 신호탄을 쏘아 올리게 됐다.

2018년 2월 까다롭기로 유명한 파리 패션위크 공식 캘린더에 이름을 올린 그녀는 ‘매닉 소울 머신(Manic Soul Machine)’이라는 타이틀의 첫 데뷔 패션쇼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모든 재능 있는 크리에이터들에게 놓인 끝없이 돌아가는 패션 시스템에 종지부를 찍자는 의미에서 붙인 타이틀이다.

아웃도어웨어를 재해석한 어번 스타일리시 컬렉션은 헌팅 아웃핏을 데님 재킷으로 재해석하거나 라이딩 의상에 랩톱 · 물병 · 지갑 · 립스틱 등을 보관하는 멀티 포켓을 장착해 ‘서바이벌 이큅먼트(survival equipment)’로 변형해 선보이는 등 새로운 콘셉트로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스포츠웨어에 오리엔탈풍 로맨틱 감성 믹싱

팀 워크를 중요시하는 마린 세르는 ‘나’보다 ‘우리’라는 표현으로 말하기를 좋아한다. “2017년 6월 LVMH 프라이즈 수상 후 일반적이라면 그해 9월 패션위크에 바로 첫 컬렉션을 선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기다리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제대로 된 팀을 만들고 싶었고 안정적인 기초를 다지고 싶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컬렉션 작업 시 그녀의 접근은 리얼리티와 미래 사이를 넘나들며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나는 의상의 실용적인 측면에 주의를 기울인다. 실루엣은 보디에 잘 떨어지면서도 입은 느낌은 편안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옷의 볼륨과 테크닉을 중요시하고 있다”고 옷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가감없이 전달했다.

그녀는 큰 상을 수상하고 첫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등 라이징 스타로서 늘 새로운 것을 선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에 대해 유연한 편이다. “나는 사물을 단순하게 본다. 우리 컬렉션은 쉬운 스타일이 아니다. 매우 새롭기 때문이다. 일부 아이템들은 많이 팔리지 않을  수 있다. 10년 안에 우리가 좀 더 덜 ‘니치’한 브랜드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비욘세, 켄달 제너 등 해외 스타들 속속 착용

파격적, 페미닌, 하이브리드와 유틸리타리안(utilitarian), 그린 등으로 묘사되는 그녀의 컬렉션은 스포츠웨어와 오리엔탈풍을 넘나들며 로맨틱한 감성까지 믹스돼 있다. 이들 중 독특하고 커머셜한 몇몇 아이템들은 비욘세, 켄달 제너, 두아 리파, 리타 오라 등 해외 스타들이 착용하면서 빠르게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았다.

특히 세컨드 스킨 같은 느낌의 레깅스나 톱 또는 액세서리 등에 마린 세르의 아이코닉 초승달 로고가 프린트된 상품이 다수의 패션지에 실리면서 인기가 확산됐다. 결과적으로 유통망도 확대되면서 데뷔 때부터 관심을 갖고 바잉에 나섰던 파리의 ‘더 브로큰 암’과 런던의 ‘도버 스트리트 마켓’, LA의 ‘오프닝 세리머니’, 밀라노의 ‘코르소 코모’ 등 세계적 멀티 콘셉트 매장들에서 러브콜이 이어졌다.

그녀의 연이은 성공은 2019년 선보인 S/S 컬렉션에서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하기 시작한다. 업사이클링을 럭셔리 컬렉션으로 한 차원 끌어올리며 윤리적 럭셔리 패션 브랜드라는 터닝포인트를 만들어낸다. 이어진 2019~2020년 F/W 컬렉션은 세계적 환경현상을 돌아보고자 ‘래디에이션(Radiation)’이라는 타이틀로 진행했다. 그녀는 패션쇼 프레젠테이션 노트에 “우리가 직면한 환경적인 위기와 기후변화라는 전쟁은 우리가 알고 있는 문명을 파괴한다”라고 적었다.





상업적인 성공 이어 업사이클링과 남성복 추가

점점 커지는 남성복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본 마린 세르는 2019년 3월 첫 남성복 라인을 론칭했다. 22개의 모델로 이루어진 이 캡슐 컬렉션은 브랜드의 트레이드 마크인 퓨처리스틱 업사이클 의상에 초승달 로고 모티브가 포함됐다. 이들 아이템 중에는 스포츠에서 영감받은 사이클 쇼츠와 점프슈트 등 스포츠웨어도 있다.

스트리트웨어와 럭셔리 파트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플랫폼 ‘성스(Ssense)’의 남성복 시니어 바잉 디렉터 페데리코 바라시는 “우리는 놀랄 만한 비주얼과 선명한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마린 세르와 같은 젊고 재능 있는 디자이너들과의 작업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그녀의 데뷔작인 맨스웨어 컬렉션을 우리가 단독으로 진행하게 돼 매우 흥분된다”고 말했다.

사실 마린 세르에게 의상은 미적인 차원을 넘어서는 기능을 갖고 있다. 스스로 인정하지 않지만 ‘래디에이션’이나 ‘매닉 소울 머신’ 등 시즌마다 그녀의 컬렉션은 정치와 환경을 넘나드는 주제들을 선보인다. “나의 작업을 (정치적) 언어에 가두고 싶지 않다. 오히려 관람하는 이들에게 해석의 자유를 맡기고 싶다. 하지만 사실 나에게 모든 것은 정치다.”

