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프리오더 등 ‘얼리어답터 마켓’ 팽창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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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30조회수 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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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을 앞서 접하고 소비하는 '얼리어답터(Early adopter) 시장'이 두터워지고 있다.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한 시즌 앞서 패션을 접하고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바이어와 MD를 대상으로 하는 B2B 수주회를 일반 소비자에게도 확대했다. ‘SSG마켓’ ‘서울스토어’ 등의 온라인 몰에서는 40% 내외의 세일 혜택을 제안하면서 해외 브랜드의 프리오더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얼리어답터 시장은 ZM세대가 트렌드를 앞서 소비하기 원하는 '트렌드세터'의 성향을 지님에 따라 최근 더 활성화되고 있다. SNS 쇼핑몰 브랜드에서 세일 혜택을 주고 1~2주 먼저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던 B2C 프리오더 시장이 디자이너 브랜드와 해외 브랜드 마켓 등 패션업계 저변으로 확산된 것이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앞선 테스트를 통해 재고 부담을 줄이고 ▲배송일까지의 시간을 벌어 생산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상품을 일찍 대중에게 선보이면서 디자인 카피 등 디자인 부분에서 오해의 소지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브랜드의 아이템을 누구보다 빨리 접할 수 있으며 ▲평균 10~15% 정도의 가격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품절의 우려가 없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패션 리더 끌어 모은 '모다오페란디 트렁크쇼'




    이러한 얼리어답터 시장을 리딩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플랫폼은 미국 온 · 오프 편집숍 '모다오페란디(Moda Operandi)'다. 2~3년 전부터 온라인몰에 '트렁크쇼'라는 카테고리를 개설해 글로벌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러 디자이너 브랜드의 컬렉션을 한 시즌 앞서 선보인다.

    2~3월에는 F/W 컬렉션을, 8~9월에는 다음해의 S/S 컬렉션을 선보이는 식이다. 이 카테고리를 통해 높은 매출고를 올리면서 동시에, 판매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시즌의 물량을 오더한다. 글로벌 패션리더들을 흡수함과 동시에 사전 테스팅을 해볼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한다.

    국내에서는 '로우클래식' '르917' 등의 의류 브랜드와 '마지셔우드' '구드' '오소이' 등의 패션잡화 브랜드 등이 꾸준히 트렁크쇼에 입점해 컬렉션을 앞서 선보이고 있다. 신은혜 디자이너의 '르917'의 경우 이번 시즌 처음 트렁크쇼에 합류했는데 기대 이상의 반응을 보여 프리오더 기간을 연장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트렁크쇼에서의 결과가 좋자 정식 발매 시점에 맞춘 오더 물량도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커졌다.

    ’르917’ 등 국내 디자이너 트렁크쇼서 두각

    김순영 · 엄성은 디자이너의 '마지셔우드'는 최근 3번째 트렁크쇼 오더를 진행했는데, 두번째 시즌에는 첫 시즌 대비 50%, 세번째 시즌에는 두번째 시즌 대비 20% 물량이 확대됐다. 김순영 대표는 "기본적으로 모다오페란디 고객층이 패션에 워낙 관심이 많고 패션에 과감히 투자하는 성향을 지녔기 때문에 이러한 프리오더 전략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소비자 중에서도 해외 판매처에 걸린 F/W 캠페인 이미지를 보고, 구매를 문의하는 소비자가 굉장히 많아졌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프리오더 시장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 층은 오래 기다리는 걸 좋아하기 않기 때문에 모다오페란디처럼 5개월의 웨이팅 기간보다는 대기 기간을 짧게 조절하는 등 국내 소비자에 맞는 B2C 프리오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B2B 수주회를 B2C로 확장하려는 조짐은 지난해부터 눈에 띄게 많아졌다. 런웨이에 오른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런웨이를 진행한 후 바로 자사몰에서 오더를 받는 B2C 형태의 세일즈를 진행한 것. 대표적으로 박춘무 디자이너의 ‘데무’는 오프라인 쇼룸에서, 계한희 디자이너의 ‘카이(KYE)’는 자사몰에서 고객을 대상으로 한 수주회를 진행했으며, 매시즌 그 규모가 더 커지고 있어 앞으로의 상황을 기대 중이다.




    B2B 넘어 B2C 프리오더 확장 필요

    국내 한 디자이너는 "지난해 국내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수주회를 소비자에게 오픈하기 시작했다. 장점은 컬렉션을 대중적으로 상품화하기 전에, 고객 반응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고, 단점은 한 피스의 오더만 들어와도 무조건 생산을 진행해야 해 비효율적인 부분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단점이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B2C 타깃의 프리오더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많은 디자이너들의 의견이다. 최근 일어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올 초 바잉을 계약했던 많은 국내외 바이어들이 줄줄이 오더를 취소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B2B 세일즈를 진행하는 한 쇼룸 에이전시 대표는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바이어들이 오더를 줄줄이 취소하고 있고, 홀세일로만 비즈니스를 해 온 많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앞으로 B2B 수주회를 하루 더 연장해서 인플루언서와 소비자에게 오픈하는 등 B2C로도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쇼룸에서는 더 다양한 콘텐츠를 넣어서 인플루언서, 그리고 브랜드 마니아층 소비자까지 흡수하는 방향을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SSG마켓’ ‘서울스토어’ 등 프리오더관 오픈




    디자이너 브랜드처럼 한 시즌까지 앞선 판매는 아니지만, ‘SSG닷컴’ ‘서울스토어’ 등의 온라인몰에서도 근래 프리오더관을 정식 오픈해 프리오더 판매를 진행 중이다. SSG닷컴은 ‘메종마르지엘라’ ‘골든구스’ 등의 유명 해외 브랜드를 중심으로 정식 발매일보다 짧으면 1~2개월, 많으면 5~6개월 기다려야 하는 프리오더를 전개 중인데, 40% 내외의 세일 혜택 등 해외 브랜드를 합리적으로 구매할 수 있어 인기가 좋다.

    서울스토어의 경우 여러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의 아이템을 ‘선발매’와 ‘단독할인’으로 차별화해 프리오더를 진행 중이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의 자본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펀딩의 개념이 녹아 있다.

    이외에도 프리오더 개념이 녹아있는 ‘와디즈’ 등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수많은 SNS 중심의 브랜드들이 안정적인 생산과 재고관리를 위해 세일 혜택을 주고 1~2주 혹은 1달 정도 선판매하는 형식의 프리오더를 진행 중이다.

    현재 국내의 프리오더는 ’빨리 접한다’는 개념보다 세일 혜택으로 고객들을 유인하고 있지만, 향후 패션과 트렌드에 더욱 민감한 Z세대들이 주요 소비자층으로 부상할수록 프리오더 등의 전략을 활용한 얼리어답터 마켓은 더욱 활기를 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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