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에서 온 쿨 걸 가니(GANNI) 핫해
    뉴 스칸디 스타일, 인스타 팔로워 100만명~

    정해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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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01.07조회수 9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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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펜하겐 베이스의 여성복 브랜드인 ‘가니(Ganni)’가 최근 몇 년간 컬트 같은 인기를 누리면서 현재 가장 핫한 브랜드로 떠오르고 있다. 비욘세나 살레나 고메즈 등 셀러브리티부터 모델과 에디터들이 스트리트웨어로 즐겨 입는 브랜드가 바로 가니다. 어느 날 보그 에디터 세 명이 모두 가니를 입고 출근했다는 일화는 가니의 인기를 시사한다.

    가니의 열풍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가리지 않는다. 현재 인스타그램(@ganni) 팔로워 수는 100만명을 기록하며 가니를 입은 사진을 포스팅하는 해시태그 #gannigirls는 인스타그램에서 8만여개의 포스트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렇게 가니가 부상하면서 오버사이즈 칼라 블라우스, 밝은 컬러의 니트웨어, 시어서커 드레스, 레오파드 프린트의 미니숄더백 등의 베스트셀러는 패스트패션에서 수많은 유사 버전이 만들어지고 있다.

    ‘코펜하겐에서 온 쿨 걸’이라고 불리는 가니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페미닌한 스타일을 현대적이고 실용적으로 제공하는 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드레스가 30만∼40만원 대로 디자이너 브랜드치고 매우 저렴한 가격대는 고객이 브랜드에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다. 동시에 광범위한 팬 베이스를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 책임감을 강조하는 가니의 지속가능적 어젠다는 고객들 사이에서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만들어 내면서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가니의 지속적인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스칸디2.0, 컬러풀하고 즐거움을 주는 스타일

    특히 2017년 LVMH의 투자회사인 엘 캐터튼(L Catterton)의 펀딩을 계기로 가니는 이제 코펜하겐의 작은 브랜드를 넘어 미국,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으로 무대를 넓히고 있다. “약간의 에지함과 예측하기 어려운 요소를 믹스하고자 한다. 스타일은 자신의 본능을 믿는 것이고 진지하게 접근하지 않는 것이다(libertylondon.com)” 가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디테 레프스트럽(Ditte Reffstrup)의 스타일에 대한 생각은 가니의 상품에 그대로 묻어난다.

    믹스 & 매치, 충돌하는 컬러, 빈티지 분위기가 들어간 하이로(high-low)의 해피스타일 등을 가니는 디자인에서 좀 더 즐거우면서 자연스럽게 접근한다. 특히 콘트라스트 요소와 밝은 컬러를 사용하는데, 이는 디테 레프스트럽 디렉터의 퍼스널 스타일과 감성을 반영했다.

    가니는 전형적인 스칸디 스타일이 아니다. 스칸디 스타일은 대체로 근엄하고 컨셉추얼한 미니멀리즘과 로맨틱하고 여성스러운 보헤미안 스타일로 대표된다. 하지만 가니는 처음부터 스칸디 패션의 스테레오 타입을 깨고 싶었다고 한다. 이처럼 쿨하면서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의 미학을 가니는 ‘스칸디2.0’이라고 부르는데, 이러한 뉴 스칸디 스타일은 가니 성공의 비결이 됐다.



    코펜하겐 인스피레이션, 드레스업 & 다운 가능

    가니는 옷이나 스타일을 통해서 깊이 있는 미학을 전해 주거나 감동을 주는 데 관심이 없다. 대신 언제나 어디서나 매일 입을 수 있고 온종일 어떠한 상황에도 적응이 가능하며 입으면 쿨하게 보이는 옷을 만들다. 이에 대해서 디테 레프스트럽은 ‘가니는 코펜하겐 여성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코펜하겐에서는 여성들이 모두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누비며 덴마크의 높은 성평등 문화는 옷을 입는 방식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여성들은 실용성을 중시하는 동시에 ‘브랜드’가 아닌 ‘옷’을 입는다는 것이다. 가니는 바로 이를 보여주는 척도가 된다.

    실제로 디테 레프스트럽 디렉터는 가니 옷을 입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사무실에서 일하고 집에 돌아와 아이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밤에는 댄스파티에 간다고 한다.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하도록 만든 가니의 상품이다. 이처럼 드레스업과 다운이 가능하고 다용도로 입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가니의 스타일링은 하이로(high-low)를 믹스했다. 페미닌한 드레스(high)에 청키부츠나 스니커즈(low)를 믹스해 쿨하고 실용적인 룩을 만들어 낸다. 상품 믹스에서 드레스와 잡화의 비중이 특히 높은 것도 실용성과 다양성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레프스트럽 부부, 10년 만에 국제적인 브랜드로

    가니의 시작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코펜하겐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던 프란스 트룰센(Frans Truelsen)은 가니를 론칭해서 캐시미어 스웨터와 티셔츠 등을 제공했다. 규모나 구성에서 컬렉션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소형 브랜드였다. 트룰센은 친구 사이인 레프스트럽 부부(Nicolaj, Ditte Reffstrup)에게 가니를 인수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레프스트럽 부부는 2009년 가니를 인수했다.