강렬한 ‘아포칼립스’ 컬렉션, 환경 메시지 전해

실제로 그녀가 종종 연출하는 후드나 베일을 착용한 모델들이 이슈가 되기도 한다. 아랍 여성의 히잡을 연상시킨다며 문화성 옹호(cultural appropriation)에 대한 지적부터 베일을 페티시하게 표현해 판타지를 갖게 한다고 나무라는 이들도 있었다.

“실질적으로 그것은 아랍 문화에서 참고한 것이고 나 자체가 마르세유나 브뤼셀 등 문화가 다양한 도시에서 성장했다. 모든 여성을 동등하게 포용적으로 표현하고 대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나는 국경을 믿지 않는다” 마린 세르는 지리적이거나 사회적 · 문화적 경계를 모두 파괴해 버렸다.

2019년 9월 ‘블랙 타이드(Black Tide - Marée Noire)’라는 타이틀로 파리 오터이(Auteuil)의 경마장에서 진행된 패션쇼는 석유를 연상시키는 블랙 컬러의 PVC 무대 위에 환경 재앙을 연상시키는 검은 연기를 내뿜고 메탈 파이프로 만든 좌석을 설치했다. 이번 쇼에서 선보인 2020년 S/S 컬렉션 모델 중 50%를 업사이클링으로 제작한 마린 세르는 “아포칼립스(성서에서 말하는 세상의 종말)는 이미 다가왔다”며 재앙적인 글로벌 워밍 현상에 대해 경고했다.  




초승달 로고 시그니처, 에코 퓨처리스트로 활약

네오프렌 소재의 블랙 의상에 반짝이는 레드 경고등 주얼리를 착용한 임신부와 다수의 실버 모델들이 출연한 인클루시브 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치 아포칼립스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을 연상시키는 테마로 지난 쇼의 연장선상에 있는 두 번째 쇼다. 오프닝을 장식한 블랙 컬러에 이어 레드와 블랙의 믹스 컬러로 휘날리는 스커트는 마치 화염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컬렉션 룩 중 팬츠와 톱 등 50%가 리사이클링을 통해 업사이클링으로 제작됐다. 크로셰 소품은 스웨터로 변신했고 ‘고전풍’의 커튼지 소재들은 원피스로 새롭게 태어났다. 긴 기장의 화이트 멀티 레이어드 드레스는 나이트 가운과 레이스, 니트 숄 등을 믹스해 제작했다.”

시즌마다 선보이며 빠지지 않는 마린 세르의 시그니처가 된 초승달 모티브도 가스 마스크 등 컬렉션 전반에 걸쳐 표현됐다.

화이트 레드 골드 그린 4개 라인으로 구성

이제 브랜드 마린 세르 하면 떠올리게 되는 서스테이너블과 업사이클링은 빈티지 패션에 익숙했던 그녀가 에코 퓨처리스트로 불리며 환경주의자가 된 것만큼 자연스럽다.

예를 들어 그녀가 과거 컬렉션에서 선보였던 스카프 드레스는 안 팔리고 남은 재고 스카프들을 재활용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니크한 상품으로 업사이클링한 경우다. “고객들에게 처음부터 리사이클링 의류라는 점을 명확히 설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도덕적인 선입관을 갖기 전에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작품을 아름답다고 생각하기를 먼저 바랐다. 그러한 베팅은 맞아 떨어져 전 세계 바이어들이 이 세상에 하나뿐인 업사이클링 드레스를 줄지어 샀다.”

마린 세르는 현재 네 가지 라인의 컬렉션을 진행한다. 화이트는 레디투웨어, 레드는 쿠튀르 라인, 앞의 두 라인을 접목한 하이브리드의 골드 라인과 마지막으로 그린은 그녀가 선호라는 업사이클 라인이다.

업사이클링 럭셔리, 新 패러다임 선두주자로

“패션쇼가 끝난 후 쇼룸에 컬렉션을 전시하고 바이어들에게 제품을 설명한다, 캣워크에서 보면 알 수 없지만 전체 모델 중 30~50%는 실질적으로 리사이클로 제작된 피스들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경우가 그렇다. 같은 패턴으로 제작해도 컬러나 피니싱에 눈에 띄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오히려 고객들이 알고 컴플레인하지 않는다. 아마도 업사이클링이 거대한 시대적 트렌드가 되면서 고객들이 받아들이게 된 측면일 수도 있다.”

지난해 6월 세계 최대의 스포츠웨어 브랜드 나이키와 초승달 로고를 이용한 컬래버레이션 라인을 론칭하면서 대세 디자이너임을 입증한 마린 세르는 현재 파리의 ‘갤러리 라파예트’와 ‘더 브로큰 암’을 포함해 전 세계 90여개의 유통망에서 판매 중이다. 업사이클링과 쿠튀르적인 접근법으로 서스테이너블 패션에 전념하는 그녀와 미래 패션의 니즈가 맞닿아 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0년 4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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