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뎀나 그바살리아, 베트멍 떠난다!

    이영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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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9.24조회수 6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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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루하고 고질적인 패션 시스템에 반항한 악동(?) 뎀나가 ‘베트멍’을 떠난다! 최근 뎀나 그바살리아(Demna Gvasalia)가 동생 구람 그바살리아와 함께 론칭한 럭셔리 스포츠 웨어 브랜드 베트멍을 떠난다는 소식이 패션계를 들썩이게 했다.

    2014년 베트멍을 론칭할 때 그는 ‘모두에게 강요되는 룰’인 고질적인 ‘패션 시스템’에서 빠져나가기를 꿈꿨다. 하지만 업계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다시 이런 시스템에 빠져들었고 과거 그가 가졌던 질문들을 다시 재탕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의미가 실린 듯 지난 6월 맥도날드 샹젤리제점에서 진행된 베트멍 패션쇼는 최근 몇 년 간의 작업들에 대한 오마주 같은 느낌이었다. 뎀나 그바살리아는 패션쇼를 통해 브랜드의 베스트셀러 아이템들을 재해석한 펀하고 편안한 디자인으로 초창기 때 보여줬던 자유분방하고 오프 비트 한 스타일들을 리바이벌해 유머와 재기 어린 컬렉션을 선보였다.

    “내가 베트멍을 시작한 이유는 패션이 지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연치 않게도 베트멍 출현 이후 패션은 달라졌고 또한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문을 열었다. 이제 최고의 브랜드로 성장한 베트멍의 컨셉추얼리스트(conceptualist)이자 디자인 이노베이터로서 내 미션은 완성됐다. 브랜드도 회사로서 제대로 모습을 갖춰 크리에이티브 헤리티지가 새로운 챕터를 향해 나아갈 만한 준비가 됐다고 판단했다” 라고 사퇴의 변을 달았다.

    지난 몇 년간 베트멍은 가장 의외적인 장소에서 패션쇼를 진행하며 특유의 상투적이지 않은 언더그라운드 라벨로 전 패션계가 쫓는 브랜드로 성공을 거뒀다. 특히 친구들을 위해 만든 것 같은 트렌디하며 독특하게 재작업한 빈티지 피스들은 상업적인 부분도 살린 고가의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인기리에 판매됐다. 또 브랜드 특유의 엑스트라 라지한 볼륨과 다양한 로고 플레이는 베트멍을 가장 대표하는 요소로 여러 브랜드의 영감이 됐다.

    베트멍은 지난 몇 년간 럭셔리 레디 투 웨어와 패션쇼, 마케팅 캠페인에서 파격적인 시도로 패션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특히 뎀나 그바살리아가 2015년 케어링 그룹 소유의 브랜드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전격 임명되면서 브랜드는 더욱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사진_ 댐나 그바살리아 / 출처_ 패션 네트워크>

    앤트워프 왕립예술 학교(Royal Academy of Fine Arts in Antwerp)를 졸업한 뎀나 그바살리아는 2004년 트리에스테(Trieste)에서 열리는 영 크리에이터를 선정을 위한 ‘ITS’에서 수상하며 처음 패션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 수상을 계기로 2007년 도쿄패션위크를 통해 자신의 첫 컬렉션을 선보였고 동시에 메이저 파리지안 메종들에도 노크했다. 2009년 설립자 마틴 마르지엘라가 떠나던 해 ‘메종마틴마르지엘라’에서 일을 시작한 그는 2013년까지 브랜드의 여성복 디렉션을 맡았다.

    이후 베트멍 론칭 전까지 ‘루이비통’에서 마크 제이콥스에서 니콜라 제스키에르로 디렉션이 넘어가던 시기에 여성복 컬렉션 시니어 디자이너로 2년간 일했었다. 현재 38세인 뎀나는 향후 럭셔리 스페인 브랜드 발렌시아가의 디렉터 자리를 계속 유지할 것이며 파리패션위크 2020년 S/S 컬렉션 패션쇼도 9월 29일에 진행한다.

    베트멍의 미래에 대해 그의 동생 구람 그바살리아는 “베트멍은 항상 콜렉티브 크리에이티브 마인드를 유지해 왔다”면서 “우리는 앞으로도 한계를 뛰어넘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브랜드의 코드와 중요한 가치를 존중하고 정직한 크리에이티비티와 진정한 재능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갈 것이다. 뎀나가 지난 몇 년 간 성취한 것들은 베트멍 스토리의 중요한 챕터로 대표될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뎀나가 브랜드에 기여한 대단한 순간들에 매우 감사한다”라고 말했다.

    베트멍은 뎀나가 떠난 이후 디자인 팀이 중심이 돼 새로운 프로젝트와 예상을 깨는 컬래버레이션들이 예정되어 있다고 밝혔다. 2015년 9월부터 파리패션위크 공식 캘린더에 데뷔한 베트멍은 현재 남녀 레디 투 웨어뿐만 아니라 오트쿠튀르 기간에도 컬렉션을 선보였다. 매번 새로운 포맷으로 대중의 관심과 소셜 네트워크에 버즈를 만들며 소통하는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2017년에 브랜드 헤드쿼터를 파리에서 취리히로 옮기기도 했다.

    한편 최근 패션계에서는 임원급들의 자리 변화가 많이 있었다. 럭셔리 브랜드 ‘마르케사’는 공동 설립자 카렌 크레이그가 곧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겐조’는 지난 8년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자리를 지켰던 움베르토 레온과 캐롤 림 듀오가 지난 7월을 마지막으로 브랜드를 떠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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