    IT 부문에서 일하던 니콜라이 레프스트럽과 패션바이어 출신인 디테 레프스트럽은 이렇게 가니를 시작했고 10여년이 지난 지금 1331억원 규모의 성공적인 여성복 브랜드의 오너가 됐다. 레프스트럽 부부는 언론을 통해 출발 당시 종합적인 계획 같은 것은 없었지만 비전은 뚜렷했다고 밝혔다. ‘코펜하겐에서 시작된 국제적인 브랜드를 만들어서 이를 즐겁게 운영하는 것’이었으며, 이는 이미 달성된 듯 보인다.

    니콜라이 레프스트럽은 코펜하겐대학에서 경영과 철학을, 대학원에서 IT를 공부한 후 스타트업을 론칭하는 등 IT 부문의 전문가로서 현재 가니의 전략과 기업구조 등 운영을 담당한다. 그는 테크 부문의 경험을 통해 조직의 민첩성과 역동성을 강조하며, 이는 가니 비즈니스 모델의 중심이 되고 있다. 디테 레프스트럽은 틴에이저 시절부터 의류매장에서 일한 그야말로 패션바잉과 리테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덴마크의 대표적인 패션 브랜드와 편집매장인 브룬즈바자(Bruuns Bazaar)와 리테일러인 피드앤스로퍼(Pede & Stroffer)나 플라잉에이(Flying A) 등에서 바이어로 일했으며, 현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디자인을 담당한다.



    성공의 시작, 소셜미디어와 인플루언서

    가니가 광범위한 인기를 얻게 된 것은 2015년 시작된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 #gannigirls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코펜하겐패션위크에서 캣워크쇼를 마친 후 모델과 인플루언서가 함께 사진 촬영을 한 것이 소셜미디어에서 공유되면서 일종의 게릴라 마케팅으로 떠올랐다. 특히 인플루언서 수지 루(Susie Lau), 카미 카리에르(Camille Charriere), 퍼닐 테스백(Pernille Teisbaek) 등은 가니를 글로벌 플랫폼으로 이끄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소셜미디어 매니저나 전략도 전혀 없던 상황에서 해시태그 #gannigirls는 수만 번 포스팅되면서 어떤 광고보다도 효과적인 마케팅이 됐다.

    성공 스토리만큼 #gannigirls의 탄생은 일종의 레전드로 남아 있다. 케이트 보스워스(Kate Bosworth)와 헬레나 크리스텐슨(Helena Christensen)이 NY에서 저녁 약속을 위해 만났는데, 둘 다 똑같은 가니 재킷을 입었던 것이다. 이를 재미있게 여긴 둘은 함께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해시태그 #gannigirls를 했으며 이후 #gannigirls는 글로벌 현상이 됐다. 현재 8만여개의 포스트를 기록하면서 #gannigirls는 가니의 친구 서클로 발전했다.



    고가 옷 사절, 전략적 실용적인 가격정책 유지

    “우리는 국제적인 프리미엄 브랜드나 디자이너 브랜드로 인식되고 싶다. 가격대는 우리가 맞다고 느끼는 대로 운영하는데 꽤 정직한 가격대라고 본다(glamour.com).” 니콜라이 레프스트럽의 가니 가격에 대한 설명이다. 실제로 가니의 가격대는 디자이너 브랜드 중 가장 저렴한 편이다. 잡화(스크런치, 키체인 등)는 3만1000원에서 시작하고 가장 고가의 상품은 82만원이다. 드레스가 31만∼62만원 선으로 구찌의 62만∼420만원에 비하면 80% 이상 낮은 가격대다. 가니는 의도적으로 117만원 이상의 상품을 만들지 않는다. 고가의 옷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덴마크인들은 저렴한 이케아 가구를 사용하는 문화와 VAT가 25%나 되는 등 세금이 높기 때문에 실제로 사람들에게 남는 가처분 소득은 많지 않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은 무엇을 구매할 것인지를 신중하게 결정한다. 결국 가니는 덴마크인들이 구매할 수 있는 민주적 패션을 지향한다. 또한 2000년대 바이어로 일했던 디테 레프스트럽은 당시 컨템퍼러리 브랜드가 럭셔리 수준으로 가격을 올리는 것을 경험했으며 결과적으로 고객이 상품의 가격이 너무 비싸서 실망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에 가니를 사람들이 구매 가능한 가격대로 유지하고자 한다.

    이렇게 저렴한 가격대는 실용적인 스타일과 함께 가니의 매출을 늘리고 소진율을 높이는 키가 됐다. 컨템퍼러리와 프리미엄 디자이너 브랜드 카테고리를 모두 커버하는 가니의 가격정책은 투자회사에서 펀딩을 받는 데 커다란 어필 포인트가 된 것으로 알려진다.



    지속가능성(책임감) 강조, 업사이클 컬렉션도

    패션 브랜드는 새로움(newness)을 바탕으로 하므로 지속가능성과는 모순이기 때문에 가니는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대신 ‘책임감’을 지향한다. 사회적·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 전반에서 매일 더 나은 선택을 하는 것이 도의적이라고 믿는다. 지난해에는 ‘가장 책임감 있는 버전의 기업’이 되기 위해 전문성을 가진 외부 이사를 영입했으며, 현재 4명으로 이뤄진 지속가능성팀을 운영 중이다. 매년 지속가능성 리포트(Responsibility Report)를 발표하는 몇 안 되는 디자이너 브랜드 중 하나다.

    특히 투명성은 현재 가니가 중점을 두는 부문이다. 인스타그램(@ganni.lab)을 통해 브랜드의 지속가능성 노력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은 물론 인증된 서플라이어와 일하며 지속가능성 소재로 상품을 제작하는 데 중점을 둔다. 가먼트별로 환경에 대한 영향을 알려주는 탄소 지도를 제공할 뿐 아니라 스스로 탄소 세금을 부과해서 이를 UN자선단체에 기부함으로써 탄소 발생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또한 2019년에는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가니 리피트(Ganni Repeat)를 론칭했다. 이는 이월 상품을 주당 6만7000원의 비용으로 최대 3주간 대여할 수 있는 렌털서비스다. 지난해 8월에는 대여를 위한 컬렉션으로 리바이스와 컬래버레이션했다. 가니×리바이스 컬렉션을 통해 리바이스501을 업사이클해서 만든 데님 블라우스, 웨스턴 스타일 셔츠, 드레스와 진스 등을 제공했다.



    융통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팬데믹 극복

    가니가 인기의 정점을 찍고 있을 때 팬데믹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가니는 많은 것을 수정하면서 팬데믹 환경에서 소비자에게 더욱 적합한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록다운이 시작되자 이미 발표한 메인컬렉션(F/W 2020)의 규모를 50%나 줄였으며 컬렉션의 딜리버리 전략도 전격 수정했다. 컬렉션은 더욱 파워풀한 디자인으로 압축됐고 매월 작은 규모의 상품을 딜리버리하는 드롭방식으로 전환하자 상품이 시즌에 더욱 적합해 지면서 매출이 늘었다.

    팬데믹에 따른 록다운과 함께 재택근무가 늘어나는 라이프스타일에 대응해서 가니는 지난해 10월 레저웨어 컬렉션인 가니 소프트웨어(Ganni Software)를 론칭했다. 이는 100% 지속가능성 소재를 사용해 일상 캐주얼웨어로 스웨터와 잠옷 등을 포함한다. 현재 인증된 재활용 소재와 책임감 있는 소싱을 통한 원단만을 이용한다. 11피스의 론칭 컬렉션은 후디, 티셔츠, 스웻셔츠, 트랙슈트 바지 등을 포함하며 이 중 75%의 상품은 서플라이체인 내 추적도 가능하다.

    LVMH의 펀딩…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

    가니는 그동안 우리가 보던 스칸디 스타일 미학과는 다르지만 어느 브랜드보다도 노르딕 사회의 가치를 깊이 반영한다. 다양성과 실용성에 바탕을 둔 스타일과 민주성을 강조하는 가장 저렴한 가격대의 결합은 짧은 시간에 가니가 세계적인 스타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가니는 2017년 LVMH의 투자회사인 엘 캐터튼의 투자도 유치했다. 지분 51%를 인수한 엘 캐터튼의 펀딩을 계기로 가니는 재정은 물론 운영과 상품 면에서도 엄청난 힘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2018년에는 니콜라이 레프스트럽의 경영체제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해서 글로벌 확장을 위한 체제를 갖췄다. 새로운 CEO인 안드레아 발도(Andrea Baldo)는 이탈리아의 럭셔리 레더하우스인 코치넬리(Coccinelle) 출신으로 현재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는 동시에 온라인 판매를 늘리면서 가니의 글로벌 확장을 주도하고 있다.
    가니의 연매출은 1331억원이며 세계적으로 600개 판매처와 28개의 독립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2년1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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